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61)갈수록 멀어지는 시간의 경계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3.12.18 08:12:47
  • 호수 14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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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배우라먼 그리 생각할 수도 있겠쥬만….” 

“아짐씨야말로 착각 마시우. 배우들이 영화 속에서는 짐짓 멋지고 낭만스레 연기를 해도, 현실에서는 얼마나 영악하고 진짜 외계인처럼 사는지 모르시는구먼.” 

“실없는 소리 그만하시라요.” 

나는 탁자 위의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아까 얘기로 돌아가죠. 물론 분단 이후 오랜 세월 동안 서로 많이 달라졌겠지만… 제가 볼 땐 북한 분들이 외국인만큼이나 멀리 느껴지진 않는데, 왜 남한 사람들이 외계인 같아 보였는지요?”


공산주의 나무

내가 말했다.

“글쎄, 뭐랄까…. 한 가지 예를 들어, 자유로움은 좋지만서두 너무 지나치니까네 방종스러워 보이는 면도 있습데다. 물론 자유가 없는 것보단 낫겠지만 어느 정도 절제의 미덕이란 것두 있으니깐…. 거 왜 유명하신 도올 선생님두 참된 자유의 가치는 방종이 아니라 자율에 있다고 강조하시더만요.”

“그게 참 쉬운 일은 아니죠.”

“그리구 역사에 대한 견해가 너무 달라서리 머릿골 속이 뱅뱅 돈다니깐유. 내가 진짜 세상에 살고 있나, 허공 땅바닥을 딛고 서 있나 막 헷갈리기두 하구….” 

“아마 세뇌가 풀리는 과정일 테니 걱정 붙들어 매시라우요.” 

피에로 씨가 우스개 투로 말했다.


“우린 어려서부터 종교는 사람을 세뇌시켜서리 잡아먹는 마귀라고 배웠는데, 이 한국 땅엔 무슨 종교가 그리두 많은지 원…. 특히나 교회는 너무 크고 너무 많아서리 배꼽이 배보다 커다란 느낌을 주더래요.” 

“나처럼 교회 안 나가고 마음속에 신을 모시는 사람도 있다우. 스트레이트로 하나님과 컨택하는 거죠. 예스 아이 캔!”

피에로씨의 너스레에 탈북 여인이 말했다. 

“보시라요, 꼭 외계인 말 같아서리 알아묵질 못 헌다니까네. 웬 꼬부랑 영어는 그리도 많이 쓰는지 몰러. 우리말로 해도 겨우 알아챌둥 말둥 한데….” 

“고향 떠난 덕분에 말 고생 좀 하시겠네요.” 

“그러게 말예요. 이젠 죽도 밥도 아닌 짬뽕 말투가 됐당게요.”

“하하.”

“호호.”

“하나원에서 나온 후엔 어떻게 되나요?”

“새 사회에 적응키 위한 홀로서기가 시작되는 거이쥬. 공산주의 나무에서 자본주의 나무로!”

“나무는 어디에 심어도 생명의 나무로 자라겠죠.” 

“사람은 나무가 아니라서 그런지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슴메.” 


“그렇겠죠. 나무 또한 토양이 바뀌면 말라 죽을 수도 있으니까요.” 

“실제로 낙오해서리 고향 땅으루 되돌아가고파 하는 사람도 있다우.” 

분단 이후 오랜 세월 흘러 사상 달라져 
탈북민 바라보는 대한민국 색안경 벗어야

“지옥에서 탈출해 내려왔다가 다시 지옥으로 가겠다는 건 여기가 지옥보다 더 어렵다는 얘긴가? 하기사 여기서 태어나 자란 사람도 괴로운 나머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하는 세상이니까.” 

피에로씨가 한 마디 하곤 한숨을 푹 내쉬었다.

“꼭 그렇지만은 않슴다. 본인 자신에게 해로운 결함을 못 고치는 경우도 있으니 말입네.” 


“여러 가지 지원도 해주죠?”

“네. 일단 대한민국 국민으로 주민등록이 되고 나면 공공임대 주택을 알선해 주고 직업훈련을 시켜 취업도 주선해 줍네다. 정착 지원금이라구 해서 몇 천만원을 받고, 사회 배출금 6개월간은 생계비가 지원됩네다. 그 이후엔 자활사업 같은 일에 참여해야 되지우. 청소년인 경우엔 한겨레 학교라는 곳에서 공부하게 된다우. 우리 아들내미두 거길 다닙네다. 그런데 고맙긴 하면서리 좀 획일적으루 대충대충 때워 넘긴다는 불만도 없잖아 있수다레.”

“그건 꿀꺽 삼겨 버리슈. 한국 학교 학생들도 개판 오분 전이라고들 하니깐요.” 

피에로씨의 비평이었다.

“그런데… 북한에서 탈출해 내려오셨는데, 혹시 보복에 대한 두려움은 없으세요?”

“왜 없갔시요. 허지만 바로 여기 한국 사회에서 겪어 넘기는 무섬증 같은 것 땜에 북조선 간첩의 독침 따윈 저절로 잊어버리게 됨메. 호홋, 고건 농담이구 경찰 분들께서 5년 동안 신변 보호를 해주시긴 함다그레.” 

“그럼 마지막으로… 이곳 남한에서 생활하는 데 어려움은? 주위에서 들은 얘기까지 합쳐 두루 들려 주세요.”

“여러 가지가 있슴당만, 남한 사람의 색안경도 그 중 하나임다. 호기심이 지나쳐 사생활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으면, 티브이에 나오는 유명짜한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우리 같은 평범한 인간들은 가시 바늘에 마음을 콕콕 찌리는 것 같디요. 심지어 탈북민을 마치 빌어먹으려 내려온 거렁뱅이 취급하는 잘난 사람까지 있슴당. 호호, 게사니가 웃을 일이디요.”

그녀의 얼굴은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게사니가 뭐죠?”

“거위를 북에선 그렇게 부름다.”

“아, 그렇군요. 그런데 거지 취급한다는 게 에나인가요?”

“엥? 에나가 뭠까?”

“제 고향인 경상도 진주에서만 쓰는 말인데요, 진짜 또는 참말이란 뜻이랍니다. 사실 혹은 진실이랄까요.” 

“진짜 정말 북한 사투리보다 더 희한한 말이로군. 거렁뱅이란 소리가 에나가?”

피에로 씨가 아주머니를 보며 농담조로 말했다. 

“간혹 그런 사람도 있더란 얘기디요 뭐. 그럴 때면 고향이 그리워 피울음이 나오고, 그 지옥 바닥에 남은 가족들이 걱정스러워 밤잠을 설친답네다.” 

“아, 도대체 누구 때문에… 무엇 때문에 통일이 안 된단 말인가?”

보복 두려움

피에로 씨가 영탄조로 읊조렸다.

“거의 80여년 동안 남북의 온 민중이 가슴속으로 물어 온 대답 없는 질문…. 탈북민들께서 통일의 마중물 역할을 해 주시길 바랍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나는 인사를 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윤 여사가 다시 와서 배웅해 주었다.

그런데 눈빛이 초롱초롱 반짝이던 아가씨는 종내 보이지 않았다. 대놓고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라 아쉬움을 삼키며 문 밖으로 나섰다. 피에로씨 또한 헛기침이나 하며 절뚝절뚝 따라왔다.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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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