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김’ 특검 삼중 플레이

‘동네북’ 영부인 수난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네가 하면 나도 한다.’ 특검의 참을 수 없는 유혹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빠져버렸다. 특검 하나로 3년 내내 우려먹을 생각을 하니 벌써 지겹다. 둘 다 불리하지만, 여당에게는 악수라는 평가가 내려진다. 내가 하면 괜찮다는 인식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런 대치 상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 할 것 없이 영부인들을 타깃으로 삼으며 22대 국회 시작부터 정쟁이 펼쳐지고 있다. 극단적 정쟁 그 자체다.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민생을 챙겨야 한다는 다짐은 개원한 지 한 주도 채 되지 않았는데도 까맣게 잊은 모양새다. 어느 한쪽이 선제 타격을 시작하면 이렇다 할 해명 없이 “너희도 마찬가지”라는 식의 논리로 되받아치기 바쁘다.

내로남불
거대 여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시작부터 급랭 정국이다. 식물 국회라는 21대 국회가 마무리됐지만, 22대 국회는 시작부터 여야의 관계가 냉랭하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배우자에 대한 비호감도는 나오기만 하면 이들의 지지율이 떨어질 만큼 상당히 높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여야는 배우자를 통해 상대 당을 옥죄겠다는 기조가 뚜렷하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여전히 밀어붙이는 중이며, 22대 국회 시작과 동시에 김 여사 특검법을 발의했다.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특검이 필요하다는 게 골자다. 서울고검장 출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대표 발의했고, 지난 21대 국회서 민주당 권인숙 전 의원이 대표 발의했던 특검법 내용이 담겼다. 

최근에는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일부 의혹을 추가했다. 21대 국회 막판, 권 전 의원이 주가조작에만 초점을 맞춰왔던 것과 달리 이번엔 ▲허위 경력 기재 ▲대통령 공관 리모델링 등 특혜 ▲뇌물성 전시회 후원 ▲민간인 해외 순방 동행 ▲서울 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등 총 7가지 내용이었다. 

또 전담 영장 법관 지정, 전담 재판부 집중 심리와 자수 및 자백했을 경우 형을 감면하는 조항도 추가됐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온갖 비판을 쏟아내는 중이다. 

특검 후보자 추천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할 수 있는데, 여당은 배제됐다는 게 문제 삼는 지점이다. 특검이 영장판사를 지정할 수 있는 문제 역시 사법부의 권한을 침해하고, 판사를 가려서 맡기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더해 플리바게닝(유죄 협상)과 최장 6개월 동안 100명의 검사를 투입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민의힘은 유죄 협상제도에 관해서는 사법 체계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고, 투입 인원에 대해서는 국정운영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언론 브리핑도 여전히 독소조항이라는 입장이다. 

야권의 이 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김 여사는 요지부동이다. 해당 의혹 및 특검 요구에 대해 침묵을 유지한 채 오히려 공식적인 행보를 통해 영부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 중이다. 

시작부터 김건희 물고 늘어지기
여는 김정숙·김혜경으로 되치기

검찰은 아직까지 김 여사를 소환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원석 검찰총장이 주변에 김 여사의 소환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검찰의 수사에 속도가 날지 이목이 쏠린다. 지금껏 검찰은 김 여사를 단 한 차례도 소환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때아닌 문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정숙 여사 공격에 나섰다. 문재인정부 시절, 외유성 인도 방문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문 전 대통령은 자신의 회고록서 김 여사의 2018년 인도 방문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외교부는 김 여사의 인도 방문이 한국 정부가 먼저 방문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인도 정부가 허황후 기념공원 착공식 및 디왈리 축제에 강경화 외교부 전 장관을 초청했는데, 강 전 장관이 다른 외교 일정으로 참석이 어렵다고 통보한 것. 이때 당시 인도 정부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전 장관을 초청했고, 이 과정서 한국 정부가 김 여사와 도 전 장관이 함께 방문하겠다고 의사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주장에 따르면, 이후 인도 정부가 총리 명의의 김 여사 초청장을 보내왔는데, 문 전 대통령의 회고록과는 완전하게 대치된다. 

게다가 6000만원 기내식 비용도 논란으로 떠올랐다. 지난달 31일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에 따르면, 김 여사 인도 방문 당시 대한항공과 체결한 수의계약은 2억2670만원 규모였다. 이 중 식비에 6292만원이 책정됐고, 연료비 다음으로 많이 책정됐다고 지적했다.

배 의원은 김 여사의 인도 방문 예산에 대해 “영부인 외교를 위한 순방 예산은 없다. 그런데 인도 방문 당시 예산이 3일 만에 기획재정부 예비비로 신청돼 승인됐다”며 “그런 예산을 편성한 전례가 없고, 이 사건의 본질은 국고 손실과 직권남용죄”라고 주장했다. 

특검에
특검으로

내친 김에 아예 국민의힘에선 김 여사 특검법을 발의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대표 발의한 특검법에는 ▲옷값 특수활동비 사용 ▲인도 방문과 관련해 직권남용·배임 의혹 ▲청와대 경호원 수영 강습 의혹 ▲디자이너 양모 행정관 부정 채용 등의 내용이 골자다. 

