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짐 진 ‘문심’ 어디로 향할까?

손만 잡아도 50% 먹고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이낙연·조국이 홀로서기에 나섰다. 한 목소리로 “윤석열정부 심판”을 외치면서도 화합과 견제를 반복한다. 경남 양산 평산마을서 여의도를 바라보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속마음이 아리송하다. 보이지 않는 그의 손이 과연 누구의 뒤를 받쳐줄지 눈길이 쏠린다.

2017년 5월10일 문재인정부가 출범했다.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 직후 집권한 만큼 큰 기대를 받았다. 이 때문일까? 문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코로나 팬데믹, 부동산정책 등 온갖 악재를 겪었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다는 평이 나온다. 2022년 청와대를 떠났지만 중요한 일을 앞둔 야권 인사들이 하나 같이 평산마을을 찾아가는 이유기도 하다.

건재한
영향력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4일, 경상남도 양산시 평산마을에 위치한 문 전 대통령의 사저를 찾았다. 이들은 30여분간 회담한 뒤 지도부와 함께 오찬을 가졌다. 총선을 60일 앞두고 성사된 만남인 만큼 문 전 대통령은 당의 통합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계파 다툼을 비롯해 선거제 개편 문제를 놓고 당내 이견이 평행선을 달리던 때였다.

1월 말까지만 하더라도 민주당은 제1야당을 사수하기 위해 병립형으로 마음이 기운 듯했다.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는 이유에서다. 당시 민주당 핵심 관계자조차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병립형을 선택할 가능성에 크게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만남을 가진 바로 다음 날인 지난달 5일, 이 대표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선언했다.

이날 이 대표는 “거대 양당 한쪽이 위성정당을 만들면 패배를 각오하지 않는 한 맞은 편 역시 대응책을 찾을 수밖에 없다. 칼을 들고 덤비는데, 맨주먹으로 상대할 수는 없다”며 “선거 때마다 반복될 위성정당 논란을 없애고 준연동제는 사실상 껍데기만 남는 이 악순환을 피하려면 위성정당을 금지해야 하지만 여당이 반대한다. 그렇다고 병립형 회귀를 민주당이 수용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문 전 대통령과의 만남이 크게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추측했다. 병립형으로 가닥이 잡히던 상황을 단숨에 뒤집을만한 인물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다. 이 관계자는 “문 전 대통령은 180석을 경험했던 만큼 이 대표에게 적절한 조언을 해줬을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역시 ‘정치 입문’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앞두고 문 전 대통령을 찾았다. 조 대표는 지난달 12일, 문 전 대통령을 만나 “다른 방법이 없다면 신당 창당을 통해서라도 윤정부 심판과 총선 승리에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 안에서 함께 정치를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신당을 창당하는 불가피성을 이해한다”고 답했다. 사실상 조 대표의 신당 창당 계획에 긍정적인 신호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한 이후 조 대표는 곧바로 부산을 찾아 창당을 공식 선언한 뒤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들었다.

중대 발표 전 찾는 필수 코스
평산마을서 어깨동무 ‘찰칵’

새로운미래를 이끄는 이낙연 공동대표 또한 지난해 7월 신당 창당을 시사하기에 앞서 문 전 대통령의 사저를 찾았다. “못다 한 책임을 다하겠다”며 미국서 귀국한 지 한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 공동대표와 문 전 대통령은 2시간가량 만찬을 가졌다. 두 사람의 만남은 큰 실마리를 남기지 않았다. 예방 직후 이 공동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통령의 별도 당부가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있었지만 말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이후 이 공동대표는 지난 1월 창당발기인대회를 열고 새로운미래 창당 과정에 돌입했다. 앞서 이 대표와 회동을 통해 이견을 조율을 시도했으나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민주당을 떠난 것이다.

세 명의 대표는 각자의 고민을 안고 평산마을을 찾았다. 저마다의 길을 택하면서 지금의 총선 구도가 형성된 만큼 문 전 대통령의 입김이 여전히 여의도의 기류를 바꿀 수 있다는 평이 나온다.

이재명·이낙연·조국 대표는 모두 민주당이라는 뿌리로부터 시작했다. 지금은 뿔뿔이 흩어져 자신만의 둥지를 틀었지만 결국 문 전 대통령과 필연적으로 얽힐 수밖에 없는 관계다. 친문(친 문재인)은 지난 정부서 180석을 구성했던 세력이다.

