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레트로 ②태백 철암탄광역사촌

까치발 건물을 아시나요?

 

태백 철암역서 약 170m 거리에 있는 철암탄광역사촌은 옛 탄광촌 주거시설을 복원·보존한 생활사 박물관이다. 감독이 “액션!”을 외치면, 금방이라도 배우들이 열연을 펼칠 듯한 과거 풍경이 그대로 남아 있다. 탄광서 석탄을 캐던 광부와 연탄을 처음 본 아이가 만나는 곳, 태백이 대한민국 석탄 산업의 중추 역할을 한 1970~1980년대로 떠나는 시간 여행지다.

탄광촌이 활황이던 1970년대 철암 지역은 광부가 되려는 이들 수만명이 몰려 서울 명동 거리만큼 붐볐다. 철암연립상가부터 산비탈 판자촌까지 도시가 급속도로 확장된 철암의 ‘리즈 시절’이다. 탄광촌에서는 개도 1만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닐 만큼 경기가 좋았다는데, 철암 동네 개는 10만원권 수표를 물었다고 할 정도로 석탄 산업의 전성기를 누렸다.

기회의 땅

광부에겐 위험수당까지 포함한 고임금이 보장돼, 철암은 인생 역전의 밑천을 마련할 ‘기회의 땅’이었다. 철암의 영화(榮華)가 레트로 감성을 입은 철암탄광역사촌서 하나둘 전개된다.

철암탄광역사촌은 11개 건물 가운데 총 6개 건물을 전시 공간으로 꾸몄다.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첫째·셋째 월요일 휴관), 입장료는 없다. 페리카나와 호남슈퍼, 진주성, 봉화식당을 거쳐 한양다방서 마무리하는 동선이지만, 각각 독립된 공간이라 취향에 맞게 골라 들어가면 된다.

산울림, 붐비네, 젊음의양지 등 향수를 자극하는 간판이 보이는데 모두 폐업 상태다. 알면서도 문을 열고 들어가면 노포 주인장이 반갑게 맞아줄 것만 같다.


페리카나 1층은 관리사무소다. 2층 기획전시실에는 각종 장부와 철암 지역 학생들의 성적표, 계약서, 광부들이 매일 마셨을 소주 등을 전시한다. 강도 높은 노동 후 퇴근길에 맛보는 돼지고기와 삼호소주 한 잔이 남은 하루를 견디는 힘이 됐을 터. 추억의 향토주 맛을 그리워하는 관람객의 눈길이 멈추는 곳이다.

전시실 흑백사진 속, 월급날 사무실 풍경이 인상적이다. 야무지게 말아 올린 파마머리 여성들이 눈에 띈다. 당시에 월급을 현금으로 지급했는데, 바깥양반의 호탕한 씀씀이를 걱정한 아내가 선수를 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광부 월급은 공무원의 곱절이었고, 서울 종로 거리에나 있을 법한 다방과 술집이 헤아릴 수 없었다니 빈 월급봉투에 대한 우려도 이해가 된다.

진주성은 관광객 쉼터와 복합 문화 공간, 철암 다큐멘터리 공간으로, 호남슈퍼는 철암의 유래·역사 관련 전시 공간과 선탄장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로 꾸몄다. 철암에는 마을 북쪽 백산과 경계가 되는 철도 변에 높이 20m, 너비 30m가 넘는 바위가 있는데, 쇠 성분이 많아 ‘쇠바위’라 했다. 바위서 뗀 돌을 녹여 쇠를 얻기도 해 쇠바위마을, 한자로 철암리(鐵巖理)라고 불렀다.

호남슈퍼 2층에는 광부들의 모습을 담은 선술집과 가정집, 마을 골목을 재현했다. 부엌과 난방시설에 연탄이며 조개탄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전망대에 오르면 태백 철암역두 선탄시설(국가등록문화재)이 한 눈에 들어온다. 층층이 파인 검은 산이 흰 건물과 대비된다. 태백에 마지막으로 남은 탄광인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서 보낸 원탄을 선별·가공해 현장서 쓸 수 있게 만든 다음 화물열차에 싣는다. 장성광업소와 철암역두 선탄시설도 올해 6월 말, 역사 속으로 사라질 예정이라고 한다.

과거 탄광촌은 도시의 확장 속도를 건축이 따라가지 못해 증축을 거듭했다. 원래 있던 건물은 상가로 활용하고, 철암천 쪽으로 공간을 확장해 지층 아래 살 집을 마련했다. 이때 건물을 지지하기 위해 까치발처럼 기둥을 만들었는데, 이곳이 ‘까치발 건물’로 불리는 까닭이다.

까치발 건물을 제대로 보려면 신설교에 서야 한다. 어떤 건물은 층마다 자재와 건축 스타일이 다르다. 탄광의 흥망성쇠가 까치 울음소리로 들려오는 듯하다. 철암탄광역사촌 앞 표석에 ‘남겨야 하나, 부숴야 하나 논쟁하는 사이, 한국 근현대사의 유구들이 무수히 사라져갔다’는 말이 이곳이 존재하는 이유를 대변한다.


탄광 산업의 상징 같은 존재
옛 영광 볼 수 있는 탄광역사촌

신설교를 지나 언덕에 오르면 산동네와 마주한다. 여기가 광부들이 모여 살던 삼방동이다. 광부 아버지가 빨간 보자기로 싼 도시락을 들고 아이와 함께 선 조형물이 보인다. 오늘 나선 막장이 삶의 마지막 장이 아니길, 가족은 매일같이 기도했을 것이다.

