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선감도 ②열 살도 안 됐는데…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4.05.13 00:00:00
  • 호수 14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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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당 머릿수 채우기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이윽고 승선이 완료되었다. 부랑아들은 갑판 위에 빽빽이 줄지어 앉은 채 다시 한번 인원점검을 받았다. 그들은 모두 35명이었다. 

열두어 살부터 스무 살 이하의 청소년들이 대부분이었으나 개중엔 채 열 살도 안 되어 보이는 앳된 아이나 스무 살이 슬쩍 넘은 듯싶은 청년도 한두 명 끼여 있었다.

어린애들은 고아원으로 보내는 게 정상이었는데, 열 살도 채 안 된 애들은 아마 할당된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 억지로 끌고 왔는지도 몰랐다.

35명 부랑아

배가 고동을 울리더니 육지를 서서히 떠나기 시작했다. 해풍(海風)을 타고 비릿한 갯내음이 물씬 풍겨왔다.


물결이 양옆으로 부서지면서 바다는 마치 칼부림을 당하는 생명체처럼 허연 피 같은 포말을 이리저리 튀기며 퍼덕였다.

“야, 우린 지금 어디로 가는 거지?”

“모르지 뭐. 바다 속에 처넣어 버리지 않으면 다행이겠지 뭐.”

“씁새야, 재수없는 소리 하지 마!”

뱃고물 쪽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모두들 두렵고도 궁금한 일이었다는 듯 여기저기서 웅성거림이 흘러나왔다.

“개새끼들아, 조용히 하지 못해!”

경찰 하나가 윽박질렀다.


“쓰펄, 죽을 땐 죽더라도 어디로 가는지는 알아야 할 거 아냐! 도축장에 끌려가는 개새끼도 아니고 원 참!”

머리카락이 낡은 삼베 빛깔처럼 누르께한 사내 녀석이 한쪽 주먹으로 하늘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뇌까렸다. 그러고는 바다 쪽으로 침을 찍 뱉었다.

“저 새끼가 정말 죽고 싶어 환장을 했나?”

“그럼 환장을 안 하게 됐슈? 가만 있는 사람을 보고 왈왈 짖어대는 개새끼 똥구녁을 한번 걷어찬 게 무슨 죽을 죄라도 된다는 거여 뭐여?”

“니가 술 처먹고 헤롱헤롱대니까 꼴같잖아서 짖었겠지 그냥 짖었겠냐, 엉? 그리고 야 이새끼야, 개하고 지랄거리다가 개주인은 왜 치고 난리야!”

“지랄발광하는 개놈을 말리지는 못할망정 물어뜯으라고 시키는 게 대체 인간이유? 개새끼하고 같은 족속이지.”

“저게 어디서 꼬박꼬박 말대꾸야? 아무튼 너 따위 똥개새끼하곤 다른 족보 있는 개니까 그만 아가리 닥쳐!”

머리카락이 누르께한 사내는 앞니 새로 침을 찍 내갈겼다. 

대부분 20세 이하…앳된 아이도
“단군성왕 이래로 확실한 목적”

“씨팔, 돈 없고 빽 없으면 개새끼보고도 형님 하면서 굽실거려야 한다는 거여? 그래서 사람을 이렇게 끌고 가는 거냔 말여? 안돼! 날 내려줘! 물귀신이 되든지, 헤엄쳐 돌아가서 그 개 형님한테 정말 고따위 세상인지 좀 물어봐야겠어, 흐흐흐….”

사내는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그 순간 경찰이 달려가 욕을 퍼부으며 개머리판으로 그의 어깨와 머리를 내리찍었다. 퍽 소리와 함께 사내의 머리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이 개쌍놈의 새끼, 한번 죽어 봐라!”


경찰은 쓰러진 사내의 머리를 구둣발로 지근지근 밟았다. 그 꼴을 지켜보던 갑판 위의 부랑아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불온한 기색이 감도는 그 소리는 점점 커져서 바다 위를 맴돌았다.

몇몇 부랑아가 일어서서 경찰을 막으며 항의를 하자 여기저기서 “우~ 우~” 하고 호응하는 소리와 함께 야유를 날렸다. 그 소리는 뱃전에 부서지는 파도 소리를 한 순간 지워 버렸다.

“주둥아리들 닥치고 모두 앉아! 불응하면 발포하겠다!”

