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건대입구역 자이엘라 부실 의혹·분양 논란

의무 주면서 권리는 안 준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화려한 겉모습에 비해 속은 곪았다. 메스를 들이대기엔 환부가 너무 넓다. 사안 하나를 봉합하면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지는 식이다. 그 사이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빛나는 외관에 끌려 안으로 들어간 사람들이 늪에 빠진 듯 허우적대는 중이다.

건대입구역자이엘라는 지하철 2호선과 7호선이 교차하는 건대입구역 5번 출구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다. 지하 6층, 지상 20층의 건물이 사용승인(준공) 허가를 받은 시기는 지난해 10월. 여전히 새것 냄새를 풀풀 풍기고 있는 건물을 둘러싸고 1년 넘게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끊이지 않는 
내부 잡음들

건대입구역자이엘라 입구 쪽으로 가면 대형 현수막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건물 1층서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공인중개사 A씨가 내건 것이다. 현수막에는 “자이엘라 오피스텔 불법을 비호하고 감싸주는 광진구청과 국민의힘 의원은 반성하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건축, 분양 등의 과정서 드러난 문제점을 관리·감독해야 할 광진구청 등이 눈을 감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작은 부실시공 의혹이었다. 주차장, 빗물받이, 장애인시설 등이 규정에 맞지 않게 시공됐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지상 6층 무단 증축과 4~5층 방화구획을 위한 바닥 일부 해체 즉 무단 대수선으로 사용승인 허가가 난 지 8개월 만인 올해 6월 위반건축물로 등록됐다.


감리에 대한 행정처분이 이뤄졌고 건축주는 고발당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건대입구역자이엘라의 부실시공 의혹은 언론보도, 광진구의원의 구정 질의 등을 통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당시 김경호 광진구청장은 “그동안 수없이 사용승인한 건축물에 대해 부실시공 사례가 많이 제기됐는데 아직도 별다른 개선 없이 관련 문제가 제기되는 등 현 상황을 매우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답변한 바 있다. 

문제는 건축뿐만 아니라 분양 과정을 두고도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2017년 7월6일 ‘도시관리계획(건대입구역지구 지구단위계획 결정(변경) 및 3-2-A 특별계획구역 세부개발계획) 결정 및 지형도면’을 고시했다. 건대입구역자이엘라가 위치한 자양동 2-2번지 일대 개발에 관한 내용이다. 

임대보증금·임대료 지정
매수인 “들은 바 없다”

당시 서울시는 ‘준공공임대주택’과 관련한 내용을 고시했다. 준공공임대주택은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의 옛 명칭이다. 2018년 7월17일 민간임대주택에관한특별법(이하 민특법)이 개정되면서 명칭이 바뀌었다. 임대사업자가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이 아닌 주택을 10년 이상 임대할 목적으로 취득해 임대하는 민간임대주택을 말한다. 

정부는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을 포함한 민간임대주택에 대해 임대인은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임차인은 전세 사기를 피할 수 있고 경제적 부담을 줄이면서 일정 기간동안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 정책으로 홍보해왔다.

서울시는 자양동 2-2번지 일대 개발과 관련해 ▲준공공임대주택(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 용적률 60% 이상 계획 ▲준공공임대주택의 경우 대학생 거주 공간으로 공급·활용될 수 있도록 대상지 인근 대학교와 연계하는 방안 우선 협의 ▲최초 임대료는 시세의 80% 이내서 청년주택운영자문위원회를 통해 결정 등의 세부개발계획을 고시했다. 


건대입구역자이엘라는 지상 8~9층 오피스텔 46세대를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으로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진구청은 지난해 11월 ‘건대입구역자이엘라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오피스텔) 임차인 모집공고’를 게시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모집공고문에는 건대입구역자이엘라 8~9층 오피스텔 46세대에 대한 ▲임대보증금 및 임대조건 ▲청약신청 및 당첨자 선정 ▲계약체결 및 임대보증금 납부 ▲입주 일정 등이 명시돼있다

허가 받고
제멋대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임대보증금 및 임대조건 부분이다. 광진구청은 8~9층 46세대를 5개 주택형으로 구분해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를 공고했다. 광진구청은 9층 1세대만 임대보증금 1600만원, 월 임대료 70만원으로 정하고 나머지는 1600만원에 72만원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건대입구역자이엘라 오피스텔 월세 시세는 임대보증금 1000만원에 월 임대료 110만~120만원 정도로 형성돼있다. 

임대료는 2017년 7월에 나온 서울시 고시에 의거한 ‘시세의 80% 이내’ 조건을 따라 결정됐다. 한국감정원 시세조사 결과를 토대로 사용승인일(지난해 10월7일) 당시 결정된 것이다. 여기에 민간임대주택의 경우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을 갱신할 때 임대보증금과 월 임대료를 일정 범위 내에서만 조정할 수 있다. 

