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택 강자’ 서희건설 조합 알력 리스크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2.01 10:08:50
  • 호수 14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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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 열린 조합원들 ‘부글부글’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지역주택조합사업 대표주자 서희건설이 진땀을 빼는 형국이다. 조합 측과의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갈등이 전국 각지서 터지면서다. 이에 따라 공사중단과 입주 지연 사태가 속출하면서 조합원은 물론 입주자도 불안한 상황이다. 

지난해 1분기 기준 서희건설이 수주한 사업은 총 39건으로 이 중 20건이 지역주택조합사업이다. 지주택 강자로 불리는 이유다. 같은 기간 서희건설 수주총액은 5조5305억원이다. 이 중 지주택 수주금액은 4조2825억원으로 전체의 77.4%에 해당한다. 독보적인 입지를 다진 만큼 잡음도 많을 터. 서희건설이 사업 승인 시점부터 입주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설계변경과 단가 인상 등을 내세워 지주택조합 측에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총 수주 39건
20건 지주택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서희건설은 시공 중인 전국 지주택 현장 곳곳서 추가 공사비(조합원 분담금 인상) 문제로 조합 측과 마찰을 빚고 있다.

입주 예정이 임박한 순으로 보면 ▲경산중방(지난해 6월 입주) ▲화성시청4차(지난해 10월 입주) ▲시흥군자(지난해 10월 입주) ▲포항흥해(지난해 11월 입주) ▲용인보평역(지난해 12월 예정이었으나 올해 3월로 연기) ▲광주탄벌1·2블럭(올해 5월 예정) ▲안성공도(올해 6월 예정) ▲평택화양8블럭(26년 4월 예정) ▲평택화양3블럭(2027년 7월 예정) 등 10여곳에 달한다.

이 중 서희건설이 올 한 해 공사비를 상향해 정정 공시한 현장은 ▲경산중방(1665억원→1778억원) ▲화성신남(1조2429억원→1조4376억원) ▲시흥군자(1556억원→1676억원) ▲포항흥해(1397억원→1517억원) ▲평택진위(2719억원→3460억원) 등이다.


최근 2~3년 사이에 금리인상과 원자잿값이 올라 시공 원가율이 높아진 탓으로 보인다. 

원인을 차치하고 조합의 원성이 커진 이유는 공사비 인상에 대한 시공사 측의 구체적인 증빙자료가 제시되지 않은 점이다. 문제는 단발성 인상 요구에 그치지 않고 입장을 번복했다는 게 조합 측의 입장이다.

일례로 용인 보평역 서희스타힐스 리버파크(용인보평역 지역주택조합) 현장이 추가 분담금 문제로 대립이 극심하다. 문제가 발생하면서 입주예정일이 지난해 12월에서 올해 3월로 연기됐다.

서희건설은 지난해 11월 공사비 증가 등을 이유로 조합 측에 960억원 규모의 추가 분담금을 요구했다. 입주 예정일까지 불과 4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조합원 1인당 추가 분담금은 1억원에 가까운 9700여만원에 달했다. 이에 조합원들은 서희건설이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한다.

공사비 증액 둘러싼 갈등 ‘펑펑’
입주 4개월 앞두고 960억원 요구

조합 측에 따르면 지난 2021년 7월12일 조합장 A씨는 서희건설 측이 요구한 추가공사비 98억원을 지급하면서 “더 이상의 공사비 인상은 없다”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용인보평역 지주택조합과 서희건설 체결 합의문에는 ‘용인보평역 지역주택조합과 서희건설은 요청 금액 중 총 증액 금액을 상기 각호 합계액 금 98억4000만원으로 한다’고 적혀 있다. 이어 ‘설계의 누락, 불일치, 공법 변경, 물가상승을 포함해 여하한 이유로도 용인보평역 지주택조합에 공사도급금액 증액은 없는 것으로 한다’는 내용이 적시돼있다.


