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 법정관리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꼼수 막전막후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0.08 10: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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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궁창에 처박힌 '샐러리맨 신화'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그런데 정작 윤 회장 본인은 회생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웅진그룹 경영권을 지키려고 무리수를 두다 '사면초가'에 빠졌기 때문이다. 윤 회장은 이제 '모럴해저드'를 넘어 '배임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된 형국이다. '샐러리맨의 신화'를 써오던 윤 회장의 브레이크 없는 추락, 웅진그룹은 온전할 수 있을까.

지난달 26일 웅진그룹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와 계열사인 극동건설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후 그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채권단 및 업계에서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경영권 유지와 수조원대에 달하는 채무동결 이익을 보기 위해 고의로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행 카드를 선택했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또 법정관리 신청 전 윤 회장이 웅진그룹 계열사의 자산을 빼돌린 정황이 드러났고 윤 회장 일가의 주식 처분도 논란이 됐다. 이로써 윤 회장은 '모럴해저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된 것.

관련업체 '소송준비'
금융당국 '조사착수'

윤 회장 측은 모럴해저드 의혹에 대해 오해라고 해명하고 나섰지만 피해를 입은 관련 업체들은 배임과 사기혐의로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도 조사에 나서 윤 회장을 비롯한 웅진그룹 경영자들이 줄줄이 법정에 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윤 회장을 둘러싼 의혹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극동건설을 고의로 부도 냈다는 의혹, 둘째 코웨이 매각 대상업체와의 상습적 계약 불이행을 두고 볼때 애초에 윤 회장은 코웨이를 매각할 생각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신뢰상의 의혹, 셋째 채권단이 손해를 보게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법정관리 신청 직전 법정관리와 무관한 계열사로 자산을 빼돌려 이익을 취하려 한 의혹, 넷째 그룹 내부정보를 통한 윤 회장 부인 등 총수 일가의 불공정거래 의혹 등이 그것이다.


이 중에서 가장 큰 논란거리는 극동건설의 고의부도 여부다. 극동건설은 지난달 25일 현대스위스저축은행에서 돌아온 150억원 규모의 만기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를 냈다. 이에 윤 회장은 그룹의 연쇄도산을 우려해 지주회사까지 동시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웅진코웨이 인수를 추진했던 MBK파트너스 측의 말은 달랐다. 고의부도 논란의 핵심은 MBK 측의 웅진코웨이 매각대금 납부일이 언제였느냐로 따져 볼 수 있는데 MBK 측은 웅진 측의 요구에 따라 납부기일을 두 차례나 앞당길 정도로 거래 성사에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즉 웅진 측에서 코웨이 매각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오락가락' 코웨이 매각, 팔 생각은 있었나
부도나도 계열사 빚부터…모럴해저드 심각

웅진코웨이를 1조2000억원에 사들이기로 한 MBK는 매각 대금 입금일을 두고 의견차를 빚어왔다. 자금 수혈이 다급해진 웅진홀딩스 측은 MBK에 10월2일로 잠정 합의를 이뤘던 대금 지급을 9월28일로 앞당겨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MBK 측은 당초 10월4일에서 2일로 이틀을 앞당겨준 상황이어서 더 이상 일정 단축이 어렵다고 맞선 상황이었다. 그러다 지난달 26일 웅진그룹은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네 시간 전 긴급회동을 요청했다. 웅진홀딩스는 긴급회동에서 법정관리 신청 의사를 밝혔다. 이에 MBK는 9월28일까지 대금지급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미 웅진 측은 법정관리 신청 쪽으로 이미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였다. 결과적으로 MBK는 웅진코웨이 인수를 위해 접촉했던 해외투자자로부터 신뢰를 잃게 됐다.

이와 관련 웅진코웨이 인수를 추진했던 MBK관계자는 "지난달 28일까지 극동건설 PF대출금 500억원을 막으면 법정관리로 갈 필요가 없는데, 그룹 측이 웅진코웨이를 팔지 않기 위해 꼼수를 썼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웅진 측 관계자는 "MBK가 28일 돈을 넣어줬어도 이 돈을 꺼내 쓰기 위해 필요한 서류 절차를 마치는 데는 10월2일까지 시간이 걸리게 돼 있었다"며 "당시 홀딩스 잔액은 30억원뿐이었고, 월말까지 1100억원의 대출 만기가 돌아오는 상황이어서 버틸 힘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금융권에선 웅진 측의 이러한 행보를 두고 웅진코웨이를 팔아도 실제 확보할 수 있는 현금이 거의 없어 매각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판을 깬 것으로 보고 있다. 막상 판이 깨지자 업계에 퍼져있던 '윤 회장은 웅진코웨이를 매각할 의사가 애초에 없었던 게 아니냐'는 심증이 점점 확신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6월 웅진코웨이 매각 본 입찰 마감 당시 코웨이 지분 30.9%를 1조20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나선 GS리테일이 새 주인으로 유력시됐다. 윤 회장은 GS리테일 측과 매각합의까지 이루었지만 발표 직전 이를 번복 하면서 상식과는 맞지 않는 행보를 시작했다. 이후 웅진그룹은 중국 콩카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맺더니 7월경에는 KTB사모펀드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한 달 만에 MBK로 인수 주체가 또다시 바뀌었다. MBK와 맺은 계약에도 웅진코웨이를 재매각할 때 웅진그룹이 우선해 되살 수 있는 권리를 명시했다.

