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대담무쌍 사기꾼 전청조

성별까지 바꾼 역대급 신분 세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전청조가 파라다이스그룹의 혼외자라는 루머는 사실이 아니었다. 전 펜싱 국가대표였던 남현희씨의 예비 신랑으로 화제가 됐지만 그의 실체는 사기 전과자였다.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판결문까지 공개되는 등 과거사가 터지자 남씨는 전청조와 결별하기로 했다. 감정적으로 감당하기 힘들었던 전청조는 스토킹 혐의 현행범으로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

“내가 P 호텔 J 회장 혼외자야. 너 비서로 써줄게. 8000만원 줘.” 이는 전청조가 한 인사에게 사기를 치면서 했던 말이다. 이처럼 피해자 7명을 상대로 편취한 금액은 약 3억원으로 파악된다. 피해자들은 전청조의 언변에 넘어가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피해자들
속속 증언

전청조는 ‘조조’라고 불리는 사기 전과자였다. <디스패치> 단독 보도에 따르면 그는 그가 주장한 승마선수 출신도 아닐뿐더러 남자가 아닌 여자였다. 그는 전 펜싱 국가대표 출신인 남현희씨를 만나 결혼을 발표했다. 남씨를 이용해 체육 교육사업을 모색하고 있었던 만큼 또 다른 사기 범죄를 저지르려던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인천지법은 2020년 12월11일, 전청조에게 징역 2년3개월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전청조는 제주서 만난 A씨에게 남자로 행세하며 접근했다. 그러다 A씨에게 솔깃한 투자를 제안했다. 전청조는 A씨에게 “내 아내 친오빠가 서울서 물 관련 투자 사업을 하는데, 300만원을 투자하면 6개월 후에 50억원을 만들 수 있다”고 제안했다.

A씨가 믿지 않자 전청조는 ‘원금 보장’ 카드를 내밀었다.

전청조는 “사업에 실패하면 원금을 포함해 500만원으로 돌려주겠다”고도 했다. 전청조는 A씨에게 300만원을 계좌이체 받았다. 갚지도 않은 전청조는 A씨에게 사기죄로 고소당했다.

재판부는 “전청조는 여성이다. 따라서 아내의 친오빠가 있을 수 없다. 또 300만원으로 50억원의 수익을 낼 수도 없으며, 원금 포함 500만원도 돌려줄 의사나 능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전청조는 300만원을 기존 채무변제 및 생활비 등으로 쓰려 했다.

2019년 4월, 남자였던 전청조는 5개월 뒤 다시 여자로 돌아왔다. 다음 타깃은 남성 B씨. 둘은 ‘데이팅앱’을 통해 만났고, 연인으로 발전했다. 전청조는 그런 B씨에게 결혼을 제안했다. B씨는 약 2300만원을 보냈다. 하지만 전청조는 혼수도, 집도 구할, 아니 같이 살 생각이 없었다.

B씨는 2020년, 입출금 내역 및 카톡 대화 등을 들고 민사소송을 걸었다. 재판부는 B씨의 손을 들었다.

전청조는 ‘데이팅앱’을 통해 남자를 물색하기도 했다. 피해자 C씨 역시 2018년 해당 앱을 통해 알게 됐다. 전청조는 자신의 직업을 말 관리사로 소개했다. 그리고 4월, C씨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며 SOS를 쳤다. C씨는 의심하지 않고 99만원을 송금했다.

5월7일에는 “손님 말이 죽었다”며 380만원을 또 빌렸다. “커플티를 사자”며 90만원도 썼다.

전청조는 다양한 명목으로 돈을 빌렸다. “자신의 대출금을 갚아달라”며 2200만원을 뜯어내기도 했다.

재벌·남자인 척 과거 숨기고 접근
7번 사기 2년3개월 옥살이 드러나

그렇게 편취한 돈이 5700만원. 재판부는 전청조의 사기행각을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가 밝힌 전청조의 직업은 프리랜서 말 조련사. ‘말 조련사’ 전청조는 1년 뒤에 재벌 3세라는 탈을 썼다. 자신을 파라다이스 그룹의 혼외자라 소개했다.

이는 낸시랭의 전 남편 ‘전준주’가 쓴 수법이다. 전청조는 재벌 3세 행세를 하며 비서를 구했다. 전청조는 한 가지 조건을 달았다. 파라다이스 그룹서 일하려면 신용등급이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신용등급을 올려주겠다”며 8000만원을 요구했다. 이렇게 D씨는 전청조에게 7200만원을 뜯겼다.

