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송전탑 비켜난 최은순 땅의 비밀

멀어질수록 커지는 금싸라기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인구 밀집지역에서 변전소·송전탑 건설사업의 진행 여부를 놓고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사업의 필요성과 안전한 거주 여건이라는 상반된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양상이다. 사업이 어떻게 귀결되느냐에 따라 주변의 이해관계도 요동칠 수 있다. 용산 주인의 장모가 보유한 땅이 금싸라기가 될지 모를 일이다.

‘평내호평지구’는 경기도 남양주시 평내동·호평동 일원에 조성된 3만5000세대 규모의 대단위 주거구역이다. 평내동(3만7925명)과 호평동(5만6464명) 일대 거주 인구 대부분을 포함하며, 진행 중인 주거단지 구축이 완료되면 향후 13만명 수준으로 거주 인구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팽팽히 
맞서다

평내호평지구에 거주하는 주민 사이에서는 최근 변전소·송전탑 건설 사업이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해시설 설치 문제로 부각되면서 갈등이 표면화되는 양상이다.

한국전력(이하 한전)은 호평동·평내동 일대 2984㎡ 부지에 신규 변전소 건설사업을 추진 중이다. 2026년 4월까지 변전소와 함께 400~500m 간격으로 송전탑을 설치해 154㎸ 규모의 전력을 충당하는 게 프로젝트의 골자다.

변전소·송전탑 건설사업은 제9차 장기송변전설비계획 신규사업의 일환으로 2021년 12월 사업시행을 위한 준비 절차에 돌입했다. 지난해 6월에는 후보지 선정을 위한 ‘상생발전협의체’가 구성됐다.


한전은 평내·호평 주민 20명으로 구성된 상생발전협의체와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3차례에 걸친 논의 끝에 변전소 건설 후보지 5곳을 선정했다. 준비 절차에 돌입한 지 약 2년 만인 지난해 11월 거주민을 대상으로 한 사업 설명이 뒤따랐다.

한전 측은 사업설명회에서 변전소·송전탑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평내·호평 일대에 2년 사이 총 4000세대 규모로 신규 아파트 단지가 입주한 데다, 평내4지구 개발계획에 따른 신규 부하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주장을 피력했다.

평내·호평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는 인근 변전소(덕소·마석·미금)의 과부하가 예상되기에, 올해 이후 전력 공급에 안정화를 꾀해야 한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주거단지 휘감는 전자파 공포
남 좋은 일 시키려 강행 돌파? 

그러나 주민들은 한전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격렬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급기야 변전소·송전탑 설치를 저지하고자 비상대책위원회가 결성됐고, 지난해 12월19일 첫 항의 집회를 시작으로 변전소·송전탑 건설 사업 전면 백지화를 위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지역 유력 인사들도 주민들의 뜻에 동참하고 나선 모양새다. 지난달 24일 한근수(국민의힘·남양주시의회) 의원은 제300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에 나서 변전소·송전탑 건설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원점 재검토를 촉구한 상태다.

최민희(더불어민주당·남양주갑) 국회의원 예비후보는 지난달 31일 평내호평 지역에 추진하는 변전소 사업 중단, 주민토론회 개최, 투명한 자료공개를 요청하는 의견서를 한국전력에 공식 전달했다. 


주민들은 변전소·송전탑 건립이 사실상 왕숙신도시 등 인근에 들어설 대단위 주거단지를 고려한 시설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왕숙신도시는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진건읍·양정동 일원에 2028년경 들어서는 수도권 3기 신도시로, 예상 수용호수만 6만6000세대에 달한다.

한전 측은 인근 신규 주거구역은 총 3개의 변전소를 별도로 세워 자체적으로 전력 공급을 꾀할 계획임을 드러냈지만, 평내·호평 주민들은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평내호평지구 내 전력 사용량을 감안하면 추가 변전소·송전탑 설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떠들썩한
갈등 국면

실제로 한전·남양주시·주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달 27일 열린 토론회에서 한전 측 참여자는 평내호평지구 1년 전력 사용량이 85㎸ 수준이라고 언급한 상황이다. 이는 한전에서 변전소 설치를 통한 기대 전력량(154㎸)의 55%에 불과하다.

