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 법정관리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꼼수 막전막후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0.08 10: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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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궁창에 처박힌 '샐러리맨 신화'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그런데 정작 윤 회장 본인은 회생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웅진그룹 경영권을 지키려고 무리수를 두다 '사면초가'에 빠졌기 때문이다. 윤 회장은 이제 '모럴해저드'를 넘어 '배임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된 형국이다. '샐러리맨의 신화'를 써오던 윤 회장의 브레이크 없는 추락, 웅진그룹은 온전할 수 있을까.

지난달 26일 웅진그룹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와 계열사인 극동건설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후 그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채권단 및 업계에서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경영권 유지와 수조원대에 달하는 채무동결 이익을 보기 위해 고의로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행 카드를 선택했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또 법정관리 신청 전 윤 회장이 웅진그룹 계열사의 자산을 빼돌린 정황이 드러났고 윤 회장 일가의 주식 처분도 논란이 됐다. 이로써 윤 회장은 '모럴해저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된 것.

관련업체 '소송준비'
금융당국 '조사착수'

윤 회장 측은 모럴해저드 의혹에 대해 오해라고 해명하고 나섰지만 피해를 입은 관련 업체들은 배임과 사기혐의로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도 조사에 나서 윤 회장을 비롯한 웅진그룹 경영자들이 줄줄이 법정에 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윤 회장을 둘러싼 의혹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극동건설을 고의로 부도 냈다는 의혹, 둘째 코웨이 매각 대상업체와의 상습적 계약 불이행을 두고 볼때 애초에 윤 회장은 코웨이를 매각할 생각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신뢰상의 의혹, 셋째 채권단이 손해를 보게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법정관리 신청 직전 법정관리와 무관한 계열사로 자산을 빼돌려 이익을 취하려 한 의혹, 넷째 그룹 내부정보를 통한 윤 회장 부인 등 총수 일가의 불공정거래 의혹 등이 그것이다.


이 중에서 가장 큰 논란거리는 극동건설의 고의부도 여부다. 극동건설은 지난달 25일 현대스위스저축은행에서 돌아온 150억원 규모의 만기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를 냈다. 이에 윤 회장은 그룹의 연쇄도산을 우려해 지주회사까지 동시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웅진코웨이 인수를 추진했던 MBK파트너스 측의 말은 달랐다. 고의부도 논란의 핵심은 MBK 측의 웅진코웨이 매각대금 납부일이 언제였느냐로 따져 볼 수 있는데 MBK 측은 웅진 측의 요구에 따라 납부기일을 두 차례나 앞당길 정도로 거래 성사에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즉 웅진 측에서 코웨이 매각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오락가락' 코웨이 매각, 팔 생각은 있었나
부도나도 계열사 빚부터…모럴해저드 심각

웅진코웨이를 1조2000억원에 사들이기로 한 MBK는 매각 대금 입금일을 두고 의견차를 빚어왔다. 자금 수혈이 다급해진 웅진홀딩스 측은 MBK에 10월2일로 잠정 합의를 이뤘던 대금 지급을 9월28일로 앞당겨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MBK 측은 당초 10월4일에서 2일로 이틀을 앞당겨준 상황이어서 더 이상 일정 단축이 어렵다고 맞선 상황이었다. 그러다 지난달 26일 웅진그룹은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네 시간 전 긴급회동을 요청했다. 웅진홀딩스는 긴급회동에서 법정관리 신청 의사를 밝혔다. 이에 MBK는 9월28일까지 대금지급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미 웅진 측은 법정관리 신청 쪽으로 이미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였다. 결과적으로 MBK는 웅진코웨이 인수를 위해 접촉했던 해외투자자로부터 신뢰를 잃게 됐다.

이와 관련 웅진코웨이 인수를 추진했던 MBK관계자는 "지난달 28일까지 극동건설 PF대출금 500억원을 막으면 법정관리로 갈 필요가 없는데, 그룹 측이 웅진코웨이를 팔지 않기 위해 꼼수를 썼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웅진 측 관계자는 "MBK가 28일 돈을 넣어줬어도 이 돈을 꺼내 쓰기 위해 필요한 서류 절차를 마치는 데는 10월2일까지 시간이 걸리게 돼 있었다"며 "당시 홀딩스 잔액은 30억원뿐이었고, 월말까지 1100억원의 대출 만기가 돌아오는 상황이어서 버틸 힘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금융권에선 웅진 측의 이러한 행보를 두고 웅진코웨이를 팔아도 실제 확보할 수 있는 현금이 거의 없어 매각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판을 깬 것으로 보고 있다. 막상 판이 깨지자 업계에 퍼져있던 '윤 회장은 웅진코웨이를 매각할 의사가 애초에 없었던 게 아니냐'는 심증이 점점 확신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6월 웅진코웨이 매각 본 입찰 마감 당시 코웨이 지분 30.9%를 1조20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나선 GS리테일이 새 주인으로 유력시됐다. 윤 회장은 GS리테일 측과 매각합의까지 이루었지만 발표 직전 이를 번복 하면서 상식과는 맞지 않는 행보를 시작했다. 이후 웅진그룹은 중국 콩카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맺더니 7월경에는 KTB사모펀드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한 달 만에 MBK로 인수 주체가 또다시 바뀌었다. MBK와 맺은 계약에도 웅진코웨이를 재매각할 때 웅진그룹이 우선해 되살 수 있는 권리를 명시했다.

