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지난 1년의 수사 기록

윗선 소환조사·압수수색 ‘0번’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수사해온 검찰이 윗선을 불기소 처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관련 수사 부서를 일원화했다고 밝히면서 해당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실제 검찰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일부 윗선에 관한 압수수색 및 소환조사를 진행조차 하지 않았다.  

벌써 이태원 참사 1주기다. 유가족들은 여전히 서울 시청광장서 고인들을 지키고 있다. 지난해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출범하고 검찰로 사건이 송치되기까지 6개월이 걸렸지만 ‘윗선’은 강도 높은 수사를 받지 않았다. 결국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은 무혐의라는 혜택을 받았다. 

예정된 마침표

이태원 참사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서부지검은 수사 부서 일원화를 진행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서부지검은 형사3부서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지휘부에 대한 수사를, 형사5부에선 서울 용산구청과 용산소방서 등 행정관청을 수사해왔다. 

검찰 관계자는 “한 부서에서만 수사를 진행하기로 했고 3부에 있던 검사들이 5부로 이동해 집중적으로 효율성 있게 수사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을 수사한 특수본은 지난 1월, 김 청장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23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검찰은 이 전 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주요 책임자를 기소했지만 ‘윗선’으로 지목되는 김 청장에 대해선 송치 결론을 내지 않았다. 


수사 부서가 일원화되면서 김 청장을 불기소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김 청장을 수사해온 형사3부가 아닌 구청·소방서를 수사하는 형사5부로 사건 전담이 맡겨졌기 때문에 이 같은 관측은 설득력이 더해진 상황이다.

10·29이태원참사 태스크포스(TF) 소속 한 변호사는 “그동안 혐의 입증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김 청장을 수사한 적 없는 5부로 수사가 일원화된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며 “김 청장의 불기소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고 주장했다. 

이진동 서울서부지검장은 지난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해 수사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이 지검장은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됐는데 이런 사안 자체가 우리나라에 없던 특이한 사례고, 고의범이 아니라 과실범 수사라 다양한 사례를 접할 수 없어서 시간이 걸린다”며 “의견이 다양하게 나와 검토 중이며 빨리 속도를 내서 수사를 종결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월 서부지검은 형사3부(김창수 부장검사)에 이태원 참사 수사를 위한 별도 수사팀을 꾸렸었다. 이 수사팀은 변필건 서부지검 차장검사가 직접 지휘하고 한석리 검사장이 직접 보고를 받는 체제였다. 수사 실무 책임은 대형 참사 수사 전문가인 최정민 검사(부부장급)가 맡아 진상규명 의지가 확고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김 청장에 대한 피의자 신분 소환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특수본처럼 난항에 빠진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보고서 삭제’ 사건을 통해 윗선 책임을 규명하려다 발목이 잡힌 것도 문제다. 박성민 전 서울청 정보부장과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 등은 증거인멸교사와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교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박 전 부장 등의 추가 기소 공소장에 따르면 경찰청 정보국과 서울청 정보부, 서울 용산경찰서 정보과가 유기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고 적혀 있다.

정무적·정치적 책임 빠져 진상규명 증발
특수본과 같은 결말…힘없는 수사 일원화 


김 청장은 지난해 10월17일과 같은 달 24일, 서울청 각부 부장과 산하 경찰서장들과 진행한 화상회의서 이태원과 홍대, 강남 등지를 중심으로 밀집이 예상되는 핼러윈데이 인파에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특수본이 지난 1월, 김 청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송치할 당시 박 전 부장 등의 보고서 삭제에 개입한 혐의는 빠졌다.

공소장에는 박 전 부장 등이 정보관리체계 ‘경찰견문관리시스템(PORMS)’을 통해 전국 정보 담당 경찰관들에게 실시간으로 보고받는다고 나와 있다. 또 SRI(특별첩보요구·Special Requirement of intelligence)로 상급청 정보조직이 일선에 자료를 수집하도록 하고 일선은 보고서를 회신해 다시 상급자에 보고하는 구조를 운영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참사 직전에도 핼러윈 관련 보고서들이 하달·회신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최재원 용산구 보건소장에 관해서는 본인의 사고 현장 도착시각을 직원에게 허위로 기재하도록 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행사)로 불구속 기소했다. 최 소장은 직원을 통해 서울시 전자문서시스템 전자문서 총 5건에 허위 사실을 입력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소방과 경찰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힘이 빠진 수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아직 기소되지 않은 피의자들의 혐의를 다지는 동시에 경찰이 무혐의 처분한 이 장관과 윤 청장의 수사기록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으나 같은 혐의를 받았던 공무원들의 무혐의 처분이 걸림돌이다.

검찰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입증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특수본도 과거 2개 이상의 구에서 중첩적으로 재난이 발생하지 않는 한, 용산구의 상급기관인 서울시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며 오 시장 등 서울시 공무원 모두 무혐의 처분한 바 있다.

‘정무·정치적’ 책임이 아닌 법리에 따른 책임만을 물은 것이다.

이로 인해 지난 1월, 정치권서 가라앉았던 ‘이태원 참사 특검’이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특검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서 통과돼야 하는데 법사위 위원장이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라 처리 가능성이 낮다는 게 현실이다.

패스트트랙으로 가는 방법도 있지만 이 역시 시대전환 조정훈 대표의 반대가 심하다. 설령 국회 본회의 문턱을 통과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 야권의 계획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통과된다 해도 특별검사 선임과 구성 등 물리적으로 3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현실성 있는 논의가 먼저 이뤄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국회 도서관서 토론회를 열고 각 정당에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을 촉구한 바 있다.

사실상 봐주기

이들 단체는 “원내 정당들에 특별법 초안을 송부했다. 정당 간 협의를 통해 신속하게 발의하고 여야 합의로 제정해달라”며 “참사의 구조적 원인 규명과 행정적 책임 소재 규명, 재발 방지대책 마련을 위해 독립적 진상기구 설치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또 ▲조사기구 독립성 보장 및 유가족에 조사위원 추천권 부여 ▲조사권·고발 및 수사 요청권·청문회·특검 요구권 등 부여 ▲자료 미제출 및 허위 자료 제출 시 형사처벌 등이 특별법에 담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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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