남양주시가 미래 구상을 위해 평내·호평 거주민의 희생을 강요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송전탑 유해성 논란은 평내·호평 주민들이 변전소·송전탑 건설사업을 극명히 반대하는 핵심적인 이유로 작용한다. 그간 송전탑에서 발생한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국내로 한정하면 1999년 충남 당진군 석문면 교로2리에 거주하는 주민 다수가 암을 비롯한 질병에 노출된 사건은 유해성 논란에 불을 지핀 최초 사례였다. 당시 암환자로 분류된 주민 대다수가 765kV 선로가 지나가는 송전탑과 500m 이내에 거주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경남 밀양에서는 송전탑 건설공사를 놓고 갈등이 불거진 전례가 있다. 2008년 ‘신고리 원전-북경남변전소 765㎸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추진했고, 건강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한 주민이 반발하면서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마을 주민 2명이 목숨을 끊는 사건이 벌어졌다.

조용한
알박기?

여기에 변전소·송전탑 건설이 예상되는 지역이 주민 거주지와 근접하다는 점이 더해지면서 우려는 한층 더 커지고 있다. 한전이 밝힌 변전소 건립 후보지 5곳 모두 거주지와 인접한 곳이며, 특히 호평동 일대 후보지의 경우 인근 아파트 단지와 직선거리로 50~100m 남짓에 불과한 상황이다.

한전 측은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송전탑이 안전상 전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전력 설비에서 나오는 전자파는 인체에 축적되지 않을 뿐 아니라 거리가 멀어질수록 그 세기가 급격하게 감소하며, 인체 유해성에 대해 현재까지 객관적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례가 없다는 설명이다.

변전소 울타리에서 측정한 값은 전자파 평균값(0.26μT)이 가전제품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보다 낮다는 소견도 덧붙였다.


눈여겨볼 부분은 변전소·송전탑 건설사업이 주거밀집 지역에 최대한 근접한 형태로 진행될 경우 평내호평지구 서북면 방향에 맞닿아 있는 진접읍 송능리 일대가 개발 제약에서 일정 부분 자유로워진다는 점이다. 해당 지역은 면적 대부분이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였음에도 왕숙신도시, 평내호평지구와 가깝다는 이점과 교통의 편리성에 힘입어 꾸준히 개발 가능성이 제기됐던 곳이다.

한발 떨어져 묵혀 놓은 알짜배기
가족 회사 품에서 서서히 숙성 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지만, 송능리 일부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에서 제외됐다는 점도 향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2022년 6월 경기도는 21개 시·군 임야 120㎢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했는데, 남양주시의 경우 금곡동, 진건읍 송능리·용정리 등 0.92㎢ 면적이 명단에서 빠졌다.

경기도는 2020년 6월 기획부동산 투기행위 방지 차원에서 2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송능리 일대 토지 소유주 명단에서는 ‘이에스아이앤디’라는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2001년 설립된 이에스아이앤디는 부동산개발·주택건설사업 등을 영위하는 최은순씨 일가의 가족회사다.

최씨의 장남인 김진우씨는 2014년 11월부터 현재까지 이에스아이앤디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최씨와 그의 장녀·차남은 임원으로 등재돼있다. 최씨의 차녀이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 역시 2008년 3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이에스아이앤디는 평내호평지구 인근 송능리 일대에 임야 두 필지를 보유 중이다. 각각 6만4254㎡, 4만4970㎡ 면적인 해당 필지는 평내호평지구의 중심구역인 평내호평역에서 2㎞ 남짓 떨어져 있다.

이에스아이앤디는 최씨로부터 2018년 4월 매매를 통해 두 필지의 소유권을 확보했다. 최씨는 6만4254㎡ 면적의 임야 절반을 지인으로부터 1999년 11월 사들였고, 나머지 절반은 2004년 12월 매매를 통해 취득했다. 4만4970㎡ 면적의 임야를 취득한 시기 역시 2004년 12월이다.

