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주당 ‘여론조사 논란’ 리서치DNA 대표의 항변

“당 실무진의 실수 있었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발칵 뒤집혔다. 현역 의원들이 빠진 비공식 경선 여론조사가 실시됐기 때문이다. 이 과정서 몇 가지 석연찮은 부분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민주당의 해명만으로는 부족해 보이는 대목이다. <일요시사>가 최근 논란의 중심이 된 여론조사 회사 리서치DNA 대표의 해명을 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서 실시했던 비공식 여론조사 논란이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민주당서 실시한 비공식 경선 여론조사 과정서 ‘현역을 배제한 조사’가 이뤄져 당을 뒤흔들었기 때문이다. 컷오프로 인한 당내 현역 의원들의 거센 반발과 탈당 러시로까지 이어졌고, 진상규명 촉구 목소리가 높다. 

유령회사에?
대표 관계는?

언론 보도에 따르면, 리서치DNA가 옛 사명인 한국인텔리서치를 활용해 비공식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해당 회사는 여론조사심위위원회(이하 여심위)에 등록된 정식 회사가 아닌 개인회사다. 게다가 실체가 없는 ‘유령회사’라는 부분도 의혹으로 떠올랐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해당 업체 대표의 관계 특수성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점차 상황이 악화일로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위원장직을 맡았던 정필모 의원이 돌연 ‘건강상의 이유’로 사직했다.

정 의원의 진짜 사직 이유를 두고서도 여러 말들이 오갔다. 리서치DNA가 회사 선정이 완료된 뒤 추가로 포함됐다는 데서 공정성 논란을 일으키자, 화살은 정 의원을 향했다.


결국 정 의원은 “누군가가 전화로 분과위원에게 지시해 끼워 넣었고, 누구 지시인지는 밝힐 수 없었다”며 “나도 허위 보고를 받고 속았다”고 폭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의 주장대로라면 선관위원장이 알지 못한 여론조사 회사가 중간에 끼워진 셈이다.

통상 상당한 민감한 시기인 선거 국면으로 접어들면 의원실과 당에서 여론조사를 의뢰한다. 여론조사 시 조사 방식, 사전 문구도 설계해서 보낸다. 문구의 경우 ‘지역의 민심을 알고 싶다’ 등으로 세세하게 정하고, 조사 내용과 텍스트까지 모두 협의한 뒤 계약서를 쓰고 여론조사를 진행한다.

조사 목적에 관해서도 상호 간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며, 심지어 각자 녹음도 하고 필기를 통해 오갔던 단어 하나까지 점검하는 정도다. 

현재 민주당에서는 리서치DNA가 갑작스레 선정된 이유와 회사 선정 공모 절차 공정성 문제까지 제기돼있다. 

조사 단어 하나까지 꼼꼼히 협의
“비공식이라 은밀하게 진행 필요”

논란이 증폭되자 민주당 김병기 수석사무부총장은 지난 23일 “회사 선정 프레젠테이션(이하 PT) 우선순위에 오른 회사를 적절한 사유 없이 배제하면 불공정 논란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선관위는 경선용 조사 업무를 감안해 4개 회사와 계약을 맺었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양상이다.


현역 의원들의 반발이 계속 이어지는 등 계파를 둘러싼 당의 파열음이 진정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홍익표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서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관계자들의 진술이나 내용을 밝혀 설명하겠다”고 설명했다. 

현재 리서치DNA는 여론조사 업체서 배제돼있지만, 어떤 배경으로 탈락됐다가 다시 선정됐는지에 대한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정필모 의원실 관계자는 “3개 회사 선정을 민주당 선관위 분과서 했고, 결과는 위원장이 보고받았다”며 “이후 1개 회사의 추가 선정이 필요하다는 분과위원의 논의가 있다는 결과를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정 의원이 선관위원장인 나에게 탈락된 회사를 끼워 넣었냐고 추궁했는데, 실무자가 말할 수 없다고 해 정 의원이 굉장히 화가 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민주당과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회사들 중 유독 리서치DNA가 논란이 된 또 다른 이유는 공개 여론조사와 비공식 여론조사를 동시에 진행했다는 점이다. 

특히 비공식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회사명으로 리서치DNA가 아닌 옛 사명인 한국인텔리서치가 활용됐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리서치DNA는 여심위에 등록된 회사로 비교적 잘 알려진 법인회사다. 

