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송전탑 비켜난 최은순 땅의 비밀

멀어질수록 커지는 금싸라기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인구 밀집지역에서 변전소·송전탑 건설사업의 진행 여부를 놓고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사업의 필요성과 안전한 거주 여건이라는 상반된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양상이다. 사업이 어떻게 귀결되느냐에 따라 주변의 이해관계도 요동칠 수 있다. 용산 주인의 장모가 보유한 땅이 금싸라기가 될지 모를 일이다.

‘평내호평지구’는 경기도 남양주시 평내동·호평동 일원에 조성된 3만5000세대 규모의 대단위 주거구역이다. 평내동(3만7925명)과 호평동(5만6464명) 일대 거주 인구 대부분을 포함하며, 진행 중인 주거단지 구축이 완료되면 향후 13만명 수준으로 거주 인구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팽팽히 
맞서다

평내호평지구에 거주하는 주민 사이에서는 최근 변전소·송전탑 건설 사업이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해시설 설치 문제로 부각되면서 갈등이 표면화되는 양상이다.

한국전력(이하 한전)은 호평동·평내동 일대 2984㎡ 부지에 신규 변전소 건설사업을 추진 중이다. 2026년 4월까지 변전소와 함께 400~500m 간격으로 송전탑을 설치해 154㎸ 규모의 전력을 충당하는 게 프로젝트의 골자다.

변전소·송전탑 건설사업은 제9차 장기송변전설비계획 신규사업의 일환으로 2021년 12월 사업시행을 위한 준비 절차에 돌입했다. 지난해 6월에는 후보지 선정을 위한 ‘상생발전협의체’가 구성됐다.


한전은 평내·호평 주민 20명으로 구성된 상생발전협의체와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3차례에 걸친 논의 끝에 변전소 건설 후보지 5곳을 선정했다. 준비 절차에 돌입한 지 약 2년 만인 지난해 11월 거주민을 대상으로 한 사업 설명이 뒤따랐다.

한전 측은 사업설명회에서 변전소·송전탑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평내·호평 일대에 2년 사이 총 4000세대 규모로 신규 아파트 단지가 입주한 데다, 평내4지구 개발계획에 따른 신규 부하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주장을 피력했다.

평내·호평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는 인근 변전소(덕소·마석·미금)의 과부하가 예상되기에, 올해 이후 전력 공급에 안정화를 꾀해야 한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주거단지 휘감는 전자파 공포
남 좋은 일 시키려 강행 돌파? 

그러나 주민들은 한전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격렬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급기야 변전소·송전탑 설치를 저지하고자 비상대책위원회가 결성됐고, 지난해 12월19일 첫 항의 집회를 시작으로 변전소·송전탑 건설 사업 전면 백지화를 위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지역 유력 인사들도 주민들의 뜻에 동참하고 나선 모양새다. 지난달 24일 한근수(국민의힘·남양주시의회) 의원은 제300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에 나서 변전소·송전탑 건설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원점 재검토를 촉구한 상태다.

최민희(더불어민주당·남양주갑) 국회의원 예비후보는 지난달 31일 평내호평 지역에 추진하는 변전소 사업 중단, 주민토론회 개최, 투명한 자료공개를 요청하는 의견서를 한국전력에 공식 전달했다. 


주민들은 변전소·송전탑 건립이 사실상 왕숙신도시 등 인근에 들어설 대단위 주거단지를 고려한 시설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왕숙신도시는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진건읍·양정동 일원에 2028년경 들어서는 수도권 3기 신도시로, 예상 수용호수만 6만6000세대에 달한다.

한전 측은 인근 신규 주거구역은 총 3개의 변전소를 별도로 세워 자체적으로 전력 공급을 꾀할 계획임을 드러냈지만, 평내·호평 주민들은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평내호평지구 내 전력 사용량을 감안하면 추가 변전소·송전탑 설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떠들썩한
갈등 국면

실제로 한전·남양주시·주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달 27일 열린 토론회에서 한전 측 참여자는 평내호평지구 1년 전력 사용량이 85㎸ 수준이라고 언급한 상황이다. 이는 한전에서 변전소 설치를 통한 기대 전력량(154㎸)의 55%에 불과하다.