민특법 제44조(임대료) 2항에 따르면 임대사업자는 임대기간 동안 임대료를 올릴 경우 임대료의 5% 범위서 주거비 물가지수, 인근 지역의 임대료 변동률, 임대주택 세대 수 등을 고려해서 조정해야 한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시세보다 싼 임대료로 계약기간(2년) 동안 살 수 있고 계약을 연장할 때도 임대료 변동폭이 크지 않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는 셈이다.

모호한 답변
커지는 피해

문제는 이 같은 내용을 8~9층 오피스텔 매수인에게 고지를 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실제 8층의 오피스텔 1세대를 분양받은 매수인 B씨는 계약 당시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에 대한 내용을 제대로 고지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B씨는 “분양 계약을 하는 과정서 임대보증금 같은 임대조건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다. 세금 감면에 대해서도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뭐 하나 딱부러지게 얘기해준 게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대보증금 1600만원에 월 임대료 72만원의 조건이 있었다면 이 돈 주고 분양을 받았겠냐”고 강조했다. 

B씨는 2억6500만원에 해당 세대를 매입했고 취득세 등 세금을 1300만원가량을 냈다고 한다. B씨는 “오피스텔을 분양받고 임대계약을 위해 부동산에 매물을 내놓는 과정서 임대보증금과 임대료가 정해져 있는 것을 알았다”며 “과태료가 걱정돼 규정대로 하고 있는데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8~9층 오피스텔 매수인은 시행수탁자 교보자산신탁, 시행위탁자 신나시스, 시공사 자이S&D와 ‘포괄양수도(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포괄양수도 계약은 포괄적으로 모든 권리와 의무를 그대로 승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또 다른 매수인 역시 계약 과정서 임대보증금 등 임대조건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고 전했다. 

청약 접수는 6시간 받고 끝?
광진구청 “시간 규정 없다” 

의아한 부분은 또 있다. 광진구청서 해당 오피스텔 임차인 모집공고를 낸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당시 모집공고문에 따르면 청약접수 기간은 11월23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총 6시간으로 공고됐다. 당첨자 발표는 접수 당일 오후 5시부터 진행한다고 명시했다.

청약접수 기간이 지나치게 짧았던 게 아니냐는 질의에 광진구청 주택관리과 관계자는 “민간임대주택에관한특별법에는 청약접수 기간에 대한 규정이 없다”고 답했다. 

또 시행사가 매수인에게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을 양도하는 과정서 임대료 등 임대조건도 포괄 양수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포괄 양도 시 금액을 규정하는 내용은 없으며, 민간임대주택에관한특별법 제43조(임대의무기간 및 양도 등) 2항에 따라 기존 임대사업자의 지위가 승계될 뿐”이라고 설명했다. 

B씨는 광진구청서 낸 임차인 모집공고에 대해 ‘금시초문’이라고 했다. B씨는 오피스텔을 매수한 이후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 직접 부동산에 집을 내놨다. 그 사이 광진구청은 임차인 모집공고를 냈고 B씨는 그 사실을 까맣게 몰랐던 것이다. 실제 B씨는 지난해 12월 세입자와 임대계약을 맺었다. 


처음 문제를 제기한 A씨는 “서울시 고시대로라면 8~9층 오피스텔은 대학생에게 공급되도록 먼저 협의가 이뤄졌어야 한다. 민간임대주택의 취지 자체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을 위한 제도 아니냐”며 “아무것도 모른 채 오피스텔을 매입한 사람들도 피해자다. 시행사가 모두를 속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행사만
배 불렸나

시행위탁사인 신나시스는 “질의 사항을 이메일로 보내라”고 했지만 확인하지 않았다. 시행수탁사 교보자산신탁은 “드릴 말씀이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광진구의회 행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서 광진구청은 “요구 자료를 성실하게 제출했다”고 밝혔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자이엘라 분양금 반환 소송 
“홍보 광고와 다르다”

건대입구역자이엘라 상가 수분양자들이 시행위탁사인 신나시스와 시행수탁사인 교보자산신탁을 상대로 ‘분양대금 반환 등 청구의 소’를 제기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들은 “시행위탁사 측의 광고‧홍보자료, 상가 배치도, 예상 수익률 등의 자료를 신뢰해 분양 계약을 체결했다”며 “하지만 계약서 정한 입점 예정일까지 입점하지 못했고 처음 상가 배치도와 다른 기둥이 설치되는 등 계약을 이어갈 수 없는 상태가 됐다”고 설명했다. 

수분양자들은 지난해 12월 시행위탁사 등에 계약을 해제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분양대금이 반환되지 않아 소송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3일 1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시행위탁사 등 측에서 추가 서면을 제출하면서 연기됐다.

건대입구역자이엘라 소식에 밝은 한 관계자는 “다른 수분양자도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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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