따라서 친문 세력을 조금이라도 적으로 둔다면 곧바로 지지율이 고꾸라질 것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해석이다.

하지만 위 주장이 무색하게 친문과 친명(친 이재명) 세력은 총선을 앞두고 여러 차례 충돌했다.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이 만남을 거듭하며 화합을 중요시했지만 지지자와 계파 간의 갈등을 봉합하지는 못했다. 결국 공천 과정서 설훈·홍영표 등 다수의 친문계가 컷오프당하거나 경선서 탈락했고 이는 줄탈당으로 이어졌다.

공천 파동의 뇌관이었던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당의 뜻을 수용하면서 갈등이 봉합되나 싶더니 이번에는 경기 안산갑에 공천을 받은 양문석 후보의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발언이 파문에 휩싸였다.

양 후보는 2008년 언론연대 사무총장 시절 ‘이명박과 노무현은 유사 불량품’이란 제목의 칼럼을 작성했는데 “한미자유무역협정을 밀어붙인 노 전 대통령은 불량품”이라고 쓴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다.

오월동주
여의도

이 밖에도 ‘미친 미국소 수입의 원죄는 노무현’이란 칼럼서 “낙향한 대통령으로서 우아함을 즐기는 노무현씨에 대해 참으로 역겨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양 후보의 공천을 취소해야 한다는 당내 여론이 이어졌다. 하지만 지도부는 발언 대상이 사회적 약자 등이 아닌 전직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대표는 유세 현장서 양 후보와 관련한 기자 질문에 “발언이 지나쳤다” “사과해야 한다”면서도 “그 이상의 책임을 물을 것인지는 우리 국민들께서 판단할 것”이라며 사실상 공천 유지 입장을 밝혔다.

양 후보와 경선서 맞붙어 패한 친문계 전해철 의원은 SNS를 통해 “양 후보의 막말은 실수가 아니다. 세상을 보는 시각이자 인식의 표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저를 포함해 같은 당 소속 의원들에게 수박, 바퀴벌레, 고름이라 멸칭하는 것을 반복적으로 해 왔다”며 “대통령님에 대한 비난의 발언은 그 빈도와 말의 수위, 내용의 문제서 용납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잠시 수면으로 가라앉았던 계파 갈등의 불씨가 살아나자 김부겸 상임선대위원장이 급히 진화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이 문제는 일단 정리하고 이제 총선 승리라는 한 가지 목표로 매진하는 게 옳을 것 같다”며 “한 목소리를 내서 총선 승리를 위해서 매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문제의 본질이 해결되지 않은 만큼 화약고와도 같은 친문·친명 갈등이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전부터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은 ‘명문(친명·친문이 서로 화합하는)’ 정당을 거듭 강조해 왔다. 하지만 상황이 극으로 치닫자 명문 정당은 두 사람이 각자의 이익을 거두기 위한 ‘립서비스’뿐이라는 회의적인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친문 세력이 끌어들이는 지지층을 보장받고자 하고 문 전 대통령은 자신의 세력을 보호해줄 ‘장치’를 원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총선이 지나고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의 사이가 껄끄러워질 것”이라며 “그럼에도 이 대표는 무리하게 공천을 진행시켰다. 문 전 대통령의 지지 없이도 총선서 승리를 거둘 것이란 자신감이 어느 정도 깔려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 공동대표의 새로운미래는 정체기에 접어들었다는 평이 나온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제외한 정당 지지도는 ▲조국혁신당 10% ▲개혁신당 2% ▲새로운미래 2% ▲녹색정의당 1%로 집계됐다. ‘지지 정당 없음·모름·무응답’은 21%였다.

민주 진영
새로운 바람

지역구 투표 정당 역시 ▲조국혁신당 5% ▲개혁신당 2% ▲녹색정의당 1% ▲새로운미래 1% 순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응답률은 18.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서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 공동대표는 지난 10일, 광주 광산을 출마를 선언했지만 여전히 지지율을 견인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공동대표가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배경을 두고 한 청와대 관계자는 “문 전 대통령의 지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호남 사람에게 있어 민주당을 탈당한 사람은 ‘가출한 아이’와 똑같다”며 “게다가 개혁신당과 손을 잡지 않았나. 이는 광주 민심에 호소하기 어려울뿐더러 문 전 대통령 또한 선뜻 손을 들어주기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새로운미래에 힘을 실어준다면 친명계와 친낙(친 이낙연)계의 계파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질 것으로도 예상했다.

