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지망생 노린 신종 사기 주의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10.17 15:42:42
  • 호수 14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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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 수업 듣는 게 계약조건?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너는 분명히 성공할 거야. 배우 계약하고 소속사 지정 강사에게 연기를 더 배우자.” 배우 지망생에게는 꿈과 같은 말이다. 저 말대로 더 배우고 노력해서 멋지게 배우로 데뷔하는 것이야말로배우 지망생들의 꿈이다. 하지만 배우지망생은 달콤한 말 속에 무엇이 감춰져 있는지 알 수 없다.

연예인 지망생 100만명은 넘은 지 이미 오래전이다.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으로 ‘연예인’이 높은 순위로 자리 잡은 지도 꽤 됐다. 인기를 끌고 있는 유명 연예인은 방송에 나와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소속사에서 뽑혔는지 말한다. 배우나 아이돌을 뽑는 공개 오디션에 갔다가 여러 차례 낙방 후 뽑히거나, 서바이벌 오디션 방송 프로그램에 참석해 뽑힌 경우가 있다.

마지막 기회

오디션 예선서 탈락이 됐지만 이후 소속사로부터 연락 와서 연예인이 되기도 하고,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캐스팅되기도 한다. 연예인이 되는 길은 이렇게 다양하지만, 이는 성공한 연예인들의 일화일 뿐이다. 대부분 연예인 지망생들은 자신의 프로필을 들고 제작사를 찾아가지만, 데뷔는 하늘의 별 따기보다 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작품 제의가 먼저 들어왔다는 배우의 이야기는 말 그대로 그들만의 이야기다.

무명 배우가 제작사나 영화사에 프로필을 놔두면 제작사에서 직접 연락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프로필을 100장 돌리면 간혹 한 번 정도 연락을 받는다”고 말한다. 무명 배우는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이 조급해진다.

대학서 연기를 전공했거나, 극단서 오랫동안 활동을 했다고 하더라도 현실은 잔혹하다. 올해 4년제 연극영화 관련 학과 정원 내 모집 인원은 2072명에 무려 5만1434명이 지원했다. 전문대는 정원 내 1420명을 모집했고, 1만9456명이 지원했다.

유명 배우를 배출하고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는 2024학년도 연극원 연기과 입학정원이 37명인데 5083명이 지원했다. 배우가 되길 원하는 지망생이 얼마나 많은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수치다.

이렇게 배우가 되길 열망하는 이유가 뭘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이름을 알리게 된다면 부와 명예, 인기를 한 번에 얻을 수 있는 것이 크다. 그리고 이 틈을 노린 사기가 극성이다.

여전히 많은 장래 희망 1순위 ‘연예인’
프로필 100장 돌려도 연락 올까 말까

현재 다른 직종에 있는 전직 영화감독 A씨는 꾸준히 배우 지망생들의 연락을 받는다. 배우 지망생들이 캐스팅을 받은 뒤 괜찮은 곳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연락을 한다.

A씨에게 전화한 배우 지망생 B씨는 나이가 30대 후반으로 곧 40세가 된다. 나이가 많음에도 여전히 배우의 꿈을 버리지 않고 배우 모집공고가 있으면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B씨는 A씨에게 “갑자기 전화해서 미안하다. 최근 배우를 모집하는 한 공고를 보고 오디션을 봤는데, 다음 날 바로 계약 제의를 받았다. 이렇게 빨리 계약 제의가 올 거라고 생각을 못 해 확인할 곳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소속사 측에서 오늘 당장 계약을 하지 않으면 이 기회가 물 건너간다고 했다. 그래서 바로 서명을 하려다가 한 번만 생각해보겠다고 4시간만 달라고 부탁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오디션 후 배우 계약을 하자는 연락을 받았지만, 정상적인 계약인지 의심스러워 연락했던 것이다. B씨 역시 이 계약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자리서 거절하지 못한 이유는, 여태까지 한 번도 자신에게 배우 계약을 해 보자고 권유했던 소속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A씨는 B씨의 배우 계약서를 검토했다. 확인 결과 이상한 부분이 한 눈에 들어왔다. 계약서에서는 ‘배우는 소속사가 정한 연기 강사에게 수업을 받아서 연기력을 키워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이 말은 B씨는 배우가 될 가능성이 있지만, 지금보다 연기를 더 배워야 하는 수준이라는 해석이 가능했다. 소속사 입장에선 B씨와 계약 전제조건으로 연기수업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해당 연기수업을 들으려면 최소한 1년에 300만원 이상의 수강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다.

