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청 프로젝트’ 한동훈 미는 속내

선거 전까지…최대한 업적 쌓기

[일요시사 취재1팀 ]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 일부 국무위원들과 대통령실 비서관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총선 출마 채비 때문으로 보인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빠지지 않고 언급된다. 그는 현재까지 명확한 태도를 취하지 않고 있다. “직무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게 입장이다. 한 장관이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은 지난해부터 제기됐으나 본인의 치적을 쌓는 것에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건 ‘이민청 프로젝트’다. 전문가들도 이 프로젝트가 대한민국에 다가올 ‘노동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한 장관이 그외 다른 현안에는 손 놓고 있다는 비판이 법무부 안팎서 제기된다. 정치권에 데뷔할 때 활용하기 좋은 아이템에만 신경 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결정적 순간
결정적 정책

한 장관의 활동 폭은 꽤 넓다. 법무부 본연의 업무 외에도 지난 7월15일 제주 서귀포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 참석해 경제에 관해 강연을 진행했다. 한 장관에게 주어진 강연 제목은 ‘경제성장 이끄는 법무행정과 기업의 역할’이었다.

한 장관이 이 자리서 언급한 “과거 70년 전 ‘결정적인 순간에 이뤄진 올바른 정책적 결정’은 농지개혁이었다. 농지개혁에 관해 관심을 갖게 된 건 룰라 브라질 대통령의 <중앙일보> 인터뷰를 보고나서였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는 2004년 8월15일 작성됐다.

한 장관이 19년 전부터 지금까지 농지개혁에 관심을 가져왔다면 개인적으로 공부를 해왔다는 말이다.


그는 ‘결정적인 순간의 결정적인 정책’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인상적인 건 과거의 보수·진보정권 대통령 정책을 번갈아 언급했다는 것이다. “박정희정부가 도입한 중공업 정책과 의료보험, 연금 도입이 빈곤 해결 복지국가의 기초를 마련했다면, 노무현정부의 한미FTA도 결정적인 순간에 정부의 과감한 결단의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한 장관의 행보를 두고 정치·시사평론가를 포함한 전문가들은 사실상 ‘정치 행보’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한 전문가는 “국민의힘 내부 젊은 인재 중 가장 부담이 없는 인물이 한동훈 장관으로 꼽힌다”며 “총선 이슈가 나올 때마다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이유다. 본인이 원하지 않아도 정치권서 ‘콜’은 끊이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야권서 ‘젊은 인재’로 꼽히는 인물은 많지 않다. 그나마 ‘한동훈 대항마’로 알려진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의 장점은 구세대를 대체할 인물이 많다는 것으로 내부 갈등이 산적하지만 민주당보다는 상황이 좋은 편”이라며 “국민의힘 같은 경우 86세대의 힘이 세지 않다. 1970년대생, 1980년대생 차기 대선주자를 키우는 게 가능하다. 한 장관이 국민의힘 총선 공동선대위원장이 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평가했다.

과거 역대 총선을 보면 선대위원장은 이회창, 이해찬, 안철수, 김종인과 같은 거물급이 맡았다. 선대위원장을 하는 순간 대권후보로 언급돼왔다.

‘스마트 우파’ 여권 내 지지도 독주 체제
활동폭 넓혀 경제·법무행정 연관성 언급


한 장관이 총선에 출마하지 않아도 일정한 정치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지난해 6월부터 대권주자 적합도 조사를 해온 리서치뷰의 지난 7월 말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수층과 국민의힘 지지층서 한 장관은 36%를 기록해 30%대를 독주하고 있는 유일한 유망 대권주자였다.

한 장관은 이 기관조사에서 13개월째 부동의 보수층 대권주자 적합도 1위 주자를 기록 중이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지난해 7~8월 20%대 지지율을 기록해 2위 오세훈과 오차범위 내를 기록했지만, 한동훈이 1위를 놓친 적이 없다”며 “지난해 10월부터 29%로 올라선 뒤 약간 주춤하는 모양새를 보였지만 올해 2월부터는 30%를 유지하며 오차범위를 넘어서 독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 장관의 그동안 행보를 보면 이미 정치권에 진입하지 않았을 뿐, 준정치인으로 변신을 완료했다고 보인다”며 “고도로 계산된 정치적 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전문가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강연 정치 행보가 총선서 한 장관의 역할을 규정할 것으로 본다. 즉 자기만의 세력을 모으고 국민의힘이 자기 발판을 만드는 과정이 아닌가 한다. 민주당의 다음 대선후보로는 현재까지 이재명 외에는 뚜렷하게 안 보인다”며 “기자들이 물어보니 대답한다고 하지만 차기 민주당 대선후보와 맞대결하는 모습으로 본격적으로 프레임을 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말하자면 총선 밟고 대선으로 가겠다는 구도다.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서 뒷받침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장관은 한 강연서 “복합위기와 경제 안보가 대두되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시급하게 대비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것은 인구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내놓는 저출생·고령화 기본계획과 같은 “출산율 회복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이미 늦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보수 대권
적합도 1위

그는 “모두의 문제는 누구의 문제도 아니다”라며 출입국과 비자 담당은 법무부가, 외국인 노동은 노동부가, 다문화가족을 여성가족부가 관장하는 현실을 거론했다. 행정적으로 자기 영역만 담당하다 중요하고 산적한 질문에는 책임지는 이가 사라졌다고 지적한다.

