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단독기획> 26년 만에 다시 꺼낸 산업증권 파산의 비밀(하)

“한 기업이 정치적으로 희생됐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지금도 그날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국가서 만든 대형 증권사가 망하던 날, 피해자들의 삶도 함께 무너져 내렸다. 피폐해진 삶은 지금도 회복 불가능한 수준이다. 3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 투성이다. 멀쩡한 회사 산업증권은 도대체 왜 망했을까?

“산업증권은 정치적인 이유로 없어졌습니다.” <일요시사>가 만난 산업증권 피해자들은 이같이 이구동성 했다. 증권 순위는 높지 않았지만, 국가서 만든 증권사라 모두 망할 일이 없다고 믿었다. 산업증권은 산업은행이 초기 투자금 1500억원을 들여 만든 회사로, 직원 수가 한때 800명에 이를 정도로 규모도 컸다. 도청 소재지 도시에 점포가 대략 10군데 정도 있었다. 당시 국제업무에 특화돼있어 해외서 자금조달이 상당히 유리했던 증권사다. 

빵빵했는데
하루아침에…

피해자들에 따르면 산업증권은 망할 회사가 전혀 아니었다. 국가서 만들어 내놓은 회사인 덕에 위세가 말 그대로 대단했다.

<일요시사>는 직접 산업증권 피해자 중 한 명인 김영수(가명)씨를 만났다. 지난 9일, 김씨를 잠실 소재의 한 카페서 만나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이날 김씨는 산업증권이 정말 대단했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삼성 직원이 거절당한다는 미국 비자를 산업증권은 단번에 받았다. 과거엔 미국 비자를 받기 위해 대사관에 가서 면접을 보는 게 필수였고, 그나마 1년짜리가 나올까 말까 했다. 나는 당시 신혼여행을 위해 미국 비자를 발급받았는데, 재직증명서 하나로 면접도 없이 10년짜리 비자가 단 3일 만에 발급됐다”고 말했다. 

1997년 11월 IMF가 터지면서 산업증권도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해가진 못했다. 첫 구조조정을 통해 약 400명 정도 인원이 정리해고됐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회사는 잘 굴러갔다.

하지만, 이듬해 7월25일 갑작스레 파산 발표가 나오면서 내부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졌다. 

산업증권의 파산은 증권시장의 침체와 대기업의 연쇄 부도, 과거 부실 요인의 노출 등으로 인한 경영난 봉착 때문이었다. 실제로 부채가 240억여원을 초과하면서 이를 변제할 능력이 없었다. 

그러나 이 같은 산업증권 파산 사건은 알려져 있는 배경과 다른 부분이 존재했다. 26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다수의 관계자들이 사망했다. 이 중 의문이 드는 갑작스러운 사망도 포함됐다. 

2008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공성진 의원실서 파산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주도했으나 제대로 주목을 받지 못했고, 누구 한 명 처벌받지도 않았다. 

모두가 부러워하던 회사가 갑자기 한순간에 공중분해 됐다. 근로자들은 한순간에 삶이 무너무너졌고, 여전히 어렵고 힘들게 살고 있다. 산업증권서 영업직을 담당하던 김씨는 회사가 사라지던 날을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당시 김씨는 명예퇴직을 하지 않고 버텼다. 지방서 근무하던 그는 자신의 근무지가 정리돼 서울로 발령받아 본사에서 일하게 됐다.

갑작스러운 사망자 다수 발생 
시장에 충격 주기 위한 케이스?

