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소름 돋는’ 이선균 협박녀의 두 얼굴

배우 협박 모자라 본지에 으름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오혁진 기자 = 고 이선균씨를 협박해 5000만원을 뜯었다가 구속된 박모씨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박씨는 <일요시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자신이 이씨에게 금전을 요구했다는 기사 내용은 명백한 허위라는 것. 결백을 주장하던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지 않고 도주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이선균씨가 사망함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할 방침이다. 앞서 그는 관련 내용으로 박씨와 유흥업소 여실장 김모씨 등에게 협박을 받아 3억5000만원을 뜯겼다며 경찰에 고소한 상태였다. 

5000만원
뜯어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는 이선균씨를 협박한 혐의로 체포돼 이미 조사가 이뤄졌던 상태다. 박씨는 지난해 10월경 이선균씨에게 2억원을 요구하며 협박해 결국 5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박씨는 이선균씨와 전혀 모르는 사이였으나, 연락처를 알아내 협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법조계에 따르면 박씨는 “(마약을 투약한)김씨를 구속시킬 건데 돈도 받아야겠다”며 “김씨에게 준 돈을 모두 회수하고 (나한테 줄)2억원으로 마무리하자”고 이선균씨에게 말했다고 한다.

협박 혐의가 드러났음에도 박씨는 <일요시사>가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박씨가 이선균씨에게 돈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담긴 ‘2023년 11월13일자 <단독> ‘이선균 협박 의혹’ 룸살롱 여실장의 변명’ 기사가 명백한 허위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11월23일 박씨는 위임인 김나우 변호사(법무법인 빛)를 통해 <일요시사>에 해당 기사를 삭제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내왔다. 김나우 변호사 측은 내용증명을 통해 “위임인(박씨)은 그 누구에게도 금전을 요구한 사실이 없고, 성명불상의 해커와 공모한 사실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취재진이 김씨의 진술서를 통해 기사를 보도했음에도 불구, “허위 사실에 기반한 추측성 보도를 했다”며 “박씨의 개인정보를 침해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기사를 2023년 11월24일 15:00까지 삭제할 것을 요구한다”고 통보했다. 그러면서 “기사를 삭제하지 않으면 불가피하게 법적 절차를 통해 <일요시사>와 김성민 기자, 오혁진 기자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음”이라고 말했다.

생전에 이선균씨도 박씨와 김씨가 공갈 사건을 공모한 것으로 의심했다. 지난해 9월 “모르는 해킹범이 우리 관계를 폭로하려 한다. 돈으로 막아야 할 거 같다”는 말에 김씨에게 먼저 3억원을 건넸기 때문이다. 이로써 박씨와 김씨는 고인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도의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변호사 통해 “기사 고쳐” 요구
언급한 언론사에 법적대응 예고

경찰은 김씨를 협박한 인물을 박씨로 의심하면서도 또 다른 협박범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인 상황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이씨가 사망했으나 공갈 사건은 계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일단 박씨와 김씨가 공모관계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박씨는 이전에도 다른 유부남에게 잠자리를 제공하고 그 빌미로 수천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과거 사기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박씨는 마약 전과 6범인 김씨와 교도소서 처음 만났다. 출소 후 김씨의 오피스텔 윗집에 살며 친하게 지내왔다. 이후 둘은 이선균씨 마약 투약 의혹 사건으로 사이가 틀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이선균씨를 협박해 5000만원을 뜯었다가 구속된 박씨는 김씨의 마약 투약 증거를 경찰에 건넸다. 일각에선 박씨가 감형을 위해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로 박씨는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 사무실에 직접 찾아가 김씨의 머리카락 등 증거물을 함께 제공했다. 이선균씨에게 약물과 투약 장소 등을 제공한 김씨는 박씨의 제보로 인해 지난해 10월19일 경찰에 체포됐고 사흘 뒤 구속됐다.

경찰은 박씨가 친하게 지낸 김씨를 제보한 배경에 돈 문제와 이선균씨 협박 사건이 깔려있다고 봤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김씨의 진술 자료에 따르면 “이선균씨가 건넨 돈 가운데 5000만원은 아파트 23층에 사는 박씨가 요구한 것”이라고 적혀있다. 그러면서 김씨는 “(자신을)협박한 해커와 박씨가 공범”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김씨는 해커가 박씨에게 보낸 SNS 메시지를 통해 공범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김씨는 “박씨가 해커로부터 받은 메시지를 내게 보여줬다”며 “메시지에는 ‘(김씨에게)당장 텔레그램 차단 풀라고 해. 안 그럼 연예인과 김씨가 찍은 사진을 유포하겠다’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자신이)박씨와 매일 만날 만큼 친했기에 모든 것을 보여준 사이”라며 “박씨는 번호를 바꾼지 일주일 밖에 안됐는데 해커가 어떻게 박씨에게 카톡을 하느냐”고 해커와 박씨가 공범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교도소서 
처음 만나

김씨 측근에 따르면 현재 3억원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김씨는 “이선균씨에게 받은 3억원을 해커에게 건네주려 했으나, 해커를 만나지 못해 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커가 약속 시간과 장소를 인천 인근으로 정한 뒤 밤 12시까지 박씨와 함께 나오라고 통보했다”고 진술했다.

박씨와 해커의 공모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비슷한 시기에 이선균씨에게 2억원을 요구하며 협박해 5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이선균씨의 아내 전혜진에게도 접근해 돈을 갈취하려 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 2일 유튜브 채널 ‘연예뒤통령 이진호’에서는 ‘그녀가 보낸 소름돋는 카톡 입수’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 따르면 지난해 10월4일 박씨와 김씨가 주고 받은 메시지 내용에서 박씨는 김씨에게 “오늘 새벽까지 2억원 안 들고 오면 이선균네 아내한테 연락할 거다. 네 주변 애들한테 다 알린다”고 말했다.