부각되는
현지 호재

한편 첨예한 대립이 계속되면서 변전소·송전탑 건설사업은 향후 계획이 불명확해진 상황이다. 일단 남양주시는 변전소·송전탑 건설 사업이 중단된 상태라는 입장이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평내·호평에 거주하는 20명으로 구성된 상생발전협의체가 한전 측에 전원 사퇴 의사를 전달하고 사실상 해체된 상태”라며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경청하는 과정이 먼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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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탄 남발하는 국감 고지전

공포탄 남발하는 국감 고지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의 꽃인 국정감사가 시작됐지만 사방이 어수선하다. 여야의 마음이 이미 지방선거라는 콩밭으로 향한 탓이다. 당은 당대로, 후보는 후보대로 강성 유권자 표심 얻기에 나서면서 국정감사는 누가 더 날 선 말을 내뱉는지 대결하는 장으로 변했다. 지방선거(이하 지선)까지 약 8개월이 남았지만 여야의 시선은 이미 내년 6월을 향하고 있다. “조기 대선이 끝난 직후부터 여의도는 이미 지선 모드”라는 정치권 관계자의 말대로 당은 한 명이라도 더 많은 당선자를 배출하기 위해 치밀한 계산에 나섰다. 이번 국정감사(이하 국감)는 사실상 지방선거로 향하는 지름길이자 후보의 인상을 남기기 위한 무대로 자리매김했다. 조·오 앞으로 서울은 내년 지선에서 가장 주목도가 높은 곳이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치러진 선거인 데다가 서울의 승리가 곧 지선 전체 승리라는 분위기에 힘이 실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주민·서영교 의원이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도전장을 내밀면서 벌써부터 경쟁에 돌입했다. 서 의원은 국감이 열리기 전부터 조희대 대법원장을 강하게 몰아세웠다. 앞서 대법원은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당시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2심 판단이 법리를 오해했다”며 전원합의체 회부 9일 만에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사건을 돌려보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주요 후보에 대한 판결을 이례적인 속도로 선고해 대선에 개입하려 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서 의원은 ‘조희대-한덕수 회동’ 의혹이 담긴 제보자의 녹음 파일을 근거로 들며 대선 개입을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 같은 점을 토대로 조 대법원장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했으나 조 대법원장은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했다. 결국 조 대법원장은 대법원 관례에 따라 인사말 후 이석 형태로 참석하겠다는 방침을 따랐다. 그는 지난 13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국감 인사말을 통해 “법치국가에서는 재판 사항에 대해 법관을 감사나 청문의 대상으로 삼아 증언대에 세운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 사법부를 둘러싼 작금의 여러 상황에 대해서는 깊은 책임감과 함께 무겁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사말을 마친 조 대법원장은 이석을 요청했으나 법사위에서 이를 불허해 오전 동안 자리를 지켰다. 이때 민주당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윤 전 대통령을 만난 적이 있느냐’ ‘선거법 재판이 옳았다고 생각하느냐’ 등의 질문을 강행했으나 조 대법원장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후 마무리 발언을 통해 조 대법원장은 자신이 한 전 총리 등과 회동했다는 의혹에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 사건 파기환송심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이와 관련된 불신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면서도 “재판의 심리와 판결의 성립, 판결 선고 경위 등에 관한 사항은, 사법권의 독립을 규정한 대한민국 헌법 제103조 및 합의의 비공개를 규정한 법원조직법 제65조 등에 따라 밝힐 수 없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국감장에 묶어뒀지만 결과적으로 이렇다 할 답변은 얻지 못한 채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만 들었다. 국감을 내란 세력 청산의 불쏘시개로 쓰려던 민주당이 너무 섣부르게 움직인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이유기도 하다. 조희대·김현지가 집어삼킨 일주일 상임위 곳곳 파열음…제자리 맴맴 가장 먼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박 의원은 오세훈 서울시장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견제에 나섰다. 서울시가 야심 차게 준비한 한강버스가 실패로 돌아가자 오 시장의 자질 부족을 지적하며 대항마 이미지를 부각한 것이다. 민주당 전현희 수석최고위원도 한강버스를 겨냥해 맹폭을 가하면서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을 내비쳤다. 민주당 내 ‘네임드 의원’이 출마 채비를 마쳤지만 서울에서 4선을 지낸 오 시장을 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울은 부동산 이슈에 민감하고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된 만큼 민주당 내 강경 의원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가는 오히려 서울 시민의 반발심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오 시장의 실정을 파고들어 틈을 벌리겠다는 방침이다. 