산동네에선 철암탄광역사촌의 까치발 건물과 철암역두 선탄시설, 쇠바우골탄광문화장터, 철암역이 한눈에 들어온다. 알록달록한 벽화가 쇠락한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쇠바우골탄광문화장터에는 음식점과 카페, 편의시설이 모여있다. 여기 식당 한 곳에서 내는 물닭갈비는 광부의 단골 음식이었다. 태백의 닭갈비는 채소를 넣은 전골 형태인데, 광부의 생명을 위협하는 체내 분진 제거에 섬유질이 많은 채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철암역은 1940년 영업을 시작했다. 철도가 없는 장성서 생산한 무연탄이 철암역을 거쳐 전국으로 나갔기에 그 위상이 대단했다. 1980년대 강릉역 역무원이 28명, 철암역 역무원이 300여명이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이후 석탄 산업이 쇠퇴하며 철암역의 위상도 떨어졌고, 백두대간협곡열차(V-Train) 시발역이자 종착역이 되면서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철암탄광역사촌서 자동차로 5분쯤 가면 태백8경에 드는 구문소(천연기념물)가 있다. 태백시 남쪽 황지천과 철암천이 만나는 곳인데, 암벽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동굴 형태가 신기하다. 석회암이 겹겹이 쌓인 층에서 다양한 퇴적 구조가 드러나고 고생대 화석이 발견돼, 지질학적 가치가 뛰어나다.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구문소 지질에 대한 궁금증은 인근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서 해소한다. 고생대에는 구문소 일대가 바다였는데, 당시 존재한 해양 생물 화석이 이를 증명한다. 국내 유일하게 고생대 지층에 세운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은 선캄브리아기부터 고생대, 신생대 인류의 출현과 발전까지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전문 박물관이다.

해발 800m에 자리한 몽토랑산양목장서 태백 시내를 조망해보자. 유산양 130여마리와 거위, 산토끼가 노니는 풍경이 목가적이다. 먹이 주기 체험도 색다르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다가오는 유산양의 웃는 모습에 먹이통이 비는 건 순식간이다. SNS 핫 플레이스로 소문난 몽토랑카페에선 매일 짠 신선한 산양유와 갓 구운 빵도 맛볼 수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철암탄광역사촌→구문소→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철암탄광역사촌→구문소→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둘째 날 몽토랑산양목장→태백 용연굴→바람의언덕(매봉산풍력발전단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태백관광 https://tour.taebaek.go.kr/tour
-구문소(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https://tour.taebaek.go.kr/tpmuseum
-몽토랑산양목장 www.instagram.com/tae_baekdudaegan


문의 전화
-태백시청 문화관광과 033)550-2081
-철암탄광역사촌 033) 582-8070
-구문소(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033)581-3003
-몽토랑산양목장 033)553-0102

대중교통
-버스 서울-태백, 동서울종합터미널서 하루 26회(06:00~22: 30) 운행, 약 3시간10분 소요. 태백버스터미널 정류장서 1번·4번·4-2번 일반버스 이용, 철암역 정류장 하차, 철암탄광역사촌까지 도보 약 55m.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태백버스터미널 1588-0585, www.bustaja.com, 태백시대중교통정보 080-850-9486, www.taebaek-pti.kr/index.php

-기차 청량리역-태백역, 무궁화호·새마을호 하루 5회(07:34~19: 10) 운행, 2시간55분~3시간40분 소요. 태백역서 태백버스터미널 정류장까지 도보 약 260m 이동, 1번·4번·4-2번 일반버스 이용, 철암시장 정류장 하차, 철암탄광역사촌까지 도보 약 85m. 청량리역-영주역(환승)-철암역, KTX-무궁화호 하루 1회(15:22) 운행, 약 4시간(환승 포함) 소요, 철암역서 도보 약 170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태백시대중교통정보 080-850-9486, www.taebaek-pti.kr/index.php


광주원주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강원남로→제천 IC서 영월·제천 방면→신동교차로→고명교차로서 영월·쌍용 방면→황지교사거리서 도계·동해 방면→철암역·철암농공단지 방면 우회전→철암탄광역사촌


숙박 정보
-태백산한옥펜션: 태백시 소롯골길, 033)552-2367, www.ok114.co.kr/0335522367
-오투리조트: 태백시 서학로, 033)580-7000, www.o2resort.com
-태백호텔: 태백시 태백산로, 033)550-5800, http://taebaekhotel.com
-블루문게스트하우스: 태백시 석공길, 033)581-0880
-태백관광호텔쏘라노: 태백시 기장밭길, 033)553-8080
-태백고원자연휴양림: 태백시 머리골길, 033)582-7440, www.foresttrip.go.kr

식당 정보
-불로닭물닭갈비(물닭갈비): 태백시 동태백로, 033)582-4142
-연화식당(김치찌개·청국장): 태백시 태백로, 033)581-8897
-원조안동갈비(돼지갈비): 태백시 번영로, 033)554-4242
-한밭식당(산나물가마솥밥·굴밥): 태백시 먹거리길, 033)552-3160

주변 볼거리
통리탄탄파크, 오로라파크, 365세이프타운, 태백석탄박물관, 황지자유시장

<webmast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