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만 열면…’ 김호중 거짓말 백태

10일 대국민 속이기 쇼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진실을 털어놓고 용서를 구할 시간이 10일이나 있었지만 거짓말로 일관하다가 국민의 분노를 샀다. 입장을 선회한 것도 경찰의 수사가 확대되면서 이뤄져 결국 사법 리스크를 대응하기 위해 입장을 선회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범행을 부인했던 거짓말이 부메랑이 돼서 돌아온 것이다.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계속된 거짓말을 하며 논란을 키우고 있다. 사고 직후 자수하는 ‘쉬운 길’이 있었지만 잇단 거짓말로 책임을 회피하려다 더욱 큰 논란에 휘말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가중처벌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선회 배경은?

김호중은 지난 9일 오후 11시40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도로서 반대편 도로에 있는 택시를 들이받는 사고를 낸 뒤 달아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사고후 미조치 등)를 받는다. 이 과정서 김호중이 사고 이전 강남구 청담동 일대의 고급 유흥주점을 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김호중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의 한 유흥주점을 찾았다. 이후 대리기사를 불러 본인 명의의 승용차를 타고 김호중은 집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집에서 나왔다. 그리고 차에 올라타 직접 핸들을 잡았다.

이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서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택시와 접촉 사고를 냈다. 사고 조치는 없었고 김호중은 그대로 도주했다.


접촉 사고 2시간 후 경찰서에 나타난 것은 김호중이 아니라 매니저 A씨였다. A씨는 김호중의 옷을 입고 운전자인 척 경찰에 자수했다. 그사이에 또 다른 매니저 B씨는 김호중을 경기 구리의 한 호텔로 옮겼다. 이 과정서 B씨는 사고 당시의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제거했다.

사건이 논란이 되자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6일 입장문을 발표했다. 입장문에는 “김호중은 지난 9일 친척이자 소속사 대표인 저 이광득과 함께 술자리 중이던 일행에게 인사 차 유흥주점을 방문했다. 당시 김호중은 고양 콘서트를 앞두고 있어 음주는 절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얼마 후 김호중은 먼저 귀가했고 귀가 후 개인적인 일로 자차를 운전해 이동 중 운전 미숙으로 사고가 났고 사고 당시 공황이 심하게 오면서 잘못된 판단을 한 듯하다”며 “사고 이후 매니저에게 전화가 와서 사고 사실을 알았고, 그때는 이미 사고 후 심각한 공황이 와 잘못된 판단으로 김호중이 사고처리를 하지 않고 차량을 이동한 상태라는 사실을 알았다. 이후 이런 사고의 당사자가 김호중이란 게 알려지면 너무 많은 논란이 될 것으로 생각해 너무 두려웠다”고 밝혔다.

음주 뺑소니 논란에도 콘서트 강행
“수사 협조” 이후 계속된 거짓말

그러면서 “현장에 먼저 도착한 다른 한 명의 매니저가 본인의 판단으로 메모리 카드를 먼저 제거했고, 자수한 것으로 알려진 매니저에게 김호중의 옷을 꼭 뺏어서 바꿔입고 대신 일 처리를 해달라고 소속사 대표인 제가 부탁했다”고 해명했다.

소속사가 나서 전방위적으로 김호중을 보호한 것이다. 

김호중은 사고 이후 서울 주거지 대신 경기도의 한 호텔 근처로 향했고 인근 편의점서 일행과 함께 캔맥주를 구입하는 모습이 CCTV를 통해 확인됐다. 이를 두고 경찰의 음주 측정을 속일 목적으로 일부러 추가 음주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 같은 추가 음주를 비롯해 이른바 운전자 바꿔치기, 계획적 허위 진술과 진상 은폐, 증거인멸 등 사법방해 행위에 엄정 대응하라고 이날 일선 검찰청에 지시하기도 했다.