영상에는 박씨가 이선균씨에게 보낸 협박성 메시지도 공개됐다. 해당 메시지에는 “김씨 때문에 시간 낭비를 너무 많이 했다. 오늘 (제)연락을 김씨에게 전달해서 또 2차 피해가 온다면 김씨 폰에서 나온 녹음 원본을 유포할 것”이라는 협박성 내용이 담겼다.

특히 “전혜진 번호도 이미 제 일주일간의 집착으로 알아냈다”며 이선균씨 아내에게도 협박할 의사를 내비쳤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이선균씨에게 “김씨를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시켜 당신이 B씨에게 준 3억원을 모두 찾아 주겠다. 그 대신 나에게 2억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이선균씨는 박씨에게 5000만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이선균씨가 숨진 채 발견된 지난해 12월27일 경찰에 체포됐다. 박씨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경찰은 소재를 파악하고 사전 구속영장 청구와 함께 발부된 구인장을 집행해 박씨를 체포했다. 박씨는 전날 오후 인천지법서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 사유를 밝히지 않고 불출석하는 뻔뻔함을 보였다. 

3억원
행방은?

체포된 박씨는 지난해 12월28일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법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경찰 호송차를 타고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박씨는 겉옷으로 얼굴을 가리고, 아이를 안은 채 심사장으로 이동했다. 영장실질심사에 어린 자녀를 안고 출석하자 ‘아기 방패’ 논란에 휩싸였다.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대아협)는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박씨에 대해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했다. 대아협 측은 고발장서 “박씨가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출석하며 사건과 관계없는 만 1세 아동을 동반했다”며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이는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정서적 학대 행위에 해당한다”고 엄중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선균씨를 협박해 금품을 빼앗은 박씨가 과거 독립영화에 출연한 영화배우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범죄연구소>는 지난 3일 유튜브에 올린 영상서 박씨의 얼굴과 실명을 공개했다.

카라큘라는 “(이선균 사건의)본질은 마약이 아니라 공갈·협박”이라며 “이 공갈·협박을 최초로 설계하고 실행한 자는 박씨”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혼모인 박씨는 그간 만나왔던 여러 남자에게 ‘이 애가 네 애’라고 하면서 양육비를 받아왔다”고 전했다. 


카라큘라의 주장대로라면 박씨는 2010년대 독립영화에 출연한 배우다. 출연작으로는 2012년 개봉한 영화 <재앙의 시작>(주연), 2015년 개봉한 영화 <파랑새>(단역) 등이 있다.

다만, 수사기관의 확인이 없는 현재로서는 박씨가 아닐 가능성도 존재한다. 현재 박씨는 자신의 신상을 공개한 카라큘라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카라큘라는 커뮤니티에 “박씨가 변호인을 통해 저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는 소식을 박씨 지인을 통해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주연·단역 활동 공개 프로필 눈길 
아역배우 출신…‘아기 방패’ 논란

카라큘라는 “이선균은 마약 전과 6범 김모씨의 진술만으로 언론을 통해 피의사실과 신상이 공개됐고 경찰의 공개 소환으로 포토 라인에 불러 세워져 온 국민 앞에 쌩 난도질당했다”며 “누구는 천만 배우니까 증거 없이 혐의만으로도 온통 까발려지게 되고 누구는 무명 배우니까 명확한 증거가 차고 넘쳐도 공개되면 안 되는 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씨가 온라인 포털사이트에 자신의 프로필을 버젓이 걸어둔 것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카라큘라는 “네이버 인물 등록에 협박범 박씨 본인이 자기 얼굴 사진까지 직접 제공해 대중에게 자신을 ‘배우’라고 당당히 밝혔는데 왜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거냐”며 박씨의 뻔뻔한 태도를 강하게 비난했다.

한편,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카라큘라가 공개한 배우와 박씨가 동일 인물이라 하더라도 개인에 의한 신상공개는 처벌받을 수 있다. 범죄 피의자의 신상정보 공개는 현행법상 강력 범죄·성범죄에 한해 이뤄지며 경찰 내부위원 3명, 외부위원 4명으로 구성된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서 심의를 열어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

이선균씨 측도 루머에 법적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고인의 소속사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는 지난 3일 “3개월여간 이어진 일부 매체의 이선균을 향한 악의적이고 무분별한 보도에 매우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당사는 지난해 12월27일 밤 허위 내용을 사실인 양 보도한 기자를 고소했다. 해당 기자님께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이후 진행될 법적 절차에 성실히 임해주실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유튜브 등을 통해 이선균 사건에 관한 루머가 겉잡을 수 없이 확산돼 2차, 3차 피해가 속출했다. 경찰 수사 과정서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피의 사실이 무차별적으로 공개됐고, 악의적인 소문으로 확산됐다.

이와 관련해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는 “출처가 확실하지 않거나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고 보도된 모든 기사 및 온라인상에 게재된 모든 게시물에 대해서 수정과 삭제를 요청드린다”며 “부디 빠른 조치 취해주길 거듭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쏟아진 루머
피해 속출?

이선균씨는 지난해 12월27일 오전 10시30분께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근처 차량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두 달 전 그는 유흥업소 여실장 김모씨(29)의 주거지서 대마초와 케타민을 투약한 혐의 등을 받아왔다. 간이 시약 검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모발)·2차(겨드랑이털) 정밀검사에서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 앞서 이선균씨는 지난해 10월28일과 11월4일에 이어 12월24일 세 번째 경찰 소환조사를 마쳤다. 사망 하루 전날인 12월26일까지도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에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 억울함을 호소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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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