배우 계약으로 B씨가 돈을 받는 게 아니라, 소속사에 돈을 내는 구조였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계약서였다. A씨는 계약서를 확인한 즉시 B씨에게 “내 주변에 이런 식으로 계약한 배우는 단 한 명도 없다. 사인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소속사가 정한 강사에 배워라”
비용 내는 이상한 계약서 조항

A씨의 조언에도 B씨는 고민했다. 여태까지 B씨에게 배우 계약을 제의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B씨 주위에도 배우 계약을 한 사람이 없으니 ‘혹시나 내가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마음 때문이다.

결국 A씨는 친한 배우에게 B씨한테 배우 계약을 하면 안 된다고 설득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연락을 받은 배우는 “안 그래도 요새 들어 배우 지망생들이 이런 질문을 많이 한다. 한두 명 당한 게 아니다. 배우 지망생들에게 배우 계약을 빌미로 돈을 뜯어내고 있다”며 “대부분 오랫동안 배우 지망생 생활을 했던 사람이 당한다. 배우 지망생은 이런 계약서가 이상하다고 느껴도 기회를 놓칠까 봐 계약해 사기를 당한다”고 토로했다.

보통 이 같은 사기는 소속사나 영화사를 통해 이뤄지는데, 배우를 뽑는다는 모집공고를 올리고 지망생 프로필을 받는다. 이때 프로필을 낸 배우 지망생에게 오프라인 미팅을 요청한다. 이때는 일반적인 오디션을 보며, 촬영도 하고 질문도 한다.

오디션이 끝난 뒤 감독은 배우 지망생을 따로 불러서 “이번 상대역으로 너를 뽑고 싶은데 너는 너무 무명이다. 제작사를 설득할 테니 돈을 준비하라” “너를 배우로 계약하고 싶은데 연기 실력이 별로다. 배우 계약을 할 테니 그 조건으로 돈을 내고 배워라” “배우로 캐스팅하고 싶은데 술자리에 참석해라” 등의 제안을 한다.

이 같은 회유에 배우 지망생들은 마지막 희망을 걸고 집문서를 팔아서 돈을 감독에게 보내면, 그날로 감독과의연락이 끊긴다. 송금한 뒤 시나리오를 보내는 감독도 있지만, 연락이 끊기는 것은 시간문제다.

“술집에 와라”

한 연예계 관계자는 연예 지망생을 둘러싼 소속사 계약 사기에 대해 “요즘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정상적인 제작사는 준비가 안 된 배우를 캐스팅하지 않는다”며 “가르치면서 촬영하겠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영화나 드라마 제작사, 일반 기획사, 아카데미형 기획사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데, 강남 일대에 많다. 그나마 돈을 낸 만큼 교육을 받으면 사기는 아닌데, 출연을 전제로 교육 받고 출연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는 사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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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만 아는 보수대연합