1차 구조조정 이후 괜찮아졌다고 안심하던 차에 일이 터졌다. 여느 때와 다를 게 없이 일하고 있는데, 갑자기 가슴에 명찰을 단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김씨는 “점심시간이 끝난 뒤 회사로 돌아왔는데, 사무실 셔터가 내려가 있었다. 열고 들어가려고 했는데, 보안시스템도 전부 다 바꿔놨다. 누구시냐고 물었더니 ‘산업증권은 오늘부터 없어지는 회사가 됐으니 책상으로부터 손을 떼라’고 했다”며 “금고를 비롯해 모든 걸 다 봉인하고 직원들은 밖으로 쫓아내 실랑이도 벌였는데, 경찰까지 출동했다. 그날이 회사 출근 마지막 날이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입사 3년차 직원이었던 그는 서울로 발령받아 친구의 원룸에 얹혀 살았다. 신혼이었고 아내는 임신 중이었는데, 청천벽력 같은 산업증권의 폐쇄가 결정됐다.

대구 집은 정리했고, 전세자금 대출 빚이 막막했던 김씨는 당장 돈이 없어 임신 중이던 아내는 처갓집서 지낼 수밖에 없었다.

김씨가 산업증권을 퇴직하면서 받았던 돈은 위로금 및 3개월치 봉급인 800만원이었는데, 퇴직금은 없었다. 당시 대기업만큼 연봉이 높았지만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였다. 그대로 주저앉기에는 책임져야 할 것들이 많았다.

가장인 김씨는 여기저기 수소문 끝에 주변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새로 창업한 회사에 들어갔다. 

그 회사도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벤처기업 특성상 성공 확률이 높지 않아 정리하게 됐고, 알음알음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에 근무하면서 아등바등 살았다. 여전히 김씨는 전세살이와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주변 도움을 받아 살아왔지만 한계가 있었다. 주변 사람을 만나면 대화 주제가 자연스럽게 아이의 학원, 과외 이야기를 한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 아이가 학원을 가고 싶다고 하면 돈이 없다고 이야기하기가 참 비참했다. 배우자는 우스갯소리로 새 차를 타본 지가 몇 십년은 됐다고 하는데, 지금도 차가 퍼질 때까지 조이고, 기름을 쳐서 탄다”고 말했다. 

옛 직원들
찾아가니…

또 다른 피해자의 유족인 최금숙(가명)씨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씨의 집은 허름했고, 조만간 재개발이 시작돼 현재 거주 중인 곳을 떠나야 한다. 임플란트도 해야 하는데, 주머니 사정상 엄두가 나지 않는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근근이 보험 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고, 다리도 아파서 오래 걷기도 힘들다는 그는 여전히 아들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다. 묵묵한 아들이었지만, 늘 가족을 챙기던 장남이라고 기억했다. 

최씨는 “산업증권 초기에 입사했던 아들이 거기서 결혼했으며, 생활비를 꾸준히 주는 등 평범한 가장으로 가정에 충실했다. 그러다 급작스레 회사가 사라졌다. 아들은 성격상 티를 잘 내지 않았는데 상당히 힘들어하는 게 보였다. 당시 남편이 사업하다가 부도도 났다. 집도 함께 무너졌다”고 황망해했다. 

가장의 무게를 많이 느꼈던 아들은 남편 입장에서도 아무 일이라도 당장 구해야 했다. 가구점, 대리운전, 막노동, 노점상까지 닥치지 않고 일을 했다. 

아들의 얼굴은 항상 어두웠고 형편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으며, 가족과 부인을 챙기느라 자신을 돌볼 틈이 없었다. 최씨는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던 현실이 개탄스러웠다고 한다. 그 사이 아들은 우울증과 공황장애까지 왔다.

팍팍한 삶을 살아가던 아들에게는 생기가 없었다. 그나마 낚시가 마음을 위로해주던 유일한 취미였다. 10년 동안 힘든 삶을 살아오던 아들은 낚시를 하러 갔다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최씨는 “(아들이)어렸을 때부터 낚시를 좋아했다. 종종 낚시를 갔는데 큰 돈이 안 들고 속상한 것도 털어버리려고 다녀오곤 했다. 어느 날 며느리에게 ‘발을 헛디뎌 사고를 당했다’고 연락이 왔다. 그날따라 날씨가 좋지 않았다. 아들에게 느낌이 좋지 않다고 했는데 그렇게 사고를 당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너무 억울
풀어주세요”

이때부터 그는 모든 게 자신의 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이 떠난 지도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마음이 먹먹하다. 마음의 병은 깊어졌고, 몸도 쇠약해졌다. 몇 년 전에는 대장암을 진단받아 건강도 좋지 않다. 