이후 2022년 10월 사업비 예산변경 및 추가 분담금(2차) 승인의 건에는 ‘공사 초기부터 건설노조의 공사방해와 화물연대 파업,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원자재 가격 폭등에 따른 건설자재 품귀,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인한 공사비 및 금융비용 상승으로 인해 사업비 부족분이 발생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결국 서희건설은 지난해 11월 공사비 960억원을 또 요구했다. 조합 측은 지난해 12월10일 총회를 열고 서희건설 측이 요구한 공사비 증액안을 가결했다. 이 중 385억원이 서희건설에게 지급할 추가 공사비다.

일부 조합원은 총회 의결에 대해 분노했다.

한 조합원은 “도급계약서에 있는 건설비 지수에 연동한 추가 공사비와 물가 인상 반영 후 향후 단가 인하에 따른 수정 불가 항목을 따져보지 못했다”며 “건설비 지수 변동 폭보다 훨씬 큰 폭의 증액을 요구해도 그대로 가결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용인보평역 지주택은 당초 지난해 12월 입주 예정이었지만 결국 올해 3월로 연기됐다. 현재 공정률은 95%다.

추가 분담금
“약속 어겼다”

안성 공도 서희스타힐스 스타허브(공도스타허브 지역주택조합)도 추가 공사비를 두고 갈등을 겪고 있다. 공도스타허브 지주택은 실착공 시기 지연 등으로 2021년 3월, 조합원 1명당 2500만원의 추가 분담금이 발생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 2차 추가 부담금 총 270억원이 발생하자 조합 측은 분노한 상태다.

서희건설과 조합 간 협의 끝에 추가 분담금은 220억원으로 낮춰졌지만 조합원 한 사람당 기존에 낸 2500만원 외에 3600만원을 추가로 내야 하는 상황이다. 낮출 수 있지만 지르고 본 셈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공정률은 67%다.

평택화양센트럴 지주택조합의 경우 착공 전부터 말썽이었다. 오는 4월 착공을 앞두고 지난해 10월 서희건설이 공사비를 기존 1373억원서 1800억원으로 인상해줄 것을 요구했다. 사유는 금융비 인상과 설계변경으로 인한 일반 분양분 세대수 감소로 전해졌다.

서희건설이 시공하는 지주택 사업장서 유사한 방식의 추가 분담금이 발생한 사실이 알려지자 전국의 조합원들이 뭉치는 모양새다. ‘서희스타힐스 전국연합연대’라는 이름으로 개설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현재 270여명이 참여해 서희건설의 추가 분담금 요구에 대한 각 사업장별 상황을 공유하고 집회 개최 등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지난해 말 기준 시공능력평가 20위에 오른 서희건설의 능력이 의심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주택 사업의 최대 장점은 가격 경쟁인데, 서희건설과 계약한 조합 측은 “사실상 대기업 브랜드 아파트를 매입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무주택·서민들이 대부분인 지주택 조합원들은 공사비 추가 증액 안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전세를 빼면서까지 입주 준비를 마친 조합원들은 추가 분담금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 서희건설의 공사중단 등으로 더욱 많은 금전적 부담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복잡한 
재무상황

다수의 조합 측은 서희건설이 공사비를 증액해주지 않으면 공사중단과 입주 지연, 도급 계약이 파기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주택법상 지주택 사업 조합에 가입한 뒤 한 달 이내에만 탈퇴 후 예치금 전액 반환이 가능하다. 이후부터는 거액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실제로 관련법에 따르면, 지주택조합 설립 및 사업 추진을 목적으로 한 계약서 민법상 취소나 무효, 해제 사유 등이 있으면 조합서 탈퇴할 수 있다.

이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한 채 지주택 사업서 중도 탈퇴할 경우, 분양가 총액의 20~30%와 1000만~1500만원가량의 업무대행비를 내야 한다. 서희건설과 대치하는 10여곳의 지주택 조합원들 사이에선 “서희건설이 위약금 조항 등에 발이 묶였다는 약점을 파고드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형성됐다.

서희건설의 주력인 지주택 사업구조에 대한 리스크가 커진 가운데 재무 상황도 복잡하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 서희건설이 분양을 실시한 4곳(조합원 취소분 단지 제외) 중 3곳서 미분양이 대거 발생했다.