이 공동대표가 현재 상황을 뒤집을 가능성이 0에 수렴하는 것은 아니다. 이 공동대표는 다른 후보에 비해 늦게 출마를 선언했다. 현장을 찾아 지역주민과 스킨십을 한 기간이 비교적 짧았던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지지율이 상승할 가능성을 마냥 닫을 수 없다는 관측도 제시된다.

반면 가장 늦게 출발한 조국혁신당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창당 이후부터 지금까지 지지율이 오름세를 기록하며 이번 총선의 돌풍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힘을 입은 듯 조 대표 또한 활동 반경을 넓히는 추세다. 당초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이 야권의 본진이라는 점을 강조해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이라는 ‘지민비조’를 표어로 내세웠다. 유권자의 교차 투표를 격려함으로서 민주당과 상생의 관계로 거듭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역시 이에 긍정적으로 화답하는 듯했다. 이 대표와 조 대표는 지난 5일, 국회서 만나 “윤정부 심판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며”며 총선 연대를 강조했다. 조 대표가 “윤석열 탄핵”을 가감 없이 외친 덕에 ‘정권 심판론’이 한층 두드러지는 효과도 한몫했다.

공천 파동? 사법 리스크?
미운 놈 떡 하나 더 줄까?

하지만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이 민주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을 위협하자 공기의 흐름이 바뀌었다. 민주당이 “지역구도 비례도 민주당을 찍어 달라”며 ‘몰빵론’으로 견제에 나선 것이다.

이에 조 대표는 “뷔페에 가면 여러 코너가 있지 않나”라며 “음식을 보고 본인 취향에 맞는 것을 택하면 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지민비조에서 더 나아가 “조국혁신당을 찍는 김에 민주당을 찍으라”는 ‘비조지민’으로 전환한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자신감의 배경으로 문 전 대통령의 긍정 메시지가 소폭 반영됐을 것으로 분석했다. 창당을 앞둔 조 대표가 평산마을을 찾았을 때 문 전 대통령은 이 공동대표와 달리 격려의 말을 전했다.

문 전 대통령에게 있어 조 대표는 ‘가장 아픈 손가락’이다. 문 전 대통령이 조 대표를 당시 법무부 장관에 임명했기 때문에 ‘집중적인 정치 수사’를 받았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조국혁신당에 마음이 반발 앞선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서로의 이해타산이 성립했다”고 평가했다.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2심서 실형을 받은 조 대표는 총선 출마를 통해 정치적 부활을 노리고 있다. 친문 세력은 민주당서 대거 컷오프되면서 갈 곳을 잃었다.

조국혁신당의 몸집이 커질수록 친문 세력을 ‘인큐베이팅’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이 정치 일선에 나설 가능성은 현저히 적다. 하지만 자신의 세력이 22대 국회 문턱을 넘기 위해 물밑서 움직이지 않겠냐는 설명이 뒤따른다.

문제는 조 대표의 사법 리스크다. 현재 이 대표는 일주일에 2~3번씩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똑같이 사법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조 대표까지 집중을 받는다면 정부·여당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격 대상이 된다.

이 같은 문제를 두고 두 사람의 관계에 선을 긋는 분위기도 이어진다. 마음의 빚을 진 문 전 대통령이 사람 대 사람으로서 격려의 말을 했을 뿐, ‘조 대표의 신당 창당에 크게 힘을 실어줬다’는 해석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오히려 22대 총선서도 민주당이 제1야당을 이어가기 위해 전적으로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무용론’도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임기가 끝난 정치인의 영향력은 총선 판세를 뒤엎을 만큼 크지 않다는 점에서다.

