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가 다시 꺼낸 신한은행 채용 의혹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3.14 11:07:18
  • 호수 14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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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야무야’ 모르쇠 묻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김영주 국회부의장의 ‘신한은행 채용 비리 사태’ 연루 의혹이 재조명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현역의원 평가서 하위 20%에 든 김 부의장이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옮겨가면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김 부의장을 향해 “줄 서면 다 취업되는 거냐”고 꼬집었다. 사건의 핵심인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2022년 무죄판결을 받은 사건이지만, 석연찮다는 눈초리다.

지난 3일,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로 한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김 부의장이 신한은행 채용 비리 연루 의혹에 관한 명쾌한 소명을 내놓지 못하면서 민주당서 컷오프 수순을 밟았다. 김 부의장은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은 적이 없고 ‘소명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컷오프된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특이자 자녀 
리스트 관리

신한은행 채용 비리 사건은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윤승욱 전 신한은행 부행장을 비롯한 인사부장들이 2013년 상반기부터 2016년 하반기까지 총 8회에 걸쳐 반기별로 시행된 신입사원 채용 과정서 특혜를 제공하거나 점수를 임의로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검찰은 조 회장과 임원들이 면접위원의 공정한 심사 업무를 방해했다며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2018년 10월 재판에 넘겼다. 양벌규정에 따라 신한은행 법인도 함께 기소됐다.

취재를 종합하면, 신한은행서 외부청탁 지원자와 신한은행 최고 임원·부서장 자녀 특별관리 명단이 발견됐다. 남녀 합격자 성비를 맞추기 위해 154명의 서류면접점수가 조작되기도 했다. 


서울동부지검 주진우 당시 부장검사는 조 회장 외 임원들이 면접위원의 공정하게 심사할 업무를 방해했다며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손주철)는 2013년~2016년 신한은행 신입 지원자 중 26명이 채용 과정서 불공정한 혜택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26명 중 합격한 부정 입사자는 22명이다. 판결문에 언급된 부정 입사자들 중에는 김 부의장의 자녀도 포함돼있어 공분을 샀다.

신한은행은 김 부의장을 포함한 국회의원, 금융감독원 임직원, 고액 거래처, 신한은행 계열사 임직원 등이 포함된 이른바, ‘특이자 및 임직원 자녀’ 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했다. ‘특이자’는 국회의원, 유력 재력가 등 신한은행 영업 및 감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집 자녀, ‘임직원 자녀’는 신한금융지주 부서장 이상의 자녀를 뜻한다. 

이 관리 리스트는 지원자별 경로, 비고 등을 나눠 작성됐다. ‘경로’란에는 특이자에 관한 전형 결과 등을 알려줘야 하는 사람을, ‘비고’란에는 특이자 및 임직원 자녀에 대해 취합한 정보를 적었다.

‘특이자 및 임직원 자녀’ 리스트 관리
취업난 허덕이는 청년, 박탈감 안겨

검찰이 압수수색한 2013~2015년 신한은행 내부 자료에 따르면 김 부의장(당시 민주당)과 정우택·김재경(당시 자유한국당)이 채용 청탁한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김 부의장은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 정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 김 의원은 정무위원회 위원이었다.

자료에는 ‘2015년 上(상반기) 신입행원 특이자’란 제목의 문건이 있다. ‘비고’란에는 ‘thru 김영주, 정우택, 김재경 의원’이라 적혀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thru’는 채용을 처음 부탁한 인물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먼저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김 부의장은 2014년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 때 자신의 지역구인 정선희 영등포 구의원의 자녀인 오모씨의 채용을 청탁했다. 오씨는 1차 면접서 탈락 대상이었지만 ‘별도의 REVIEW(재검토)’ 절차를 거쳐 부정 합격했다.

오씨는 1차 실무자 면접 결과 ‘논리력, 언변 다소 부족, 질문의 의도, 상대방 의견의 핵심을 파악 못하는 느낌, 발표 시 설득력·논리력 부족’으로 탈락 수준인 DC 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합격 지시가 내려오면서 면접 결과와 달리 합격했다.

2014년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은 그해 4월29일부터 시작됐는데, 김 부의장은 당시 야당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의 정무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었다.

또, 압수수색 문건에는 정 의원이 당시 신한은행 고위층에게 김모씨의 채용을 청탁한 것으로 나와 있다. 신한은행의 2015년 상반기 신입사원 모집 일정은 2015년 4월15일부터 2015년 7월9일까지 진행됐는데, 당시 정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2014년 6월~2016년 5월)을 맡고 있었다. 

‘방탄 은행’
김 리스크

김 의원도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으로 있을 당시(2012년 7월~2014년 5월) 자신의 지역구에 있는 K 신문사 사주의 자녀에 대한 채용을 청탁했다. 2013년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과정서 정모씨의 합격을 청탁했다. 

당시 신한은행은 학점과 나이 등을 기준으로 ‘필터링 컷(Filtering Cut)’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정씨는 연령 필터링 컷에 해당해 탈락했지만 청탁받은 지원자라는 이유로 특혜를 받아 부정 합격했다. 또 1차 실무자 면접 결과 DD 등급으로 탈락 대상이었지만, 평가자 몰래 등급을 임의 상향시켜 부정 합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전부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김 부의장은 “내가 은행 출신이긴 하지만 신한은행과는 전혀 친분이 없다. (공소장에)내 이름이 올라가 있다면 누군가 나를 사칭하고 다닌 것 아닌가 싶다”며 “채용을 청탁한 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정 의원과 김 의원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일관되게 답했다.

