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 법정관리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꼼수 막전막후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0.08 10: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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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궁창에 처박힌 '샐러리맨 신화'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그런데 정작 윤 회장 본인은 회생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웅진그룹 경영권을 지키려고 무리수를 두다 '사면초가'에 빠졌기 때문이다. 윤 회장은 이제 '모럴해저드'를 넘어 '배임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된 형국이다. '샐러리맨의 신화'를 써오던 윤 회장의 브레이크 없는 추락, 웅진그룹은 온전할 수 있을까.

지난달 26일 웅진그룹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와 계열사인 극동건설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후 그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채권단 및 업계에서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경영권 유지와 수조원대에 달하는 채무동결 이익을 보기 위해 고의로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행 카드를 선택했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또 법정관리 신청 전 윤 회장이 웅진그룹 계열사의 자산을 빼돌린 정황이 드러났고 윤 회장 일가의 주식 처분도 논란이 됐다. 이로써 윤 회장은 '모럴해저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된 것.

관련업체 '소송준비'
금융당국 '조사착수'

윤 회장 측은 모럴해저드 의혹에 대해 오해라고 해명하고 나섰지만 피해를 입은 관련 업체들은 배임과 사기혐의로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도 조사에 나서 윤 회장을 비롯한 웅진그룹 경영자들이 줄줄이 법정에 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윤 회장을 둘러싼 의혹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극동건설을 고의로 부도 냈다는 의혹, 둘째 코웨이 매각 대상업체와의 상습적 계약 불이행을 두고 볼때 애초에 윤 회장은 코웨이를 매각할 생각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신뢰상의 의혹, 셋째 채권단이 손해를 보게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법정관리 신청 직전 법정관리와 무관한 계열사로 자산을 빼돌려 이익을 취하려 한 의혹, 넷째 그룹 내부정보를 통한 윤 회장 부인 등 총수 일가의 불공정거래 의혹 등이 그것이다.


이 중에서 가장 큰 논란거리는 극동건설의 고의부도 여부다. 극동건설은 지난달 25일 현대스위스저축은행에서 돌아온 150억원 규모의 만기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를 냈다. 이에 윤 회장은 그룹의 연쇄도산을 우려해 지주회사까지 동시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웅진코웨이 인수를 추진했던 MBK파트너스 측의 말은 달랐다. 고의부도 논란의 핵심은 MBK 측의 웅진코웨이 매각대금 납부일이 언제였느냐로 따져 볼 수 있는데 MBK 측은 웅진 측의 요구에 따라 납부기일을 두 차례나 앞당길 정도로 거래 성사에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즉 웅진 측에서 코웨이 매각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오락가락' 코웨이 매각, 팔 생각은 있었나
부도나도 계열사 빚부터…모럴해저드 심각

웅진코웨이를 1조2000억원에 사들이기로 한 MBK는 매각 대금 입금일을 두고 의견차를 빚어왔다. 자금 수혈이 다급해진 웅진홀딩스 측은 MBK에 10월2일로 잠정 합의를 이뤘던 대금 지급을 9월28일로 앞당겨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MBK 측은 당초 10월4일에서 2일로 이틀을 앞당겨준 상황이어서 더 이상 일정 단축이 어렵다고 맞선 상황이었다. 그러다 지난달 26일 웅진그룹은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네 시간 전 긴급회동을 요청했다. 웅진홀딩스는 긴급회동에서 법정관리 신청 의사를 밝혔다. 이에 MBK는 9월28일까지 대금지급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미 웅진 측은 법정관리 신청 쪽으로 이미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였다. 결과적으로 MBK는 웅진코웨이 인수를 위해 접촉했던 해외투자자로부터 신뢰를 잃게 됐다.

이와 관련 웅진코웨이 인수를 추진했던 MBK관계자는 "지난달 28일까지 극동건설 PF대출금 500억원을 막으면 법정관리로 갈 필요가 없는데, 그룹 측이 웅진코웨이를 팔지 않기 위해 꼼수를 썼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웅진 측 관계자는 "MBK가 28일 돈을 넣어줬어도 이 돈을 꺼내 쓰기 위해 필요한 서류 절차를 마치는 데는 10월2일까지 시간이 걸리게 돼 있었다"며 "당시 홀딩스 잔액은 30억원뿐이었고, 월말까지 1100억원의 대출 만기가 돌아오는 상황이어서 버틸 힘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금융권에선 웅진 측의 이러한 행보를 두고 웅진코웨이를 팔아도 실제 확보할 수 있는 현금이 거의 없어 매각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판을 깬 것으로 보고 있다. 막상 판이 깨지자 업계에 퍼져있던 '윤 회장은 웅진코웨이를 매각할 의사가 애초에 없었던 게 아니냐'는 심증이 점점 확신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6월 웅진코웨이 매각 본 입찰 마감 당시 코웨이 지분 30.9%를 1조20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나선 GS리테일이 새 주인으로 유력시됐다. 윤 회장은 GS리테일 측과 매각합의까지 이루었지만 발표 직전 이를 번복 하면서 상식과는 맞지 않는 행보를 시작했다. 이후 웅진그룹은 중국 콩카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맺더니 7월경에는 KTB사모펀드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한 달 만에 MBK로 인수 주체가 또다시 바뀌었다. MBK와 맺은 계약에도 웅진코웨이를 재매각할 때 웅진그룹이 우선해 되살 수 있는 권리를 명시했다.