대검찰청은 음주 사고를 내고 도주한 뒤 고의로 추가 음주를 한 의혹을 받는 김호중을 처벌할 수 있는 신설 규정을 만들어달라고 지난 20일 법무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소속사의 보호는 경찰이 수사를 진행할수록 무너져 내렸다. 김호중과 소속사의 입장이 바뀐 건 경찰이 여러 정황 증거를 확보하면서부터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김호중이 사고 당일에 만났던 유명 가수 B씨와 개그맨 C씨를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벌였다. 또 이들이 방문했던 청담동 유흥주점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CCTV와 주점 매출 내역 등을 분석하기도 했다.

경찰은 김호중과 소속사 차원의 조직적 은폐 시도가 있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해 왔다. 이후 음주 운전 사고 후 도주·은폐·거짓 주장 정황 등을 고려했을 때 죄질이 나쁘다고 보고 김호중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호중은 영장실질심사 연기를 신청했으나 법원서 기각당했으며 결국 사건에 연루된 관계자들은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영장실질심사서 구속됐다.

경찰의 수사 확대에 콘서트서도 범행을 부인하던 김호중은 다급하게 음주 운전 사실을 시인했다. 논란에도 두 차례 콘서트를 강행하며 “모든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지 하루도 안 돼서 선회한 것이다.

궁지 몰리자 “맞다” 뒤늦은 고백
“구속 피해도 정황상 엄벌 불가피”

생각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9일 “자사 아티스트 김호중 논란과 더불어 당사의 잘못된 판단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최초 공식 입장서부터 지금까지 상황을 숨기기에 급급했다. 진실되게 행동하지 못한 점 또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어 “김호중은 경찰에 자진 출석해 음주 운전 등 사실관계를 인정하며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끝으로 당사는 아티스트를 보호해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되돌릴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 거듭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호중도 같은 날 사과문을 올렸다. 김호중은 “저의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많은 분들에게 상처와 실망감을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을 전해드리고 싶다”며 “저는 음주 운전을 했으며 크게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과문 이후에도 거짓말은 멈추지 않았다. 김호중은 사과문을 발표한 다음 날 변호인을 통해 자진 출석해 조사받을 예정이었으나 경찰 측 사정으로 조사가 연기됐다고 했다. 하지만 경찰은 김호중 측과 출석 일정을 조율해 확정한 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을 가중시킨 것이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김호중 측은 19일 오후 4시께 다음날(20일) 오후에 출석해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주요 피의자가 출석을 희망한다고 해서 바로 조사를 받는 건 아니고 출석 일정은 수사 일정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경찰과 출석 일자를 조율한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통보했지만 경찰서 거부당한 셈이다.

결국 김호중은 지난 21일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지만 출석 과정서 비공개로 출석하며 다시 잡음을 일으켰다.

그는 지난 21일 오후 2시쯤 서울강남경찰서 지하주차장을 통해 경찰서로 들어갔다. 앞서 김호중은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자진 출석해 입장을 밝히겠다”고 언급한 적 있다. 하지만 김호중은 변호인을 통해 경찰에 비공개 조사를 요청했으며 실제로 비공개로 경찰서에 들어가면서 또다시 국민들을 기만했다는 잡음이 일었다.

조사를 마친 후에도 취재진 앞에 서길 거부하며 5시간 넘게 귀가를 거부하고 버티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호중은 오후 5시께 조사를 마쳤지만 ‘기자들이 빠지기 전까지는 절대 나가지 않겠다’며 강경하게 버텼다.

너무 늦었다

법조계에선 김호중과 소속사 측이 범행을 뒤늦게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더라도, 범행 당일 매니저의 대리 자수와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 파손 등 조직적 범행 은폐 정황까지 확인됐기에 가중처벌이 이뤄질 확률이 높다고 예상한다.


한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음주 운전을 시인했지만 증거인멸 교사, 기획사 조직적 차원에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범죄를 밝혀내는 게 중요하다”며 “김호중이 해당 범행에 공모했다면 형량이 훨씬 가중될 수 있다”고 실형 가능성을 언급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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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