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끝까지 갈’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 당선인

여우 피했더니 호랑이가 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누르면 의료계가 더 강하게 반발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불씨는 일부 의사와 환자에게 옮겨붙어 ‘의료대란’으로 확산됐다. 출구전략을 고민해야 할 상황에 대한의사협회 새 회장이 대정부 강경 투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정부가 던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의 나비효과가 엄청나다. 정부 발표와 의료계의 대응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면서 국민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 의료대란까지 더해져 불편함도 가중되는 중이다.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은 4·10 총선과 맞물려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의료대란의 해소 여부는 총선 결과에 달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끝날 듯
안 끝나는

정부는 지난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하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줄곧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27일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서 “27년 만의 의대 정원 확대는 의료 정상화를 시작하는 필요조건”이라며 “의대 정원을 늘려서 절대적으로 부족한 의사 수를 늦게라도 확충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그 근거로 OECD 통계를 제시했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서울을 제외한 16개 시도서 1.93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OECD 평균은 3.7명으로 10개 시도가 OECD 평균의 절반보다 적다고 지적했다. 의사가 서울에 편중돼있어 지방 의료기관은 의사를 구하기 어렵고 지방의 환자는 병원을 찾기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또 “고령화 추세에 따라 세계 각국은 의대 입학 정원을 꾸준히 늘려왔다. 미국은 지난 20여년간 입학 정원을 7000명 늘렸고 프랑스는 6510명, 일본은 1759명 늘렸다”며 “지역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확대하는 의대 정원 2000명의 82%인 1639명을 비수도권 지역 의대에 집중 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공격에 의료계는 여전히 방어 태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전선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전공의는 이미 의료현장을 떠났고 이제 교수가 사직 행렬을 이어 받았다. 전국 의대 교수들이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병원은 외래 진료를 축소하는 분위기다. 의사가 현장을 떠나면서 일부 의사에게 과중된 업무로 피로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환자들이다.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에 환자들 등만 터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등 7개 단체로 구성된 중증질환연합회는 입장문을 내고 “환자의 치료와 생명권은 두 기관의 경쟁적 강대강 싸움의 도구나 수단으로 전락할 대상이 아니다”며 “정부는 환자단체와 의료계가 동시에 참여하는 논의 테이블을 열어 의료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필수 전 회장 중도 사퇴로
1차서도 1등으로 결선 올라

중증질환연합회는 의사 집단행동 피해사례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에 접수된 두 사건을 거론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지난 19일, 전라도 소재 상급종합병원 중 한 곳에서 말기신부전 투석 환자의 수혈을 거부했고, 당뇨합병증을 앓았던 환자가 3일간 대기하다가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부산서도 90대 노인이 복통을 호소해 부산시 지정 공공병원으로 이송돼 심근경색 판정을 받고 인근 대학병원으로 전원을 요청했지만 해당 대학병원이 ‘진료 불가’를 통보했다. 환자는 울산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수술 중 숨졌다.

정부는 의료계에 ‘대화하자’는 제스처를 끊임없이 취하고 있다. 이 장관은 “소모적인 갈등을 멈추고 건설적인 대화의 장으로 나와 난제들을 함께 풀고 의료 정상화 방안을 발전시키는 데 함께 해달라”며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들이 하루빨리 복귀하도록 설득해주고 정부와 대화에 적극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의료계의 의견과 제안을 경청해 반영하겠다”며 “오로지 국민을 위해, 국민의 입장서 의료개혁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겠다”고 덧붙였다. 

사태가 장기화 될수록 국민의 피해가 커지는 만큼 정부와 의료계 모두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 생명이 달린 일인 만큼 일단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중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을 ‘정치용’으로 꺼내든 카드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협상 자세가 필요하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의료계서 가장 덩치 큰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의 회장 선거서 ‘강경’ 노선의 후보가 높은 지지를 받아 당선되면서 갈등의 골이 지금보다 더 깊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의협은 제42대 회장으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당선됐다고 밝혔다. 임기는 오는 5월1일부터 3년간이다. 

의협에 따르면 임현택 당선인은 지난달 25일부터 26일 오후 6시까지 이어진 회장 선거 결선 전자투표서 총 유효 투표 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65.43%)를 얻어 당선이 확정됐다. 함께 결선투표에 후보로 오른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은 1만1438표(34.57%)에 그쳤다. 

환자들은
죽어나는데…

임 당선인은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된 1차 투표서도 3만3684표 중 1만2031표(35.72%)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그는 2021년 제41대 회장 선거서도 결선에 올랐지만 총 투표수의 47.46%를 얻어 이필수 전 회장에게 졌다. 이 전 회장은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추진을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임 당선인은 2016년부터 현재까지 4번 연속 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에는 소아청소년과 개원의를 대표해 수입 감소에 따른 폐과 선언 등을 주도했다.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에 법률 자문을 지원하고 복지부 장관과 차관을 고발한 의사단체 ‘미래를생각하는의사모임’의 대표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했던 민생토론회 입구서 입이 틀어막힌 채 쫓겨났던 의사로도 유명하다. 그는 지난달 1일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을 주제로 분당 서울대병원서 열린 민생토론회장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의 문제점을 피력하기 위해 회의장 입장을 요구하다가 대통령 경호처 직원에게 입이 틀어막히고 양팔을 붙잡힌 채 끌려나가 유명세를 탔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한 대정부 투쟁 수위는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열렸다. 임 당선인은 의대 증원과 관련해 ‘강경파’로 분류된다. 저출생으로 인해 오히려 정원을 500명~1000명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대학별 의대 정원을 발표하자 “의사들은 파시스트적 윤석열정부로부터 필수의료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여기에 증원 철회는 물론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 등을 주장하고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차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기도 했다. 임 당선인은 이번 선거서 의료 수가를 현실화하고 의사면허 취소법·수술실 CCTV 설치법 등을 개정해 의사 권리를 되찾겠다는 공약을 걸었다. 

