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좌불안석 까닭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0.12 13:5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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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말 심상찮은 악! 악!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좌불안석이다. MB정부 들어 대표적 특혜기업으로 자주 입길에 오르내린 탓이다. 특히 'MB 형님'이상득 전 의원 등이 연루된 권력형 비리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처지라 더욱 그렇다. 이 와중에 대형 악재까지 터지고 있다. 현 정권이 저물고 있는 요즘, 이 회장의 속내는 어떨까.

지난 7월26일 민주노총은 이미 구속 기소된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과 김남수 코오롱 사장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민주노총은 "코오롱이 이 전 의원에게 1억5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검찰은 이 전 의원에 대한 수사만 진행할 뿐 코오롱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고발장 접수 배경을 설명했다.

SD사건 연루 고발

특히 "코오롱 수사가 권력형 비리로 번질 것을 우려한 권력의 압력이 있지 않았나 의심하기에 충분하다"며 "현 정부 들어 코오롱 출신 간부들이 국가 요직에 포진된 것은 이러한 의심을 뒷받침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국철 SLS그룹 회장(구속)의 구명로비 불똥이 이 회장에게 튈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이국철 회장의 로비 창구로 지목된 이 전 의원의 박배수 전 보좌관을 수사하던 중 차명계좌 5∼6개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입금된 사실을 파악했다. 이 차명계좌 가운데 일부는 코오롱 직원들 명의로 돼 있었고, 코오롱 사장 비서실 출신 임모 전 비서관의 통장엔 '괴자금'이 입금되는 등 전현직 코오롱 인사들이 조직적으로 자금세탁에 연루된 의혹이 제기됐다.

이 회장과 평소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전 의원은 코오롱 출신이다. 1979년부터 1983년까지 코오롱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한 이 전 의원은 이 회장의 부친인 이동찬 명예회장과 같은 경북 포항 출신으로 고향 선후배 사이기도 하다. 이 회장이 좌불안석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전 의원은 지난 7월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그의 공소장엔 2007∼2011년 코오롱그룹에서 의원실 운영경비 명목으로 매월 250∼300만원씩 총 1억5750만원을 받은 혐의도 포함돼 있다.

이 전 의원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의 변호인은 지난달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코오롱으로부터 받은 돈은 박 전 보좌관이 개인적으로 받은 것으로 이 전 의원은 수수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코오롱-이상득 커넥션 의혹에 대한 수사를 별도로 진행 중이다. 검찰은 "코오롱 건과 관련해 고발이 들어와 추가 수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의 혐의가 드러나면 추가 기소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불법 정치자금 제공 'SD 커넥션'추가 수사
MB정부 대표 특혜기업 자주 입길 '불안불안'

이 회장은 지난해 5월 삼화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당시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신삼길-곽승준-이웅열로 이어지는 이른바 '삼각 커넥션'을 주장했다. 그는 "2011년 1월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과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이 회장이 만났고, 다음달 2월18일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금융지주에 성공적으로 인수돼 삼화저축은행이 살아났다"고 로비의혹을 제기했다.

결국 이 회장의 입김이 이 전 의원을 통해 삼화저축은행 인수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의혹의 요지였다. 당시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로비를 했다면 금품이 들어가거나 협박이 있어야 하는데 루머로 수사할 수 없다"며 수사를 회피하는 입장을 취했다.

사실 코오롱그룹은 MB정부 들어 대표적 특혜기업으로 꼽힌다. 그 중심에 바로 '만사형통(모든 일은 이명박 대통령의 형님 이상득을 통해야 한다는 뜻)'이란 말이 나돌 정도로 파워가 막강했던 이 전 의원이 있었다.


이들의 밀착관계를 엿볼 수 있는 단적인 대목이 이른바 '사람 셔틀'이다. 이 전 의원은 박 전 보좌관과 임 전 비서관 등 코오롱 출신 인사들을 데려다 썼다. 뿐만 아니다. '코오롱맨'들은 정부 요직에도 중용됐다. 이 회장은 2008년 5월 대기업 오너 중 유일하게 미래기획위원으로 임명됐다.

현 정부 실세였던 김주성 전 국정원 기조실장도 이 전 의원의 '코오롱 인맥'이다. 이 명예회장의 비서실장 출신인 김 전 실장은 코오롱그룹 부회장을 역임한 인물로, 2005년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세종문화회관 사장으로 발탁됐다. 이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08년 김 전 실장이 국정원에 들어갈 때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당시 국정원 내에서도 '기업인 출신인 김 전 실장이 국정원 기조실장이란 자리에 오르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반대 여론이 거셌지만 선뜻 나서 반대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특히 그룹 내 물사업과 태양광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이수영 코오롱워터앤에너지 전략본부장은 현 정부 초기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으로 활동했다. 공교롭게도 코오롱그룹은 물, 태양광 등 녹색성장사업을 차세대 주력사업으로 키우고 있었던 터라 특혜 의혹이 일었다.

정부가 이 전 의원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코오롱그룹에 대형 프로젝트 맡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속적으로 받았다. 코오롱워터앤에너지(전 환경시설관리공사)는 1997년 한국환경공단이 100% 출자해 설립됐다가 2000년 민영화된 뒤 2007년 코오롱건설이 인수하면서 코오롱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특혜 역풍 맞나

이 회장은 요즘 '듀폰발 악재'로 심기가 불편하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미국 화학기업 듀폰과의 소송 1심에서 패소했기 때문이다. 1조원대 배상 판결과 아라미드 생산·판매 금지 명령에 따라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이런 어수선한 상황에서 정치자금 문제까지 부상했다. 그야말로 악재에 악재가 덮친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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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