이밖에 은행권 관리·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 임직원도 판결문에 나왔다. 1심 판결문 기준, 금융감독원 기획조정국장 김모씨, 대외협력팀장 박모씨, 부원장 조모씨, 비서실장 이모씨 등이 부정 입사자와 연루됐다. 신한은행 채용 비리 사건은 인사담당자 등 실무진만 형사 책임을 지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재판부가 조 회장의 직접적 관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들에게 유죄판결을 했다. 조 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부행장과 인사부장 김모씨는 각각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과 벌금 200만원을 확정받았다. 다른 기간 인사부장으로 일한 이모씨에게도 벌금 15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이 확정됐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조카손자, 금융감독원 임원 아들 등 3명을 채용하기 위해 면접위원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를 인정한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이로 인해 다른 지원자가 피해를 보지는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해 조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나머지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서는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로 판결했다.

이어진 항소심은 3명의 채용 비리 혐의마저 무죄판결했다. 대법원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022년 6월30일 업무방해·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조 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부행장과 인사부장 김모씨는 각각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과 벌금 200만원을 확정받았다.

찜찜한 판결
정치권 비화

다른 기간 인사부장으로 일한 이모씨에게도 벌금 15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이 확정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기업에 헌법상 채용의 자유가 있으며 ▲이들이 상위권 대학 출신에 기본적 스펙을 갖췄고 ▲별도의 채용비리처벌법이 없는 점 등을 무죄로 판단한 이유로 들었다. 이 논리에 따르면, 일정 수준의 스펙을 갖춘 지원자는 청탁을 받아 채용하더라도 현행법상 문제삼기 어렵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기업의 채용 심사 단계별 재량은 폭넓게 보장돼야 하며 일정 범위서 점수를 보정하는 것은 문제삼을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또 특이자의 합격 과정서 조 회장이 직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성비 관련 남녀평등고용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1·2심 모두 “여성에게 불리한 기준을 일관하게 적용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 중 일부 지원자들의 부정합격으로 인한 업무방해 부분 등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고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2심 판단을 유지했다.

결국, 채용 청탁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사기업의 채용의 자유’ 등을 내세워 무죄 판결한 2심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thru 김영주’ 부탁 의미?
김 “누군가 나를 사칭했다”

이는 동종 채용 비리 사건에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왔던 판례와 배치되는 판결로 해석됐다. 앞서 대법원은 2020년 3월 비슷한 구조의 채용 비리가 문제됐던 ‘우리은행 채용 비리’ 사건서 업무방해 혐의를 인정해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에게 징역 8개월 실형을 확정한 바 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대법원 판결로 권력층의 채용 청탁이 용인되는 근거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앞서 채용 비리 대상자의 입사를 취소한 우리은행의 경우처럼, 채용 비리 연루자의 채용을 취소하도록 요구하는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이 대법원서도 무죄 확정판결을 받자 기득권층의 채용 청탁을 사법부가 용인한 것 아니냐는 거센 비판도 쏟아졌다. 특히, 2017~2018년 고용노동부 장관을 역임한 김 부의장이 채용 청탁 의혹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논란이 가중됐다. 취업난에 허덕이던 청년들에게 채용 비리는 박탈감을 불러 일으켰다.

김 부의장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와 징계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금융정의연대, 정의당 청년본부 등은 2020년 6월10일 오전 국회 소통관서 ‘국회의원 채용 비리 의혹 진상규명 및 징계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서 김 부의장에 대해 형사처벌과 별개로 징계를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날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신한은행 채용 비리 공소장과 판결문에 김영주 의원의 실명이 기재돼있음에도 단 한 번의 검찰 조사도 받지 않은 것은 의아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하승수 변호사도 “(김영주 의원은 당시)정무위원회 간사였기 때문에 금융기관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였다. 검찰이 의지를 갖고 수사하면 업무방해죄 교사범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문제는 검찰이 이 사건에 대해 수사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 이는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공천서 컷오프되고 국민의힘에 입당한 김 부의장은 자신의 채용 청탁 비리 의혹을 부인했다. 앞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 3일 “민주당의 평가 기준 중에 채용 비리·음주운전·성비위 등에 해당할 경우 50점 감점을 하게 돼있다. 채용 비리 부분에 대해서 (김 부의장이)소명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50점을 감점하는 바람에 0점 처리됐다고 한다”고 말했다. 

도의적 책임론
무죄면 그만?

김 부의장이 2014년 연루된 신한은행 채용 청탁 비리 의혹에 관해 제대로 소명하지 못해 컷오프됐다는 내용이다.

그러자, 김 부의장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2014년에 신한은행 채용 비리가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지만 채용 비리와 관련해 경찰조사를 받은 적도 없고 검찰서 연락받은 적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KBS <시사직격>에 제가 마치 연루된 것처럼 기사가 나왔지만 한참 뒤에 보도 관계자들이 와서 사과했다”면서 “이 대표가 내가 채용 비리를 소명 못한 것처럼 얘기했지만 난 소명했다”고 반박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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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