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메가스터디 일타 강사 피소 내막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2.05 16:39:49
  • 호수 1465호
  • 댓글 9개

꼼수로 큰 스타 강사 두 얼굴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사교육 카르텔이 논란이다. 여기에 메가스터디의 스타 영어 강사가 지목됐는데, 그가 출제위원 교사를 고용할 때 또 다른 사람도 있었다. 이 사람은 영어 강사가 따로 만든 사업체의 직원으로, 강사가 지시한 대로 또 다른 사업체를 만들어 출제위원 교사에게 임금을 주는 일 등을 했다.

지난달 9일, 수능 모의고사 출제 경험이 있는 현직 교사가 대형 입시업체에 돈을 받고 문항을 판매하면서 불거진 ‘사교육 카르텔’ 논란이 공교육의 한 축을 맡은 EBS 교재로 확대됐다. 교육계에 따르면 감사원은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문항이 비슷한 시기 대형 입시업체 일타 강사 사설 모의고사 문제집과 EBS 연계 교재 감수본에 동일하게 게재된 사실을 감사하고 있다.

두 회사

2023학년도 수능은 2022년 11월 치러졌다. 일타 강사의 모의고사 문제집은 그해 9월 나왔고, EBS 수능 연계 교재는 이듬해 1월 출간 예정을 앞두고 감수 중이었던 만큼 시기가 겹친다.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은 지문을 읽고 주제를 찾는 3점짜리 문항이었다.

베스트셀러 <넛지>의 저자로 유명한 캐스 선스타인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저서 <투 머치 인포메이션(Too Much Information)>서 발췌했다.

수능 직후부터 수험생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 지문이 유명 일타 강사가 제공한 모의고사 지문과 한 문장을 제외하고는 동일하다며 문항 유출 의혹이 제기됐다. 문제는 달랐지만 미리 지문을 읽어 본 수험생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으로, 이 책은 당시 국내에 출간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평가원은 ‘우연의 일치’라며 심사 대상에도 넣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 똑같은 지문이 수능뿐 아니라 EBS 연계 교재 감수본에도 실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연의 일치로 보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타 강사에게 돈을 받고 문항을 거래한 교사 4명은 수능 모의평가 출제나 EBS 교재 집필 등의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콘텐츠·교재 제작 채용됐지만…
“사업체 만들어 출제위 임금 줘라”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해당 일타 강사는 메가스터디 영어 스타 강사 A씨며, 이번 일로 소송에 걸렸다. 소송장에 따르면 A씨는 교재, 문제 등 콘텐츠 제작과 검수, 자료 수집, 자료 가공 등 업무할 회사 두 곳을 만들어 2018년 2월1일, 직원으로 B씨를 채용했다. B씨는 A씨와 임금 300만원으로 근로관계를 시작했다.

그해 10월24일 A씨의 다른 회사 한 곳과 임금 900만원으로 근로계약을 맺었다. 근로기간은 2018년 11월1일부터 2019년 10월31일까지며, 상호 의사 표시가 없으면 근로계약 기간이 자동으로 연장되는 조건이었다.

그러던 중 A씨는 2020년 말경 메가스터디의 자회사를 통해 강의에 사용할 문제를 공급받았는데, 문제 수준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수능·모의고사 출제위원 학교 교사로부터 문제를 공급받고자 했다. 스타 강사가 되기 위해서였다.

A씨는 B씨에게 “예전에 ‘이모 강사’가 수능 모의평가 문제를 제공받아 유출해 실형을 받았다. 강사와 학교 선생님이 직접 계약하거나 출제 문제를 주고받을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문제 검토를 진행하는 B씨가 형식상 사업자를 등록해 출제위원 선생님과 문제 공급 계약체결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상사인 A씨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던 B씨는 “불안하다” “무섭다” 등의 불안한 마음을 표현했지만, “별 문제 없을 것”이라며 사업자 등록 신청 및 세금 처리 등을 지시했다. 결국 출제위원 등 학교 교사와 문제 공급 계약 및 문제 수급, 세금 및 비용 처리 등을 위한 사업자 등록을 냈다.

이때부터 A씨는 “○○ 선생님은 다음달부터 VAT 포함해서 급여를 주겠다. B씨가 급여를 주면 된다. 20문항을 받으면 440만원을 주겠다. 이걸로 B씨가 ○○ 선생님 급여를 처리하면 된다”고 지시했다. 

입금자명도 세밀하게 나눴다. 각 교사 월급의 입금자명을 A씨와 B씨로 나눠서 지급했고, 세금계산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일과 기존 근로인 콘텐츠 제작 등의 업무를 동시에 했다.

메신저 20분내 답장 없으면 근무지 이탈
지각·조퇴 시 빠진 시간만큼 급여 삭감

콘텐츠 제작은 마감 기한이 항상 ‘최대한 빨리’라, B씨는 A씨의 부당한 업무 지시에 더해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공황장애 증상까지 발생했다. 특히 근무 중 A씨가 메신저나 화상 대화 요청 시 20분 이상 대답을 하지 않으면 근무지 이탈로 간주했고, 지각이나 조퇴를 하면 그 시간만큼 급여를 지급하지 않겠다고 정해놨다. 

B씨가 받은 임금은 초과근로를 해서 받은 월급으로, 급여는 근무시간에 비례해 산정됐는데 2022년 11월15일까지 근무했다.

하지만 A씨는 B씨에게 퇴직금 8000만원, 임금 900만원을 미지급했고, 근로계약서에는 계약기간 종료 후 2년 동안 A씨 회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동종업계 회사에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야 한다는 경업금지 조항을 넣었다. 이 일로 B씨는 A씨에게 소송을 제기했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29일 A씨에게 메일로 ▲A씨가 사업체 2개를 내고 직원을 채용한 뒤, 해당 직원이 출제위원과 문제 공급계약을 체결하도록 요청한 적이 있는지 ▲해당 직원이 공황장애 증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한 뒤, 퇴직금과 임금을 미지급한 사실이 있는지 ▲해당 직원에게 2년간 경업금지를 요구한 게 사실인지 ▲소송에 대한 입장 등을 물었지만 확인만 하고 답변하지 않았다.

B씨는 “내게 문항을 준 선생님들에게 너무 죄송하다. 한 번도 이런 일이 생길지 생각해 보지 못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는 월급 형태로 대가를 지급받았다. 2020년부터 일을 관둘 때까지는 A 강사 지시 아래 사업자를 내고 선생님들로부터 문항을 공급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이라고 생각했기에 듣기평가 관련 업무, 교재 개정, Q&A 답변 작성 등 계약서에 없는 업무도 진행했다. 업무 및 기한에 관한 질문에 자주 ‘ASAP(빨리빨리)’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항상 일하면서 대기해야 했고, 이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도 겪으면서 이로 인해 공황장애도 앓게 됐다”고 밝혔다. 

문제 제공?

시험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 내 사업자를 거쳐서 수급받은 문항으로 여러 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게 굉장히 억울하다. 또 반대급부도 없이 계약서에 명시된 경업금지 약정으로 인해 해당 일을 하지 못한 지난 1년여 시간은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개탄스럽고, A 강사가 내 근로자성을 부인하고 있어 억울하다”고 분개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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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