닫힌 문?
열린 문?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문 전 대통령의)메시지가 (특정 당의)지지율에 크게 상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 이유로는 ‘이미 지나간 세력’이라는 점을 들었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전 정부의 영향이 여의도 담을 넘는 게 오히려 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총선은 ‘전 정부 심판’이 아닌 ‘현 정부 심판’으로 치러져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에 악재가 찾아올 때마다 문 전 대통령이 자칭타칭 구원투수로 소환된다. 총선 결과를 떠나 4월10일 이후 문 전 대통령의 첫 메시지가 주목된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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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 없는’ 민주-혁신 복잡한 셈법

‘양보 없는’ 민주-혁신 복잡한 셈법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고심 끝에 평택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선거 전면에 등장하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또다시 경쟁 상대가 됐다. 그동안 두 당은 꾸준히 아군에서 적군으로, 적군에서 또다시 아군으로 돌아서길 반복했다. 이번에는 양보 없는 진검승부라는 점에서 정치권의 이목이 쏠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간의 신경전이 예상된다. 지난 2월 합당 논의로 훈풍이 부나 싶더니 불과 두 달 만에 등을 돌렸다. 혁신당 조국 대표가 평택을에 출마를 선언하면서 지방선거 판도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평이 나온다. 그럼에도 살아남다 민주당과의 합당이 무산된 이후 혁신당의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상처만 남은 합당 추진”이라는 꼬리표를 단 채 양쪽 진영의 파열음만 계속됐다. 합당 무산 이후 지난 3월, 양 당은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지금까지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당시 민주당은 “지금 전면적인 선거 연대를 위한 위원회로 규정하지는 않는다”며 지방선거 지역구 배분과 같은 구체적인 선거 협상 가능성에는 사실상 선을 그었다. 다시 독자 노선을 걷게 된 혁신당은 자강론에 힘을 실었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 자릿수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합당 논의가 오가던 중 혁신당의 실무는 ‘올스톱’이었다. 논의 시기는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었던 만큼 혁신당은 남들보다 반 발 늦게 선거 대열에 합류했다. 고심 끝에 조 대표 ‘국민의힘 제로(0)’와 ‘부패 제로(0)’ 실현을 앞세워 평택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평택을은 지난 1월 민주당 이병진 전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및 부동산 실명법 위반 혐의로 당선무효형인 벌금 700만을 받아 재보궐이 확정된 곳이다. 조 대표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히며 “혁신당의 13번째 국회의원이 돼 집권 민주당 소속 의원보다 더 뜨거운 마음으로 ‘내란 완전 종식, 진짜 개혁 완수’라는 시대적 과제를 책임지고 실천하겠다”며 “개혁의 강도가 약해지는 것을 막고 내란 이후 대한민국을 위한 입법과 정책으로 국민주권정부의 성공을 더 강력히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조 대표의 출마지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저마다 추측에 나섰다. 그중에서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과 경기 평택을·안산갑, 부산 북구갑·해운대갑 등이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그때마다 조 대표는 출마지를 묻는 질문에 “제가 가야 국민의힘이 당선될 수 없는 곳” “험지인 곳” 등 조건만 나열할 뿐 확답을 내놓지 않았다. ‘벼랑 끝 조국’ 스스로 올라간 시험대 사실상 마지막 기회...평택을 출사표 기자회견에서 조 대표는 평택을을 출마지로 택한 배경에 대해 “일찍부터 이번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선의 최상위 목표는 극우 내란 정치세력을 심판하고 국민의힘을 제로로 만드는 것임을 반복해 밝혀왔다”고 밝혔다. 이어 “동시에 국회의원 재선거가 이뤄지는 곳에는 귀책 사유가 있는 정당이 무공천을 해야 한다는 원칙 역시 일관되게 강조해 왔다”며 “평택을 출마는 정치인이 된 후 줄기차게 역설해 온 이 같은 저의 비전과 가치, 그리고 원칙과 소신에 따라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자신이 평택에 연고가 없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그럼에도 평택을 도약시킬 비전과 정책, 실행할 능력만큼은 누구보다 앞선다고 감히 자부한다”며 “중앙정치에서 평택의 목소리를 키우겠다. 평택의 현안이 곧 국가적 과제가 되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평택 시민들께서 조국을 선택해주시면 반드시 큰 정치로 보답하겠다. 