현역 의원
분노 표출

반면 한국인텔리서치는 여심위에 등록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김모 대표가 개인 자격으로 소유한 회사로 확인된다.

여심위에 등록된 회사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해야 한다.

공직선거법 제108조(여론조사의 결과공표금지 등) 제6항·제8항에 따르면,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할 때 선거 여론조사 기준으로 정한 사항을 함께 공표해야 힌다. 반면, 중앙여심위 홈페이지에 등록되지 않은 여론조사 결과는 공표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으로선 비공식으로, 은밀하게 경선 여론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한국인텔리서치 같은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회사가 필요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서치DNA는 주로 민주당과 일을 해왔다. 실제로 민주당과 함께 일해 온 기간만 해도 30년 정도나 됐다. 이 대표와의 특수 관계 등 일각서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의 확인을 위해 해당 업체 대표를 수소문했다.


어렵게 김모 대표와 연락이 닿았고, 해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와의 전화 통화는 총 3번에 걸쳐 이뤄졌다. 우선 김 대표는 유령회사설에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체불명의 유령회사설은 소설이다. (한국인텔 리서치는)단순히 여심위에 등록이 되지 않은 회사일 뿐”이라며 “등록이 돼있지 않다고 해서 여론조사를 할 수 없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껏 여론조사하면서 보안을 지켜왔으며 (여심위)미등록 업체라도 비공식 여론조사가 가능해 지시받은 대로 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한국인텔리서치는 자신이 처음 여론조사 회사를 차렸을 때 만들었던 사명이다. 김 대표 본인의 개인회사가 맞고, 실체가 없는 회사가 아니라는 부분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억울하다”
간곡히 호소

여심위에 등록되지 않는 회사가 조사에 참여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선, 리서치DNA가 여심위에 등록된 회사라고 공표하기 때문에 비공식 여론조사가 불가하고, 개인회사인 한국인텔리서치는 여심위에 등록되지 않았고 잘 알려지지 않아 비공식으로 여론조사하기에 수월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선관위 내부서 참고용으로만 쓰기 위해 해당 회사를 활용한 셈이다.


단순 참고용으로 활용했다고 하더라도 의문이 생기는 지점은 옛 사명인 한국인텔리서치를 활용해 경선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는 부분이다. 이에 김 대표는 “법인인 리서치DNA는 많이 알려졌고, 민감한 조사다 보니 한 번만 (조사)해도 금방 소문이 난다. 조용히 진행할 방법이 필요했다”고 답했다. 

해당 회사의 여론조사 결과가 활용된 것은 민주당 선관위의 선거인단 투표분과 실무진과 논의를 거쳐 이뤄졌다. 현역 의원의 배제 부분에 대해서도 김 대표는 “의뢰를 받고 진행하는 만큼 마음대로 진행하기는 어렵다”며 억울해했다.

앞서 민주당 관계자와 김 대표의 해명을 종합하면 현역 의원의 배제도 김 대표가 임의대로 할 수 없다. 실제 선거 시 다양한 방식으로 여론조사가 이뤄지는데, 현역 의원 지역구서 현역 의원을 제외하고 조사가 시행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는 여야 특정 정당을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 

“이재명 대표와 관련 없고 특혜 아니다”
관련자 연락했지만 대부분 답변 없어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당에서 해달라고 요구하는 게 있다. 여러 회사가 나눠서 진행했고, 내가 맡았던 지역에 현역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공천 전쟁에 휘말린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인재 영입 인사들의 경우, 경쟁력이 특정 지역구에 있는지 따져 보는데, 일련의 과정은 지금까지 치러온 선거 국면서 늘 있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공모 과정 및 절차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에 따르면, 여론조사 회사를 선정하기 위해서 민주당은 홈페이지에 공지를 띄운다. 이후 후보로 선정되면 PT를 진행 뒤 내부 협의를 거쳐 선정된다. 이 과정서 실무자가 각종 제안 내용과 회사 이력을 따져보고, 여러 상황들을 종합한 뒤 통보한다. 문제는 이 과정서 실무자의 실수가 발생한 정황이 포착됐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내 회사가 원래 (PT 이후) 3위에 들었는데 실무자가 잘못 통보해 다른 회사에 연락이 갔다. 선정 다음 날 해당 분과서 회의가 소집됐고, 의원 수도 많이 늘어 안정적인 여론조사를 위해 회사가 하나 더 필요하다는 연락이 왔다”고 털어놨다. 