최씨는 이 모든 원인이 산업증권이 갑자기 사라진 탓이라고 주장했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겠다고 마음먹은 부부는 함께 아들을 대신해 싸웠다. 직접 집회에 참가해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며 거리로 나섰지만,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몇 년 전 사망한 남편도 아들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함께 싸웠으나 끝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최씨는 ‘아들이 힘들어했을 때 낚시 대신 속마음을 이야기하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등 많은 후회가 든다고 했다.

 그는 아들의 마음을 대변한 글을 한 자 한 자 담아 꾸깃꾸깃한 달력에 적어 <일요시사>에 건넸다. 

달력에는 “강제퇴직 이후 스트레스가 죽음의 원인이 됐습니다. 원통한 마음이 한이 됩니다. 나도 암수술을 받고 어쩔 수 없이 죽지 못해 삶을 영위할 정도입니다. 당시 나는 미쳤습니다.(중략) 산업증권이 해체되고 나니 아들은 너무 고통스러워 살아갈 의지를 잃었습니다.(중략) 지금도 억지로 살아가는 인생입니다. 제발 억울함을 풀어주세요. 아들이 하늘나라서 편히 쉴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라고 적혀 있다. 

그날 이후…막노동부터 대리까지 
“지금이라도 정부가 살펴봤으면”

최씨와 김씨는 산업증권이 사라진 이유에 정치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은행이 국책은행이고 시장논리에 의해 결정되기보다는 정치 논리와 정권 논리에 의해 좌우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여러 증권회사들이 존재했으며, 많이 어려웠었던 것은 사실이다. 다수의 증권사가 인수합병을 당하거나 매각되기도 했고, 자본잠식 상태에 처하기도 했다. 문제는 산업증권이 결코 자본금이 작은 회사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태생 자체가 산금채(금융채의 일종으로 기간산업 개발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한국산업은행서 발행하는 채권)로 유통되는 업체였다. 

김씨는 “산업증권은 IMF 이후에도 32개 증권사 중 25위 안쪽을 오가던 회사로, 메이저 회사를 제치고 생산능력이 8위까지 올라간 적도 있다. 문제는 금융기관들이 증권사를 포기하기 싫어했다는 점이다. IMF가 터지면서 구조조정도 필요하고, 다른 것도 해야 하는데 대기업은 대부분 증권사를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기업이 금융사를 놓지 못하니까 맛보기로 산업증권을 없앤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고 있다”며 “시장에 충격을 주기 위한 시범 케이스였다. 이 때문에 정치적으로 희생됐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이들 주장에 따르면 다른 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무언의 압박이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정부는 구조조정 및 매각의 기조가 뚜렷했다. 김씨의 말을 빌리면 ‘개길 수 있으면 개겨봐라’는 신호였다.

IMF로 온 나라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직접적인 압박을 가하기 위해서는 법적인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 금융시장에는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국민들에게 내보낼 필요가 있었다는 뜻이다. 

당시 정치적인 이유 외에도 단순히 ‘노조’가 꼴보기 싫어 고용 승계를 하지 않았다는 소문도 돌았다. 산업증권 폐쇄를 반대하기 위한 집회를 노조서 단행했는데, 산업은행이 이를 상당히 불편해 했다는 것. 노조서 폐쇄 반대를 주장했지만 경영진에선 할 만큼 했으며 아쉬울 것도 없다는 이유로 쓸어버리라고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해당 사안으로 26년간 싸워온 국민의힘 이충현 강서구의원은 답답한 마음이다. 산업은행서 산업증권으로 옮겨 채권팀서 근무하며 산업증권의 시작부터 끝을 지켜봤던 이 의원은 피해자의 편에 서서 함께 싸웠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모은 자료를 토대로 민원을 넣었다. 

