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범죄도시 4’ 뉴 빌런 김무열

이번엔 이성적인 나쁜 놈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에서 이름을 알린 김무열이 <범죄도시 4>로 돌아왔다. 여러 방송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았지만 ‘1000만 배우’를 달성한 적은 없다. 배우 마동석과는 영화 <악인전>으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여러 액션 영화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던 김무열이 <범죄도시 4>로 1000만 배우가 될 수 있을까? 

김무열은 2002년 <짱따>를 발판으로 <지하철 1호선> <쓰릴미> <김종욱 찾기> 등을 거치며 ‘뮤지컬계 아이돌’로 떠올랐다. 본인은 이 표현을 상당히 쑥스러워한다. 그러나 2019년 칸에 오르며 그의 진가가 확인되기 시작했다. 

야누스 얼굴
실력파 배우

김무열은 지난 1999년 영화 <사이간>으로 데뷔, 스크린과 뮤지컬 무대, 안방극장까지 모두 섭렵한 실력파 배우다. 특히 그는 연예계 대표적인 야누스의 얼굴을 가진 연기자로, 다수의 작품서 선과 악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자신만의 입지를 굳혀왔다.

최근엔 넷플릭스 <스위트홈 2> 영화 <정직한 후보> 시리즈서 투철한 직업 정신의 캐릭터로 이목을 끈 반면, 악역도 어마무시하게 소화해내며 흥미로운 필모그래피를 써내려가고 있다.

악역도 마냥 악랄한 게 아닌, 작품마다 변주를 주며 지켜보는 재미를 안겼다. 대표적으론 드라마 <일지매>의 얄미운 악역을 시작으로 영화 <은교>의 비열한 빌런을 거쳐 영화 <보이스>의 보이스피싱 범죄자 등이 있다. <보이스>는 스스로도 “나도 때려죽이고 싶은 악역”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극악무도한 변신을 보여주며 관객들을 놀라게 했던 바 있다.


김무열은 <은교>서 잠재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스승이 질투할 정도의 재능을 가진 젊은 작가 지우역을 맡았던 그는 기자와 한 인터뷰서 “일상 자체를 시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작품 준비를 위해 일상서도 캐릭터에 푹 빠지는 그의 패턴은 이후에도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영화 <연평해전> <기억의 밤> <머니백> <인랑>을 비롯해 TV 단막극 등 크고 작은 작품을 두루 경험하며 그는 본인이 출연했던 영화서 최선을 다했다. 

김무열은 “<은교>를 통해 배운 건, 배우로서 내 한계점이 있다는 걸 인식하면서 그 안에서 발버둥을 치기도 했지만 결국 그 순간을 사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연기에 만족하는지 못하는지는 다음 문제 같다. 결국은 정공법밖에 답이 없더라”며 “대본을 여러 번 읽고, 다른 배우와 호흡하며 감독님과 그때그때 얘기하며 잡아갔다. 대사가 입에서 잘 안 나올 때마다 물어봤다.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짚었다”고 말했다. 

다른 배우들이 칸영화제 초청 소감에 대해 재치 있게 말할 때도 그는 “영화를 존중하는 관객을 보며 나 역시 그 이상으로 제 작품을 존중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아내이자 동료 ‘윤승아와 함께 칸에 왔느냐’는 다른 취재진의 질문에도 “아무래도 영화로 여기에 왔고, 저 혼자가 아닌 팀으로 다 함께 왔으며, 이곳에 오지 못한 <악인전> 스태프 분들도 계시다”며 “함께 이곳에 있지 못한 분들께 죄송한 마음인 만큼 영화가 더 조명받길 원한다. 와이프에 대해 길게 말씀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정중하게 답했다. 

1999년 데뷔 뮤지컬·안방극장 활약
<악인전> 호흡 맞춘 마동석과 재회

김무열은 <악인전>서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실제 형사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운동으로 예쁘게 가꾸는 몸이 아닌 치열한 삶이 빚어내는 ‘생활형 근육’을 만드는 등 치밀한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노력으로 정태석을 한결 더 매력적인 캐릭터로 구축해냈으며 마동석과 함께 극에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김무열은 영화, TV, 뮤지컬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넓은 활동 영역을 토대로 캐릭터 표현의 진폭이 큰 배우로서 그 입지를 굳혔다. 특히 한 가지 이미지에 국한되지 않고, 스스로를 자유롭게 변주하며 작품 속 다양한 인물을 소화해내 업계와 대중에게 신뢰를 쌓아왔다.

<악인전>의 첫 공식 상영이 있던 날은 그의 생일이기도 했다. 연출을 맡은 이원태 감독의 큰 그림이었다고 재치 있게 심경을 전하기도 했지만, 그에 앞서 그는 어머니를 언급했다. 

