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벌 싸움’ 국정원에 무슨 일이…

또 수뇌부 알력 다툼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국가정보원이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인사 파동으로 홍역을 치렀다. 윤석열 대통령은 논란 발생 1년여 만에 수뇌부에 책임을 묻고 경질했다. 신임 원장 후보자들도 물망에 올랐다. 새로운 수뇌부가 국정원 내부 갈등을 잠재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김규현 전 국가정보원장을 비롯한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수뇌부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진 국정원 내부의 인사 잡음에 관한 경질성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 잡음

윤 대통령이 영국과 프랑스 순방을 마치고 귀국했던 지난달 26일, 김 원장을 비롯해 권춘택 1차장, 김수연 2차장까지 모두 함께 교체됐다. 김 전 국정원장은 하루 뒤, 국정원 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서 “(윤석열)대통령의 국가 운영에 가장 중요한 기관인 국정원을 바로 세우고 본연의 임무를 잘 수행하도록 하는 임무를 맡았는데 충분히 기대에 부응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고 소회를 밝혔다.

앞서 김 전 원장이 임명된 이후 국정원은 연일 인사 문제로 시끄러웠다. 지난해 10월 윤 대통령의 측근이자 사실상 국정원 2인자인 조상준 기획조정실장이 돌연 사퇴한 것이 시작이었다. 임명된 지 4개월 만의 일이었다. 조 전 실장의 사퇴 이전에 국정원 1급 간부 20여명이 퇴직한 사실도 보도됐다. 

지난 6월에는 2차 인사 파동이 있었다. 10여명의 인사 대상자 중 A 전 방첩센터장 및 그의 국정원 동기 3명, 주미대사관 공사(거점장), 주일대사관 공사, 해외분석국장 등과 인사 책임자인 국정원 인사처장까지 ‘대기발령’ 조처됐다. 최고위급에 대한 인사 번복은 국정원 62년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게다가 당시 김 원장이 제청하고 윤 대통령이 재가한 1급 간부 5명의 인사가 번복돼 논란이 일었다. 

2차 인사 파동의 원인으로 ‘신구 권력 갈등설’이 나왔다. 김 전 원장의 측근인 A씨가 국정원 개혁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게 되자 문재인정부서 중용됐던 인사들이 반발했다는 것이 골자다.

국정원 내부에 밝은 한 관계자는 “당시 국정원 내에서는 문재인정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가 아직 살아남은 그룹이 A씨가 주도한 편중 인사라고 반발했다”며 “김 전 원장에 관한 윤 대통령의 신뢰를 떨어뜨리려는 의도도 있어 보였다”고 말했다. 당시 인사 전횡의 당사자로 지목된 A씨는 면직됐다.

또 외교관 출신인 김 전 원장과 내부서 꾸준하게 승진을 이어온 권 전 1차장이 해당 인사로 알력 다툼을 벌였다는 설도 제기됐다. 

윤정부 초기부터 인사 파동 홍역
논란 발생 1년 만에 수뇌부 경질

정치권에서는 수뇌부 간 알력 다툼, 내부 권력 투쟁 등에 관해 국정원장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2회의 인사 파동이 있었지만 윤 대통령은 김 전 원장을 신임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국가안보와 국민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 헌신해달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이 같은 메시지를 공식적으로 내놓은 건 김 전 원장에 대한 재신임인 동시에 내부 분쟁을 수습하라는 일종의 경고였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국정원 내부 파벌 싸움은 더욱 격화됐다. 김 전 원장이 권 전 1차장에 관한 직무 감찰을 지시했다는 내용이 나오면서다. 

한쪽에선 6월 인사 파동 때 전횡을 했다고 지목된 A씨와 가까운 사람들이 이번에 또 인사 개입에 연루됐다고 주장했다. 다른 쪽에선 인사 청탁 의혹 등으로 감찰을 받게 된 이들이 김 전 원장을 흔드는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당시 언론은 김 전 원장의 ‘사의 표명설’을 보도했다. 지난달 8일에는 ‘지난 6월 인사 문제로 경질됐던 전 방첩센터장 K씨가 면직된 이후에도 김 원장을 통해 인사에 개입하려 한 정황이 추가로 발각됐다. 이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조사에 들어갔고, 김 전 원장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하루 뒤인 9일엔 다른 언론을 통해 ‘김 원장이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하고 지난 3일에는 국정원 일부 간부와 예정에 없던 오찬을 함께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같은 달 10일에는 ‘김 원장의 교체가 임박했으며, 현재로선 그 후임엔 김용현 경호처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정보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직무감찰을 당한 권 전 1차장이 악의를 품고 김 전 원장이 인사에 개입했고 사의를 표명했다고 언론에 흘리고 다닌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3차 인사 파동은 국정원 수뇌부 모두에게 치명타로 작용했다. 윤 대통령은 칼을 빼들고 정권 초기부터 이어진 인사 파동과 관련된 국정원장, 1‧2차장을 모두 경질했다. 

신구 권력갈등 수면 위로
원장, 1·2차장 함께 아웃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지난달 27일, 국가정보원장과 1·2차장의 전격 교체와 관련해 경위 파악을 위해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국정원 최고위직이 동시에 대거 경질됐다. 국정원장과 1·2차장이 한날한시에 교체된 건 국정원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정원이 국내 유일의 정보기관임을 감안할 때 이런 인사 조처는 비상식적”이라며 “지금 국정원이 비상식적인 조치까지 필요할 정도로 망가져 있다는 것을 정부 스스로 고백하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정보기관서 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정부는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통령실은 연내 후임 국정원장 인사를 한다는 방침 속에 적임자를 찾고 있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국정원 기조를 본연의 정보 업무로 복원하면서도 대북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위해 윤 대통령은 신임 1차장에 홍장원 전 영국공사를 임명해 당분간 원장 직무대행을 맡겼다.

신임 2차장에는 황원진 전 북한정보국장이 임명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2차장은 정보 분야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를 발탁했다”며 “본연의 정보 업무 기능을 강화하는 큰 방향 속에서 국정원 쇄신과 후임 원장 인선 작업이 신중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임 국정원장으로는 김 전 원장과 마찬가지로 외부 인사 기용이 아닌 내부 인사 발탁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이 급부상 중이다. 유 이사장은 자타공인 대북 전문가로 통한다. 

1986년 국정원(당시 안기부) 공채 시험서 수석 합격한 그는 기피 부서였던 북한 파트를 지원했다.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2년까지 북핵, 대북 협상, 대북 심리전 등을 주로 담당했다. 북핵 6자회담 대표로 8차례 방북했고 노무현정부 당시 남북정상회담 합의문 초안을 작성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더욱 격화

또 다른 국정원장 후보로는 김승연 원장 특보가 거론된다. 그는 대북공작국장 등 북한 관련 업무를 주로 담당해왔는데, 특히 정보보다는 공작 쪽에 특화된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이외에도 김용현 대통령실 경호처장, 이명박정부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 미래포럼 이사장, 변영태 전 해외공작국장, 김옥채 일본 요코하마 총영사 등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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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