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이 버린 이태원특별법 막후

헌신짝 버리듯 내동댕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지난달 9일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및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특별법안’이 발의 264일 만에 가까스로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정부서 거부권을 행사했다. 정부는 “특별법의 특조위가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으며 검·경의 수사로 진상규명이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윤석열정부서 이태원 참사로 자진사퇴하거나 법적 처벌을 받은 사람은 거의 없다. 이에 정부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거부권을 행사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및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특별법안’(이하 이태원특별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법조계에서는 책임자 처벌을 위한 수사와 발판 마련을 거부했다며 반발했다. 정부가 지난달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지난달 31일 재가했다. 

공정성 의심

한 총리는 이태원특별법이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거부권 행사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는 사고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하기 위해 경찰서 500명이 넘는 인원으로 특별수사를 진행해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했고, 검찰도 보완 수사를 실시했다.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조사에도 성실히 임했다”고 말했다. 

이어 “검·경의 수사 결과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명확한 근거도 없이 추가적인 조사를 위한 별도의 특조위를 설치하는 것이 과연 희생자와 유가족, 우리 국민께 어떤 의미가 있는지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법안에 따라 특조위는 동행명령, 압수수색 의뢰와 같은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데, 이는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을 훼손할 뿐 아니라 그 과정서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소지가 크다”면서도 “위원회를 구성하는 11명의 위원을 임명하는 절차서도 공정성과 중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상당하다”고도 부연했다.

한 총리는 “진정으로 유가족과 피해자, 우리 사회의 상처를 치유하고 재발 방지에 기여할 수 있는 특별법이 제정된다면 정부도 적극 수용할 것”이라며 “여야 간에 특별법안의 문제가 되는 조문에 대해 다시 한번 충분히 논의해주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태원특별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는 대신 피해자와 유족에게 재정적·심리적 지원을 확대하며 온전히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일을 추진할 예정이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정부의 대책이 유가족과 협의를 통해 나오지 않았으며 원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정민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정부가 발표한 지원책은 유가족들과 협의되지 않은 이야기”라며 “정부와 여당은 지난 1년 동안 단 한 번도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았고 특별법 제정을 위한 법안을 검토해 달라고 했을 때도 거들떠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264일 만에 통과했는데…대통령 거부
“수사 문제 없다…특조위 무슨 의미?”

이어 “(희생자 추모시설 건립 등은)특별법 안에 다 들어 있는 내용이고 근거를 갖고 만들려면 어차피 법이 만들어져야 되는 것”이라며 “특별법을 공포해주면 당연히 다 될 수 있는 것을 왜 그렇게 특별법을 거부하고 별도로 똑같은 내용을 정부서 하겠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특별법을 거절하는 건 ‘특조위’ 구성 여부인데 정부의 부재로 발생한 이 사건에 대한 것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계속 든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이태원특별법을 거부하자 민주화를위한변호사들의모임(이하 민변) 이태원참사대응TF팀도 지난달 30일 서울시청 앞 합동분향소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설명한 거부 이유에 대해 반박했다.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한 근거는 크게 네 가지다. ▲동행명령, 압수수색 영장 청구 의뢰 등 조항이 영장주의를 위배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구성이 공정하지 않음 ▲특조위 권한이 지나치게 광범위 ▲검·경 수사를 통해 진상규명은 이미 이뤄졌다는 것.

우선 특별법은 특조위 조사에 관해 결정적 증거자료를 보유하거나 정보를 가진 사람이 정당한 이유 없이 2회 이상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특조위 의결로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정부는 이를 두고 영장주의를 위배했다고 했지만, 민변 이태원참사대응 TF는 동행명령은 강제처분이 아니며 특조위는 검찰이나 공수처에 영장 청구를 의뢰할 수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윤복남 민변 이태원참사대응 TF 단장은 “동행명령권이나 압수수색 영장 청구 의뢰권은 세월호 특조위나 사회적참사조사위원회(사참위) 등 유사한 조사위원회에 모두 있었던 권한”이라며 “과거 조사위들이 활동하는 동안에도 위헌성이 문제가 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특별법은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됐던 정당의 교섭단체(국민의힘)와 그 외 교섭단체(더불어민주당)가 각각 4명을, 국회의장이 관련 단체 등과 협의해 3명을 추천하도록 했다. 여기서 국회의장이 관련 단체 등과 협의한다는 내용이 사실상 유가족단체를 말하고 있으므로 편향성을 띄고 있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하지만 특별법 원안에 포함됐던 유가족단체 추천 몫은 여당의 반대로 이미 최종안서 빠졌었다. 

법적 처벌자 거의 없어
“책임 피하기 위해” 지적

특조위 권한이 광범위하다는 주장에 관해 윤 단장은 “행정부가 재난 원인 조사도 실시하지 않는 등 이태원참사 전 과정의 적정성에 대한 조사를 해야 되는 의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역할을 대신 하기 위해 특조위 설치가 필요하다”며 “특조위는 사법적인 판결을 하는 기관이 아니므로 사법부의 역할을 침해한다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특조위가 재조사하는 데 있어서 이 사람들은 왜 불기소했는지 그 시작점을 보겠다는 것인데 정부가 이를 거부하는 것은 검·경의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심이 들게 하는 대목”이라며 정부가 주장하는 검·경의 수사를 통해 진상규명이 이뤄졌다는 주장도 반대했다.

법조계서도 정부가 주장하는 진상규명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이태원참사가 발생한 지 1년3개월이 지나도록 윤 대통령이 책임을 물어 경질하거나 스스로 물러난 고위 공직자는 0명이다. 고위직에 대한 법적 처벌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참사 직후 구성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지난해 1월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혐의 처분됐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소환조사 없이 입건 전 조사(내사) 종결로 처리됐다.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해서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지난달 15일 기소를 권고하자, 검찰은 지난달 19일에야 김 청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구청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민변 이태원참사대응 TF 소속 한 변호사는 “고위직에 대한 법적 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처벌할만한 법령이 없기 때문”이라며 “세월호와 가습기살균제 참사에서도 특별법이 제정된 후 특조위의 보고서가 재판에 영향을 끼치거나 근거 법령이 제정됐다”고 주장했다. 

재의결?

이 변호사는 “정부 말대로 검·경의 조사가 제대로 이뤄져 진상규명이 마무리됐다면 특조위 활동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정부가 당당하다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아니라 특별법이 더 빨리 시행되도록 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머 “유가족들과 협의를 한 차례도 하지 않고 거부권을 행사한 대신 재정적·심리적 지원책만 내놓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이태원특별법은 이달 국회 본회의서 재의결될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