장동혁만 아는 보수대연합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방선거를 53일 앞두고 미국으로 떠났다. 그러자 일각에선 “장 대표가 지방선거 패배 후 부정선거론을 제기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장 대표가 취임 직후 구상했던 보수 대연합은 이미 무너졌다. 그의 구상은 왜 무너졌을까? 그리고 누가 그다음을 노리고 있을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11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장 대표는 미국 국제공화연구소의 초청을 받았다. 원래는 지난 14일부터 2박4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초청 측의 요청으로 3일 앞당겨 출국했다. 누가 뭐래도 앞당긴 출국 장 대표는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세계의 자유를 지키는 최전선 워싱턴 DC로 출발했다”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코 외면할 수 없기에 나아간다”고 주장했다. 6·3 지방선거를 53일 앞둔 시점에서, 그것도 일정을 더 늘린 출국이었다. 그 스스로는 “6·3 지방선거는 자유 민주주의를 지키는 거대한 전선이 될 것”이라며 “지방선거를 앞둔 현재의 분열과 고통의 시간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고, 위기의 대한민국 앞에서 우리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은 지난 14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너무 갑작스럽게 비밀스럽게 가셔서 명분을 모르겠다”며 “선거를 코앞에 앞둔 상황에서 공천도 마무리가 안 됐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도 같은 날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지금 가장 우선으로 해야 할 것은 선거가 어려운 상황에서 뛰어야 하는 후보들이 단 하루라도 낭비하지 않도록 후보를 빨리 결정지어 주는 일”이라며 “그걸 포기하고 미국에 간 것은 이번 선거가 이미 어렵게 된 마당에 포기하는 심정으로 차라리 다음에 어떤 정치적 행보를 위해서 지지층 결집을 목적하려고 간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도 지난 11일 경기 수원 방문 도중 기자들을 만나 “미국에 지방선거 표를 찍어줄 유권자가 있느냐”며 “리더가 이번 지방선거를 포기한 거 아니냐는 느낌을 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런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장 대표와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이 미국 국회의사당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한숨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비판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9일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국제공화연구소의 중요한 목적·역할 중 하나는 각국 부정선거 감시”라며 “장 대표가 그에 대한 기법을 배우고 와서 지방선거 패배 후 부정선거 때문에 졌다고 얘기하려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윤희석 전 대변인도 같은 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비슷한 주장을 했다. 보다 못한 <조선일보>는 지난 10일 국제공화연구소 근무 경력이 있다는 익명의 워싱턴 DC 외교·안보 싱크탱크 연구원의 발언을 인용해 “개발도상국·후진국의 선거 도중 발생할 수 있는 부정을 감시하는 국제공화연구소를 단순히 부정선거론 연구기관으로 매도하는 것은 상당히 모욕적인 수사”라면서 장 대표를 두둔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8월 당 대표 당선 과정에서 대여 투쟁과 단일 대오를 강조했다. 선출 직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도 “단일 대오로 뭉쳐 제대로 싸우는 야당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지금부터 단일 대오에서 이탈해 내부 총질하는 분들과 당론을 계속 어기는 분에 대해서는 결단하겠다”고 주장했다. 선거 앞두고 미국행…일각선 “부정선거론 배우러?” 극복 못 한 모순…당내 한 제외하고 당외 이와 연대? 이후 진행된 것은 한 전 대표·김 전 최고위원 제명과 배 의원 당원권 1년 정지 등 친한계 일원들에 대한 징계였다. 이들 중 배 의원은 법원에 징계 효력 정치 가처분을 신청했고, 지난달 인용돼 징계 효력에서 벗어났다. 친한계 구성원들은 다수의 방송 시사 프로그램에 활발하게 출연하면서 이익과 불이익을 동시에 전달하고 있다. 원외 인사들도 방송 출연을 통해 존재감을 유지하면서 이들의 의견을 왕성하게 전달한다. 하지만 장 대표 등 친한계가 아닌 국민의힘 인사들에 대해서도 공격적인 의견을 밝히기 때문에 비판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해 9월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면서 “방송에서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를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그가 한 전 대표 대신 선택한 연대 시도 대상은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였다. 