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청 프로젝트’ 한동훈 미는 속내

선거 전까지…최대한 업적 쌓기

[일요시사 취재1팀 ]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 일부 국무위원들과 대통령실 비서관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총선 출마 채비 때문으로 보인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빠지지 않고 언급된다. 그는 현재까지 명확한 태도를 취하지 않고 있다. “직무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게 입장이다. 한 장관이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은 지난해부터 제기됐으나 본인의 치적을 쌓는 것에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건 ‘이민청 프로젝트’다. 전문가들도 이 프로젝트가 대한민국에 다가올 ‘노동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한 장관이 그외 다른 현안에는 손 놓고 있다는 비판이 법무부 안팎서 제기된다. 정치권에 데뷔할 때 활용하기 좋은 아이템에만 신경 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결정적 순간
결정적 정책

한 장관의 활동 폭은 꽤 넓다. 법무부 본연의 업무 외에도 지난 7월15일 제주 서귀포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 참석해 경제에 관해 강연을 진행했다. 한 장관에게 주어진 강연 제목은 ‘경제성장 이끄는 법무행정과 기업의 역할’이었다.

한 장관이 이 자리서 언급한 “과거 70년 전 ‘결정적인 순간에 이뤄진 올바른 정책적 결정’은 농지개혁이었다. 농지개혁에 관해 관심을 갖게 된 건 룰라 브라질 대통령의 <중앙일보> 인터뷰를 보고나서였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는 2004년 8월15일 작성됐다.

한 장관이 19년 전부터 지금까지 농지개혁에 관심을 가져왔다면 개인적으로 공부를 해왔다는 말이다.


그는 ‘결정적인 순간의 결정적인 정책’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인상적인 건 과거의 보수·진보정권 대통령 정책을 번갈아 언급했다는 것이다. “박정희정부가 도입한 중공업 정책과 의료보험, 연금 도입이 빈곤 해결 복지국가의 기초를 마련했다면, 노무현정부의 한미FTA도 결정적인 순간에 정부의 과감한 결단의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한 장관의 행보를 두고 정치·시사평론가를 포함한 전문가들은 사실상 ‘정치 행보’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한 전문가는 “국민의힘 내부 젊은 인재 중 가장 부담이 없는 인물이 한동훈 장관으로 꼽힌다”며 “총선 이슈가 나올 때마다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이유다. 본인이 원하지 않아도 정치권서 ‘콜’은 끊이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야권서 ‘젊은 인재’로 꼽히는 인물은 많지 않다. 그나마 ‘한동훈 대항마’로 알려진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의 장점은 구세대를 대체할 인물이 많다는 것으로 내부 갈등이 산적하지만 민주당보다는 상황이 좋은 편”이라며 “국민의힘 같은 경우 86세대의 힘이 세지 않다. 1970년대생, 1980년대생 차기 대선주자를 키우는 게 가능하다. 한 장관이 국민의힘 총선 공동선대위원장이 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평가했다.

과거 역대 총선을 보면 선대위원장은 이회창, 이해찬, 안철수, 김종인과 같은 거물급이 맡았다. 선대위원장을 하는 순간 대권후보로 언급돼왔다.

‘스마트 우파’ 여권 내 지지도 독주 체제
활동폭 넓혀 경제·법무행정 연관성 언급


한 장관이 총선에 출마하지 않아도 일정한 정치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지난해 6월부터 대권주자 적합도 조사를 해온 리서치뷰의 지난 7월 말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수층과 국민의힘 지지층서 한 장관은 36%를 기록해 30%대를 독주하고 있는 유일한 유망 대권주자였다.

한 장관은 이 기관조사에서 13개월째 부동의 보수층 대권주자 적합도 1위 주자를 기록 중이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지난해 7~8월 20%대 지지율을 기록해 2위 오세훈과 오차범위 내를 기록했지만, 한동훈이 1위를 놓친 적이 없다”며 “지난해 10월부터 29%로 올라선 뒤 약간 주춤하는 모양새를 보였지만 올해 2월부터는 30%를 유지하며 오차범위를 넘어서 독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 장관의 그동안 행보를 보면 이미 정치권에 진입하지 않았을 뿐, 준정치인으로 변신을 완료했다고 보인다”며 “고도로 계산된 정치적 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전문가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강연 정치 행보가 총선서 한 장관의 역할을 규정할 것으로 본다. 즉 자기만의 세력을 모으고 국민의힘이 자기 발판을 만드는 과정이 아닌가 한다. 민주당의 다음 대선후보로는 현재까지 이재명 외에는 뚜렷하게 안 보인다”며 “기자들이 물어보니 대답한다고 하지만 차기 민주당 대선후보와 맞대결하는 모습으로 본격적으로 프레임을 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말하자면 총선 밟고 대선으로 가겠다는 구도다.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서 뒷받침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장관은 한 강연서 “복합위기와 경제 안보가 대두되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시급하게 대비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것은 인구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내놓는 저출생·고령화 기본계획과 같은 “출산율 회복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이미 늦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보수 대권
적합도 1위

그는 “모두의 문제는 누구의 문제도 아니다”라며 출입국과 비자 담당은 법무부가, 외국인 노동은 노동부가, 다문화가족을 여성가족부가 관장하는 현실을 거론했다. 행정적으로 자기 영역만 담당하다 중요하고 산적한 질문에는 책임지는 이가 사라졌다고 지적한다.