다른 경찰이 카빈총을 들어 노리쇠로 철커덕 소리를 내며 곧바로 군중을 겨냥했다. 그 냉혹한 눈빛과 목소리로 보아 수틀리면 금방이라도 방아쇠를 당겨 버릴 듯했다.

군사정권 치하에서 한동안 살아 본 사람들은 군인과 경찰의 명을 거역했다간 어떤 불상사를 당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경찰의 눈 속엔 권력으로부터 내려받은 강력한 살의가 번뜩이고 있었다.

깡다구 깨나 부리는 부랑아들도 그 낌새를 알아챘는지 슬그머니 기를 꺾고 앉았다. 그러자 갑자기 갑판 위는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배는 속력을 내어 푸른 물결을 헤치고 나갔다. 얼마 후 저 멀리 수평선에 자그마한 섬 하나가 희미하게 나타났다.

바다나 하늘의 푸른색 배경 속에 초록색이 돋보이는 섬이었다. 

좀전에 살벌한 상황이 벌어질 때도 짐짓 무심한 듯 바다만 바라보며 담배연기를 휘날리고 있던 도청 직원이 손가락으로 검은 테 안경을 추켜올리고 나서 섬을 가리키며 말했다.

“잘 봐둬라. 바로 저곳이 이제부터 너희들이 과거를 잊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터전이다.”

부랑아들의 긴장된 눈이 그곳으로 쏠렸다. 도청 직원은 목청을 한번 울리곤 연설조로 계속했다.

혁명정신

“에~ 저 섬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할 것 같으면, 에~ 경기도 옹진군 대부면(현재의 안산시)에 속한 선감도라고 한다. 너희들을 저곳으로 데려가는 건 단군성왕 이래로 가장 확실한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정신개조와 재탄생이다! 여러분의 게으름과 의타심과 불량기를 척결하고 진정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날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그리하여 활기차고 생산적인 나라를 건설하는 데 여러분의 혈기 또한 정상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게 바로 높으신 분들의 뜻이다. 에~ 그건 즉 위대한 오일륙 혁명정신의 발로인 것이다!”

도청 직원은 제물에 흥분하여 침을 튀기고 있었다.

배는 점점 섬을 향해 가까이 다가갔다. 도청 직원의 흥분과는 달리 부랑아로 낙인 찍힌 청소년들의 몸은 긴장과 불안으로 인해 점차 움츠러들었다.


<다음 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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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역 참사’ 엇갈린 전문가 판단

