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웰푸드 ‘빼빼로 상술’ 민낯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1.05 11:04:18
  • 호수 14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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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 적게, 가격은 그대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기업이 제품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고 개수나 중량을 줄여 간접적인 가격 인상을 노리는 상술을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라고 한다. ‘꼼수 전략’임을 알면서도 물가 상승에 따른 대책이겠거니 하고 넘어간다. 지난해 국내 기업들 중 슈링크플레이션이 가장 심했던 기업은 롯데로 드러났다. 업계에선 “매출 3조원을 돌파한 이유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소비자들은 제품의 성분표시 등을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변화를 인지하기 어렵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조사에 따르면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는 경쟁사와 비교해 슈링크플레이션 제품이 3배나 많았다. 국내기업 중 롯데웰푸드(9개)를 비롯해 CJ제일제당(3개), 농심(2개), 동원F&B(2개), 해태제과(2개), 정식품(2개) 등으로 조사된 것이다.

슈링크플레이션

제품 중에는 롯데웰푸드의 카스타드 대용량이 12개에서 10개로 16.7%가 줄었다. ‘국민 과자’ 빼빼로는 52g→43g으로 9.6%가 줄었고, 대용량 초코 빼빼로는 208g→184g으로 11.5%나 줄었다. 이어 ▲ABC 초콜릿(210g→200g)은 4.8% ▲ABC밀크 초콜릿(69g→65g) 5.8% ▲꼬깔콘(72g→67g) 6.9%씩 각각 쪼그라들었다.

슈링크플레이션과 비슷하게 상품의 질을 떨어뜨려 사실상 가격 인상을 하는 스킴플레이션(Skimpflation) 사례도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델몬트 오렌지주스는 과즙 함량이 100→80%로 20%가량 줄어 스킴플레이션 명단에 올랐다.

이번 조사를 통해 롯데를 비롯한 식품업체들은 평균용량을 11.3%에서 많게는 50%까지 줄인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밝혀낸 슈링크플레이션 목록에는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서 빠진 24개(스킴플레이션 2개 포함)가 추가돼 공분을 샀다.

앞서 정부는 지난 12월13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공정거래위원회·산업부 등 관계 부처와 슈링크플레이션 대책을 논의하고, 소비자원 조사에서 적발된 9개 품목, 37개 상품을 공개한 바 있다. 언급됐던 롯데제과의 카스타드, 빼빼로, 꼬깔콘 외에 2개 회사 제품들은 이번 정부 조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슈링크플레이션이나 스킴플레이션 제품이라고 언론에 보도된 제품이 실제로 용량이나 제품 질을 줄였는지 확인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를 통해 총 30개 제품을 추렸다고 한다.

소비자원의 슈링크플레이션 조사에서 빠진 제품들이 대거 새로 확인되자 정부 조사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도 못 찾은 ‘교묘함’
소비자원도 몰라 ‘눈속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박순장 사무처장은 <일요시사>와 통화서 “제대로 조사하지 못한 게 이 정도”라며 “기업 측에선 최근 제품을 개선했다고 해명하지만, 과거 수십년간 버젓이 이어져왔다는 게 맹점”이라고 지적했다.

박 처장은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단속한다고 했는데, 실제로 강력한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일부 품목은 소비자원 조사 기간(2022년 12월~2023년 11월)에 속하지 않아 빠진 것이 있었고, 제조사가 품목 개량이나 리뉴얼해 사실상 같은 제품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때 제과업계 1위로 군림한 롯데웰푸드의 빼빼로는 슈링크플레이션의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연 매출 1000억원대를 돌파한 빼빼로는 용량을 줄였다가 늘리기를 반복하며 가격을 올려왔다. 1983년 출시된 빼빼로의 누적매출액은 올해 약 2조원을 바라본다.

출시 당시 용량은 50g으로 가격은 200원이었다. 이후 IMF 위기를 맞은 1997년 용량을 40g으로 처음 줄이며 가격을 유지했다. 하지만 곧 300원으로 가격을 100원 올리더니 2년 후인 1999년에는 용량은 유지한 채 가격을 500원으로 또 올렸다.