이를 두고 당시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기업들은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반응을 주로 보였고 한 기업 관계자는 'M&A가 장난이냐"며 윤 회장의 행보를 강하게 비난했다는 후문이다.

코웨이 매각 대상
수시로 바뀌어

웅진 측의 갑작스러운 법정관리 신청도 문제지만 채권단이 분개하는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법정관리 신청 전날 웅진홀딩스가 계열사 웅진씽크빅(250억원)과 웅진에너지(280억원)에 빌린 530억원을 예정보다 먼저 갚아 조직적으로 자산 빼돌리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그것이다. 또 극동건설은 법정관리 신청 전 제주도에 있는 '오션스위츠 제주호텔'의 지분 100%(34억원)를 웅진식품에 헐값에 넘기기도 했다.

이를 두고 채권단 및 금융권에서는 "150억원을 갚지못해 극동건설을 부도내면서 계열사 돈은 꼬박꼬박 다 갚아준 것을 보면 모럴해저드의 극치"라는 반응이다. 웅진에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한 금융기관과 협력업체, 개인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계열사 빚부터 갚은 건 너무나도 무책임한 처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웅진그룹 측은 오해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마치 법정관리 신청 전날 웅진씽크빅과 웅진에너지에 돈을 갚은 것으로 보도돼 오해를 사고 있지만 실제 상환날짜는 20일로 법정관리 신청과 무관하다"며 "당시 이틀 기한으로 빌린 급전으로 상환을 했고 공시를 25일날 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극동건설의 제주호텔 지분 처분에 대해서도 "호텔도 부채가 상당해서 지난해 말부터 매각을 추진해 이번에 마무리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법정관리와는 상관없는 일상적인 거래라는 게 웅진 측의 설명이다.

윤 회장 일가 관련 모럴해저드 의혹은 또 있다. 윤 회장 일가가 웅진씽크빅 등 계열사 주식을 법정관리 신청 직전 처분해 불공정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것. 윤 회장의 부인 김향숙씨는 지난달 24일과 25일 이틀에 걸쳐 웅진씽크빅 주식 4만4781주(4억원 가량)를 전량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회장 친척 윤석희씨도 이달 들어 9월 14, 19, 21, 24, 25일 등 5회에 걸쳐 웅진코웨이 2890주를 약 1억1000여만원에 매도했고 웅진홀딩스 경영지원실장인 우정민 전무도 웅진코웨이 2만 4648주를 8월27일과 9월14일, 20일 세 차례에 걸쳐 전량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 회장 친인척 및 핵심 참모들이 법정관리 직전에 지분을 매도한 데 대해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손실 회피 등 불공정거래 혐의가 없는지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 신청 전 몇 달 동안 대규모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발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이 수사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기업평가(한기평)에 따르면 웅진홀딩스는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불과 1∼2개월여 전인 7∼8월에 200억원의 CP를 발행하기도 했다.

워크아웃 건너뛴 채
법정관리 직행

이뿐만 아니다. 윤 회장은 법정관리행 공시가 나기 하루 전날 기존의 웅진홀딩스 대표이사를 신광수, 이시봉에서 윤석금, 신광수로 대표이사 변경 공시를 냈다. 웅진 측은 "스스로 책임지고 자구노력 등 경영정상화를 이끌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선 "법정관리 하에서도 계속 경영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도"라며 "윤 회장의 욕심이 과해도 너무 과하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에서도 채권단과의 협의 없이 워크아웃(재무구조개선약정) 등 절차를 건너뛰고 바로 법정관리행을 택한 것 자체가 경영권에 대한 윤 회장의 집착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행위가 모두 법정관리 신청 1∼2일 전에 일어났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극동건설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 과정에서 부당행위가 있었는지도 함께 조사에 나섰다.

