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허선영 간사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4.01 15:09:58
  • 호수 14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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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대책? 대책이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치솟은 물가는 안정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언제나 ‘경제가 좋다’는 말을 하진 않았지만, 사과 하나 사 먹는 게 부담스러울 정도였던 적은 없었다. 고물가 시대는 왜 도래했을까?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은 무엇이고 어떤 정책이 필요한 것일까?

‘물가가 안정적’이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은 없지만 이번엔 심각하다. 과일은 너무 비싸서 사 먹기도 힘들 지경이다. 지난달 18일,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 채소 코너에 들러 물가 현장 점검을 하다가 “대파가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 같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물가를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일요시사>는 지난달 27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이하 협의회) 허선영 간사를 통해 현재 물가가 어느 정도인지 들어봤다. 아래는 협의회와의 일문일답.

-기재부는 지난달 22일, 물가관계 차관회의서 전반적인 물가가 하락하고 있다고 발표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부가 확인 검토한 물가 데이터가 어떤 자료인지 알 수 없어 정확한 답을 하긴 어렵다. 다만, 통계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77로 2023년 연평균 물가지수 111.59에 비해 높은 수치를 보인다. 또 지난달 농·축·수산물 소비자물가지수는 125.98로 전년 동월 대비 11.4% 상승했다. 신선과실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1.2% 상승한 수치로 나와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간담회를 진행했던데, 어떤 내용이었나?


▲협의회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신선과실에 대한 가격 상승의 문제점을 이야기했다. 정부 당국의 할인행사 정책들이 실제 소비자 체감물가로는 쉽게 와닿지 않은 상황을 알린 것이다. 정부의 대책이 가격 급등 혹은 폭락과 같은 상황이 발생한 후의 후속 대책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농산물 수급과 가격 문제에 대한 선제적·근본적인 정책 마련을 요청했다.

“할인 지원은 근본적 해결 방안 아냐”
물가지수 하락한 품목은 ‘피자’뿐

-실제 소비자가 느끼는 물가가 어떤지 자세하게 알고 싶다.

▲협의회가 집중적으로 보고 있는 품목은 가공식품과 관련 품목이다. 우선 소비자들이 외식물가에 크게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지난달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서 외식을 구성하는 품목 39개 중 전년 동기 대비 물가지수가 하락한 품목은 피자(-1.4%) 뿐이다.

이 같은 외식 물가 상승으로 가계부담 증가와 직장인들의 점심식사 부담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신선농산물 중에서 신선과일 가격이 급격히 인상돼 소비자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정부 방침의 핵심은 결국 물가안정을 위한 재정 투입인데, 문제 해결이 될 수 있을지?

▲일정 기간에 이뤄지는 할인 지원 등의 후속적 대책은 소비자에게 가격부담을 낮춰 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긴 어렵다. 농산물 같은 경우 가격 문제가 기후변화에 따른 공급 문제이기도 하지만, 농산물 유통가격 결정 제도의 문제도 크기 때문에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공급을 원활하게 조절하는 등 근본적이고 예방적인 정책들이 시행돼야 한다.


-고물가 시대가 된 원인이 무엇인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수요 폭발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정세 문제의 영향이 계속되는 부분도 있다. 그리고 기후위기 시대가 도래했고, 국제 곡물의 수급, 가격인상, 유가 등의 문제가 발생해 가공식품과 농·축·수산물의 가격이 안정되지 못한 상황이라 쉽게 잡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재료비 소비자에 부담시키는 기업들
“옥수수, 설탕 등 혈당 관세 적용해야”

-현재 프랜차이즈 물가도 올라갔다고 들었다. 하지만 기업의 영업 이익은 올랐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지난해 주요 식품기업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의 실적이 개선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이는 기업들의 경영 전략의 결과이긴 하나, 2022년부터 지난해의 원재료 비용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해 얻어진 수익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주요 식품기업에게 원재료 하락분만큼을 소비자가에 반영하기를 요청한 바 있다.

-‘꼼수가격 인상 신고센터’를 운영하던데, 어떤 곳이고 어떤 내용이 주로 신고되는지?

▲기업들이 꼼수로 수량, 용량을 줄인 제품, 묶음 판매로 비싸게 판매하는 제품 등의 방식으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마케팅 행태를 제보할 수 있는 신고센터다. 이 같은 상황이 의심스러운 소비자는 국번 없이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신고해 주길 바란다.

소비자가 신고해 주면 협의회가 이에 대한 사실을 확인하고 기업들의 꼼수 가격인상의 실태를 파악해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 최근 물가 인상 억제 압력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공개적인 가격인상을 부담스러워하는 상황이다. 이에 가격을 변동시키지 않고 용량, 중량, 개수를 줄여 판매하는데 낱개 가격보다 더 비싸게 판매하는 눈속임 가격인상이 확산되고 있다.

-물가를 잡을 수 있는 근본적 해결이 무엇인가?

▲우선, 곡물 자원에 대한 공급과 가격에 대한 정책이 필요하다. 민간의 해외 곡물 공급망 확대를 위한 자금을 지원하고 국내 수요와 연계해야 한다. 또 가공식품과 외식의 원재료 가격 부담 완화를 위해 옥수수, 설탕 등에 대한 혈당 관세를 적용해야 한다.

그리고 소비자와 상생하는 기업의 경영 정책이 필요하다. 제조업체서 원재료가 상승률에 비해 더 높은 수준으로 가격을 인상하기 때문이다. 하물며 원재료가 하락해 가격인하 여력이 있어도 기업의 실적을 위해 소비자가 조정을 하지 않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독과점 시장 내 기업들의 공정 경쟁이 필요하다. 가공식품과 유통시장은 주로 독과점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에 대한 담합 감시, 규제 강화가 필요한 시기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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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