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0주기> 풀리지 않은 사찰 의혹

그날의 진실은 그냥 그대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4·16 세월호 참사가 어느덧 10주기를 맞았다. 그간 법과 제도에 변화가 생겼으나 ‘정확한 진실’은 드러난 바 없다. 책임자 처벌은 민간에만 집중됐다. 세월호 유가족 사찰 의혹도 조용한 건 마찬가지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기무사 간부들 대부분은 윤석열정부서 사면됐다. 심지어 복권된 인사도 있다. 윤정부가 앞장서서 면죄부를 던져준 꼴이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형사 책임을 묻는 사법부 판단은 지난해 모두 마무리됐다.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유죄가 인정된 정부 측 관계자는 단 한 명이다. 유가족 사찰 의혹을 받는 기무사 간부들도 유죄를 받았다. 그러나 윤석열정부가 사면·복권 처리하면서 유족들과 시민단체가 함께 노력한 10년의 세월은 수포로 돌아갔다.

정보당국 공개
안 하는 이유

검찰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 단장 임관혁 현 대전고검장)은 2020년부터 1년 넘게 세월호 참사를 수사했다. 해경 지휘부의 구조 실패와 박근혜정부 청와대의 진상규명 방해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 했으나 사실상 실패했다. 10여개가 넘는 의혹 사건들을 무혐의 처분한 것이다.

인명구조에 실패한 해경을 수사한 검찰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받는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서도 특수단은 “(외압)지시가 있었는지 여부를 단정하기 어렵다”며 ‘혐의 없음’ 결론을 내렸다. 참사 당일 발견 후 신속하게 이송되지 않아 사망했다는 고 임경빈군 구조 방기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은 사실이 아니라고 봤다.

특수단은 크게 ▲세월호 침몰 원인 ▲해경 구조 책임 ▲진상규명 방해 ▲증거 조작 은폐 ▲정보기관 사찰 등으로 사건 유형을 나눠 수사해 왔는데, 이와 관련된 17가지 의혹 사건 중 12개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법무부의 수사외압 의혹 사건도 여기에 포함됐다. 해당 사건은 2014년 7월 광주지검이 세월호 사건 현장서 인명 구조에 실패한 목포해경 소속 김경일 전 해경123 정장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려 하자, 법무부가 ‘해당 혐의는 빼고 영장을 청구하라’는 취지로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골자였다.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황 전 대표는 “법무부 검찰국으로부터 123정장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 대해 법리검토와 보완조사가 필요하다는 보고를 들었을 뿐, 해당 혐의가 구속영장 청구 과정서 제외된 경위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아는 바가 없다”고 해명했다.

우 전 수석도 “청와대 민정수석실서 법무부나 대검 등에 의견을 제시한 게 없었다”고 주장했다.

특수단은 여론의 공분을 샀던 임군 구조 방기 의혹도 상당 부분 사실이 아니라고 봤다. 이 의혹은 참사 당일 구조된 임군이 생존해 있었음에도, 해경이 헬기를 이용해 신속히 병원으로 옮기는 대신 함정으로 ‘지연 이송’해 임군을 사실상 숨지게 했다는 내용이다.

특수단 수사 불구 10개 넘는 의혹 무혐의
청와대 직접 개입 물적 증거는 확보 못해

특수단은 “해경 지휘부의 지시, 승인에 따라 임군이 헬기가 아닌 일반 함정으로 병원에 이송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임군이 구조 당시 이미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임군을 처음 발견한 해경이 ‘구조 당시 얼굴은 물속에 잠겨있었고, 몸이 이미 굳어있었다’고 진술한 점, 발견 당시 해경 문자 대화방 등에서 피해자를 ‘시신’으로 지칭한 점 등을 그 근거로 들었다.

참사 후 기무사가 세월호 유족을 사찰했다는 의혹도 무혐의 처분됐다. 특수단은 해당 의혹으로 유가족들에게 고소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기무사로부터 세월호 유가족들의 동향이 일부 기재된 보고서를 받아본 사실은 인정됐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청와대와 국방부서 세월호 유가족 사찰을 지시, 논의하거나 보고받은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피의자들에게 대면 보고한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 사망해 구체적인 보고, 지시 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전 비서실장은 참사 관련 감사원 감사를 중단시키는 등 무마 행위를 했다는 의혹, 참사 인지 시점을 거짓으로 밝혔다는 의혹 등도 받았지만, 모두 무혐의로 결론 났다. 국정원의 세월호 유가족 사찰 의혹도 마찬가지다.

특수단이 기무사 간부들을 무혐의 처분했으나 대부분 1심서 직권남용죄가 인정됐다. 법원은 이 전 사령관이 불법 사찰을 지시했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특수단이 무혐의를 내린 것은 사찰 전반이 아니라 직권남용죄와 별도인 권리행사방해죄 등의 부분이다.