잘못 통보한 회사를 배제하기 위해서는 계약철회 등의 여러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물리적으로도 경선 일정을 미룰 수 없었던 만큼, 자체 내부회의를 거쳐 김 대표 회사를 추가했다.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한국인텔리서치는 애초에 탈락한 게 아닌, 공식 절차를 거쳐 선정됐던 셈이다. 

결국 당 실무자의 실수로 한국인텔리서치가 추가됐고 실무진은 정 의원에게 이 같은 사실을 ‘허위 보고’한 정황이 드러났다. 

김 대표는 이 대표와의 관계성 특혜에 대해선 “악의적인 프레임”이라고 주장했다. 현역 의원 배제 논란도 자신이 먼저 민주당에 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묵묵부답

<일요시사>는 김 대표의 “실무진의 실수가 있었다”는 주장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당시 그와 연락을 주고받은 당 실무자에게 연락했으나 “바쁘다”는 짧은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민주당 선관위 투표분과 실무진을 총괄하는 국장도 “실무자의 실수가 아니다. 진행하는 과정이 있었을 뿐”이라고만 해명했다. 

신임 중앙당선관위원장으로 임명된 박범계 의원에게 해당 사안을 문의했으나 “보고받은 적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당 부위원장인 강민정 의원, 수석사무부총장이자 공천관리위원회 간사를 맡은 김병기 의원에게 ‘실무자의 실수 인지 여부’를 묻기 위해 전화 및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아무런 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단독> 민주당 여론조사 논란, 김 대표에게 들어보니…

<일요시사>는 김 대표와 총 세 차례에 걸쳐 전화 통화를 진행했다. 이 중 중점적으로 보도된 사안에 관한 질문을 했고, 소상히 해명을 들었다. 다음은 김 대표와 일문일답.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특수 관계성이 있다는 의혹이 나왔다. 

▲성남시 일을 계속 맡았거나, 독점적으로 했다면 문제다. 이 대표와 엮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언론의 프레임 씌우기다. 8년 동안 한 번 조사한 게 전부다. 

-민주당 비공식 경선 여론조사에서 배제됐는데…

▲당 안에서 우리 회사를 배제하라는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안다.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것 같아 경선 조사를 수행하는 게 무리라는 판단이 들었다. 스스로 판단하기에 빠지는 게 맞겠다 싶어 당에 알렸다. 

-공모 과정에 관한 문제도 불거졌다. 나중에 추가되면서 특혜 논란이 불거졌는데…

▲사실은 우리가 선정됐었다. 민주당 실무자가 회사를 착각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최초에 우리 회사는 탈락했다고 통보받았다. 우리가 받아야 할 합격 통보가 다른 회사에 전달됐다. 상황이 복잡하고, 빼기에도 어려운 상황이 있어 우리 회사가 추가로 발탁됐던 것이다. 

-(민주당으로부터)현역 의원을 배제하자는 요구가 있었나?

▲선거 때가 되면 인재를 영입하는 일이 이뤄진다. 어느 지역에 배치될지를 결정하기 전, 이곳저곳에 경쟁력 조사를 한다. 비교 판단을 한 뒤 어떻게 할지 결정하는 건 당에서 성과가 있을 때다. 정당서 현역 의원들에게 일일이 “몇 사람 넣고 돌리겠다”고 보고하지 않는다. 또 위의 사안들은 여론조사 회사 임의대로 할 수도 없다. 

-한국인텔리서치로 비공식 여론조사를 진행한 이유는?

▲내가 가장 먼저 세운 회사로 유령회사가 전혀 아니다. 법인인 리서치DNA로 진행할 경우, 민감한 조사기 때문에 어느 회사에서 여론조사한다는 게 금방 소문난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을 감추기 위했던 건 아니다. 조용히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당에서)민감한 조사인데, 회사 이름이 너무 많이 알려져 금방 알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내가 먼저 “이렇게(한국인텔리서치) 조사하면 되겠다”고 해서 진행됐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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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