김무열은 “어찌하다 보니 생일날 상영하게 됐는데 누가 마이크를 들이대면 뭐라 말할까 고민도 했는데 제 생애 최고 생일이라는 말밖에 할 게 없더라. 생일은 제가 축하받기보다는 어머니께 더 감사드려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를 대신해 성인이 되자마자 실질적 가장 역할을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직후 그는 너무 힘들었던 심경을 기자에게 고백하며 “돈이 전부라고 생각했을 때 의지했던 유일한 존재가 어머니였다. 대학로서 연극할 때 어머니가 옆집서 차비를 꿔서 주시곤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지금까지 당연하게 연기할 수 있던 건 어머니 덕이다. 날 그나마 아름다운 사람으로 만든 게 어머니”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무열의 모친은 소설가 박민형씨. <은교> 당시 김무열은 어머니와 시를 문자로 주고받으며 문학의 힘에 대해 새삼 체감했다고 회상했다. 

<악인전>도 그렇다. 설정만 놓고 보면 그간 한국영화서 무수히 재생산된 누아르 및 범죄물이지만 깡패 같아 보이는 형사 태석역을 그가 맡으며 질감이 달라졌다. 체중도 15kg 늘렸다. 김무열이 체중을 늘렸다면 김성규는 10kg 감량했다. <악인전>서 그가 맡은 연쇄살인범 K는 극 초반부터 등장해 관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더 매력적인 
캐릭터 구축

오는 24일 개봉하는 영화 <범죄도시 4>서 김무열은 대규모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을 움직이는 특수부대 용병 출신 빌런 백창기역을 맡았다. 김무열과 마동석은 영화 <악인전>에 이어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추게 됐다. 이번 <범죄도시4> 출연도 마동석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김무열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서 “<범죄도시>가 시리즈화될 거라고 생각 못했다. 영화를 재미있게 봐서 나도 어떤 역할이든 재미있게 했을 거라고 생각하며 아쉬웠는데, 마동석 형의 선구안과 추진력이 대단한 것 같다”며 “4편 제안이 왔을 때 무슨 역할을 주든 잘해낼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바로 답은 안 했지만, 내심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백창기는 오히려 대본을 보니까 어렵더라. 어떻게 그려내야 할지 막막했다. 행동은 분명한데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라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 같았다. 그렇지만 형에 대한 믿음으로 출연했다”고 설명했다.

배우이자 제작자로 함께한 마동석에 대해선 “훌륭한 연기자라는 걸 알게 됐고 상대 배우로 연기할 때 느껴지는 것도 훌륭하다. 배우 외에도 작품을 제작하고 기획하는 아이디어도 많고 끊임없이 탐구한다”며 “작가들을 만나서 늘 소재거리를 찾아 이야기를 나누고 만들어본다”고 언급했다.

이어 “촬영할 때도 한두 시간 자고 나온다. 다음날 찍은 장면을 고민해서 나온다. <범죄도시> 시리즈 장점 중 하나가 애드리브인지 아닌지 선이 모호한 대사들인데, 늘 아이디어를 짜고 기획해서 온다. 새벽 3시 반쯤에 다음 날 찍을 장면에 대해서 문자가 온다. 그 정도로 열심히 하는 분을 많이 못봤다”고 치켜세웠다.


그는 “이전 빌런들이 악으로 깡으로 분노했다면 백창기는 최대한 감추고 억누르는 인물 같았다. 그동안 빌런 가운데 가장 이성적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는, 생존에 최적화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며 “영화를 본 지인들이 살쾡이 같은 형형한 눈빛이 좋았다고 하더라. 사선을 넘나들면서 살아남았고, 이 사람 입장서 기회라고 포착되는 장면들서 그런 느낌을 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반응을 보고 그건 성공했구나 싶다”고 평가했다.

<범죄도시>
세계관으로

그러면서 “20대 때 단검을 쓰는 칼리아르니스란 무술을 배운 경험이 있다.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아는 상태였다. <범죄도시 4> 촬영 전에 <스위트홈> 시리즈를 촬영했는데 거긴 특수부대 중사 역할을 해서 근접 격투 세미나도 받고 훈련도 했다. 의도치 않게 맥락이 맞아떨어져서 크게 힘들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김무열은 “이전 빌런들과 차별점을 당연히 생각했는데, 그것에 매몰되면 안 된다. 좋은 걸 가져갈 수도 있고 단점은 배제할 수도 있고 영리하게 해보려고 했다. 그런 데이터가 있다는 건 제게 좋은 거지 않나. 그래서 장점으로 가져오려고 했다. 그런 것에 신경을 쓰고 매몰되기보다 상대 배우와 호흡을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지환, 이동휘, 김민재, 이지훈 등 같이 한다고 해서 제가 하는 작업이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건 맞는데 더 중요한 건 공동 작업이다.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며 “캐릭터에 매몰돼 먼저 생각하기 시작하면 엇나갈 수 있다. <범죄도시> 세계관을 지키면서, 그 세계관 안에 녹아들어야 하고 기존 배우들과 호흡도 중요했다. 그런 배우들과 호흡, 상대와 어떤 식으로 만들어 갈지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마동석도 김무열에 대해 언론 인터뷰서 “그만큼 액션을 난이도 있게 동작을 할 수 있는 배우들이 많이 없다. 배워서 하는 것과 몸을 잘 쓰는 사람과 하는 게 다르다”며 “김무열은 연기도 훌륭하고 그런 액션도 할 수 있는 배우라 생각하고 있었고 너무 고맙게 해준다고 해서 굉장히 고마웠다”고 설명했다.