미심쩍은
‘무혐의’

법조계에 따르면 기무사에 설치된 ‘세월호 TF’라는 사찰 조직을 지휘·감독한 혐의(직권남용)로 재판에 넘겨진 기무사 간부 4명은 모두 1심서 유죄를 받았다. 소강원 전 기무사 610기무부대장, 김병철 전 기무사 310부대장의 1심 판결문을 보면,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2019년 12월 소 전 부대장에게 징역 1년 실형을, 김 전 부대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보통군사법원은 소 전 부대장 등에게 유족 사찰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손정수 전 기무사1처장(세월호 TF장), 박태규 전 기무사 1처1차장(세월호 TF 현장지원팀장)에게도 유죄를 선고했다. 이 전 사령관에게 유족 사찰을 지시받은 김대열 전 기무사 참모장은 지영관 전 기무사 참모장과 함께 항소심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에 사실오인·법리 오해가 없고, 양형 요소도 1심서 충분히 고려해 당초 선고된 형량이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방어권 보장 등을 위해 보석을 취소하지는 않겠다”며 두 사람에 대한 법정구속을 면제했다. 이들은 2020년 10월 1심 선고 직후 법정구속된 뒤 올해 3월 항소심 도중 보석으로 석방됐다.

이들은 기무사 참모장 시절 휘하 부대원들이 세월호 유족 등 민간인의 정치적 성향과 경제적 형편을 수집하도록 지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기무사는 관련법에 따라 군사와 관련 없는 정보를 수집할 수 없다.

김 전 참모장은 경찰서 제공된 정보를 재향군인회 등에 전달해 집회 장소를 선점하거나 이른바 ‘맞불집회’를 개최하도록 한 혐의도 적용됐다. 지 전 참모장은 사드(THAAD) 배치에 찬성하고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여론을 조성하도록 기무사를 지휘하고 예산 3000만원을 지원한 혐의가 있다.

“사찰 행위
존재했다”

특수단이 무혐의 처분한 것은 1심이 유죄판단을 내린 직권남용죄가 아니라 유족이 추가로 고소한 권리행사방해죄 등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국방부 보통검찰부는 2018년 6월 기무사 간부들이 부대원들에게 유족 사찰이라는 의무 없는 일을 지시했다고 보고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했다. 같은 해 12월 이 전 사령관이 수사 중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졌다. 이 전 사령관에게 사찰 지시를 받은 김 전 참모장 등 5명만 재판에 넘겨져 4명은 1심서 유죄를 받았다.


재판부는 “사령관 이재수는 부대원들에게 세월호 TF를 구성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을 지시했고, 이에 따라 2014년 4월28일부터 참모장 김대열을 TF장으로 한 세월호 TF가 운영되기 시작했다”며 “세월호 TF에서는 수시로 예하 기무부대를 상대로 실종자 가족들의 분위기나 특이 여론 등을 추가로 파악해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고 했다.

또 “(기무사 사찰 등이)실종자 가족들의 사생활과 비밀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초래했다”고 판시했다.

윤석열정부는 기무사 간부들의 혐의가 인정됐음에도 설 명절 특별사면 때 김 전 참모장과 지 전 참모장을 봐줬다. 소장(전 기무사 참모장)은 잔형 집행정지와 더불어 복권 처분을 받았다. 소 전 부대장은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 당시 사면됐는데, 복권까지 됐다.

정부는 이들에 대한 사면·복권 이유로 “과거 잘못된 관행에 따른 직무수행으로 처벌된 전직 주요 공직자 등을 사면함으로써 갈등 극복과 화해를 통한 국민통합을 도모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기무사 간부들 혐의 인정…정부는 봐주기
논란 중심 국정원 수집 정보공개 비협조?

국정원은 유족 사찰 의혹과 관련해 문건 공개를 미루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서울 중구 세월호 기억공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무사가 자행한 세월호 참사 피해자에 대한 사찰은 직권남용으로 기소돼 6인 이상이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 사찰은 국정원의 비협조로 제대로 된 수사도, 조사도 못한 채 여전히 사회적으로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는 2022년 9월부터 총 3년6개월의 세월호 참사 조사활동 결과를 종합한 보고서와 백서를 발행하면서 공식적인 활동을 종료했다.

당시 사참위 보고서에 따르면, 국정원은 세월호 참사 발생 당일인 2014년 4월16일부터 2017년까지 최소 3년 이상 피해 가족들과 촛불을 드는 시민들과 시민사회단체, 네티즌과 언론을 감시·사찰해 동향을 파악해 보고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종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독립적인 조사 기구인 사참위 조사에 국정원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 수집한 68만건의 자료 중 겨우 2000여건만 제공하는 등 제대로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고, 해군은 아예 자료를 제공하지도 않아 사참위 조사활동을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이 준 권력과 권한으로 오히려 국민을 감시하고 미행하고 사찰하는 국가의 정보기관들은 정권 유지와 참사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권력의 하수인이 되는 이런 불법적인 행위를 중단하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라”며 “지금까지 불법적으로 수집한 정보를 당사자에게 즉각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정부가
면죄부

오민애 민변 세월호 대응 TF 변호사는 “국정원 개혁위서도 세월호 참사 피해자와 시민들에 대한 사찰이 직무 범위를 벗어난 것이기 때문에 징계 여부를 검토하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권고했지만, 지금까지 달라진 것은 없다”며 “세월호 참사의 피해자와 전 특조위원과 조사관, 시민사회 단체 등이 당사자가 돼 국정원서 수집한 개인 관련 혹은 단체 관련 정보와 생산하거나 보고받은 정보의 공개를 청구한다”고 밝혔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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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