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윤석열 리더십 막전막후

바람 앞에 등불…진짜 내보내나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아직 임기가 절반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당에서 출당을 요구한다. 의지할 곳 하나 없는 대통령의 모습이 쓸쓸하게 느껴진다. 이런 소리를 듣고서도 내부 분란을 우려해 일단 대통령실은 참고 있지만, 속에서는 부글부글 끓는 모습이다. 재빨리 탈출구를 찾아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과연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까?

의대 정원 증원을 두고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 간 엇박자가 났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의료개혁과 관련해 담화문을 발표했다. 담화문에는 의료 공백 사태에 관한 해법이 제시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정기조를 바꿀 생각이 전혀 없다는 의지만 드러냈다. 

사실상 2000명 증원의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셈이다. 담화문 발표가 있던 날 한 비대위원장은 즉시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어깃장을 놨다. 의대 증원 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러자 대통령실도 “절대적 수치가 아니다”라는 해명을 내놨다. 

레임덕? 
데드덕?

벌써 3번째 강 대 강 매치다. 총선 국면인 터라, 대통령실이 오히려 확전을 자제하는 분위기지만 전운이 감돈다. 이처럼 최근 한 비대위원장과 윤 대통령이 사사건건 맞붙는 요소들이 발생하고 있다. 처음에는 한 비대위원장의 활동이 국민의힘 상승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한 비대위원장의 대결 구도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선거전 국면에 들어서면서 점차 갈등이 수면으로 올랐다. 


그러자 윤 대통령의 리더십이 흔들린다는 평가가 나왔다. 총선에 나선 국민의힘 후보 몇몇은 윤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가장 먼저 운을 띄운 이는 부산 북갑에 출마한 서병수 후보다. 서 후보는 윤 대통령이 자기 반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 비대위원장의 측근으로 활약하고 있는 김경률 비대위원은 한 방송에 출연해 “민심을 얻기 위해 파열도, 파국도 마다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남 김해을에 출마한 조해진 후보도 지난달 31일, 시국 기자회견을 열고 “이대로 가면 국민의힘의 참패고, 대한민국은 망한다. 윤 대통령이 국민에게 무릎을 꿇는 게 살 길”이라며 윤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다. 조 후보는 “윤 대통령이 국민을 실망시키고 분노하게 했다. 오만과 독선으로 불통의 모습을 보였고, 정치를 파당적으로 했으며, 국정과제에 혼란을 초래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왔다”고 타박했다. 

마포을에 출마한 함운경 후보도 윤 대통령을 향해 공개적으로 탈당을 요구했다. 

함 후보는 “더 이상 윤 대통령에게 기대할 바가 없다”며 “행정과 관치의 논리에 집착하려면 거추장스러운 국민의힘 당원직을 이탈해달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후 하루 만에 입장을 철회하기는 했지만, 아무리 선거 국면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22대 총선서 다시 김 여사 특검법
경제부처 개각 통해 지지 회복해야 

민주당서 당적을 옮겨 같은(대전 유성을) 지역구에 출마한 이상민 국민의힘 후보도 “윤 대통령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국민 앞에 고해성사할 필요가 있다”고 직격하기도 했다.


그만큼 윤 대통령을 향한 당내 불만이 상당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일단 여권 인사들 중 일부 요구인 만큼 총선 이후 해당 안건을 두고 당 안팎이 상당히 시끄러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응을 시작할 경우, 대통령의 리스크가 더욱 확전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치권에 따르면 일각에서는 총선 이후 윤 대통령에게 출당을 요구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윤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는 자신의 SNS에 “대통령의 탈당 요구는 특정 세력의 당권 장악을 위한 것”이라며 “그들이 윤 대통령을 무참히 쫓아내려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여러 실책을 범해왔다. 김건희 여사에 관한 리스크는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했다. 김 여사가 공식적인 행보를 재개하지 않은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의도적으로 주목을 피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실제로 지난해 12월15일 네덜란드 방문 이후 아예 모습을 감췄다. 

현재 김 여사에게 제기된 의혹은 크게 두 가지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및 명품백 수수다. 민주당은 선거전에서 이를 활용 중인데 선거 이후에도 김 여사를 향한 공격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두 리스크를 방어해오기에만 급급했으나, 이제는 답을 내놔야 할 시기다. 윤 대통령의 탈당 주장이 나오자, 친윤(친 윤석열) 세력은 곧바로 방어하는 자세를 보였다. 

대표적인 친윤으로 분류되는 권성동 의원은 자중하라며 강한 어조로 경고장을 날렸다. 총선을 앞두고 리스크가 확전된다면 국민의힘은 또다시 분열의 길을 걷게 되고, 결국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고배를 마실 수 있다. 

현재 대구·경북(TK)와 부산·경남(PK)서도 윤 대통령을 향한 지지율이 흔들리는 중이다. ‘보수의 성지’나 다름없는 곳에서 이 같은 모습을 보일 경우, 이번 총선은 필패할 수밖에 없다. 

당에서도
탈당 요구

부산시 수영구는 국민의힘을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나선 장예찬 후보와 국민의힘 정연욱 후보와 표 갈림 현상도 감지된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았다면, 이 같은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겠으나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표가 갈릴 수 밖에 없다.

한동훈이냐, 윤석열이냐를 두고 갈림길에 선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덕분에 민주당 유동철 후보는 1위를 질주 중이다. 