한 장관은 ‘이민청 프로젝트’ 중 하나로 현재 E-9 비자로 들어와 있는 비숙련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하고 적응하면 E-7-4 비자(숙련 기능인력 장기취업비자)를 주는 것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 장관은 “E-9으로 일단 들어오면 장땡이 아니라 열심히 일한 사람들을 기업과 지역사회가 검증하는 인센티브를 만들자는 것이다. 비자는 평등과 공정의 영역이 아니라 국익의 영역”이라며 “비자는 어떤 산수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다. 출입국 외국인 정책은 인류애를 위한 것이 아니라 국익, 국민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재인정부 말미에 1000여명에 불과하던 외국인 숙련기능인력 점수제 비자(E-7-4) 발급 인원이 윤석열정부 들어 3만5000명이 됐으니 35배 늘어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오류다. 해당 비자가 만들어진 건 2017년으로 시행한 지 얼마 안 된 제도라는 게 핵심이다. 사실상 제도 시행 시점을 언급하지 않고 겉으로 보이는 데이터를 통해 윤정부의 정책 변화를 칭찬하고 나선 셈이다.

한 장관의 주장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던 이민청 설립 주장과 다르지 않다. 일본·중국·대만보다 늦은 이민정책 컨트롤타워 수립 차원서 이민청 설립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지난해 5월17일 한 장관의 취임사에도 등장한다.

지난 1월26일 청와대 영빈관서 진행된 법무부 2023년 업무보고서도 ‘범죄로부터 안전한 나라 실현’에 이은 두 번째 과제로 ‘국가 백년대계로서의 출입국·이민정책 추진’을 거론하고 있다.

사실상
자기 정치

이민청 설립 추진이 윤정부서 처음 추진하려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명박정부 당시에도 노동시장 인력 수급 문제와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대책’ 등을 총괄할 이민청 설립 추진 이야기가 나왔던 바 있다. 한 장관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했다.

앞으로의 설립 여부를 지켜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MB 정책 따라잡기’와 다를 바 없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무부 혼자 추진해서 될 일이 아니다. 과거 법무부 정책위원회, 여성가족부 다문화가족위원회, 고용부 외국인력정책위원회 등 3개의 컨트롤타워로 나눠 추진하려 했다. E-9 비자로 대표되는 외국인 노동정책만 봐도 고용노동부와 산업인력공단과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장관의 이민청 추진이 자기 정치를 위한 디딤돌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내년 총선을 통해 정치권에 데뷔하는 게 아닌 ‘대선 직행’을 노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여당 내부서 수도권 위기론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한 장관의 총선 데뷔가 끊이지 않고 언급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서 윤상현 의원은 “수도권 위기론을 말씀드린 건 당을 위한 충정, 또 총선 승리 특히 당 지도부를 보강하기 위해서 하는 말”이라며 “현재의 당 지지율보다 더 중요한 요인은 내년 총선에 어느 당을 찍을 거냐? 그걸 더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대체로 민주당을 찍겠다는 여론이 훨씬 더 높게 나온다. 우리가 좀 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현 대표는 꾸준히 제기된 수도권 위기론을 의식한 듯 그 실체를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연찬회 첫머리 발언서 “수도권 선거서 우리가 어렵지 않았던 때는 딱 한 번 빼고는 없지 않았냐”며 “실제로 어려운 지역”이라고 인정했다.

민감한 문제라…일사천리 불가능
총선 데뷔 가능성도 사실상 반반

다만 “우리 당이 전국 선거를 주도하려 한다면 무엇보다도 좋은 인물이 앞에 나서도록 하고, 그런 분들이 새바람을 일으키고 개혁을 주도해나간다고 하면 우리 취약 지역인 수도권 지역서도 압승을 이룰 기반을 반드시 만들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이번 총선서 승리할 수 있는 좋은 인재라고 하면 삼고초려가 아니라 십고초려해서 모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총선 정국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구원 투수’로 언급되는 장관급 인사들도 이날 연찬회에 모습을 드러내 주목받았다. 이들은 다만 총선 출마설에 대한 답변을 피하며 말을 아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출입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현재 국토부 업무에 전념하고 그곳에서 성과를 내 윤석열정부 국정 동력 확대에 모든 힘을 기울여야 할 때”라며 “그게 장관으로서 본분이기도 하고 우리 정부가 성공하는 길이기도 하다”고 언급했다.

한 장관 역시 총선 관련 질문에 “내 답은 늘 똑같다”며 “비슷하게 계속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김 대표의 ‘수도권 인재 영입’ 발언에 대해서도 “그런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며 “내가 드릴 말씀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용산 참모 중 일부는 총선에 출마할 전망이다. 이에 따른 대통령실 개편은 추석 직후인 다음 달 초순쯤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정기국회가 끝난 뒤인 12월 중순쯤 총선에 나설 용산 참모들을 위한 추가 대통령실 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순차 개편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실 수석비서관들 중에서는 강승규 시민사회수석과 김은혜 홍보수석이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대통령실을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비서관들 중에서는 전희경 정무1비서관과 주진우 법률비서관, 서승우 자치행정비서관, 강명구 국정기획비서관 등이 총선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직선거법 53조 1항은 공직자는 선거 90일 전까지 그 직을 그만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내년 총선은 2024년 4월10일에 실시되기 때문에, 공직자는 내년 1월11일까지 사퇴해야 한다. 출마를 준비 중인 용산 참모들 입장에서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으나, 내년 총선이 ‘초박빙’ 승부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미리 대통령실을 나올 것으로 분석된다.

총선 중책
수행하나

강 수석은 충남 홍성·예산 지역구와 자신이 국회의원을 지냈던 서울 마포구를 타진하고 있다는 얘기가 국민의힘 안팎서 나온다. 김 수석의 출마 예상지로는 경기 분당을과 용인 지역구 등이 거론된다. 경기 의정부서 초·중·고를 졸업한 전 비서관에 대해서는 의정부갑 지역구 출마설이 유력하다. 주 비서관은 부산 수영에 투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충북 청원 출신의 서 비서관은 충북 지역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원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등이 총선에 나설 후보군이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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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