반드시 평택 시민들이 자랑스러워할 큰 정치인이 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조 대표의 출마 선언 이후 평택을은 단숨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이곳은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와 자유와혁신 황교안 대표가 출사표를 던진 곳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유의동 의원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아직 후보를 내지 않았지만 민주당이 대열에 합류하면 최대 5파전으로 치러지게 된다. 일찌감치 이곳에서 터를 닦았던 김재연 상임대표는 곧바로 반발에 나섰다. 김 상임대표는 “오랜 고심 끝에 내놓은 답이 고작 제가 당의 명운을 걸고 뛰고 있는 이곳 평택인가”라며 “대의도 명분도 없는 평택 출마를 철회하라”고 목소리 높였다. “며칠 전부터 언론인들이 사실 여부를 물어올 때마다, 저는 ‘절대로 그럴 일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는 그는 “조국이라는 정치인의 상식과 양당이 맺어온 신의를 믿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제까지도 저는 조국 대표의 ‘동지애’를 의심하지 않으려 했다”며 “정치는 원래 이토록 비정하게 신의를 밟고 올라서는 아수라장이어야 하나?”라고 지적했다. 찢어지는 여당 표? 평택이 ‘험지 출마’라는 조 대표의 주장에 대해서도 “지금 평택을이 험지가 맞느냐”라며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민주·진보 단일후보가 범보수 후보를 52.5% 대 29.4%로 압도하는 곳”이라고 꼬집었다. 진보당을 비롯해 여권 내에서도 평택이 과연 험지가 맞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를 의식한 듯 조 대표는 “평택을은 19·20·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내리 승리한 곳으로 민주개혁 진영에게 험지 중 험지”라며 출마 명분 굳히기에 나섰다. 조 대표는 기자회견 당시 “평택에는 친윤(친 윤석열) 부정선거 음모론자이자 내란 피의자인 황교안씨가 깃발을 들었다. 그는 평택 미군기지인 캠프 험프리스 앞에서 전한길씨가 주도한 극우 집회까지 참여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민주당 같은 경우 후보난을 겪고 있다면 국민의힘은 후보가 각축하고 있다”며 “(평택을이) 국민의힘에는 평지고, 민주당 또는 다른 범민주 진보 진영엔 험지라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한 혁신당 관계자 역시 “(조 대표는) 평택, 안산, 군산 세 지역을 놓고 상당히 오랫동안 고심을 거듭했다”며 “귀책 사유로 보궐선거를 치르는 지역인 동시에 국민의힘이 당선될 가능성이 있고, 또 혁신당에게 험지가 아닌 지역을 추리다 보니 평택을이 최종 선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대표가 선거 대열에 합류하면서 여당인 민주당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조 대표는 또 평택을 재보선의 귀책 사유가 민주당에 있으므로 ‘무공천 원칙’이 지켜져야 할 곳이라고 강조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여가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조 대표의 출마가 합당 무산에 대한 일종의 ‘위약금’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 여권 관계자는 “합당 무산으로 혁신당 의원들은 물론 당직자, 지지자들 까지 자존심이 많이 상했을 것”이라며 “그 이후에 선거 연대 이야기가 나왔지만 물밑 접촉도 미지근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상 민주당 반대에 부딪혀 합당이 무산된 그림이지 않았나. 조 대표 입장에서는 평택을 출마를 굽힐 이유가 없다”며 “따라서 혁신당은 민주당에게 당당히 무공천 원칙을 요구할 명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커지는 마음의 빚 민주당도 ‘전 지역 공천’ 기조를 굽히지 않고 있다. 조 대표가 평택을 출마를 선언한 다음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말했다시피 재보선은 전략공천이 원칙이고 전 지역에서 공천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은 역시 “조 대표가 출마 선언을 하며 민주당에 무공천을 요구했다”며 “돌아보면 조 대표가 22대 비례의원으로 (당선)됐다가 사임하고 그래서 비례를 다른 분이 승계했고 이번에 평택에서 출마하게 됐으니 어떻게 보면 굉장히 큰 귀책 사유 아니겠나”라고 직접 겨냥했다. 이 같은 발언은 2024년 12월 조 대표가 대법원에서 자녀 입시 비리 등 혐의로 실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가 지난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광복절에 특별사면된 것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평택을을 둘러싼 신경전이 길어질수록 민주 진영의 분열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민주당이 조 대표의 대항마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내보낼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면서 평택을이 ‘사법 리스크 공방’으로 번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문제는 ‘김용 평택을 카드’는 민주당에게도 갈등의 뇌관이다. 김 전 부원장에게 공천을 주지 않으면 민주당 내 친명(친 이재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다. 