이를 두고 당시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기업들은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반응을 주로 보였고 한 기업 관계자는 'M&A가 장난이냐"며 윤 회장의 행보를 강하게 비난했다는 후문이다.

코웨이 매각 대상
수시로 바뀌어

웅진 측의 갑작스러운 법정관리 신청도 문제지만 채권단이 분개하는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법정관리 신청 전날 웅진홀딩스가 계열사 웅진씽크빅(250억원)과 웅진에너지(280억원)에 빌린 530억원을 예정보다 먼저 갚아 조직적으로 자산 빼돌리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그것이다. 또 극동건설은 법정관리 신청 전 제주도에 있는 '오션스위츠 제주호텔'의 지분 100%(34억원)를 웅진식품에 헐값에 넘기기도 했다.

이를 두고 채권단 및 금융권에서는 "150억원을 갚지못해 극동건설을 부도내면서 계열사 돈은 꼬박꼬박 다 갚아준 것을 보면 모럴해저드의 극치"라는 반응이다. 웅진에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한 금융기관과 협력업체, 개인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계열사 빚부터 갚은 건 너무나도 무책임한 처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웅진그룹 측은 오해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마치 법정관리 신청 전날 웅진씽크빅과 웅진에너지에 돈을 갚은 것으로 보도돼 오해를 사고 있지만 실제 상환날짜는 20일로 법정관리 신청과 무관하다"며 "당시 이틀 기한으로 빌린 급전으로 상환을 했고 공시를 25일날 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극동건설의 제주호텔 지분 처분에 대해서도 "호텔도 부채가 상당해서 지난해 말부터 매각을 추진해 이번에 마무리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법정관리와는 상관없는 일상적인 거래라는 게 웅진 측의 설명이다.

윤 회장 일가 관련 모럴해저드 의혹은 또 있다. 윤 회장 일가가 웅진씽크빅 등 계열사 주식을 법정관리 신청 직전 처분해 불공정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것. 윤 회장의 부인 김향숙씨는 지난달 24일과 25일 이틀에 걸쳐 웅진씽크빅 주식 4만4781주(4억원 가량)를 전량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회장 친척 윤석희씨도 이달 들어 9월 14, 19, 21, 24, 25일 등 5회에 걸쳐 웅진코웨이 2890주를 약 1억1000여만원에 매도했고 웅진홀딩스 경영지원실장인 우정민 전무도 웅진코웨이 2만 4648주를 8월27일과 9월14일, 20일 세 차례에 걸쳐 전량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 회장 친인척 및 핵심 참모들이 법정관리 직전에 지분을 매도한 데 대해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손실 회피 등 불공정거래 혐의가 없는지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 신청 전 몇 달 동안 대규모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발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이 수사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기업평가(한기평)에 따르면 웅진홀딩스는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불과 1∼2개월여 전인 7∼8월에 200억원의 CP를 발행하기도 했다.

워크아웃 건너뛴 채
법정관리 직행

이뿐만 아니다. 윤 회장은 법정관리행 공시가 나기 하루 전날 기존의 웅진홀딩스 대표이사를 신광수, 이시봉에서 윤석금, 신광수로 대표이사 변경 공시를 냈다. 웅진 측은 "스스로 책임지고 자구노력 등 경영정상화를 이끌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선 "법정관리 하에서도 계속 경영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도"라며 "윤 회장의 욕심이 과해도 너무 과하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에서도 채권단과의 협의 없이 워크아웃(재무구조개선약정) 등 절차를 건너뛰고 바로 법정관리행을 택한 것 자체가 경영권에 대한 윤 회장의 집착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행위가 모두 법정관리 신청 1∼2일 전에 일어났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극동건설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 과정에서 부당행위가 있었는지도 함께 조사에 나섰다.