한 장관은 ‘이민청 프로젝트’ 중 하나로 현재 E-9 비자로 들어와 있는 비숙련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하고 적응하면 E-7-4 비자(숙련 기능인력 장기취업비자)를 주는 것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 장관은 “E-9으로 일단 들어오면 장땡이 아니라 열심히 일한 사람들을 기업과 지역사회가 검증하는 인센티브를 만들자는 것이다. 비자는 평등과 공정의 영역이 아니라 국익의 영역”이라며 “비자는 어떤 산수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다. 출입국 외국인 정책은 인류애를 위한 것이 아니라 국익, 국민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재인정부 말미에 1000여명에 불과하던 외국인 숙련기능인력 점수제 비자(E-7-4) 발급 인원이 윤석열정부 들어 3만5000명이 됐으니 35배 늘어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오류다. 해당 비자가 만들어진 건 2017년으로 시행한 지 얼마 안 된 제도라는 게 핵심이다. 사실상 제도 시행 시점을 언급하지 않고 겉으로 보이는 데이터를 통해 윤정부의 정책 변화를 칭찬하고 나선 셈이다.

한 장관의 주장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던 이민청 설립 주장과 다르지 않다. 일본·중국·대만보다 늦은 이민정책 컨트롤타워 수립 차원서 이민청 설립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지난해 5월17일 한 장관의 취임사에도 등장한다.

지난 1월26일 청와대 영빈관서 진행된 법무부 2023년 업무보고서도 ‘범죄로부터 안전한 나라 실현’에 이은 두 번째 과제로 ‘국가 백년대계로서의 출입국·이민정책 추진’을 거론하고 있다.

사실상
자기 정치

이민청 설립 추진이 윤정부서 처음 추진하려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명박정부 당시에도 노동시장 인력 수급 문제와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대책’ 등을 총괄할 이민청 설립 추진 이야기가 나왔던 바 있다. 한 장관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했다.

앞으로의 설립 여부를 지켜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MB 정책 따라잡기’와 다를 바 없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무부 혼자 추진해서 될 일이 아니다. 과거 법무부 정책위원회, 여성가족부 다문화가족위원회, 고용부 외국인력정책위원회 등 3개의 컨트롤타워로 나눠 추진하려 했다. E-9 비자로 대표되는 외국인 노동정책만 봐도 고용노동부와 산업인력공단과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장관의 이민청 추진이 자기 정치를 위한 디딤돌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내년 총선을 통해 정치권에 데뷔하는 게 아닌 ‘대선 직행’을 노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여당 내부서 수도권 위기론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한 장관의 총선 데뷔가 끊이지 않고 언급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서 윤상현 의원은 “수도권 위기론을 말씀드린 건 당을 위한 충정, 또 총선 승리 특히 당 지도부를 보강하기 위해서 하는 말”이라며 “현재의 당 지지율보다 더 중요한 요인은 내년 총선에 어느 당을 찍을 거냐? 그걸 더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대체로 민주당을 찍겠다는 여론이 훨씬 더 높게 나온다. 우리가 좀 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현 대표는 꾸준히 제기된 수도권 위기론을 의식한 듯 그 실체를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연찬회 첫머리 발언서 “수도권 선거서 우리가 어렵지 않았던 때는 딱 한 번 빼고는 없지 않았냐”며 “실제로 어려운 지역”이라고 인정했다.

민감한 문제라…일사천리 불가능
총선 데뷔 가능성도 사실상 반반

다만 “우리 당이 전국 선거를 주도하려 한다면 무엇보다도 좋은 인물이 앞에 나서도록 하고, 그런 분들이 새바람을 일으키고 개혁을 주도해나간다고 하면 우리 취약 지역인 수도권 지역서도 압승을 이룰 기반을 반드시 만들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이번 총선서 승리할 수 있는 좋은 인재라고 하면 삼고초려가 아니라 십고초려해서 모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총선 정국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구원 투수’로 언급되는 장관급 인사들도 이날 연찬회에 모습을 드러내 주목받았다. 이들은 다만 총선 출마설에 대한 답변을 피하며 말을 아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출입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현재 국토부 업무에 전념하고 그곳에서 성과를 내 윤석열정부 국정 동력 확대에 모든 힘을 기울여야 할 때”라며 “그게 장관으로서 본분이기도 하고 우리 정부가 성공하는 길이기도 하다”고 언급했다.

한 장관 역시 총선 관련 질문에 “내 답은 늘 똑같다”며 “비슷하게 계속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김 대표의 ‘수도권 인재 영입’ 발언에 대해서도 “그런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며 “내가 드릴 말씀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용산 참모 중 일부는 총선에 출마할 전망이다. 이에 따른 대통령실 개편은 추석 직후인 다음 달 초순쯤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정기국회가 끝난 뒤인 12월 중순쯤 총선에 나설 용산 참모들을 위한 추가 대통령실 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순차 개편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실 수석비서관들 중에서는 강승규 시민사회수석과 김은혜 홍보수석이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대통령실을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비서관들 중에서는 전희경 정무1비서관과 주진우 법률비서관, 서승우 자치행정비서관, 강명구 국정기획비서관 등이 총선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직선거법 53조 1항은 공직자는 선거 90일 전까지 그 직을 그만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내년 총선은 2024년 4월10일에 실시되기 때문에, 공직자는 내년 1월11일까지 사퇴해야 한다. 출마를 준비 중인 용산 참모들 입장에서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으나, 내년 총선이 ‘초박빙’ 승부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미리 대통령실을 나올 것으로 분석된다.

총선 중책
수행하나

강 수석은 충남 홍성·예산 지역구와 자신이 국회의원을 지냈던 서울 마포구를 타진하고 있다는 얘기가 국민의힘 안팎서 나온다. 김 수석의 출마 예상지로는 경기 분당을과 용인 지역구 등이 거론된다. 경기 의정부서 초·중·고를 졸업한 전 비서관에 대해서는 의정부갑 지역구 출마설이 유력하다. 주 비서관은 부산 수영에 투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충북 청원 출신의 서 비서관은 충북 지역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원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등이 총선에 나설 후보군이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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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