지난해 3월 분양한 ‘경산 서희스타힐스’ 일반공급 접수 결과 64가구 모집에 5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약 7%(0.07대 1)를 기록했다. 이어 ‘평택화양 서희스타힐스 센트럴파크’는 703가구 모집에 105건이 접수돼 15%(0.15대 1), ‘진위역 서희스타힐스 더 파크뷰’는 21%(0.21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각각 기록했다. 

미분양 우려는 지난해부터 이어졌다. 서희건설은 ‘서희스타힐스 더 도화’ ‘남전주IC 서희스타힐스’ ‘두류 스타힐스’ ‘인천강화 서희스타힐스 1단지’ ‘광주탄벌 서희스타힐스 1·2단지’ 등 6개 단지의 분양을 2023년 실시했다. 이 중 4곳서 청약이 미달인 것으로 드러났다.

채무보증 총액 5조원
상호협력평가 최하위

청약 미달을 간신히 피한 ‘서희스타힐스 더 도화’는 100세대 넘는 미분양이 발생해 계약자에게 위약금을 주고 분양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서희건설이 지주택 사업의 강자라는 명성도 옛말이다. 특히, 미분양이 대거 발생하면서 지급보증액도 급증해 유동성 여유가 눈에 띄게 줄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금융시스템에 따르면 지급보증 금액도 급증했다. 서희건설의 채무보증 총 잔액은 올해 1월 기준 5조257억원으로 2022년 3분기(3조5083억원)와 비교하면 2조원 가까이 늘었다.

대부분 지주택 사업은 자금력이 충분하지 못해 건설사의 중도금대출 보증이나 연대보증이 불가피한 구조다. 미분양과 계약취소가 지속된다면 서희건설이 책임을 떠안게 된다. 건설사들이 주택을 분양받은 계약자에게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아 공사비를 충당하는 구조 탓이다.

불안한 사업구조에 따라 실적도 주춤하는 모습이다. 서희건설의 지난해 3분기 매출은 3111억원으로 전년 동기(3363억원) 대비 7.49% 줄어들면서 2분기 연속 역성장했다. 영업이익(490억원)은 전년 동기(493억원)보다 0.64% 줄어 3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준공된 아파트 미분양이나 계약 취소가 이어지면 서희건설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올해에는 하도급업체와의 상생 협력이 가장 부진한 건설사로 꼽히면서 이미지에도 타격을 받게 됐다. 

서희건설은 위기를 모면하려 신사업에 뛰어든 상황이다. 2015년부터 편의점사업과 폐기물처리업, 농산물 판매·가공업 등 신사업 추진과 상생 경영을 겸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서희건설이 건설경기 침체에 대응하는 새로운 사업구조를 반드시 모색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한편, 서희건설은 1982년 운송업체인 영대운수㈜로 설립됐다. 1994년에 건설업으로 업종을 전환한 뒤 이봉관 회장이 과거 13년간 근무한 포항종합제철(현 포스코)이 발주하는 토건정비공사를 위주로 입지를 다졌다. 이후 지주택 사업이라는 수익모델을 주력으로 사세를 넓혔고 1999년에 코스닥에 상장했다. 대표 아파트 브랜드는 기존 ‘아리채’서 2008년 ‘스타힐스’로 변경해 현재까지 쓰고 있다.

미분양에
계약 취소

서희건설의 자산총액은 2019년 말 9761억원서 지난해 상반기 말 1조5612억원(연결기준)으로 59.9% 급증했다. 반면 부채비율은 2019년 말 147.5%서 지난해 상반기 88.8%로 큰 폭으로 낮아졌다. 이는 최근 대다수 대형·중견 건설사들의 부채비율이 200~300%를 넘긴 점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반면, 올해 건설사업자 간 상호협력평가(하도급사 상생지수, 국토부 통계)서 평가 대상 대형 건설사 54곳 중 최하위인 60점 이상~70점 미만 구간에 속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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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