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등판설’ 민주당 딜레마

‘조나땡’ 어찌 할꼬∼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연일 광폭 행보를 보이며 ‘총선 출마론’에 군불을 때고 있다. 그의 말 한마디에 온갖 정치적 해석이 따라붙는다. 결코 작지 않은 존재감이다. 수도권 표심 몰락부터 신당 창당 가능성까지 총선을 앞두고 갖은 변수가 나온다. 조 전 장관의 행보를 지켜보는 민주당의 속내가 복잡하다.

지난 6일, 조 전 장관은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출마에 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지금 재판을 받고 있는데 최대한 법률적으로 소명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비법률적 방식으로 명예를 회복하는 길을 찾아야 하지 않냐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며 출마 의지를 내비쳤다.

가시권

조 전 장관의 재판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지난 2월, 1심서 입시 비리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관한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에 있는 만큼 법적 리스크를 떨쳐내지 못한 채 출마 의지를 밝힌 셈이다.

지난 5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손질한 후보자 선출 특별당규가 돌파구가 됐다. 당규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에만 부적격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조 전 장관처럼 1·2심서 유죄판결을 받더라도 항소하거나 상고해 상급심 재판이 진행 중이면 형이 미확정된 상태로 남게 된다.

유죄 이력이 남더라도 총선 출마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출마 의지를 밝힌 후 조 전 장관은 곧바로 평산책방을 찾아 자신의 신간 <디케의 눈물> 사인회를 열었다. 지난 9일 평산책방을 방문한 조 전 장관은 사인회를 통해 시민에게 감사함을 표하면서 “앞으로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전했다.

사인회 중 문재인 전 대통령이 책방을 찾아 조 전 장관과 자연스러운 만남이 연출됐다. 조 전 장관이 문 전 대통령에게 자리를 양보하자 문 전 대통령은 “(사인회)계속하세요”라고 말했다. 두 인물은 밝은 표정으로 손을 잡고 포옹하기도 했다.

이날 조 장관의 행보는 다양한 정치적 해석을 낳았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기자회견 등을 통해 “(수사나 재판)결과와 무관하게 조 전 장관이 지금까지 겪었던 고초만으로도 저는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마음의 빚이 무엇인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빚’이라는 단어에 무게감을 두었다.

일각에서는 둘의 만남을 두고 빚을 갚으라는 무언의 압박이 서려 있다는 뜻으로 내다봤다. ‘내년 총선에 출마할 테니 힘을 실어달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던졌다는 것이다.

문 찾아가…빚 받으러 갔나
바빠진 민주당 총선 계산기

인터뷰를 통해 언급한 ‘비법률적 방식의 명예 회복’ 선언에 비난이 일자 조 전 장관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총선이 개인 명예 회복하는 자리냐?’라는 비난이 나온다. 맞다. 총선은 개인 명예 회복의 자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명예 회복이라는 표현은 저와 제 가족만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라며 “민주와 민생, 나라의 정상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의지도 담겨있는 표현으로 이해해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는 민주당원은 아니지만, 민주당이 민주진보진영의 중심이자 본진(本陣)이라고 생각한다”며 “총선서 민주당을 필두로 민주진보진영이 승리해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을 정치적·법적으로 심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맥락서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의 심판, 민주진보진영의 총선 승리, 절대 다수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정권교체 등은 제 개인에게도 가장 큰 명예 회복이 될 것”이라며 이전보다 뚜렷하게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민주 진영서 조 전 장관은 ‘검찰독재의 대항마’라는 상징성을 가진 만큼 직접 ‘윤정부 심판론’의 중심에 서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는 조 전 장관의 출마설을 반기는 모양새다. 현재 민주당 내에서 가장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은 이재명 대표다. 이와 다른 결을 가진 조 전 장관 지지층이 합류한다면 ‘외연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를 비롯한 당 일각에서는 조 전 장관과 다소 거리를 두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어쨌든 장관 개인의 판단이고 아직 우리 당에 들어오신 것도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큰 틀에서 민주진영, 우리 당을 포함한 범야권이 어떻게 가는 게 좋을지 같이 고민하시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조 전 장관과 대화할 가능성을 열어두는 데 그쳤다.

지도부가 신중한 모습을 유지하는 이유는 민주당이 밀고 있는 ‘윤석열 심판론’이 ‘조 전 장관·야당 심판’ 구도로 역전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 정권 심판론의 경우 ‘미니 총선’으로 불린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전략이기도 하다.

만일 조 전 장관이 선두에 나선다면 판이 뒤틀어질 가능성을 내다봤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선당후사’ 마음으로 출마를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국발 신당설에 꼬여버린 스텝
‘우왕좌왕’ 보이지 않는 돌파구

또 조 전 장관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자녀 입시 비리가 다시 부상할 경우 해당 사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030은 물론 중도층까지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보수층에서는 ‘조나땡’(조국이 나오면 땡큐)이라는 줄임말까지 있을 정도다. 민주당이 제 발로 ‘조국의 강’에 빠지겠다는데 구태여 말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조 전 장관의 여의도 입성 방식 또한 변수다.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하기 위해서는 총선 6개월 전 입당해야 하는데 이미 시기가 지났을뿐더러 사실상 공천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지역구로 나서야 하는 만큼 부담을 지게 된다.

그렇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조 전 장관이 직접 언급한 적이 없는 ‘신당 창당설’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내년 총선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된다는 가정하에 신당 창당 후 비례대표로 여의도에 입성하는 시나리오다.

