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일감 몰빵'기업 내부거래 실태 (71)동화약품-동화지앤피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10.09 12: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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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소화제 활명수병 알고 보니…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국민소화제 '부채표 활명수'로 유명한 동화약품은 지난달 말 기준 3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오너일가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는 '동화지앤피'다. 이 회사는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의약·식품병 납품

1970년 설립된 동화지앤피(G&P)는 약병, 드링크병 등 포장용 유리용기 제조업체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시화공단에 있다. 당초 현대유리공업이란 회사였다가 1972년 동화약품 자회사로 편입된 뒤 2003년 현 상호로 변경했다.

문제는 동화지앤피의 자생력이다. 동화지앤피는 병을 만들어 동화약품에 납품하고 있다. 주거래처 역시 동화약품. 그렇다보니 동화약품에 매출을 크게 의존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분석 결과 매출의 절반 이상을 내부거래로 채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매년 100억원 안팎의 고정 매출을 올리고 있다.
동화지앤피는 지난해 매출 158억원 가운데 89억원(56%)을 동화약품과의 거래로 올렸다. 활명수병, 판콜에이병, 비타천병 등 의약품 및 식품병을 동화약품에 납품했다. 동화지앤피는 2010년에도 매출 147억원 중 86억원(59%)에 달하는 '일감'을 동화약품으로부터 받았다.

그전엔 더 심했다. 동화지앤피가 동화약품과 거래한 매출 비중은 ▲2000년 54%(총매출 175억원-내부거래 95억원) ▲2001년 51%(168억원-85억원) ▲2002년 65%(182억원-119억원) ▲2003년 76%(147억원-111억원) ▲2004년 87%(155억원-135억원) ▲2005년 83%(139억원-116억원) ▲2006년 86%(121억원-104억원) ▲2007년 77%(116억원-89억원) ▲2008년 73%(131억원-95억원) ▲2009년 61%(118억원-72억원)로 나타났다.

그동안 동화약품은 ▲2000년 1382억원 ▲2001년 1264억원 ▲2002년 1341억원 ▲2003년 1344억원 ▲2004년 1230억원 ▲2005년 1380억원 ▲2006년 1528억원 ▲2007년 1487억원 ▲2008년 1751억원 ▲2009년 3337억원 ▲2010년 2153억원 ▲지난해 234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동화지앤피는 동화약품을 등에 업고 거둔 안정된 매출을 기반으로 몸집을 키워왔다. 매출에 큰 변화 없이 100억원대를 꾸준히 올리면서 총자산은 2000년 205억원에서 지난해 428억원으로 2배 늘었다. 같은 기간 총자본은 119억원에서 383억원으로 3배 불었다.

매년 100억씩 매출 절반 이상 모회사에 의존
윤도준 회장 지분 소유…짭짤한 배당금 받아

동화지앤피는 이를 토대로 거의 매년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 2010년과 지난해 각각 3억원, 1억8000만원을 배당했다. 2007년과 2008년엔 6000만원씩 지급했다. 동화지앤피는 앞서 2000년 2억1000만원, 2001년 6억원, 2002∼2005년 각각 9억원을 배당한 바 있다.

짭짤한 배당금을 받은 동화지앤피의 주요주주들은 계열사인 동화개발(19.81%·23만7664주)과 동화약품(9.91%·11만8878주), 가송재단(10%·11만9990주) 등이다. 주주들은 동화지앤피에서 해마다 수백만원에서 수억원씩 챙겼다.

이중엔 동화약품 오너도 있다. 윤도준 회장은 동화지앤피 지분 8.86%(10만6370주)를 소유하고 있다. 이는 동화지앤피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화약품 최대주주는 다름 아닌 동화지앤피(15.22%·425만2370주)다. 윤 회장은 5.13%(143만3085주)를 갖고 있다.

올해 창립 115주년(1897년 창업)을 맞은 동화약품은 국내 최장수 기업으로, 현재 선대회장인 '윤창식-윤광열'에 이어 3세 경영 중이다. 고 윤광열 명예회장의 장남 윤 회장은 서울고와 경희대 의대를 졸업하고 17년간 경희의료원 신경정신과 과장, 정신과학교실 주임교수 등을 역임하다 2005년 부친의 뜻에 따라 동화약품에 합류했다.

당시 윤 명예회장은 “의약분업이 시행된 이후 새롭게 태어나지 못하고 표류하면서 계속 사세가 축소돼온 동화약품의 구원투수 역할을 하라”며 평소 믿고 의지한 큰 아들 윤 회장을 회사로 불러들였다는 후문이다. 부회장으로 입사한 윤 회장은 2008년 회장으로 승진했다.


사실 그전까지 동화약품은 차남 윤길준 부회장이 책임지고 있었다. 숭문고와 조선대를 졸업한 윤 부회장은 1985년 동화약품에 입사해 상무이사, 전무이사, 부사장 등을 거쳐 2003∼2008년 사장을 지내다 2008년 형과 함께 부회장에 올랐다.

동화약품은 4세 경영을 준비하고 있다. 윤 회장은 슬하에 1남1녀(인호-현경)를 뒀다. 이 가운데 먼저 딸 현경씨가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올해 32세인 현경씨는 경희대 경영학과와 미국 존슨앤웨일즈대학교에서 식음료 경영학을 전공하고 2008년 광고홍보실 주임으로 입사해 지난 4월 BD(신제품개발)실 이사로 초고속 승진했다.

동화약품 내부거래와 관련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회사도 있다. '흥진정공'과 '동화개발'이다. 두 계열사는 공시를 하지 않아 매출에서 차지하는 내부거래액을 확인할 수 없다. 주주구성 등 지분도 알 수 없다. 다만 역으로 동화약품이 공개한 특수관계자와의 매입거래 내역을 통해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하다.

동화약품 최대주주

1976년 설립된 흥진정공은 활명수, 판콜에이, 비타천 등 드링크 병마개를 동화약품에 판매해 2010년과 지난해 각각 9억원, 1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1977년 설립된 동화개발은 동화약품에 7억원, 4억원어치의 골판지상자 등 포장재를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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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