문제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서 국민의힘이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했던 부분(언론 브리핑)이 김정숙 여사 특검법에도 그대로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피의사실 이외의 수사 과정에 관한 언론 브리핑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당내서조차 이를 악수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윤 의원의 아이디어 차원서 특검법이 발의됐다. 우리 당은 원내서 전략도 없고, 개인이 냈는데 빨리 당론으로 뭘 하겠다든지, 정리하겠다든지 지도부가 의견을 내야 한다”며 “논란만 자꾸 언론서 부추긴다. 답답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김정숙 여사 특검에 관해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도 없는 데다, 정 필요하다면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채택해 덤볐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 여사도 참지 않고 직접 고발하겠다고 나섰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대통령 배우자의 정상 외교활동과 관련해 근거 없는 악의적 공세를 하는 관련자를 정식으로 고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도 “치졸한 시비, 민망하고 한심하다”며 직접 SNS에 제기된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당사자 및 주변인들이 직접 등판하면서 여야 간 대치 전선이 형성됐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대신 김 여사를 공격하는 이유로 특검이 정략적인 정치 행보라는 프레임을 씌우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고발 대신 바로 특검을 선택했다. 현실적으로 국민의힘 의석수가 108석에 그치는 만큼 과반을 넘기기는 어려워 김정숙 여사 특검법은 통과 가능성이 상당히 적다.

제3지대서도 이런 부분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도 ‘아직은 무리’라고 판단한 듯 ‘당론’으로 채택하지는 않았다. 분명 당 입장에선 구미가 당기는 거리지만 몇몇 의원을 제외하고는 고민이 많은 듯 보인다. 

국민의힘도 빠른 시일 내에 결정을 하고 가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지도부가 의견을 정리하고 그래도 장단점이 있으니 가보자고 중지를 모아야 당이 똘똘 뭉칠 수 있다. 질질 끌다가는 오히려 역풍 맞을 가능성이 높다. 

배우자
리스크

김정숙 여사가 정치사 중 최초로 단독 외교 사안인 만큼 밝힐 부분이 있지만, 문제는 민주당이 추진하듯 김 여사 의혹을 특검으로 밝혀야 할 사안일지 여부다. 게다가 이미 지난해 11월 국민의힘 이종배 서울시의원이 국고손실 혐의로 고발돼 수사 중인 사안이기도 하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는 당내 의견도 존재한다. 국민의힘도 김건희 여사의 수사가 이미 진행 중이기 때문에 특검법은 필요하지 않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반대로 민주당 입장서도 같은 의견으로 반박할 수밖에 없다. 

앞서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은 아예 ‘삼김’(김건희·김정숙·김혜경) 특검을 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재 민주당 이 대표의 배우자인 김혜경씨는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해당 의혹은 조명현씨가 당시 김씨의 측근인 전 경기도청 5급 별정직 공무원 배모씨에게 지시를 받아, 캠프 후원금 카드와 경기도 법인카드로 식사비를 결제했다는 이른바 ‘법카 사적 유용’ 여부다. 앞서 김씨는 지난달 26일 열린 첫 재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던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나온 이야기가 바로 삼김 특검이다. 그러나 국민의힘도 민주당도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지 않다. 누구 하나 유리할 게 없기 때문이다. 

특검 대치 전선은 21대 국회부터 이어져 왔다. 당시에도 민주당 주도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발의됐었다. 22대 국회도 특검으로 시작했다. 거대 야당은 당사자가 아닌 배우자를 통해 지속적으로 특검을 띄운다. 배우자를 노리는 이유는 단순히 맞불 작전으로 가기 위함으로 ‘너희도 한번 당해봐라’는 식의 논리다.

국힘 자기모순 빠져 당론 채택 불가
개인 욕심으로 악수, 수사 지켜봐야

문제는 이런 부분이 국민의힘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검법을 당론으로 채택한다면 검찰을 믿지 못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줘 자기모순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또 각각 배우자를 향한 비호감도가 높다는 점도 작용하며 직접 타격을 하기에는 이들의 팬덤이 상당히 견고하다는 점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탓에 이들을 직접적으로 공격하다가는 심각한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비교적 팬덤이 많지 않은 배우자가 공격거리로 안성맞춤이다. 배우자가 타깃이 될 경우, 우회적 공격이 수월하다. 공격의 말미에는 항상 윤 대통령, 문 전 대통령, 이 대표가 언급되기 때문이다.

운명은 배우자가 결정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배우자는 중요하다. 과거 배우자는 여성으로서의 역할을 하며 사회적 약자를 챙긴다는 이미지가 컸다. 대선 과정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장인의 논란에 관해 “아내를 버리란 말이냐”는 한마디로 반전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문 전 대통령도, 윤 대통령도 외치고 싶을 말이겠으나 최근과는 상당히 다른 기조다. 사과해도, 강경한 대응을 하더라도 역풍을 맞기 십상이라 침묵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다. 

배우자 리스크는 사소하게 지나가는 법이 없다. 과거에는 배우자를 통해 여성 표심을 끌어올 수 있었으나, 최근에는 이마저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인사들에 대한 의혹은 낱낱이 밝히기 쉽지 않다. 방어해주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배우자 리스크는 정치권서 표적으로 삼기에 너무 좋은 소재다. 앞으로 여야는 이런 상태를 장기적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관건은 검찰의 김건희 여사 수사 속도 및 결과다.

결과에 따라 그나마 국민의힘이 정국을 주도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질질 끌다간
오히려 역풍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수사를 기다려야 한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은 받을 수 없다고 하면서 이(김정숙 여사 특검법)를 띄우는 것은 논리가 맞지 않는다”며 “개인의 욕심 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데, 구태여 부풀릴 필요가 없다”고 평가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정숙 특검’ 3지대 입장은?

국민의힘 일각에서 김정숙 여사 특검을 띄운 가운데, 제3지대는 대부분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쌩쇼다. 백해무익하고 멍청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한 조국혁신당도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

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은 “특검 남발은 정치 행동이라며 민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수사기관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던 게 집권 여당”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이제 와서 검찰 수사 의지를 믿지 못한다며 특검을 발의하는 게 어떤 의도냐”라고 반문했다. <차>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