‘시청역 참사’ 엇갈린 전문가 판단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시청역 7번 출구 앞 교차로서 16명의 사상자를 낸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는 사고 이후 급발진을 주장했지만 급발진이 아니라는 정황만 계속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도 급발진일 확률은 매우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급발진 여부와 상관없이 운전자 A씨는 처벌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늦은 밤 시청역 교차로서 9명이 사망하고 7명이 다치는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말 급발진이 맞는지 의문이 들고 있다. 해당 사고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도 갈리고 있는 상황에 경찰의 차량 사고기록장치(EDR, Event Data Recoder) 분석 결과는 1~2개월 뒤에 나온다. 죽음의 역주행 지난 1일 밤 서울 중구 시청역 7번 출구 인근 교차로서 승용차가 역주행하다 인도로 돌진, 보행자들을 덮쳐 9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현장서 가해 차량 운전자 A씨를 검거했다. A씨는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으며 ‘급발진’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27분께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을 빠져나온 제네시스 G80 차량이 일방통행인 4차선 도로(세종대로 18길)를 역주행하며 갑자기 튀어나왔다. 이 차량은 빠르게 달려 도로에 있던 BMW와 소나타 차량을 차례로 추돌한 후 횡단보도가 있는 인도 쪽으로 돌진해 신호를 기다리던 보행자들을 덮쳤다. 이후에도 100m가량 이동하다 건너편에 있는 시청역 12번 출구 앞에서야 멈춰 섰다. 역주행한 거리는 모두 200m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가해 차량인 제네시스 운전자 남성 A씨를 현장서 검거했으며 통증을 호소해 일단 병원으로 이송했다. 차량에 함께 타고 있던 운전자의 아내 60대 여성도 병원으로 이송됐다. 정용우 남대문경찰서 교통과장은 이날 현장 브리핑서 “운전자도 다쳤기 때문에 아직 조사를 진행하지 못했다”며 “진술이 가능한 시점에 조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음주 여부에 대한 기초적인 조사를 했는데 음주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고 경위와 원인에 대해 운전자 진술과 CCTV, 블랙박스 등을 토대로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사고 경위에 대해 A씨와 그의 아내 B씨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다. A씨는 사고 다음 날 <조선일보>와 인터뷰서 “호텔 행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차량 상태가 좀 이상했다”며 “내가 운전을 하기 때문에 이를 알아챌 수 있었다. 갑자기 튀어 나갔다”고 주장했다. 교차로서 9명 사망 7명 부상 커지는 의문, 밝혀지는 정황 게다가 A씨는 사고 이후 자신의 직장인 버스 운수업체 관계자에게 전화 걸어 “사고가 나서 이튿날(2일) 출근을 못 할 것 같다”고 사정을 이야기하며 급발진에 대한 언급을 하기도 했다. 남대문경찰서에 따르면 B씨도 “제동장치가 안 들은 것 같다”고 1차 진술 때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과장은 급발진에 대해 “현재까지 피의자 측 진술뿐”이라며 “추가 확인을 위해서 차량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감식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국 국과수 차량 감식 결과가 사고 원인 규명과 급발진 여부를 파악할 열쇠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과수의 차량 사고기록장치(EDR) 분석에는 통상적으로 1∼2개월가량 소요된다. 이 때문에 급발진이 맞는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은 계속 커지고 있다. EDR은 사고 직전 5초간 차가 어떻게 작동했는지 기록하는 장치다. 급발진으로 브레이크가 듣지 않고 급가속하면, EDR에는 차량 가속페달이 조작되고 브레이크가 조작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운전자가 직접 밟았는지 아닌지는 판단할 수 없다. 목격자 증언과 주변 폐쇄회로(CCTV) 정황으로는 급발진이 아니라는 데 힘이 실리고 있다. 인근 상인들은 “웨스틴조선호텔서 나오면 자연스레 우회전할 수밖에 없는 도로 구조”라며 “길 건너편으로 역주행하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일부 목격자들은 급발진 차량 특유의 회피 동작 징후를 보이지 않고 횡단보도로 돌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급발진 사고는 대체로 차량이나 사람을 치지 않으려는 회피 동작을 하는데 가해 차량에서는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1~2달 뒤 EDR 발표 CCTV서 가해 차량은 뭔가에 추돌한 후 멈춘 것이 아니라 사람을 친 후 스스로 멈추는 장면도 포착됐다. 사고 목격자 C씨도 “급발진할 때는 발진이 끝날 때까지 박아야 했는데 그 자리서 딱 멈췄다”고 주장했다. 또 주변 CCTV를 분석한 결과 사고 차량이 역주행할 때 보조브레이크등이 켜지지 않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장치를 거치지 않고 브레이크와 바로 연결된 브레이크등은 페달을 밟으면 바로 점등되는 구조여서 급발진과 오조작을 간접적으로 증명할 유용한 방법으로 꼽힌다. 보통 브레이크를 밟으면 브레이크등(후미등)과 보조브레이크등이 모두 켜진다. 다만 후미등은 야간 주행 시에도 켜지기 때문에 감속했는지를 보려면 보조브레이크등의 점등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그러나 차씨의 차량은 호텔 주차장서 나와 역주행 후 사고로 이어지기까지 보조브레이크등이 켜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자동차가 급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생기는 타이어의 미끄러진 흔적인 스키드마크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급발진이 아니라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당초 남대문경찰서는 지난 3일 오후 2시경 시청역 역주행 대형 교통사고와 관련해 2차 브리핑을 열었다. 