회사 이곳저곳에 널브러진 자료들을 하나하나 모았다. 보따리 속에는 그동안 이 의원이 모아온 자료가 가득 들어 있었다. 긴 싸움을 이어오는 동안 이 의원은 다수의 협박도 받아 휴대전화 번호를 5번이나 바꿨다.

그는 자료를 토대로 어렵게 사는 피해자를 하나둘 모아 소송까지 진행했다. 이들에게 소송은 마지막 희망이나 다름없었다.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으나 산업증권의 파산이 정당했다고 판결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그 역시 다른 피해자들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이유가 있다고 보고 있다. 

“폐쇄 아닌 
매각했어야”

이 의원은 “폐쇄가 아니라 매각 시도가 먼저 이뤄졌어야 했다. 정치적 희생양이 필요했기 때문에 폐쇄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이 사태와 관련해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 피해는 오롯이 근무했던 이들이 떠안았는데, 어떤 식으로든 보상 절차가 있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침묵 속에 사는 게 늘 마음에 걸려 (여기에)인생을 바쳤다. 늦었지만 정부서 관심을 갖고 다시 한번 살펴봤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쳤다. 너무 많은 사람이 고통의 시간을 이제는 끝내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ckcjfdo@ilyso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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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번 9월 정기국회는 여야 모두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에는 국정 동력을 재충전하고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무대인 반면, 국민의힘에는 정권의 허점을 공략해 국정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정국 주도권을 가져와야 하는 결정적 기회다. 양당 모두 저마다의 사정으로 발목이 잡혀 있는 만큼 팽팽한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날 선 대립이 정치권을 강타한 가운데 정국이 어디로 흘러갈지 여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제22대 국회의 후반기 첫 정기국회가 초반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양당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을 시작으로 대정부질문과 인사청문회가 잇따라 예정되면서 대치 전선이 급격히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번 정기국회는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어느 쪽이 쥐게 될 것인가를 가름할 분수령이기도 하다. ‘여기서 더?’ 바닥 친 민심 정기국회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역대 최하를 기록한 시점에서 시작됐다. 지난 7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10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31일부터 9월4일까지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8주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 또한 동반 하락해 국민의힘과의 격차가 오차범위 안으로 좁혀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긍정 37.4% ▲부정 59.5%인 것으로 집계됐다.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5%p 하락한 반면 부정 평가는 전 주 대비 0.8%p 상승했다.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7월2주 차 정기 여론조사에서 48.9%를 기록한 이래 8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 RDD 표집틀 기반 ARS 자동응답조사이며 응답률은 4.2%이다.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2.0%p로 자세한 조사 내용과 개요에 대해선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을 조건으로 내걸며 개헌으로 정기국회의 포문을 열었다. 여당이 신중한 개헌을 앞세워 국민 의견 통합을 시도하려 했으나, 야당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정국은 급격히 냉각됐다. 김 대표는 지난 7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현행 헌법과 법률의 절차적 정신을 지키면서 시대의 변화와 국민 요구를 반영해 현실 가능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5·18, 부마항쟁 등의 헌법 전문 수록은 개헌의 출발이고, 권력구조 개편은 국민이 원하는 선까지 가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울러 김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전두환·노태우를 단죄하며 하나회를 척결하고, 5·18을 문민정부의 정체성으로 삼은 김영삼 대통령의 사진을 걸어놓은 국민의힘도 결국은 선택해야 할 것”이라며 “역사적 성찰을 마치고 함께 개헌의 길에 나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여당의 개헌 카드는 지난 7월 조정식 국회의장의 “현직 대통령 연임의 개헌 문제는 결국 국민 선택의 문제”라는 발언을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열어둔 듯한 조 의장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킨 만큼 민주당이 ‘국민 공감대’를 중심에 두고 개헌을 추진하는 등 진화 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필 지금? 