지난 1월엔 이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공천 헌금 의혹·통일교 게이트 특검법 공동 추진을 합의했다. 지난달엔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여 투쟁 방안을 논의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이 대표와의 연대를 통해 보수 대연합을 시도한 것이라는 해석이 다수 나왔다. 하지만 이 대표는 “공조와 연대는 다르다”면서 선거 연대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도 이 대표가 국민의힘에서 징계를 받고 대표직에서 물러나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을 토대로 국민의힘에 대한 강한 반감을 유지하고 있다. 당내 경쟁자와의 투쟁을 위해 불미스럽게 당을 나간 외부 인사와의 연대를 추구하는 그림에 대해선 한동안 “모순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보수 대연합은 당내 갈등을 봉합한 후 추진하는 것이 합리적인 순서”라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당선 과정에서 구 친윤(친 윤석열)계와 강경 보수 성향 윤 어게인 세력의 지원을 받았다. 이를 토대로 장 대표의 구상을 확인할 수 있다. 장 대표는 친한계를 국민의힘에서 내보낸 후 구 친윤계·윤 어게인을 묶어 강경한 선명 보수 야당을 만들어 그 위에 군림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구 친윤계 중 상당수는 대구·경북·강원 등 국민의힘의 텃밭으로 통하는 지역 내 유지들과 밀착해 정치활동을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어게인 세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두둔하면서,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했다. 두 세력에 대해선 “같은 ‘보수’라는 테두리 안에 있을 뿐, 성향이 전혀 다르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구 친윤계는 언론 노출을 가급적 피하면서 지역구 관리에 공을 들이는 토착 보수 성향을 보인다. 반대로 윤 어게인 세력은 대규모 집회 개최·유튜브 활동 등 강경한 의견을 왕성하게 표현하는 것에 주력한다. 실패한 연대 이대로 포기? 아울러 구 친윤계는 윤 어게인 세력과 밀착하는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지난달 국민의힘 의원 전원 명의로 발표된 절윤(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선언에도 참여하는 등 윤 전 대통령을 이미 지웠다. 반대로 전한길씨 등 윤 어게인 세력은 절윤 선언을 격렬하게 비판하면서 장 대표에 대해서도 독한 비난을 이어갔다. 장 대표로선 지난해 당 대표 선거 출마 이후부터 구상했던 “구 친윤계·윤 어게인을 묶는다”는 목표가 어긋난 것으로 보여질 여지가 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 지방선거 패배와 장 대표 체제 붕괴에 대비해 ‘포스트 장동혁’을 거론하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거친 후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선출할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현 시점에서 포스트 장동혁에 도전할 수 있는 인사로는 ▲오세훈 서울시장 ▲한 전 대표 ▲신동욱 수석최고위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달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공천 1차 마감 시한까지 신청하지 않았다. 이어 당의 인적 쇄신·절윤 선언 실천·혁신 선대위 설치 등을 요구하면서 장 대표와 대립각을 세웠다. 오 시장은 추가 공모 기간 내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이때까지도 “서울시장 출마가 아니라 장 대표 체제 붕괴 후 당권에 도전하려는 게 아니냐”는 말이 돌아다녔다. 따라서 오 시장의 선거 당락을 떠나 그가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은 여전히 배제되지 않는다. 서울시장 5선에 성공하더라도 당 대표 출마 및 당선 후 겸직을 막을 법적 제한은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4일 전입신고를 하는 등 부산 북갑에서 재보궐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유력해졌다.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확정된 전재수 의원은 이곳에서 3선을 했고, 현재 부산 내 유일한 민주당 의원이다. 한 전 대표가 이곳에서 당선돼 민주당의 부산 내 근거지를 소멸하면 국민의힘에 복귀해 다시 당권·대권에 도전할 명분이 붙는다. 신 최고위원에 대해선 지난해 12월부터 “포스트 장동혁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 장 소장은 지난해 12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민의힘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로는 안 되겠다면서 신 최고위원이 비대위원장을 맡으면 어떻겠느냐는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고 주장했다. “구 친윤계로서는 오 시장도 구 친윤계와 성향이 다른 수도권 내 보수 성향 엘리트에 속해 부담스러워할 것이고, 오랫동안 갈등했던 한 전 대표는 말할 것도 없다”는 분석도 돌아다녔다. 