국회 행정안정위원회(이하 행안위)는 오는 23일 열리는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한강버스 관련 질의를 하기 위해 손정일 가덕중공업 대표를 비롯한 김선직 한강버스 대표 등 4명을 증인으로 세우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모든 것을 김현지 대통령제1부속실장으로 맞받아치고 있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을 이번 국감의 타깃으로 세웠다면, 야당은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성남 라인’으로 알려진 김 실장을 ‘정부 실세’로 규정하고 의혹 한 점조차 남기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국회 상임위 곳곳에서 김 실장을 찾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선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김 실장 대북송금 사건 변호사 교체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국감에 출석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는 지난 14일, 법사위에 이화영 전 평화부지사의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박상용 검사가 증인으로 출석해 이 전 부지사의 변호사 교체에 개입했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위헌정당 심판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 계열인 ‘경기동부연합’과 김 실장이 연결돼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통합진보당 김미희 전 의원과 단일화해 승리한 바 있다. 이후 이 대통령이 경기동부연합과 어떤 관계인지 지속해 의문이 제기돼왔다”고 말했다. 검증보다 마음 앞서 그는 “김 전 의원은 식사 모임을 방문해 선거운동을 하고 그 식사 대금을 지불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는데, 이 위반 행위에 김현지가 깊이 관여돼있었다. 재판부는 김 전 의원이 김 실장의 연락을 받아 식사 모임을 방문한 사실을 인정하며 둘의 관계를 판결문에 적시했다”며 판결문을 근거로 들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는 김 실장이 이재명정부에서 임명된 김인호 산림청장과 인연이 있다고 주장했다. 타 상임위와 마찬가지로 임명 과정 문제를 짚기 위해 김 실장이 증인으로 출석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에서 김 실장과 김 청장이 과거 시민단체에서 함께 일한 점을 언급하며 “김 실장과의 어떤 사적인 관계가 (김 청장) 임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민주당 이원택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당 차원의 증인 신청을 했다고 해서 보좌관한테 확인해 보니 (양당) 보좌관은 ‘산림청장 임명 과정에 대한 검증은 운영위원회 사안이라서 이곳에서 검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한다”고 반박했다. 김 실장의 이름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에서도 들려왔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소환된 국감에서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은 ‘김 실장과 통화한 적 있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한 장관은 “네이버에 있을 때도, 지금도 (통화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유튜버 김어준씨 손위 처남이자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한 인태연 전 대통령자영업비서관이 중기부 2차관으로 내정됐다는 설이 나오자, 이번 인사에 김 실장이 관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각종 상임위가 ‘김현지의 늪’에 빠진 상황에서 본인이 국감 증인으로 출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부속실장으로서 (국감에) 부르는 게 아니라 김현지-이재명을 연결지어 정부 전체에 흠집을 내려는 의도”라며 “초반에는 김 실장도 ‘국회가 부르면 나가겠다’는 입장이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증인으로 출석했다가 오히려 잡음만 키울 것이란 부담감이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김 실장의 출석을 요구하면서도 의혹 제기가 공포탄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모양새다. 실제 김 실장이 출석하더라도 문제의 본질에 다가가지 못한 채 몰아세우기만 한다면 야당으로서 모습만 우스워진다는 점에서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이 전력으로 김현지 세 글자를 띄우는 데에는 이정부의 비선 실세 프레임을 내년 지선 돌파구로 사용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총선에 이어 조기 대선까지 패배했다. 이번 지선에서 자력으로 승리할 가능성이 낮은 만큼 반사이익을 얻기 위한 네거티브 공세에 지나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지르고 보는 사자후 일색 지선에 내보낼 거물급 후보가 없다는 것 역시 국민의힘의 고민이다. 특히 가장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서울시장의 경우 오 시장의 임기가 남아있어 섣불리 출사표를 던지지 못하는 눈치다. 