또 다시 나온 ‘개헌 카드’ “반대·보완수사권 부활” 맞불 놓는 야 국민의힘은 곧바로 반발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다음 날인 8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번 정부에서 개헌은 없다. 명백하게 위헌을 저지르고, 개헌으로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세력과 절대로 개헌을 논의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개헌을 통해 ‘장기 집권’을 노리고 있다고 봤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중임제 개헌도 언급했다. 그런데 ‘연임 안 한다’ ‘재판받겠다’는 말은 절대로 안 한다”며 “혹시 개헌으로 임기를 연장하고, 이를 통해 재판을 미루겠다는 의도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지금 정부와 여당의 국정과제 1호는 대통령의 자기 죄 지우기”라며 “개헌마저 자기 죄 지우기의 도구로 쓰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현재 이 대통령의 장기집권은 불가능하다. 헌법 제70조 등에 따르면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연임이나 중임이 불가하다.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해 헌법을 개정하더라도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는 규정(제128조)이 있기 때문이다. 즉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 헌법을 개정해 자신의 임기를 연장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개헌을 반대하는 이유는 단순히 민주당의 장기 집권 시도 때문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헌법 대통령’이 민주당에서 배출되는 것을 국민의힘이 지지할 리 없다”며 “국민의힘을 설득해야 개헌 논의가 진전되는데 지금처럼 여야 협치가 꽉 막힌 상황에서는 오히려 개헌 카드가 반발을 일으켰다”고 우려했다. 늘어지는 국민의힘 현재 민주당은 지지율 하락 등 정부·여당발 악재가 연달아 터지면서 더 이상의 약점 노출은 반드시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 점을 파고들어 정부의 동력에 제동을 걸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정기국회를 무대로 이정부의 실책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여당 압박에 나섰다. 정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연설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겠다”며 야당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먼저 6·3 지방선거 때 투표용지 부족에서 비롯한 참정권 침해 사태를 정조준했다. 정 원내대표는 “방만하고 오만한 선거관리위원회를 제대로 감시하겠다”며 “관리도 못하는 사전선거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본투표 기간 연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의 주도로 이뤄진 검찰개혁도 정면으로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오는 10월 예정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민주당은 검찰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전당대회 득표를 위한 탐욕으로 지옥문을 기어이 열고야 말았다”며 “사법 체계의 왜곡은 수사 부실로 이어지고 부실한 수사는 국민의 고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무너진 치안부터 바로 세우겠다”며 “보완수사권을 부활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지지율이 하락한 주요 원인인 부동산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부동산이 아니라 국민을 잡았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지 않겠다고 공약했는데 집권 후 정책은 정반대다. ‘공약 사기’”라며 전세에 대해서도 “우리가 누렸던 제도의 혜택을 왜 청년세대는 누리지 못하게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주거 사다리를 지키겠다.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부터 폐지해 주택 공급부터 확 늘리겠다. 1가구 1주택자는 세금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청년·신혼부부의 생애최초주택은 취득세를 감면하고 초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용 난타전 힘 빠지는 민주당 ‘롤러코스피’ 원인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서는 “투자 손실은 54조원에서 56조원 이상까지도 추산된다”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정조사는 물론 특검까지 해야 한다. 상품 도입에 권력의 압박이 있었는지, 그 압박이 김용범 전 정책실장의 독단인지 윗선이 따로 있는지, 왜 지방선거 직전에 출시됐는지 모두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곧바로 이어진 대정부질문에서도 여야는 격돌했다. 국회 최대 쟁점인 이정부의 ‘2기 개각’ 인사 논란과 주요 정책을 놓고 공방을 벌인 것. 여야 모두 중진급 의원을 배치하면서 첫날부터 팽팽한 창과 방패의 싸움이 이어졌다. 지난 9일 진행된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내각 인사 참사” 대 “수사자료 상납 게이트”가 충돌하면서 정기국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국민의힘은 나경원 의원은 이정부를 향해 “암장과 인멸의 1년, 파탄과 박멸의 1년”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성숙 국무총리를 향해 “준연동형 비례제로 1년에 11억원씩이나 받고 꼼수로 의원이 되는 것이 정당한가. 잘못된 제도를 고치는 건 총리가 할 일”이라고 질타했다.