관련해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전 부원장은 안산 출마를 희망했지만 결국 당 지도부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출마지를 놓고 마지막까지 고심을 거듭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조 대표의 출마는 울산시장 선거까지 영향을 미쳤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진보당 선거 연대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울산시장 후보는 민주당, 평택을 후보는 진보당으로 단일화한다는 관측이 우세했는데 조 대표가 선거 대열에 합류하면서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게다가 혁신당 황명필 의원이 울산시장에 출마를 선언한 만큼 이곳에서도 교통정리가 시급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진보당 김종훈 울산시장 후보는 민주당을 향해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촉구했다. 김 후보는 “저와 진보당이 이번 지방선거에 임하는 가장 큰 목표는 내란 청산”이라며 “전국의 모든 민주, 진보, 개혁 후보님들께 이 자리를 빌려 말한다. 내란 청산을 위해, 국민을 위해 모두가 힘을 합치자”고 제안했다. 울산까지 부는 출마 후폭풍 골머리 앓는 범여권 지도부 회견에 배석한 진보당 윤종오 원내대표 역시 “총선과 대선을 거치며 실질적으로 민주·진보 개혁 세력이 하나로 모여 총선 189석의 성과를 만들고 대선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며 “이번 지방선거도 똑같은 방식으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울산 선거 연대가 헝클어질 조짐이 보이자 민주당 김상욱 의원도 ‘후보자 주도 단일화’를 공개 요청했다. 김 의원은 김종훈 후보의 단일화 제안에 “두 팔 벌려 환영한다”며 혁신당 황명필 울산시장 후보를 향해 단일화 동참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전국 최대 제조업 도시 울산에서, 노동자의 일자리와 삶의 터전을 지키며 미래산업으로의 전환을 이끄는 일은 어느 한 당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며 “민주당과 진보당, 혁신당이 함께할 때, 울산은 그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 후보는 “3인이 선의의 경쟁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출마 선언 당시 “제가 (민주·진보)진영의 후보 중 가장 큰 교집합을 담고 있고, 따라서 가장 강력한 합집합을 만들 수 있다”며 “더 나은 정책을 공유하고, 울산의 밝은 미래를 설계하는 단일화를 통해 본선에서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한 혁신당 관계자는 ’조 대표의 평택을 출마가 민주당-진보당 선거 연대 계획을 꼬이게 했다‘는 지적에 대해 “유권자 입장에서 봤을 때 이미 짜놓은 판에 후보들끼리 연대하는 것이 오히려 정치 야합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유권자들은 힘 있는 후보를 원한다. 그런 점에서 어디서든 진보당과 아름다운 경쟁을 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평택을 선거의 핵심은 단일화다. 또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조 대표와 체급이 맞는 후보를 내보내야 (단일화) 논의를 테이블에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 상황을 봐서는 조 대표의 완주 의지가 뚜렷해 보인다. 당 대표가 낙선하면 체면도 구겨지고 더 나아가 당이 존폐 위기까지 놓인다. 단일화 이야기를 꺼내기에 앞서 사활을 거는 조 대표를 설득할 만한 주자를 내세워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붙느냐 마느냐 이어 “민주당과 혁신당 간의 합당 논의가 없었으면 두 당이 조금 더 편하게 단일화를 이야기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정 대표가 조금만 양보를 해주는 제스처를 보여도 민주당 지지자들이 반기를 들고 일어서니, 양쪽 모두 입장이 곤란하긴 마찬가지”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일각에서는) ‘합당 논의를 성급하게 띄운 것도, 지지자를 설득하지 못해 (논의를) 깬 것도 정 대표’라는 불만이 있었다”며 “결국 조 대표만 독박을 썼다. 민주당이 평택을에 조 대표보다 체급이 약한 후보를 내보내 자연스럽게 교통정리를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부산 피해 간 조국, 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자신의 고향이 부산 북갑 선거에 출마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조국 대 한동훈’ 구도를 피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요 인사들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 또는 제게 직접 연락해 ‘부산은 선택 안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고 밝혔다. 그는 “부산시장에서 박형준을 척결하고 쫓아내려면 (부산 북갑 선거에) 안 나가는 게 맞는다고 판단했다”며 “(민주당에서) 부산은 박형준 시장으로부터 뺏어와야 하는 지역구다. ‘박형준 대 전재수’ 구도가 중심이 돼야 하는데 제가 나가면 ‘조국 대 한동훈’으로 구도가 바뀌면서 부산시장 선거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얘기하더라”고 전했다. 조 대표는 민주당의 주장에 공감했다. 그는 “박형준을 정말 그만 보고 싶은 부산 출신 사람으로서 그 말이 이해되더라”며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을 거론하며 “나가면 충분히 이기실 수 있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