전청조의 사기는 갈수록 대담해졌다. E씨에게 “너도 투자를 해라. 2배로 돌려받을 수 있다”고 유혹했다. 원금 보장 카드까지 내밀었다. E씨는 ‘2배 장담’과 ‘원금 보장’에 현혹됐다. 총 34회에 걸쳐 1600만원을 송금했다. 전청조는 이 돈을 기존 고급 호텔 이용료로 사용하려 했다.

전청조는 연기파였다. 이번 사기는 1인2역. 외국 취업 프로그램 알선자와 운영자로 변신했다. 우선 취업 알선자. 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피해자 F씨에게 접근 후 외국 취업 프로그램 담당자 연기를 했다. “취업을 시켜줄 테니 돈을 보내라”며 재촉했다.

결국, F씨에게 68만원을 받아냈다. 물론 전청조는 그럴 능력도, 실력도, 의사도 없었다. F씨는 뒤늦게 속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형사고소를 강행했다.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씨를 향한 전청조의 사기극 결말은 파국이었다. 지난 26일 경기 성남중원경찰서는 전청조를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전청조는 이날 오전 1시9분 남씨 어머니 집을 찾아가 여러 차례 문을 두드리고 초인종을 누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청조가 “아는 사람이니 집에 들여 보내달라”며 집에 들어가기 위해 시도하자 남씨 측이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그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전청조는 최근 남씨에게 이별 통보를 받은 후 이 같은 행동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청조는 현재 석방된 상태다.

앞서 남씨는 지난 23일, 15세 연하 재벌 3세 전청조와 재혼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이후 전청조의 성별, 사기 전과 과거 등 여러 논란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주목받았다.

파라다이스
혼외자 행세

남씨는 이에 대해 “최근 보도된 기사를 통해 거짓 또는 악의적이거나 허위 내용을 담은 게시글 등으로 허위 사실이 유포될 경우 강력히 대응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청조의 과거사가 드러났다. 남씨 역시 사기에 ‘이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남씨는 <여성조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전청조가 자신의 이름을 이용, 투자금을 편취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또 남씨는 최근 <디스패치> 보도 후 전청조에게 재벌 3세 진위 여부, 사기 전과 혐의 등에 대해 물었으나 그는 “사실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며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파라다이스 측은 공식 입장을 통해 “전청조의 사기 혐의와 관련해 파라다이스 혼외자라고 주장하는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최근 전청조와 관련해 보도된 기사를 통해 당사에 대한 근거 없는 내용이 온라인상에서 무분별하게 유포·게시되면서 당사의 명예를 심대하게 훼손하고 기업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키고 있다”며 “허위 사실 유포, 명예훼손, 악의적인 비방, 인신공격 등 게시글에 대해 당사는 엄중하게 법적 대응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남씨는 그동안 전청조의 사기 행각을 몰랐다고 주장, 전청조에게 “나 이제 한국서 어떻게 살아야 하냐”고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청조는 남씨의 친척을 상대로도 투자 사기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남씨는 전청조와 거주했던 집에서 나왔고 이별을 알렸다. 남씨에 따르면, 그는 전청조의 성전환 사실을 알고도 재혼을 결심했던 바 있다. 하지만 전청조의 거짓 행적과 사기극을 알고난 후 파국을 봤다. 남씨는 전 사이클 국가대표 출신 공효석과 2011년 결혼해 슬하에 딸 한 명을 뒀지만 지난 8월, 결혼 12년 만에 이혼했다.

전청조가 과거 혼인을 한적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 25일 유튜브 채널 ‘연예 뒤통령 이진호’에는 ‘남현희 재혼 남편 전청조의 과거’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서 기자 출신 유튜버 이진호는 전씨의 과거 행적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설명했다.

엽기적인
결혼 사기극

그는 “이 사안이 제가 여태까지 취재했던 것 중에서 충격적인 일 톱3 안에 든다. 전청조가 초혼일지 여부였다”고 운을 뗐다.

이진호는 전청조의 초혼 여부에 대해 “제보상으로는 두 차례에 걸쳐서 결혼했고, 그중 한 차례만 혼인신고를 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진호의 취재 결과, 전청조는 2017년 제주도서 여성과 결혼식을 올렸고 2020년 9월 남성과 혼인신고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진호는 “그때(2020년 9월 결혼) 당사자는 남성이었다. 전청조는 (혼인신고 당시) 2020년 7월에 (사기죄로)기소돼 복역 중이었다. 제가 너무 충격받은 게, 당시 남편이 다른 교도소에 복역 중인 남자 수감자였다. 두 사람은 교도소 펜팔을 통해 만났고 혼인신고까지 이어졌다”고 전했다.