정치권에선 ‘조국 신당’이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 역할을 하면서 총선 판을 뒤흔들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총선을 6개월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서 창당하기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조 전 장관의 기존 지지자에 더해 호남·친문·비명 세력을 등에 업는다면 불가능한 것도 없다는 설명이다.

정치권에서는 본격적인 창당 준비 시점으로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12월 이후를 높게 점쳤다. 내년 초 민주당 공천서 탈락한 인사를 영입해 몸집을 불릴 수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선거제 개편과 비례대표 선출 방식이다. 국민의힘에서도 이준석 전 대표의 신당 창당으로 골머리를 앓는 만큼 여야 모두 현 준연동형 비례제보다 병립형 비례제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을 경우 비교적 소수인 국민의힘에게 비례대표 의석을 내줄 수밖에 없다. 반대로 의석수를 위해 리스크를 감수하고 조 전 장관 신당과 ‘자매 정당’으로 연합한다면 위성정당 논란은 불가피하다. 지난 대선서 “다당제를 통한 정치개혁을 이루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는 정치적 부담도 져야 한다.


“나오면 땡큐”

민주당 조정식 사무총장은 지난 13일 “현재로선 준연동형이다, 병립형이다, 어느 방향으로 입장이 결정되거나 정리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병립형으로의 회귀 가능성을 아예 닫아두지 않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어떤 선택지든 민주당에게 부담되긴 매한가지다. 조국의 늪을 제대로 맞닥트린 형국이다.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가 또 한번 리더십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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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산불 주원인 ‘실화·쓰레기 소각’ 예방법 없나?

10년간 산불 주원인 ‘실화·쓰레기 소각’ 예방법 없나?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지난 22일 경북 의성서 시작된 산불이 안동, 청송 등 인접 지역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가히 ‘재난 영화’를 방불케 할 정도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번 산불이 성묘객의 실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되면서, 관련자 처벌 수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7일 산림청 산불 원인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입산자에 의한 실화가 171건(31%)으로 가장 많았고, 쓰레기 소각이 68건(13%), 논·밭두렁 소각이 60건(11%)이었다. 대형 산불은 특히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는 봄철에 주로 발생한다. 계절별 산불 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2015~2024년 연평균 산불 546건 중 봄철에 발생하는 산불은 303건(56%)에 달했다. 실제 지난 2022년 3월4~13일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강릉, 동해서 발생한 일명 ‘동해안 산불’은 산림 2만523㏊를 태웠다. 2020년 4월 경북 안동서 발생한 산불은 1944ha의 면적을 태웠으며, 2019년 4월 강원 고성·강릉·인제서 난 산불은 3일간 2872ha를 휩쓸었다. 이처럼 산불이 주로 봄에 발생하는 이유는 건조한 날씨와 더불어 야외활동이 잦아지는 시기인 점도 한 몫한다. 이번 의성 산불 역시 묘지를 정리하던 50대 성묘객이 라이터로 불을 피운 게 화근이 됐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당 성묘객은 산에서 쓰레기를 태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울산 울주군 온양읍 야산서 발생한 산불도 농막서 나온 용접 불꽃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보다 앞선 21일 경남 산청서 발생한 산불 역시 풀베기 작업 중 예초기서 튄 불꽃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산불 관련 처벌이 약해 경각심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급기야 국회전자청원 시스템에는 실화죄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현행 산림보호법 53조는 과실로 산불을 냈을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고의로 방화를 한 경우에는 5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형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산불의 특성상 발화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기 어렵고, 실화자를 특정하거나 과실 입증 과정이 쉽지 않은 만큼, 실제 처벌로 이어진 사례는 많지 않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올해 3월까지 최근 5년간 산불 유발자 검거율도 46.1%에 불과하다. 처벌 수위도 낮다. 최근 4년간 산불 발생 건수는 2108건이었으나, 집행유예를 포함한 실형을 받은 건수는 43건(2.03%)에 그친다. 지난해에는 279건의 산불 중 110명이 범인으로 붙잡혔지만,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벌금형도 8명에 그쳐 처벌 비율이 7.2%밖에 되지 않았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대형 산불 재난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불법 소각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6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의 한 밭두렁에서는 산불이 계속 확산되는 상황 속에서도 한 주민이 불에 탄 신발, 가재도구와 폐기물 등을 태우는 모습이 목격됐다. 같은 날 안동 하회마을 인근서도 쓰레기를 소각하던 한 70대 노인이 관계기관에 적발되기도 했다. 당시 하회마을 인근에선 의성 산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소방·산림 당국이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었던 긴박한 상황이었다. 이처럼 대규모 재난 대응이 이뤄지는 와중에도 또 다른 대형 화재의 불씨가 될 수 있는 불법 소각 행위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는 점은 ‘안전불감증’의 심각성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현행 경북도 화재예방조례에 따르면 산림 인접지나 논·밭 주변서 사전 신고 없이 불을 피워 소방 인력이 출동할 경우 2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이 같은 수준의 처벌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농촌 지역의 불법 소각 관행을 근절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단속에 투입되는 인원에도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농촌 지역에 거주 중인 주민들의 안전불감증이 가장 큰 문제”라며 “과태료도 인상과 함께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과태료 인상 등 처벌 강화와 더불어 폐기물 수거 시스템 확충, 주민 참여형 안전 교육 등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영농 폐기물 및 생활 쓰레기 처리 시스템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소각 행위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처리법의 보급 등 반복되는 산불 재난을 막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경북 22명, 경남 4명 등 26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산림 피해 면적은 3만5810㏊로, 역대 최대 피해를 냈던 2000년 동해안 산불의 피해 면적(2만3794㏊)을 넘어섰다. <jungwon933@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