이를 두고 당시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기업들은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반응을 주로 보였고 한 기업 관계자는 'M&A가 장난이냐"며 윤 회장의 행보를 강하게 비난했다는 후문이다.

코웨이 매각 대상
수시로 바뀌어

웅진 측의 갑작스러운 법정관리 신청도 문제지만 채권단이 분개하는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법정관리 신청 전날 웅진홀딩스가 계열사 웅진씽크빅(250억원)과 웅진에너지(280억원)에 빌린 530억원을 예정보다 먼저 갚아 조직적으로 자산 빼돌리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그것이다. 또 극동건설은 법정관리 신청 전 제주도에 있는 '오션스위츠 제주호텔'의 지분 100%(34억원)를 웅진식품에 헐값에 넘기기도 했다.

이를 두고 채권단 및 금융권에서는 "150억원을 갚지못해 극동건설을 부도내면서 계열사 돈은 꼬박꼬박 다 갚아준 것을 보면 모럴해저드의 극치"라는 반응이다. 웅진에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한 금융기관과 협력업체, 개인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계열사 빚부터 갚은 건 너무나도 무책임한 처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웅진그룹 측은 오해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마치 법정관리 신청 전날 웅진씽크빅과 웅진에너지에 돈을 갚은 것으로 보도돼 오해를 사고 있지만 실제 상환날짜는 20일로 법정관리 신청과 무관하다"며 "당시 이틀 기한으로 빌린 급전으로 상환을 했고 공시를 25일날 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극동건설의 제주호텔 지분 처분에 대해서도 "호텔도 부채가 상당해서 지난해 말부터 매각을 추진해 이번에 마무리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법정관리와는 상관없는 일상적인 거래라는 게 웅진 측의 설명이다.

윤 회장 일가 관련 모럴해저드 의혹은 또 있다. 윤 회장 일가가 웅진씽크빅 등 계열사 주식을 법정관리 신청 직전 처분해 불공정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것. 윤 회장의 부인 김향숙씨는 지난달 24일과 25일 이틀에 걸쳐 웅진씽크빅 주식 4만4781주(4억원 가량)를 전량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회장 친척 윤석희씨도 이달 들어 9월 14, 19, 21, 24, 25일 등 5회에 걸쳐 웅진코웨이 2890주를 약 1억1000여만원에 매도했고 웅진홀딩스 경영지원실장인 우정민 전무도 웅진코웨이 2만 4648주를 8월27일과 9월14일, 20일 세 차례에 걸쳐 전량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 회장 친인척 및 핵심 참모들이 법정관리 직전에 지분을 매도한 데 대해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손실 회피 등 불공정거래 혐의가 없는지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 신청 전 몇 달 동안 대규모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발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이 수사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기업평가(한기평)에 따르면 웅진홀딩스는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불과 1∼2개월여 전인 7∼8월에 200억원의 CP를 발행하기도 했다.

워크아웃 건너뛴 채
법정관리 직행

이뿐만 아니다. 윤 회장은 법정관리행 공시가 나기 하루 전날 기존의 웅진홀딩스 대표이사를 신광수, 이시봉에서 윤석금, 신광수로 대표이사 변경 공시를 냈다. 웅진 측은 "스스로 책임지고 자구노력 등 경영정상화를 이끌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선 "법정관리 하에서도 계속 경영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도"라며 "윤 회장의 욕심이 과해도 너무 과하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에서도 채권단과의 협의 없이 워크아웃(재무구조개선약정) 등 절차를 건너뛰고 바로 법정관리행을 택한 것 자체가 경영권에 대한 윤 회장의 집착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행위가 모두 법정관리 신청 1∼2일 전에 일어났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극동건설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 과정에서 부당행위가 있었는지도 함께 조사에 나섰다.