웅진그룹은 올해 상반기만 해도 채권은행단이 선정한 재무구조개선 약정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극동건설이 지난달 25일 150억원의 어음을 막지 못하는 등 건전성이 급속히 악화하자 금융당국과 주채권은행은 당일 긴급회의를 열어 웅진 측과 워크아웃을 맺을지 협의했다. 그런데 그 바로 다음날 윤 회장은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으로 나타난 것. 이를 두고 금융권은 웅진 측이 워크아웃 협의를 사전에 파악하고 이를 피하기 위해 급히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은 기업 구조조정촉진법에 근거해 채권단과 기업의 협약으로 진행되는 워크아웃과 통합도산법에 따라 법원이 주도하는 법정관리로 나뉜다. 이 가운데 법정관리는 기존 경영진을 관리인으로 앉히는 '관리인 유지' 제도와 모든 상거래 채권을 동결하는 '채권자 평등 원칙'을 적용하고 있어 기업의 편의를 지나치게 봐준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따라서 윤 회장이 법정관리를 신청해도 대표이사가 경영권을 유지한다는 현행 법 조항에 따라 윤 회장은 계속해서 웅진홀딩스의 경영권을 쥘 수 있는 셈이다.

각종 의혹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4일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윤 회장과 신광수 웅진홀딩스 대표를 '기망'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 측은 웅진그룹이 차입금 상환을 약속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만기가 남은 1000억원대 채무를 갚는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제공해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의 판단 착오를 일으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영권 집착…대표 사임도 꼼수? 
채권단 사실상 '그룹해체' 요구

우리투자증권 역시 윤 회장을 배임과 사기혐의 등으로 형사고발 하거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에 따르면 웅진그룹은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을 준비하면서도 지난달 19일과 24일 우리투자증권에서 웅진홀딩스 주식을 담보로 200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담보비율은 200%로 대출 당시 주식가치는 400억원 이상이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채권단은 웅진그룹이 지난달 25일 만기가 남은 인천 구월동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등 1200억원을 갚은 반면, 만기가 돌아온 극동건설 어음 150억원을 상환하지 않아 부도를 낸 것은 극동건설 주주와 채권단에 대한 배임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아울러 우리투자증권에서 200억원의 담보대출을 받은 19일과 24일은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법정관리를 준비하는 시점과 겹쳐 사기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채권단은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쯤 되자 지난 2일 채권단은 "그룹의 지주회사이며 법정관리를 신청한 웅진홀딩스의 청산을 법원에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사실상 그룹의 해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채권단은 또 신뢰가 땅바닥에 떨어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윤 회장과 웅진홀딩스를 배임, 사기 혐의로 고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웨이 인수에 나섰던 MBK 측도 웅진 측이 MBK와 협의를 거치지 않고 전격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거래 중단을 통보한 데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웅진코웨이 매각이 중단되면서 손해를 입은 투자자들도 윤 회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지금까지 윤 회장은 재계에서 보기 드문 자수성가형 기업인으로 알려졌다. 이에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재벌들이 지배하는 시장에서 기적적인 성공신화를 만든 창업자'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윤 회장은 그야말로 맨손으로 백과사전 외판원으로 시작해 8대 사업군에 14개 계열사를 보유한 매출규모 6조원의 재계 31위 대기업을 일궈내면서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려왔다. 

하지만 윤 회장은 과도한 욕심을 부리다 한없이 추락하게 됐다. 윤 회장은 지난 2007년 극동건설 인수라는 치명적 실수를 저지른 데 이어 2010년 서울저축은행을 사들이는 악수를 뒀다. 또 무리하게 태양광 사업에 진출해 웅진에너지, 웅진폴리실리콘 등을 운영하다 결국 심각한 경영난을 초래했다. 재벌 흉내를 내며 문어발 확장을 하다가 가랑이가 찢어지고 만 것이다.

몰락한 기업가에서
탐욕스런 재벌로

윤 회장은 경영난 속에서도 코웨이를 매각을 두고 상식을 벗어난 행보를 이어 갔다. 결정적으로 경영권 유지에 집착한 나머지 법정관리 꼼수를 부리다 은행과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기에 이르고 말았다.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윤 회장은 지난 4일 뒤늦게 보유한 웅진홀딩스 주식을 내놓는 등 개인재산(사재) 출연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웅진홀딩스 대표를 사임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윤 회장의 모럴해저드에 격분한 채권단의 강경한 입장을 바꾸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채권단은 윤 회장의 경영 참여 배제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뿐만 아니라 윤 회장을 상대로 피해업체들의 각종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추후 검찰 수사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앞으로 윤 회장의 '날개 없는 추락'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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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