남양주시가 미래 구상을 위해 평내·호평 거주민의 희생을 강요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송전탑 유해성 논란은 평내·호평 주민들이 변전소·송전탑 건설사업을 극명히 반대하는 핵심적인 이유로 작용한다. 그간 송전탑에서 발생한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국내로 한정하면 1999년 충남 당진군 석문면 교로2리에 거주하는 주민 다수가 암을 비롯한 질병에 노출된 사건은 유해성 논란에 불을 지핀 최초 사례였다. 당시 암환자로 분류된 주민 대다수가 765kV 선로가 지나가는 송전탑과 500m 이내에 거주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경남 밀양에서는 송전탑 건설공사를 놓고 갈등이 불거진 전례가 있다. 2008년 ‘신고리 원전-북경남변전소 765㎸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추진했고, 건강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한 주민이 반발하면서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마을 주민 2명이 목숨을 끊는 사건이 벌어졌다.

조용한
알박기?

여기에 변전소·송전탑 건설이 예상되는 지역이 주민 거주지와 근접하다는 점이 더해지면서 우려는 한층 더 커지고 있다. 한전이 밝힌 변전소 건립 후보지 5곳 모두 거주지와 인접한 곳이며, 특히 호평동 일대 후보지의 경우 인근 아파트 단지와 직선거리로 50~100m 남짓에 불과한 상황이다.

한전 측은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송전탑이 안전상 전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전력 설비에서 나오는 전자파는 인체에 축적되지 않을 뿐 아니라 거리가 멀어질수록 그 세기가 급격하게 감소하며, 인체 유해성에 대해 현재까지 객관적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례가 없다는 설명이다.

변전소 울타리에서 측정한 값은 전자파 평균값(0.26μT)이 가전제품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보다 낮다는 소견도 덧붙였다.


눈여겨볼 부분은 변전소·송전탑 건설사업이 주거밀집 지역에 최대한 근접한 형태로 진행될 경우 평내호평지구 서북면 방향에 맞닿아 있는 진접읍 송능리 일대가 개발 제약에서 일정 부분 자유로워진다는 점이다. 해당 지역은 면적 대부분이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였음에도 왕숙신도시, 평내호평지구와 가깝다는 이점과 교통의 편리성에 힘입어 꾸준히 개발 가능성이 제기됐던 곳이다.

한발 떨어져 묵혀 놓은 알짜배기
가족 회사 품에서 서서히 숙성 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지만, 송능리 일부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에서 제외됐다는 점도 향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2022년 6월 경기도는 21개 시·군 임야 120㎢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했는데, 남양주시의 경우 금곡동, 진건읍 송능리·용정리 등 0.92㎢ 면적이 명단에서 빠졌다.

경기도는 2020년 6월 기획부동산 투기행위 방지 차원에서 2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송능리 일대 토지 소유주 명단에서는 ‘이에스아이앤디’라는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2001년 설립된 이에스아이앤디는 부동산개발·주택건설사업 등을 영위하는 최은순씨 일가의 가족회사다.

최씨의 장남인 김진우씨는 2014년 11월부터 현재까지 이에스아이앤디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최씨와 그의 장녀·차남은 임원으로 등재돼있다. 최씨의 차녀이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 역시 2008년 3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이에스아이앤디는 평내호평지구 인근 송능리 일대에 임야 두 필지를 보유 중이다. 각각 6만4254㎡, 4만4970㎡ 면적인 해당 필지는 평내호평지구의 중심구역인 평내호평역에서 2㎞ 남짓 떨어져 있다.

이에스아이앤디는 최씨로부터 2018년 4월 매매를 통해 두 필지의 소유권을 확보했다. 최씨는 6만4254㎡ 면적의 임야 절반을 지인으로부터 1999년 11월 사들였고, 나머지 절반은 2004년 12월 매매를 통해 취득했다. 4만4970㎡ 면적의 임야를 취득한 시기 역시 2004년 12월이다.

부각되는
현지 호재

한편 첨예한 대립이 계속되면서 변전소·송전탑 건설사업은 향후 계획이 불명확해진 상황이다. 일단 남양주시는 변전소·송전탑 건설 사업이 중단된 상태라는 입장이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평내·호평에 거주하는 20명으로 구성된 상생발전협의체가 한전 측에 전원 사퇴 의사를 전달하고 사실상 해체된 상태”라며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경청하는 과정이 먼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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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