이처럼 롯데제과는 제품 출시 후부터 ‘용량 줄이며 가격 유지→가격 인상→용량 줄이기’를 반복하는 가격정책을 펼쳤다. 결국 2009년에는 용량이 30g까지 줄어들어 출시 당시보다 양은 5분의 3으로 줄어들고 가격은 700원으로 3.5배나 올랐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제품 용량을 줄이면 실제 가격 인상이라는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심리를 이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용량이 30g까지 줄어들자 소비자들의 불만도 높아졌다. 빼빼로 한 개가 약 2.1g에 불과해 용량을 더 줄이면 그야말로 먹을 게 없다는 주장이다.

롯데는 보상 차원서 ‘11월11일은 빼빼로 데이’라는 국민적 이벤트를 마련하기도 했다. 빼빼로데이가 전국에 알려지기 시작한 건 1996년 11월부터다. 여고생들이 11월11일에 살 빼고 ‘빼빼로처럼 날씬해지자’는 의미로 빼빼로를 나눠먹으며 유래했다. 2000년대에 본격적으로 퍼지면서 소매점 앞에 빼빼로 데이 광고도 붙여졌다. 

2011년 롯데제과는 ‘밀레니엄 빼빼로 데이’(2011년 11월11일)를 앞두고 처음으로 용량을 40% 늘리고, 가격도 42% 대폭 인상했다. 인상 전략은 적중해 그해 빼빼로 매출은 86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다 2014년 1월 롯데는 또다시 용량을 늘려 52g 제품을 내놓으며 가격도 1200원으로 200원 올렸다. 매출이 감소하자 인상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데이’만 되면 뚱뚱
‘자축’보상 이벤트?

롯데 빼빼로는 이처럼 40여년간 줄이고 늘리기를 반복하며 결국 50g대로 돌아왔다. 하지만 올해 기준 43g으로 용량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되레 1700원으로 올랐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업계 1위 롯데가 슈링크플레이션으로 재미를 보는데 후발업체들도 따라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를 기만한 것이라는 노골적인 지적도 잇따른다.

소비자기본법 제4조 제2호에 따르면 ‘소비자는 물품 등을 선택함에 있어 필요한 지식 및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고 소비자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19조서도 ‘사업자는 소비자에게 물품 등에 대한 정보를 성실하고 정확하게 제공해야 한다’고 사업자의 책무를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측은 “선택의 권리가 있는 소비자들에게 제공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고 은폐한 상태서 제품을 판매한 것”이라며 “공정거래 질서를 해치는 판매행위”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를 통해 드러난 슈링크플레이션 제품의 대부분이 생필품이라는 점은 서민들을 더욱 서럽게 했다.

제품 및 수량 줄이는 행위는 소비자기본법·표시광고법·형법(사기) 위반인데도 당국의 감시를 비껴간 것이다.

아직 슈링크플레이션 현상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하는 제도나 법안은 마련돼있지 않은 문제도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소비자원을 통해 슈링크플레이션’ 실태조사에 착수하며 신고센터를 설치했다. 정부도 슈링크플레이션 방지 제도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제조사가 용량 등 상품의 중요사항을 변경했음에도 해당 사실을 알리지 않는 행위를 사업자 부당행위로 지정하기 위해 ‘사업자의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 지정 고시’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소비자기본법 시행령’에 따라 1차 위반 시 500만원, 2차 위반 시 1000만원의 벌금을 각오해야 한다.

다만, 롯데 측은 매출원가율이 높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매출원가율은 매출액에 대한 매출원가의 비율로 이 수치가 낮을수록 기업 수익성이 높게 나타난다. 매출액서 매출원가를 뺀 것이 매출총이익이며, 여기에 판매비와 관리비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이 나온다. 롯데웰푸드 등은 2020년에 비해 매출원가율이 72.3%로 올랐다.

“어쩔 수 없어”

계열사 롯데칠성음료도 처음처럼과 새로 등 주류 가격 연내 인상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소주 주정의 가격이 오른 데다 올해부터는 주세에 기준판매비율이 적용돼 주류값이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연내 소주 가격 인상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다만 인상 시기나 폭 등은 아직은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롯데 관계자는 “소비자 단체서 언급한 제품들은 대부분 2015년에 이뤄진 것으로 과거 사항을 다시 소급 적용한 것은 과한 부분이 있다. 최근 2년 사이에 슈링크플레이션은 없다”고 해명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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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