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의 비례대표 연임 및 겸직 논란을 겨냥한 것이다. 이에 한 총리가 “정부에서 고쳐야 하는 제도인가”라고 답변하면서 장내 소란이 일기도 했다. 아울러 나 의원은 “(2차 개각에서) 주요 인사 내각이 전과(를 전부 합치면) 총 34범”이라며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인사 참사”라고 꼬집기도 했다. 검증의 날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도 향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신약 청탁 의혹’ 폭로전에 나섰지만 오히려 여당은 제보 출처를 문제 삼으면서 방어에 나섰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검찰이 내부 수사 자료를 특정 정치인에게 갖다 바치며 검찰 출신 국회의원의 정치 생명을 연장해주는 ‘정치 스폰서’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한 의원이 역설적으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스스로 증명해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진사퇴’ 용혜인 ‘사면초가’ 김승원 청문회가 빨아들인 정기국회…민생은 뒷전 전 의원은 이진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을 향해 “과거 한 의원이 장관 후보자 시절 개인정보가 유출돼 국회 사무처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즉시 이뤄졌었다”며 “이 사건도 똑같이 신속히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사자인 김 후보는 폭로된 녹취록이 일부 내용을 삭제하고 순서를 바꾸는 등 악의적으로 왜곡·조작됐다고 주장했다. 두 후보를 둘러싼 관심이 뜨거운 만큼 대정부질문에 이어 진행될 인사청문회서 여야의 공방 수위가 최고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14일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15일에는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잇따라 열린다. 16일에는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예정돼있다. 뜨거운 감자였던 용 전 후보는 결국 자진사퇴를 택했다. 지난 13일 용 전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정부의 성평등부 장관 후보자로서 모두를 위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 내고자 했던 결심과 함께 장관 후보직을 오늘로써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성평등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지 14일 만이다. 이날 용 전 후보는 “민주당으로부터 후보자와 기본소득당이 처한 상황을 존중하지만,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 겸직을 두고 국민적 공감대가 넓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후보자가 결단해 달라는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무위원은 국회와 정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역할이다. 그러나 여당도 우려를 표하는 상황에서 그 직을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앞서 용 전 후보는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에 여권에서조차 “국민과 싸우는 듯한 모습”이라는 우려가 나왔고,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용 전 후보 역시 자신의 반박 기자회견에 대해 “국회의원이 아닌 '국무위원 후보자'로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전해주셨다. 제 부족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미 닫힌 귀? ‘레드팀’ 어디? 그러자 야당은 김 후보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그에 대한 지명 철회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소명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정부 2기 내각과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청와대나 김민석 대표는 ‘왜 사람들이 나를 이해해 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봤다. 이 관계자는 “그들에게 있어 이번 인선은 틀린 일이 아니라 옳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 여론과 사태의 심각성이 크게 와닿지 않는 것”이라며 “하지만 국민 여론은 두 후보자에 대해 ‘아니’라고 말하지 않나. 중요한 건 국민 의견에 떠밀려 가는 게 아니라 의견을 수렴해 전화해 나가는 과정이다. 김 대표가 민주당의 레드팀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임 논란’ 진화 나선 이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싼 연임 논란에 직접 입을 열었다. 프랑스에 국빈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파리 현지 동포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저의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돼있다”며 개헌 연임 의혹에 대한 우회적인 입장을 전했다. 해당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미 헌법적인 질서 속에선 (대통령) 임기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항간에서 이야기하는 연임 자체는 아예 불가능한 사안이고 검토될 수도 없는 사안이라는 말씀을 한 걸로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연임 안 한다’, 이 말은 결국 안 하고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