한 야당 관계자는 “전국 당협위원장을 뽑기 위해 준비하고 있고 총괄기획단도 출범했다”면서도 “(후보로 나서기에 앞서) 당에서는 차분하게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추미애 의원은 경기도지사에, 박찬대 의원은 인천시장에 도전한다는 등 여당 중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의원 위주로 하마평이 돌자 국민의힘에서는 혹시 모를 차기 선거를 위해 몸값을 키우려는 시도만 이어지고 있다.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건 야당 몫 법사위 간사로 내정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다. 법사위원장인 추 위원장과 사사건건 맞붙으면서 ‘추나 대전’ 프레임만 견고해지고 있다. 지난 13일 국정감사에서 추 위원장이 조 대법원장에 대한 질의응답을 강행하자 나 의원이 “조 대법원장 출석 주장 논리라면 이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 우원식 국회의장도 모두 나와야 한다”고 소리쳤고 여야 간의 고성이 오가며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두 사람은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현장 국정감사에 앞서 진행된 전체회의에서 또다시 충돌했다. 민주당 주도로 지난 5월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재판관 및 재판 연구관의 자료 열람 기록 등에 대한 서류 제출 요구의 건을 의결하자 “사법부의 심장인 대법원을 사실상 압수수색한다”고 소리친 것이다. 나 의원은 경기도지사 출마설에 “정중히 사양한다”며 이를 일축했지만, 추 위원장과 매일같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차기 경기도지사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 여전히 이름을 올리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원외에서도 정치적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는데 법원의 체포적부심 인용 결정으로 석방되면서 보수 세력의 지지를 등에 업고 내년 지선 대구 시장 후보로 급부상한 것이다. 오히려 키웠다? 갑자기 뜬 이진숙 지선까지 8개월 일단 뱉고 보는 말 이정부와 민주당에 맞서는 ‘여전사’ 이미지가 보수의 심장인 TK에서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영남일보> 의뢰로 지난 12~13일 만 18세 이상 대구시민 820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구시장 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이 전 위원장이 21.2%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더불어민주당의 김부겸 전 총리(15.6%)로 두 사람 간 격차는 오차범위 내인 5.6%p다. 해당 여론조사는 이용한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4%p, 응답률은 6.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국감이 시작되자 본격적으로 이 전 위원장의 보폭이 넓어졌다. 지난 14일 국회 방송통신미디어위원회 국감에서 민간인 신분으로 참석해 이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스피커를 키웠다. 증인석에 선 이 전 위원장은 체포 과정을 세세하게 설명하며 “이정부는 비상식적인 것이 뉴 노멀인 상황이 됐다” “대통령 한 사람한테 밉보이면 이렇게 되나 생각했다” 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이 전 위원장의 국감 출석에 대해 보수 출신 관계자는 “보수 진영 지지층에게 공개적 메시지를 내기 위한 장소로 국감을 선택한 것 같다”며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출마를 염두에 뒀는지는 모르겠지만 또 다른 소환 조사를 앞두고 정치적 메시지를 낼 장소로 (국감을) 이용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번 국감은 내년 지선을 앞두고 행하는 마지막 정치 이벤트다. 예년보다 짧은 국감 기간에 강경 이미지를 각인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가는 오히려 역효과를 부르는 일이 파다하게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는 강경 지지층과 중도층을 동시에 잡아야 하는 싸움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확실한 승리를 위해 국감 기간 도중 과격한 언행을 자제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중도층을 포섭하기 위해 국감 시작 일주일 만에 자중론으로 의견이 모인 것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법사위 현장 국감은 소란스럽게 할 필요가 없다. 국민은 국회의원의 발언이 아니라 조희대의 답변과 태도를 지켜보고 있다”며 “‘몸싸움이나 거친 말이 있어선 안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박수현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같은 날 대법원 현장 국감서 여야 간의 충돌이 일자 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작부터 자중론 국회 최고령인 민주당 박지원 의원 역시 이날 자신의 SNS에 법사위 운영과 관련해 “과유불급. 저부터 자제하겠다”며 “현재 대법원 현장 국감 중인데 누가 끼어들고 소란 피우는가를 국민께서 판단하길 바란다”고 적었다. 앞서 법사위에서 국민의힘 측 법사위원과 언쟁이 벌어지자 상대방을 향해 “조용히 해!”라고 소리친 사건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이어 박 의원은 “국회 상임위에서 여야 간 공방에 무의식 중 ‘조용히 해’ ‘끼어들지 마’ 같은 언어를 자주 사용한다”며 “동생·자식 같은 후배 의원님들이지만 선수 상관없이 모두 동료 의원님들”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