이번 총선은 윤석열정부의 중간 평가격으로 치러지는데, 상황은 자꾸 윤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흘러간다. 위기가 반복되자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과 거리두기하려는 모습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취임 2주년까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달라진 게 딱히 없다. 공정과 상식이라는 간결하고 뚜렷한 메시지는 자신에게는 예외로 적용됐다. 

윤 대통령은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노동개혁과 건전재정 기조 확립, 사교육 카르텔 혁파 등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문제는 운을 띄우는 데 그쳤다는 점인데, 문제는 구체적인 방안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선, 담화 당시 “내용이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해왔다”며 자평에 그쳤다. 

벌써부터 국민의힘은 총선서 패배 시 윤 대통령에게 잘못이 있다는 식으로 몰아가기 위한 여러 흔적들이 곳곳서 비친다. 이런 구조는 한 비대위원장에게 유리해진다. 기존의 당과 정부의 수직적 관계를 탈피했다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고, 윤 대통령의 하락에 따른 반사이익을 챙기기가 쉬워진다.

정권 초부터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달라져야 한다고 경고해 왔다. 

여전히
갈등 조짐

그의 기치는 여전하다. 한번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든 사안은 주변서 아무리 잘못됐다고 해도 변함없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 결국 한 발 물러난 때가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의 사퇴와 황상무 전 사회수석의 사퇴 때다. 


이런 탓에 총선 결과와 상관없이 친윤과 친한(친 한동훈) 세력은 또다시 갈라설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불리한 쪽은 친윤 세력이다. 친윤 세력은 공천 과정서도 많은 불만을 드러냈었다. 비례 후보 명단이 확정된 뒤, 공개적으로 친윤계인 이철규 의원이 문제삼았다. 

이 의원의 지적을 받아들여 일부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수정해 정면충돌은 피했지만, 사안마다 갈등이 생길 조짐은 여전히 유효하다.

국민의힘은 이미 내부적으로 친윤과 비윤(비 윤석열)의 투쟁이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이 과정에서는 친윤 세력이 승리했지만 또다시 분란이 발생한다면, 친윤 세력은 갈등의 당사자로 지목돼 불리한 국면을 맞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22대 국회에서는 김 여사 특검법이 다시 발의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만약 비윤 세력이 결집해 당론을 다른 방향으로 채택한다면 윤 대통령의 리더십은 더욱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윤 대통령은 한 비대위원장의 체급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선거 결과가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한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의 대권주자로 우뚝 올라서게 된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대권 행보를 보이는 그는 더 이상 윤 대통령의 검이 아니다. 또 윤 대통령과 거리를 두고 있는 몇몇 인사들과의 관계도 중요한 요소다.

일각서 제기하고 있는 레임덕이 다가온다면 당내 대권 잠룡은 윤 대통령에 대한 본격 타격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수회담? 야당과의 대화도 필요
차기 당 대표 누가 되느냐가 관건 

앞으로 윤 대통령은 여러 난관들을 헤쳐나가야 한다. 리더십을 회복할 방안으로 총선 후 개각 단행 등의 몇 가지 사안들이 거론되고 있다. 이미 몇몇 인사들이 개각의 필요성을 언급한 만큼 개각을 통해 새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국정운영의 모습을 바꾸겠다며 개각을 단행했던 만큼 비교적 이른 감이 있지만, 실제 목표는 총선용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잇따라 제기되는 경제 위기설, 민생 위기설에 맞춰 경제 개각이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윤 대통령은 진짜로 일하는 모습을 적극적으로 어필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내부서조차 대통령실 내각 총사퇴가 언급될 정도다. 대통령실도 어떤 액션을 취할지 결정해야 한다. 

야당 당 대표와의 영수회담도 추진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로 민주당 이 대표를 단 한 번도 만나지 않았는데, 실질적인 야당과 정부의 대화 통로 자체가 없었던 셈이다. 임기 초반만 해도 거절이 잘 먹혀 들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영수회담 촉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서도 지난 1일, 김부겸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영수회담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또 국민의힘의 차기 당 대표도 윤 대통령의 리더십을 회복하겠다는 복안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김기현 후보의 대표직 사퇴는 예상에 없던 일이었다. 한 비대위원장을 급파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묘수가 없었다.

새 활로
비상구는?

차기 당 대표를 누가 맡느냐에 따라 윤 대통령이 당의 그립을 더욱 세게 쥐게 될 수도 있지만, 비윤계가 당선된다면 윤 대통령에게 큰 시련이 찾아올 전망이다. 그동안 당정일체를 강조해 온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이 총선 이후에도 같은 기조를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정말 위기를 맞은 듯 보인다. 아직 집권한 지 절반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서 활로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기존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 더 이상 고집부릴 상황이 아니다”라고 제언했다. 


<기사 속 기사> 갑자기 R&D 예산 대폭 증대?

대통령실서 내년 연구개발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 3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서 박상욱 과학기술수석은 “개혁을 진행하는 동시에 내년 R&D 예산을 대폭 증액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실을 비롯해 경제 부처, 혁신본부 등이 목표하는 수준에 관한 공감대는 역대 최고 수준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나 R&D 사업의 수요 부처로부터 수요 조사 진행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기존 사업 중 구조조정을 해야 해 구체적인 수치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해당 예산은 올해 삭감된 R&D 예산을 복원하는 차원이 아니다.

R&D다운 R&D를 구현하기 위함이다.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해 “마음대로 늘렸다, 줄였다가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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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