마동석은 신선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사실 모든 배우를 캐스팅할 때 모든 다양한 방면의 우려가 있었다. 1편 윤계상의 캐스팅도 말이 많았고 2편의 손석구는 더 많았고, 3편은 이준혁이 할 때도 많았고 그런데 우리가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이렇게 하면 이 역할이 새로운 느낌이 들 수 있겠다는 배우들을 시도하고 접촉하는 거라, 그 앞에 전에 있는 배우나 누구를 염두에 두고 하는 건 없다”고 말했다.

마동석은 앞서 윤계상을 호랑이, 손석구를 사자, 이준혁을 늑대 등에 비유한 바 있다. 그는 김무열에 대해서도 비유해달라는 말에 “굉장히 날렵하고 검은, 다크한 느낌이 난다. (김무열은)표정도 별로 없다. 그렇게 느끼니까 흑표범 같은 느낌이 있었다. 실제 액션할 때 찍은 거 보고 흑표범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답했다.

대규모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
특수부대 용병 출신 백창기역

그러면서 “굉장히 날렵하고 파워있고 그런 동작을 한 테이크로 해내고 본인이 직접 날아다니기 쉽지 않은데 제가 무열이 잘하는 거 알고 캐스팅했으니 내가 잘한 것”이라고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한편 김무열은 배우 윤승아와 결혼 8년 만인 지난해 6월 건강한 아들을 품에 안았다. 그는 “믿기지 않는다. 아들을 보고 있으면 아직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것 같다. 아들이 자는 모습만 봐도 신기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이 누구를 더 닮았는지 묻자 “제가 아침에 잘 붓는 스타일인데, 아들도 아침에 일어나면 부어 있다(웃음). 엎드려서 자다 보니 더 붓는 것 같다. 오전에 보면 저를 닮았고, 오후에는 아내와 더 닮은 것 같다”고 전했다.

아빠가 된 소감을 묻자 “현장서 일할 때 아들이 보고 싶고 생각이 난다. 이전에는 내가 하는 연기가 아버지로서의 책임감으로 연결된다는 생각은 못했다. 최근 뉴스에 나간 적이 있는데, 어머님이랑 장모님이랑 가족들이 다 같이 모여서 봤는데 아들도 같이 봤다고 하더라”며 “생애 첫 TV 시청이었다. 아빠 목소리가 나오니까 신기해했다고 하더라. 그때 연기뿐만 아니라 사람으로서 앞으로 어떻게 잘 살아나갈지 생각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내도 영화를 재미있게 봤고 잘될 것 같다고 해주더라. 저도 잘됐으면 좋겠다”면서도 “1000만 이야기가 나오는 건 입에 오르는 것도 그렇고 조심스럽다. 요즘 날씨도 좋고 힘든 분들도 많은데, <범죄도시>를 보는 동안이라도 마석도 등에 엎혀서 그런 걸 잠깐이나마 잊었으면 좋겠다. 마동석 형님이 <범죄도시>는 ‘엔터테이닝’이라고 말한 것처럼 많이 즐겼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김무열과 윤승아의 연애 스토리는 유명하다. 시작은 윤승아였다. 김무열이 2009년에 출연한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보고 첫눈에 반한 것. 윤승아는 “엄청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며 지인인 배다해에게 김무열에 대한 호감을 표하며 “혹시 그가 싱글이면 소개시켜달라”고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윤승아가 자신에게 관심있다는 얘기를 들은 김무열도 인터넷에 그녀를 직접 검색했다가 한눈에 반했고, 윤승아에게 만나자고 연락했다. 우여곡절 끝에 해외 일정을 앞두고 출국 직전에 만난 두 사람. 김무열은 실제로 윤승아를 만난 뒤 미모에 반했고, 두 사람의 연애가 시작됐다.

지금은 
육아 중

비밀스럽게 연애를 이어갔던 두 사람이었지만, 김무열의 트위터 글이 세간에 공개되면서 사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김무열이 새벽에 술에 취해 윤승아에게만 보내려던 메시지를 모두가 볼 수 있게 보내고 만 것이다. 김무열의 감성 가득한 고백은 큰 화제를 모았고, 촬영 중이던 윤승아는 뒤늦게 소식을 접했다. 실수로 사귄다는 게 알려졌지만, 윤승아는 쿨하게 받아들였고 두 사람은 연인임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후 결혼한 후 알콩달콩 잘살고 있는 이들은 많은 이의 워너비 부부로 손꼽히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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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