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박이 지문’ 사교육 카르텔의 단면

뒷짐 지고 말만 척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사교육 카르텔’ 척결을 외친 지 6개월이 지나고 사교육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2023학년도 수능 영어 지문 때문이다. 범정부 대응협의회를 구성해 총력 대응에 나섰지만, 여전히 잔재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더 강한 감사나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2023학년도 수능 영어 지문부터 시작된 사교육 카르텔 의혹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경찰 수사부터 감사원 감사까지 이뤄지고 있으며 전직 교육부 고위 관계자의 사교육 시장행 의혹도 점차 드러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이 주문한 사교육 카르텔 척결이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금품 제보

지난 8일, 교육부는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지문과 관련해 지난해 7월경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23번 지문은 수능 직후부터 대형 입시학원의 유명강사가 만든 사설 모의고사 지문과 한 문장을 제외하고 동일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해당 지문은 베스트셀러 <넛지> 저자인 캐스 선스타인(Cass Sunstein)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저서 <투 머치 인포메이션(Too Much Information)>서 발췌됐다. 평가원 측에도 시험이 끝난 지난 2022년 11월 당시부터 해당 문제의 지문과 조 강사의 문제집 지문이 유사하다는 취지의 이의가 127건이나 제기됐다.

그러나 당시 평가원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평가원은 당시 지문의 출처만 동일할 뿐, 문항 유형이나 선택지 구성이 다르다며 이의신청 검사 대상에 올리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에 현직 교사들이 대형입시학원 강사 A씨에게 문항을 제공하고 금품을 받았다는 제보를 받았다. 교육부는 해당 제보를 수사하면서 문항을 제공받은 A씨가 만든 교재 내용과 23번 지문이 유사하다는 논란을 확인하고 함께 수사 의뢰했다.

해당 지문은 이듬해 출간 예정이던 EBS 수능 교재 감수본에도 들어갔다가 최종본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EBS 수능 교재의 감수는 수능 출제를 주관하는 평가원이 담당한다. 평가원이 수능에 나왔던 지문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최종본서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 여름에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에 현직 교사들이 일타 강사 A씨에게 문항을 제공하고 금품을 받았다는 제보가 접수됐다”며 “현직 교사 4명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하면서, 영어 문항 역시 A씨가 만든 교재 내용과 유사하다는 논란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함께 수사 의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지문 논란
대응협의회 총력 대응에도 여전히 잔재

이어 “구체적인 문제점에 대해선 감사원 감사 및 경찰청 수사로 명확하게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교육부와 EBS,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절대로 일어나선 안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데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감사원은 교육부와 평가원이 23번 지문 논란을 알면서도 뒤늦게 조치한 이유에 대해 감사 중이다. 2023학년도 수능 직후 영어 23번 지문이 일타강사의 문제와 동일하다는 논란이 제기됐을 땐 문제 삼지 않다가, 8개월이 지난 뒤에야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배경에 대해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감사원의 감사 이후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서 작년 7월 교육부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아 일부 사실관계를 확인·조사했다”며 “감사원서도 같은 조사를 진행 중이라 이중조사가 될 수 있어 감사원 조사를 먼저 지켜보고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 10일,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대응협의회(이하 대응협의회) 긴급회의를 열고 비슷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수능과 EBS 출제 과정을 개선하기로 했다. 평가원도 수능 출제 과정서 사교육 유착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출제위원의 사전 검증·사후관리를 체계화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시중에 판매되는 문제집만 확인했지만, 앞으로는 수능 출제본부에 입소한 이후에도 ‘사교육 업체의 모의고사’를 입수해 출제 중인 수능 문항과의 유사성을 검토하기로 했다.

당초 사교육 업체 모의고사라도 시중에 출판됐다면 수능 출제 과정서 비슷한 문제가 없는지 검토하지만, 홈페이지나 사교육 업체를 통해 직접 판매된 것은 걸러내지 못했었다. 논란이 된 사설 모의고사 역시 사교육 업체 홈페이지서 판매됐다.

다만 사교육 업체의 모의고사 입수에 대해서는 실효성 논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일부 사교육 업체는 수강생에게만 모의고사를 제공하고 있으며, 입수 대상인 모의고사 규모가 방대해 평가원이 모두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 관계자는 “대대적으로 장치를 마련해(중복 출제를) 막겠다”며 “구체적인 방안은 추후 소상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반 년 늦게 수사 의뢰
여전히 수사는 제자리

평가원은 수능 문항과 사교육 업체 모의고사가 유사하다는 이의가 제기될 경우에 대비해 이의신청 검토 절차와 조치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EBS는 교재 집필에 참여하는 교원의 구성·운영 원칙을 강화하기로 했다. 개발 중이거나 개발이 완료된 문항이 유출되지 않도록 보안 체제도 재정비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교원들이 사교육 업체서 강의·문항 출제·학원 교재 제작에 참여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불가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교육부는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 등을 통해 접수되는 사안에 대해 엄정 조치하겠다”며 “향후 재발을 방지하고 수능 출제 공정성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은 사교육 문제를 언급하면서 문제 해결을 포함한 교육개혁의 강력한 추진 의지를 밝혔다. 이에 교육부, 공정거래위원회, 경찰청, 시도교욱청, 한국인터넷광고재단 등 관계기관이 모여 대응협의회를 구성해 총력 대응에 나섰다.

교육부는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를 통해 629건을 접수받았다. 경찰은 지난해 10월까지 카르텔 관련 6건, 부조리 관련 73건 등 총 79건을 수사해 64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아직 수사 중인 사안도 사교육 카르텔에 관련된 인물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의 총력 대응에도 사안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서 일했던 전직 입학사정관들이 현재 대치동 입시업체서 대입 컨설턴트로 일하고, 전·현직 교육부 인사 등 고위공무원들이 사교육 관련 주식을 소유하거나 퇴직 후 사교육업체 임원으로 취업하는 등 공교육과 사교육간 유착 정황이 계속 나오고 있다.

유착 정황

교육관계자 외의 유착도 있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고위공직자 재산 등록 사항’을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 정부와 현 정부까지 본인 혹은 가족이 사교육 주식을 보유하고 있거나 과거 보유했던 이력이 있는 전·현직 고위 공직자는 총 27명에 달한다. 사교육 카르텔 척결을 외친 윤정부의 감사 및 수사가 어디까지 나아갈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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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