임 당선인은 “당선의 기쁨은 전혀 없다”면서 “회원들의 기대와 저의 책임이 어깨를 짓누르지만 저를 믿어주셨으니 반드시 감당해 내겠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계가 해야 할 일은 전적으로 전공의와 학생들을 믿어주고 그들에게 선배로서 기댈 수 있는 힘이 돼주고 적절한 때가 되기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입틀막’ 의사
강성 중 강성

그러면서 “정부가 의대 증원을 원점서 재논의할 준비가 되고 전공의와 학생도 대화 의지가 생길 때 협의가 시작될 것”이라며 “의사협회장이라는 직책은 의료계를 지휘하는 보스 역할이 아니라 의사의 의견을 대리하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임 당선인은 “필요하다면 전공의 대표와 의대 교수를 충분히 포함해 정부와의 대화 창구를 만들겠다”면서 협의 가능성을 열어놨다.

하지만 대화의 조건으로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차관 파면, 의대 증원에 관여한 안상훈 전 사회수석 공천 취소가 기본이고 대통령 사과가 동반돼야 한다”며 “면허 정지 처분 보류 등은 협상 카드 수준에도 들지 못한다”고 밝혀 협의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임 당선인은 총파업도 언급했다. 면허 정지나 민·형사 소송 등 전공의, 의대생, 병원을 나올 준비를 하는 교수 가운데 한 명이라도 다치는 시점에 총파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복지부는 “그런 주장은 의사 집단이 법 위에 서겠다는 것”이라며 “법을 위반한 것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차관은 임 당선인이 대화의 전제로 복지부 장관과 차관의 파면을 언급한 것에 대해 “인사 사항이라 답변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면서도 “진정성을 갖고 성실한 태도로 대화에 임하겠지만 그런 전제조건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임 당선인이 주장하는 의대 정원 감축에 대해서도 “2000명 증원을 결정한 것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합리적으로 결정한 것이므로 감원을 논의 과제로 할 때는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서로 대화가 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 장·차관 파면…대통령 사과 요구
“의사 1명이라도 다치면 총파업 돌입”

임 당선인의 발언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도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27일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자의 무책임한 발언’이라는 이름의 논평을 내고 “임 당선인은 5000만 국민의 생명을 팽개치고 14만 의사 기득권만 지키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임 당선인의 총파업 발언에 대한 지적이다. 임 당선인의 의대 정원 감축 발언에 대해서도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보건의료노조는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을 500~1000명 줄여야 한다고 했는데 아연실색할 일”이라며 “의사 부족에 따른 필수·지역·공공의료 위기와 국민 고통을 외면하는 처사고,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위한 대화와 협상에 찬물을 끼얹는 무책임한 태도”라고 덧붙였다. 

최근 의협은 윤 대통령을 언급했다. 전공의의 복귀를 위해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달라는 주문이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지난 27일 의협회관서 열린 정례브리핑서 “현 의료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병원을 떠나 있는 전공의들이 조속히 소속 병원으로 복귀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가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의사 증원과 관련해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 차를 줄이기 위해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등 여러 직역과 정부가 만났지만 간극만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민국 행정부의 최고 통수권자인 윤 대통령께서 직접 이해 당사자인 전공의와 만나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도 2000명 증원 철회 후 원점 재논의라는 전제조건에는 변함이 없다고 못 박았다. 윤 대통령이 나서서 ‘결자해지’를 해달라는 말일 뿐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한 입장은 고수하겠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 규모를 논의하는 과정서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고 초고령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의료인력 확충과 인재 양성이 필수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이 의사 수 증가를 언급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이어 지난 2월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을 발표하면서 그 수를 2000명으로 못 박음과 동시에 의료계와의 갈등이 촉발됐다.

결국 대통령
언제 끝날까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은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숫자를 포기하지 않고 있고 의료계는 ‘원점 재논의’만을 요구하는 중이다. 날마다 병원을 떠나는 의사들로 의료현장은 쪼그라들고 있다. 하지만 치료를 기다리는 환자의 수는 줄어들지 않는다. 의료계 최대 단체인 의협은 의료대란의 해결사가 될까? 엑스맨이 될까?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부 비웃은 전 의협 회장 “면허정지 못 한다니까”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회장이 자신의 SNS에 “전공의 처벌 못 한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정부를 비웃어 논란이 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정부가 전공의에 대한 면허 정지 처분을 보류한 뒤 올린 글이다. 

노 전 회장은 지난 25일 “이제는 웃음이 나온다. 내가 전공의 처벌 못 할 거라고 하지 않았느냐. 면허 정지 3개월을 1개월로 줄이는 걸 검토한다는 것도 간을 보는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글을 SNS에 올렸다.

그는 “선처는 없다느니 구제는 없다느니 기계적으로 돌아간다느니 이번 주부터 처벌할 거라느니 그동안 큰소리치던 모습은 어디로 갔느냐”며 “전공의 처벌 못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당초 26일부터 시작하기로 했던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을 일단 보류하겠다고 발표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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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