신 최고위원에 대해선 한동안 서울시장 출마설도 돌았지만, 실제로 출마하지는 않았다. 3인방 행보는? 성향이 전혀 다른 세력을 조율하면서 그 수장으로 군림하는 데에는 ▲전략적 경계 설정 및 수용 ▲고도화된 소통 ▲정치적 영향력 행사 기술 ▲유연한 지도력 등 고난도 정치술이 필요하다. 이 정치술을 갖추고 세력 조율을 시도했던 대표적인 정치인은 조선 제22대 임금 정조였다. 효종·현종은 어느 한 세력이 일방적인 우위를 점하지 않는 방향으로 서인·남인의 당쟁을 관리했다. 하지만 2대 독자로서 강한 정통성과 고집 센 성격을 가졌던 숙종은 주기적으로 환국을 일으켜 한 세력에 일방적으로 정권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왕권을 강화했다. 서인은 학문 방향·남인에 대한 대응 등 논점에서 의견이 엇갈려 노론·소론으로 갈라졌다. 영조가 즉위했을 때는 노론·소론의 당쟁이 극대화됐다. 이 때문에 소론·남인 강경파가 영조를 인정하지 못해 군사 반란을 일으킨 이인좌의 난이 발생했다. 이후 영조가 추진했던 탕평책은 노론·소론의 온건파만 조정에 남겨놔 균형을 유지하는 완론 탕평이었다. 이 때문에 종전엔 없던 탕평파라는 당파가 탄생했다. 이들은 영조의 완론 탕평에 협조해 살아남았다. 하지만 탕평파에는 영조의 사도세자 살해를 끝까지 막지 못했다는 정치적 약점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탕평파의 핵심이었던 사도세자의 처가 풍산 홍씨는 세손 정조의 정치 보복을 우려해야 했다. 정조의 즉위를 도왔던 세력은 영조의 계비 정순왕후의 처가 경주 김씨 가문이었다. 결국 영조의 완론 탕평은 유교에서 금기시하는 척신 정치로 나아갔다. 정조는 즉위 초엔 홍인한·정후겸 등 자신의 즉위를 방해한 세력의 핵심을 숙청한 후 측근 홍국영에게 전권을 맡겼다. 그러다가 홍국영이 과도한 권력욕을 드러내자 숙청한 후 영조와 정반대로 준론 탕평을 추진했다. 준론 탕평은 각 당파의 강경파를 전면에 내세워 당파마다 선명한 당론을 내세우게 한단 것이다. 이는 곧 “영조 이전의 정치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었고, 각 당파에 스스로 생각하는 의리를 명확하게 밝히라고 요구하는 체제였다. 그들의 의리 중 무엇이 옳고 그른지 선택하는 심판 겸 절대자는 정조 자신이었다. 정조가 홍국영 숙청 이후 선택한 정국 관리 대리인은 소론 강경파 겸 시파였던 서명선이었다. 이어 그를 견제하기 위해 영조 대에 사실상 조정에서 사라졌던 남인을 조정에 편입시키려고 남인 영수 채제공에게 고위직을 부여했다. 아울러 자신의 스승이었던 김종수와 초강경파인 심환지 등 노론 벽파와 정민시 등 노론 시파도 조정에 공존시켰다. 각 당파의 수장들을 골고루 챙겨 자신으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한 경쟁을 시킨 것이었다. 각 당파의 강경파만 엄선해 조정에 공존시켜야 했기 때문에, 정조의 갈등 조정 업무는 매우 많았다. 김종수는 이따금 갈등을 일으켰다. 정조는 매번 적당한 선에서 김종수를 처벌하면서 그 갈등을 무마했다. 정조도 김종수에 대해선 “위험에 직면하면 위험에서 건져주고, 거의 죽게 되면 죽음에서 구원해 줬다”고 말했다. 선거 패배하면 주목받을 ‘포스트 장’ 누구? 정조의 준론 탕평 갖가지 비결…누가 갖췄나? 서명선은 공개적으로 “저는 채제공과 의리상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고, 채제공이 역적이 아니면 저는 반드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명선은 이인좌의 난 이후 남인에 대한 감정이 격렬해진 소론 일각의 정서를 조정에서 공론화했다. 그런데 막상 서명선은 심환지로부터 탄핵당했다. 서명선이 영의정이 된 것에 심환지가 불만을 품은 것이었다. 그러자 정조는 크게 분노해 김종수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그런데 “내가 당신에게 상처를 줄까 봐 두렵다”면서 벽파를 ‘우리 벽패는’이라고 일컫는 등 심환지에게 수많은 밀지를 보냈던 사람은 정조였다. 심환지는 보는 즉시 태워 없애야 하는 밀지를 보관해 후세까지 전하게 했다. 이 밀지 모음이 ‘정조 어찰첩’이다. 정조는 심환지에게 밀지를 보내 정국 관리 구상을 밝히면서 심환지에게 구체적인 역할을 부여하는 등 막후에서 ‘정국’이란 거대한 연극의 감독 겸 주연을 맡았다. 이것으로도 부족해 정조는 세자에게 양위한 후 스스로 정예부대로 육성했던 장용영을 데리고 수원 화성으로 물러앉아 조정을 감독하는 원격 통치를 구상했다. 정조가 정했던 시기는 1804년이었지만, 정조는 1800년 훙서했다. 정조가 구상했던 준론 탕평은 정조 말고는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정조는 할아버지의 극진한 총애를 받을 정도로 공부에 몰두해 즉위 후엔 스스로 성리학의 정통이자 스승을 자처했다. 이는 신하들이 임금을 가르치는 경연을 없애고, 임금이 신하를 가르치는 초계문신제를 채택한 것에서 확인된다. 아울러 서명선·김종수·정민시 등은 정조가 세손 시절부터 가까이 지내면서 사조직 동덕회를 조직할 정도로 측근이었다. 조정 내부엔 정조의 준론 탕평에 동조하는 시파가 있었고, 정조 어찰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벽파와의 관계도 나쁘지 않았다. 조정 외곽엔 영남 남인 1만명이 연명해 정조의 사도세자 복권을 시도하고 정조의 준론 탕평에 호응하는 등 지지를 보내고 있었다. 친위 무력 기반 장용영도 있었다. 이것으로도 부족해 밀지를 주고받으면서 막후에서 정국을 설계하면서 이끄는 부지런함까지 갖췄다. 꿈꾸는 잠룡들 과연 국민의힘은 서로 전혀 다른 구 친윤계·친한계·강경 보수를 모두 조율할 수 있는 수장을 배출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선 모두의 인정을 받는 월등한 실력과 부지런함을 갖춰야 한다. 장 대표가 지금이라도 이를 소화할 수 있을지, 아니면 새로운 누군가가 나타날지, 보수 성향 유권자의 가슴은 타들어 가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