<단독> 한샘 수상한 대행사 실체

계약 직전 설립했는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김유진 IMM 프라이빗에쿼티(PE) 부사장이 한샘 대표에 취임한 후 실적 향상을 이뤘다. 한샘의 실적 향상 뒤에는 공격적인 구조조정과 효율성 개선이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과정서 김 대표는 홍보팀을 대표 직속 본부로 흡수하면서 축소했다. 그러면서 그 역할을 신생 광고대행사에 넘겼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해당 광고대행사는 김 대표가 에이블씨엔씨에 재임할 때부터 연을 맺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사모펀드 운용사 IMM 프라이빗에쿼티(IMM PE)에 인수된 후 적자의 늪에 허덕이던 한샘이 김유진 대표집행임원 체제로 전환된 후 다시 수익을 얻고 있다. 이 같은 수익 창출에는 IMM PE가 김 대표에게 주문한 경영 효율성 제고를 통한 전략이 통한 것으로 보인다.

공격적 구조조정

IMM PE는 지난 2021년 롯데쇼핑과 공동으로 한샘을 인수했다. IMM PE는 당시 인수 금액 1조4500억원 중 7500억원을 투입하고 지분 27.7%를 확보했다. 

국내 1위 가구·인테리어 업체인 만큼 한샘 인수는 긍정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시장은 기대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부동산 경기 침체, 소비심리 위축,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한샘이 주력하는 리모델링·홈퍼니싱 수요는 급감했고 이는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결국 한샘은 지난 2022년 3분기부터 지난해 1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게다가 2022년 3분기의 적자는 상장 20년 만에 첫 적자였다.


부진에 빠진 한샘은 이투스와 지오영그룹 사장 출신인 김진태 전 대표를 1년 반 만에 경질했다. 김 전 대표에 대한 표면적인 경질 이유는 실적 부진이지만 내부에서는 김 전 대표가 경질이 결정되기 전날 ‘회사 구성원들에 대한 인위적인 구조조정과 희망퇴직을 지양한다’는 내용의 사내 공지를 발표한 것을 이유로 꼽는다.

김 전 대표의 사내 공지 이후 이사회를 열어 김 전 대표부터 긴급 경질했기 때문이다.

김 전 대표가 경질되고 새로 김 대표가 취임하자 한샘 내부에서는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에 시달렸다. 그도 그럴 것이 김 대표는 할리스F&B와 에이블씨엔씨를 운영하며 대대적으로 인력을 줄여 실적개선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김 대표는 에이블씨엔씨에 재임할 동안 전 직원의 25% 안팎을 줄이기도 했다. 

김 대표는 취임을 하면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말했지만 이번에도 유사한 ‘충격파’를 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 취임 후 100여명 퇴사
인사·홍보·총무 직속으로

김 대표는 올 초 단행한 정기인사에서 상무 이상 고위 임원을 단 1명도 승진시키지 않았다. 승진자 수는 단 5명에 그쳐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DT 부문은 해체되고 부문 수장들도 줄줄이 퇴사했다. 실제 지난해까지 DT 부문을 총괄한 박해웅 부사장, 재무를 맡은 박성훈 전무(CFO)와 최성원 전무(CHO) 등이 ‘일신상의 사유’로 각각 퇴사했다.

임원이 아닌 정규직서도 구조조정은 두드러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샘 내에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정규직) 수는 2022년 12월31일 기준 2174명서 2023년 12월31일 기준 2081명, 2024년 3월31일 기준 2075명으로 김 대표가 취임한 후 100명 이상이 줄어든 것이다.


사업 부문별로 살펴보면 영업직서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김 대표 취임 이후 영업직의 정규 직원 수는 454명서 372명으로 82명이 줄었다. 이외 관리/연구직은 1429명서 1422명으로, 기술직은 64명서 58명으로, 마지막으로 생산직은 242명서 229명으로 각각 7명, 6명, 13명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기간제 근로자(단시간 근로자 제외)가 59명서 107명으로 급증했다. 결과적으로 전체 직원 수는 2248명서 2188명으로 60명 줄었다.