당시 정 과장은 ‘현장서 스키드마크가 발견됐느냐’는 질문에 “(차량의)마지막 정차 지점과 사고 지점서 스키드마크를 확보했다”며 “스키드마크는 제동 장치가 작동해야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브리핑이 종료된 뒤 30분 만에 경찰은 발언을 뒤집었다. 노면에 남은 유류물 흔적을 스키드마크로 착각했다는 것이다. 당황한 목소리? 경찰은 “현장에 스키드마크는 아예 없었다”며 “(노면에 남은 타이어 자국은)유류물 흔적이며, 이는 부동액이나 엔진오일 냉각수가 흐르면 나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실제 사고 지점서 교통섬 방향으로 기름이 묻은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색 타이어 자국이 남아있을 뿐, 스키드마크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스키드마크는 자동차가 제동하기 전의 주행속도를 알 수 있는 등 교통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특히 이번 사고와 관련해 가해 차량 운전자가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서 스키드마크는 제동장치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가능성이 큰 상황인데 스키드마크도 발견되지 않은 것이다. 가해 차량의 블랙박스에서는 통상 급발진일 때의 긴박한 오디오도 찾아볼 수 없었다. 통상 급발진 의심 사고 차량의 블랙박스에는 ‘차가 왜 이러느냐’ ‘멈출 수 없다. 어떻게 하냐’ 등처럼 운전자나 동승자의 당황한 목소리가 담긴다. 그런데 가해 차량의 블랙박스에선 이같은 음성이 들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B씨는 사고 직전까지 별다른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이를 두고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서 “급발진 여부를 판단하려면 오디오가 담긴 블랙박스 영상이 중요하다”며 “‘이 차 미쳤어’ 이런 생생한 오디오가 없으면 꽝”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정황에 전문가들도 사실상 급발진일 확률은 없다고 보고 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서 시청역 사고의 급발진 가능성을 묻는 말에 “일단 급발진 가능성은 저는 0%에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염 교수는 “급발진은 급가속이 이뤄진 후 구조물을 추돌 또는 충돌하지 않는 이상 멈추지 않는다. 보통 급발진 차량들은 차량의 전자장치 이상으로 인해서 속도에 오히려 가속이 붙고, 속도가 줄어든다든지 운전자가 통제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다시 전환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영상을 봤는데(가해 차량이) 아주 속도를 서서히 낮춰서 정확하게 정지했던 장면이 보였다”고 말했다. 급발진 여부 놓고 갑론을박 홧김에? 고의 사고 의혹도 염 교수는 “(급발진의 경우)브레이크가 밟아지지 않아 제동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가속이 붙기 때문에 요리조리 차량과 보행자를 피하려다가 어떤 구조물에 받혀서 속도가 멈추는 상황(이 대부분)”이라며 “운전자가 주장하는 급발진이라고 가정을 한다면 차량이 아마 더 가속하고 더 나아갔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 가능성이 있지만, 차량이 역주행 진입을 해버려 당황한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 페달을 헷갈려서 과속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동승자와의 다툼으로 운전자가 홧김에(가속에) 들어가는 그런 경우들도 과거에 종종 있었기 때문에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급발진 여부 조사에)최소 일주일 이상 소요될 것”이라며 “급발진 차량 결함 여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2002년 한국 첫 자동차 정비 명장으로 선정된 박병일 박앤장기술로펌차량기술연구소 대표는 “사고 크기와 상태, 충격의 정도를 보면 급발진의 가능성이 꽤 높다”고 분석했다. 박 대표는 “급발진해 분당 회전수(RPM)가 급상승하면 브레이크를 밟아도 차량이 밀린다”며 “요즘 차량에 쓰이는 전자식 브레이크는 기계식처럼 작동하는 게 아니라 전자적 결함이 발생하면 브레이크가 강하게 듣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도 “급발진이 아니라고 100% 장담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급발진은 전자제어의 이상으로 발생하는데, 이상이 발생했다가 충돌로 인해 없어질 수도 있다”며 “예전 사례를 보면 어딘가에 부딪친 뒤 급발진하는 차량도 있고, 그 반대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사고처럼 정지하는 모습은 급발진 가능성을 줄이는 것으로 운전자의 주장에는 매우 불리한 정황”이라고 덧붙였다. 한 누리꾼이 직장인 커뮤니티에 “부부싸움으로 인한 홧김 풀악셀 맞다. 호텔서부터 싸웠고, 호텔 CCTV에도 고스란히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찰서도(증거 CCTV 영상을) 가져갔다”고 적으면서 고의 사고 의혹도 불거졌다. 경찰은 부부가 사고 전 머물렀던 호텔서 싸우는 CCTV의 영상이 실제로 있는지 확인한다는 입장이다. 급부상한 부부싸움 정 과장은 고의사고 의혹에 대해 지난 3일 브리핑서 “시청 교차로 교통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구체적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며 “관련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확인되지 않은 내용의 보도로 사실 왜곡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유의 부탁드린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은 법원서 기각됐다. 경찰에 따르면 법원은 “(피의자가)출석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있다거나 체포의 필요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A씨가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으며 경찰의 근거리 신변 보호를 받는 점 등을 들어 체포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