웅진그룹은 올해 상반기만 해도 채권은행단이 선정한 재무구조개선 약정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극동건설이 지난달 25일 150억원의 어음을 막지 못하는 등 건전성이 급속히 악화하자 금융당국과 주채권은행은 당일 긴급회의를 열어 웅진 측과 워크아웃을 맺을지 협의했다. 그런데 그 바로 다음날 윤 회장은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으로 나타난 것. 이를 두고 금융권은 웅진 측이 워크아웃 협의를 사전에 파악하고 이를 피하기 위해 급히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은 기업 구조조정촉진법에 근거해 채권단과 기업의 협약으로 진행되는 워크아웃과 통합도산법에 따라 법원이 주도하는 법정관리로 나뉜다. 이 가운데 법정관리는 기존 경영진을 관리인으로 앉히는 '관리인 유지' 제도와 모든 상거래 채권을 동결하는 '채권자 평등 원칙'을 적용하고 있어 기업의 편의를 지나치게 봐준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따라서 윤 회장이 법정관리를 신청해도 대표이사가 경영권을 유지한다는 현행 법 조항에 따라 윤 회장은 계속해서 웅진홀딩스의 경영권을 쥘 수 있는 셈이다.

각종 의혹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4일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윤 회장과 신광수 웅진홀딩스 대표를 '기망'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 측은 웅진그룹이 차입금 상환을 약속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만기가 남은 1000억원대 채무를 갚는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제공해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의 판단 착오를 일으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영권 집착…대표 사임도 꼼수? 
채권단 사실상 '그룹해체' 요구

우리투자증권 역시 윤 회장을 배임과 사기혐의 등으로 형사고발 하거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에 따르면 웅진그룹은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을 준비하면서도 지난달 19일과 24일 우리투자증권에서 웅진홀딩스 주식을 담보로 200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담보비율은 200%로 대출 당시 주식가치는 400억원 이상이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채권단은 웅진그룹이 지난달 25일 만기가 남은 인천 구월동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등 1200억원을 갚은 반면, 만기가 돌아온 극동건설 어음 150억원을 상환하지 않아 부도를 낸 것은 극동건설 주주와 채권단에 대한 배임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아울러 우리투자증권에서 200억원의 담보대출을 받은 19일과 24일은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법정관리를 준비하는 시점과 겹쳐 사기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채권단은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쯤 되자 지난 2일 채권단은 "그룹의 지주회사이며 법정관리를 신청한 웅진홀딩스의 청산을 법원에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사실상 그룹의 해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채권단은 또 신뢰가 땅바닥에 떨어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윤 회장과 웅진홀딩스를 배임, 사기 혐의로 고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웨이 인수에 나섰던 MBK 측도 웅진 측이 MBK와 협의를 거치지 않고 전격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거래 중단을 통보한 데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웅진코웨이 매각이 중단되면서 손해를 입은 투자자들도 윤 회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지금까지 윤 회장은 재계에서 보기 드문 자수성가형 기업인으로 알려졌다. 이에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재벌들이 지배하는 시장에서 기적적인 성공신화를 만든 창업자'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윤 회장은 그야말로 맨손으로 백과사전 외판원으로 시작해 8대 사업군에 14개 계열사를 보유한 매출규모 6조원의 재계 31위 대기업을 일궈내면서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려왔다. 

하지만 윤 회장은 과도한 욕심을 부리다 한없이 추락하게 됐다. 윤 회장은 지난 2007년 극동건설 인수라는 치명적 실수를 저지른 데 이어 2010년 서울저축은행을 사들이는 악수를 뒀다. 또 무리하게 태양광 사업에 진출해 웅진에너지, 웅진폴리실리콘 등을 운영하다 결국 심각한 경영난을 초래했다. 재벌 흉내를 내며 문어발 확장을 하다가 가랑이가 찢어지고 만 것이다.

몰락한 기업가에서
탐욕스런 재벌로

윤 회장은 경영난 속에서도 코웨이를 매각을 두고 상식을 벗어난 행보를 이어 갔다. 결정적으로 경영권 유지에 집착한 나머지 법정관리 꼼수를 부리다 은행과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기에 이르고 말았다.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윤 회장은 지난 4일 뒤늦게 보유한 웅진홀딩스 주식을 내놓는 등 개인재산(사재) 출연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웅진홀딩스 대표를 사임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윤 회장의 모럴해저드에 격분한 채권단의 강경한 입장을 바꾸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채권단은 윤 회장의 경영 참여 배제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뿐만 아니라 윤 회장을 상대로 피해업체들의 각종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추후 검찰 수사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앞으로 윤 회장의 '날개 없는 추락'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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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