웅진그룹은 올해 상반기만 해도 채권은행단이 선정한 재무구조개선 약정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극동건설이 지난달 25일 150억원의 어음을 막지 못하는 등 건전성이 급속히 악화하자 금융당국과 주채권은행은 당일 긴급회의를 열어 웅진 측과 워크아웃을 맺을지 협의했다. 그런데 그 바로 다음날 윤 회장은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으로 나타난 것. 이를 두고 금융권은 웅진 측이 워크아웃 협의를 사전에 파악하고 이를 피하기 위해 급히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은 기업 구조조정촉진법에 근거해 채권단과 기업의 협약으로 진행되는 워크아웃과 통합도산법에 따라 법원이 주도하는 법정관리로 나뉜다. 이 가운데 법정관리는 기존 경영진을 관리인으로 앉히는 '관리인 유지' 제도와 모든 상거래 채권을 동결하는 '채권자 평등 원칙'을 적용하고 있어 기업의 편의를 지나치게 봐준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따라서 윤 회장이 법정관리를 신청해도 대표이사가 경영권을 유지한다는 현행 법 조항에 따라 윤 회장은 계속해서 웅진홀딩스의 경영권을 쥘 수 있는 셈이다.

각종 의혹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4일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윤 회장과 신광수 웅진홀딩스 대표를 '기망'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 측은 웅진그룹이 차입금 상환을 약속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만기가 남은 1000억원대 채무를 갚는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제공해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의 판단 착오를 일으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영권 집착…대표 사임도 꼼수? 
채권단 사실상 '그룹해체' 요구

우리투자증권 역시 윤 회장을 배임과 사기혐의 등으로 형사고발 하거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에 따르면 웅진그룹은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을 준비하면서도 지난달 19일과 24일 우리투자증권에서 웅진홀딩스 주식을 담보로 200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담보비율은 200%로 대출 당시 주식가치는 400억원 이상이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채권단은 웅진그룹이 지난달 25일 만기가 남은 인천 구월동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등 1200억원을 갚은 반면, 만기가 돌아온 극동건설 어음 150억원을 상환하지 않아 부도를 낸 것은 극동건설 주주와 채권단에 대한 배임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아울러 우리투자증권에서 200억원의 담보대출을 받은 19일과 24일은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법정관리를 준비하는 시점과 겹쳐 사기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채권단은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쯤 되자 지난 2일 채권단은 "그룹의 지주회사이며 법정관리를 신청한 웅진홀딩스의 청산을 법원에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사실상 그룹의 해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채권단은 또 신뢰가 땅바닥에 떨어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윤 회장과 웅진홀딩스를 배임, 사기 혐의로 고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웨이 인수에 나섰던 MBK 측도 웅진 측이 MBK와 협의를 거치지 않고 전격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거래 중단을 통보한 데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웅진코웨이 매각이 중단되면서 손해를 입은 투자자들도 윤 회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지금까지 윤 회장은 재계에서 보기 드문 자수성가형 기업인으로 알려졌다. 이에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재벌들이 지배하는 시장에서 기적적인 성공신화를 만든 창업자'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윤 회장은 그야말로 맨손으로 백과사전 외판원으로 시작해 8대 사업군에 14개 계열사를 보유한 매출규모 6조원의 재계 31위 대기업을 일궈내면서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려왔다. 

하지만 윤 회장은 과도한 욕심을 부리다 한없이 추락하게 됐다. 윤 회장은 지난 2007년 극동건설 인수라는 치명적 실수를 저지른 데 이어 2010년 서울저축은행을 사들이는 악수를 뒀다. 또 무리하게 태양광 사업에 진출해 웅진에너지, 웅진폴리실리콘 등을 운영하다 결국 심각한 경영난을 초래했다. 재벌 흉내를 내며 문어발 확장을 하다가 가랑이가 찢어지고 만 것이다.

몰락한 기업가에서
탐욕스런 재벌로

윤 회장은 경영난 속에서도 코웨이를 매각을 두고 상식을 벗어난 행보를 이어 갔다. 결정적으로 경영권 유지에 집착한 나머지 법정관리 꼼수를 부리다 은행과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기에 이르고 말았다.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윤 회장은 지난 4일 뒤늦게 보유한 웅진홀딩스 주식을 내놓는 등 개인재산(사재) 출연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웅진홀딩스 대표를 사임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윤 회장의 모럴해저드에 격분한 채권단의 강경한 입장을 바꾸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채권단은 윤 회장의 경영 참여 배제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뿐만 아니라 윤 회장을 상대로 피해업체들의 각종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추후 검찰 수사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앞으로 윤 회장의 '날개 없는 추락'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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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