한샘 관계자는 “지난해 말 회계 보고(분기 및 사업보고서) 시기에 정규직 전환형 인턴이 늘어나 비정규직 영업사원이 늘어난 것뿐”이라며 “이들 대부분은 현시점 정규직으로 전환한 상태고, 나머지는 자연 감소분”이라고 설명했다.  

연간 급여총액도 2021년 1513억9000만원서 지난해 1127억4200만원으로 386억4800만원(25.5%) 축소됐다. 직원 평균 연봉도 6000만원서 5200만원으로 800만원이 줄었다.

또 조직개편을 통해 인사·총무·홍보 등을 총괄하는 경영지원본부를 대표 직속 조직으로 편제했다. 이 과정서 홍보조직(홍보팀→PR전략팀 변경)도 축소했다. 

한샘은 홍보조직을 축소하면서 한 광고대행사와 계약을 맺었다. 경영지원본부를 대표 직속으로 편제하면서 김 대표가 해당 업무를 직접 맡는 등 비용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펼치면서도 외부 계약에 의존한 셈이다. 

<일요시사>는 김 대표와 해당 광고대행사의 관계에 주목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해당 광고대행사는 김 대표가 재임하던 시절부터 에이블씨엔씨의 홍보대행사 역할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가 바뀌고 홍보팀의 역할이 축소되자 김 대표의 전 회사인 에이블씨엔씨에서 광고대행을 맡았던 업체가 이번에도 광고대행을 맡게 된 것이다. 

전 회사도…과거 인연 주목
에이블씨엔씨서도 광고 대행

한샘 관계자는 “홍보팀을 구조조정한 적 없으며 기업 및 마케팅 PR을 강화하기 위해 팀명을 PR전략팀으로 변경해 홍보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며 “홍보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외 유수 기업들의 홍보대행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 그룹인 대행사의 제안, 역량 등을 관련 본부들이 절차에 따라 평가 및 검토해, 4월부터 업무를 진행 중”이라고 해명했다. 

광고대행사 관계자도 “자사는 기존에 크리에이티브 부티끄 에이전시 내 PR을 담당하는 커뮤니케이션 브랜드”라며 “사업영역 강화를 위해 지난 3월 스핀오프해 법인으로 설립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자사는 능력을 인정받아 한샘과의 계약을 진행하게 됐다”고 항변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해당 광고대행사는 지난 3월8일 법인으로 설립됐다. 즉 에이블씨엔씨 광고대행을 담당할 때에는 개인사업자로써 계약을 맺은 후 대행업을 진행한 셈이다. 광고업계에서는 신생 기업이 대기업의 계약을 따내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에이블씨엔씨는 연 매출 3000~4000억에 달하고 한샘의 매출은 1조가 넘는다”며 “이 같은 기업들이 개인사업자에게 광고를 맡기고 법인을 설립한 지 한 달도 안 지난 업체와 계약을 맺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샘 같은 경우 기존 홍보팀이 기업 홍보를 잘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며 “기존 홍보팀과 같은 홍보 효과를 얻으리라고 기대하기엔 대행사의 연혁과 포트폴리오가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광고업계 관계자는 “보통 광고대행사와 맺을 때 대행사의 연혁을 중요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 사례 같은 경우 계약 한 달 전에 갑자기 법인을 설립했음에도 계약이 성사된 것은 이례적”이라고 의아해했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의 광고 전략이 통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 대표는 디자인파크 등 주요 거점 매장 외에도 한샘몰을 통한 과감한 마케팅을 통해 모바일 전환 전략을 펼쳤다. 이로 인한 한샘의 모바일 앱 한샘몰의 순 이용자 규모는 140만명대에 달한다.

“이상하다”

경쟁사인 현대리바트(리바트)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이용자는 12만명에 불과하다. 


또 다른 광고업계 관계자는 “한샘이 보유하고 있던 수많은 데이터와 김 대표의 공격적 경영, 그리고 광고대행사의 합작으로 이런 성과를 낼 수 있던 것으로 보인다”며 “오랫동안 같이 일해 온 시너지는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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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