이어 “전청조는 2년3개월을 복역했고 남성은 좀 더 오래 복역했다. 그러고 난 다음에 이혼했다는 것까지 확인했다. 실제 혼인신고서 이혼까지는 1년 정도가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진호는 “혼인신고가 실제로 이뤄지고 부부생활을 하지 않았다. 그런 걸 봤을 때 특수목적이 있지 않았느냐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 어쨌든 혼인신고부터 이혼까지 있었다”며 “전청조는 가족의 도움을 받아 복역 중 이혼했다고 한다. 저도 이게 놀라웠던 부분이다. 서류상으로 확인된 부분이라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청조는 고등학교 재학 중 자퇴하기도 했다. 그는 중학교 졸업 이후 전북 남원에 있는 경마축산고에 진학했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1학년 때 자퇴했다. 말 산업 분야를 전문적으로 배우는 학교서의 경험으로 해외 취업 알선 프로그램을 매개하면서 사기 행각도 벌여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전청조의 과거 재학 시절 찍힌 영상 자료가 퍼지면서 한국경마축산고는 난처해졌다. 전국 유일한 말 산업 마이스터고로 말 산업 인재 양성에 노력하는 가운데 전청조가 주목받으면서 학교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어서다.

모르고? 알면서? 결혼 발표
“이제 알았다 지금은 못 믿어”

전청조와 같은 해에 한국경마축산고를 입학해 졸업한 한 익명의 제보자는 언론을 통해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자퇴했다”며 “자퇴의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부적응으로 알고 있다. 학창 시절에도 거짓말을 잘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승마·경마를 포괄하는 말 산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전청조는 2019년을 전후해 제주서 머물면서 남성 행세를 해왔다. 어느 날은 운전기사를 대동한 채 고가의 외제차를 타고 제주시 한 승마장을 오가며 군대 얘기를 꺼냈고 “군대를 면제받는 법이 있다. 빼봐야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또 말 산업계 주변 인물들에게 해외 마필 관리 연수 프로그램 연계 등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일부 사기 행각을 벌여왔던 것으로 확인된다. 복수의 승마계 증언으로는 전청조는 승마선수로 활약하지도 않았다. 단, 경마 기수 후보 지망생으로 잠시 활동했던 적이 있다.

전청조와 남씨가 서울 강남서 운영하던 펜싱 아카데미서 미성년자 성폭력 의혹을 방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JTBC는 지난 26일, 펜싱 아카데미에 근무하던 20대 A 코치가 여중생 한 명을 수개월 동안 성폭행하고, 여고생 한 명을 6개월 넘게 강제 추행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A 코치가 지난 7월 숨진 채 발견돼 그대로 묻혔다. JTBC는 펜싱 아카데미의 대표를 맡은 남씨와 아카데미서 공동대표로 불리는 전청조가 경찰이 사건을 인지한 7월보다 앞선 시점에 해당 의혹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을 담은 동영상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문제의 영상은 지난 7월4일 남씨와 전청조, 학부모 7명 등이 A 코치의 성폭력 의혹에 관해 얘기하는 자리서 촬영된 것이다.

영상서 남씨는 학부모들에게 “✕✕이(강제추행 피해 학생)와도 제가 단둘이 한두번 정도 얘기를 나눴어. 무슨 일 있었어? ✕✕가 선생님(A 코치)이 만졌고 뭐했고. 근데 저는 이게 ✕✕한테 들은 얘기고. 뭐가 정보가 없잖아”라고 말한다.

피해 학생으로부터 성폭력 의혹에 대해 들었지만, 피해 학생의 말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피해 학생의 어머니에 따르면 남씨는 피해 학생과 경찰 신고 6개월여 전인 지난해 12월 면담을 가졌다.

펜싱 아카데미
성폭력 은폐?

이 같은 시점을 근거로 JTBC는 남씨가 체육계 인권침해를 인지하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관련 법인 국민체육진흥법 제18조의4에 따르면, 체육지도자는 성폭력 피해 의심이 있을 경우 스포츠 윤리센터나 수사기관에 즉시 알려야 한다. 그러나 남씨는 해당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는 지적이다.

해당 영상에는 남씨와 전청조가 학부모 7명 앞에서 계속해서 피해 학생의 실명을 거론하는 등 2차 가해 의혹도 담겨있다. 전청조는 7월4일 간담회 자리서 남씨보다도 먼저 나서 “(A 코치가)✕✕이랑 뽀뽀하고 안은 건 사실이다. 그리고 사실 한 가지 더 있다”며 아직 피해 사실을 알지 못하는 일부 학부모들 앞에서 실명과 구체적인 피해 내용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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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