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지망생 노린 신종 사기 주의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10.17 15:42:42
  • 호수 14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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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 수업 듣는 게 계약조건?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너는 분명히 성공할 거야. 배우 계약하고 소속사 지정 강사에게 연기를 더 배우자.” 배우 지망생에게는 꿈과 같은 말이다. 저 말대로 더 배우고 노력해서 멋지게 배우로 데뷔하는 것이야말로배우 지망생들의 꿈이다. 하지만 배우지망생은 달콤한 말 속에 무엇이 감춰져 있는지 알 수 없다.

연예인 지망생 100만명은 넘은 지 이미 오래전이다.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으로 ‘연예인’이 높은 순위로 자리 잡은 지도 꽤 됐다. 인기를 끌고 있는 유명 연예인은 방송에 나와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소속사에서 뽑혔는지 말한다. 배우나 아이돌을 뽑는 공개 오디션에 갔다가 여러 차례 낙방 후 뽑히거나, 서바이벌 오디션 방송 프로그램에 참석해 뽑힌 경우가 있다.

마지막 기회

오디션 예선서 탈락이 됐지만 이후 소속사로부터 연락 와서 연예인이 되기도 하고,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캐스팅되기도 한다. 연예인이 되는 길은 이렇게 다양하지만, 이는 성공한 연예인들의 일화일 뿐이다. 대부분 연예인 지망생들은 자신의 프로필을 들고 제작사를 찾아가지만, 데뷔는 하늘의 별 따기보다 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작품 제의가 먼저 들어왔다는 배우의 이야기는 말 그대로 그들만의 이야기다.

무명 배우가 제작사나 영화사에 프로필을 놔두면 제작사에서 직접 연락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프로필을 100장 돌리면 간혹 한 번 정도 연락을 받는다”고 말한다. 무명 배우는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이 조급해진다.


대학서 연기를 전공했거나, 극단서 오랫동안 활동을 했다고 하더라도 현실은 잔혹하다. 올해 4년제 연극영화 관련 학과 정원 내 모집 인원은 2072명에 무려 5만1434명이 지원했다. 전문대는 정원 내 1420명을 모집했고, 1만9456명이 지원했다.

유명 배우를 배출하고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는 2024학년도 연극원 연기과 입학정원이 37명인데 5083명이 지원했다. 배우가 되길 원하는 지망생이 얼마나 많은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수치다.

이렇게 배우가 되길 열망하는 이유가 뭘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이름을 알리게 된다면 부와 명예, 인기를 한 번에 얻을 수 있는 것이 크다. 그리고 이 틈을 노린 사기가 극성이다.

여전히 많은 장래 희망 1순위 ‘연예인’
프로필 100장 돌려도 연락 올까 말까

현재 다른 직종에 있는 전직 영화감독 A씨는 꾸준히 배우 지망생들의 연락을 받는다. 배우 지망생들이 캐스팅을 받은 뒤 괜찮은 곳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연락을 한다.

A씨에게 전화한 배우 지망생 B씨는 나이가 30대 후반으로 곧 40세가 된다. 나이가 많음에도 여전히 배우의 꿈을 버리지 않고 배우 모집공고가 있으면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B씨는 A씨에게 “갑자기 전화해서 미안하다. 최근 배우를 모집하는 한 공고를 보고 오디션을 봤는데, 다음 날 바로 계약 제의를 받았다. 이렇게 빨리 계약 제의가 올 거라고 생각을 못 해 확인할 곳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소속사 측에서 오늘 당장 계약을 하지 않으면 이 기회가 물 건너간다고 했다. 그래서 바로 서명을 하려다가 한 번만 생각해보겠다고 4시간만 달라고 부탁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오디션 후 배우 계약을 하자는 연락을 받았지만, 정상적인 계약인지 의심스러워 연락했던 것이다. B씨 역시 이 계약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자리서 거절하지 못한 이유는, 여태까지 한 번도 자신에게 배우 계약을 해 보자고 권유했던 소속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A씨는 B씨의 배우 계약서를 검토했다. 확인 결과 이상한 부분이 한 눈에 들어왔다. 계약서에서는 ‘배우는 소속사가 정한 연기 강사에게 수업을 받아서 연기력을 키워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이 말은 B씨는 배우가 될 가능성이 있지만, 지금보다 연기를 더 배워야 하는 수준이라는 해석이 가능했다. 소속사 입장에선 B씨와 계약 전제조건으로 연기수업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해당 연기수업을 들으려면 최소한 1년에 300만원 이상의 수강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다.

배우 계약으로 B씨가 돈을 받는 게 아니라, 소속사에 돈을 내는 구조였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계약서였다. A씨는 계약서를 확인한 즉시 B씨에게 “내 주변에 이런 식으로 계약한 배우는 단 한 명도 없다. 사인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소속사가 정한 강사에 배워라”
비용 내는 이상한 계약서 조항

A씨의 조언에도 B씨는 고민했다. 여태까지 B씨에게 배우 계약을 제의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B씨 주위에도 배우 계약을 한 사람이 없으니 ‘혹시나 내가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마음 때문이다.

결국 A씨는 친한 배우에게 B씨한테 배우 계약을 하면 안 된다고 설득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연락을 받은 배우는 “안 그래도 요새 들어 배우 지망생들이 이런 질문을 많이 한다. 한두 명 당한 게 아니다. 배우 지망생들에게 배우 계약을 빌미로 돈을 뜯어내고 있다”며 “대부분 오랫동안 배우 지망생 생활을 했던 사람이 당한다. 배우 지망생은 이런 계약서가 이상하다고 느껴도 기회를 놓칠까 봐 계약해 사기를 당한다”고 토로했다.

보통 이 같은 사기는 소속사나 영화사를 통해 이뤄지는데, 배우를 뽑는다는 모집공고를 올리고 지망생 프로필을 받는다. 이때 프로필을 낸 배우 지망생에게 오프라인 미팅을 요청한다. 이때는 일반적인 오디션을 보며, 촬영도 하고 질문도 한다.

오디션이 끝난 뒤 감독은 배우 지망생을 따로 불러서 “이번 상대역으로 너를 뽑고 싶은데 너는 너무 무명이다. 제작사를 설득할 테니 돈을 준비하라” “너를 배우로 계약하고 싶은데 연기 실력이 별로다. 배우 계약을 할 테니 그 조건으로 돈을 내고 배워라” “배우로 캐스팅하고 싶은데 술자리에 참석해라” 등의 제안을 한다.

이 같은 회유에 배우 지망생들은 마지막 희망을 걸고 집문서를 팔아서 돈을 감독에게 보내면, 그날로 감독과의연락이 끊긴다. 송금한 뒤 시나리오를 보내는 감독도 있지만, 연락이 끊기는 것은 시간문제다.


“술집에 와라”

한 연예계 관계자는 연예 지망생을 둘러싼 소속사 계약 사기에 대해 “요즘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정상적인 제작사는 준비가 안 된 배우를 캐스팅하지 않는다”며 “가르치면서 촬영하겠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영화나 드라마 제작사, 일반 기획사, 아카데미형 기획사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데, 강남 일대에 많다. 그나마 돈을 낸 만큼 교육을 받으면 사기는 아닌데, 출연을 전제로 교육 받고 출연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는 사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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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