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보내 줘” 불지른 환자 ‘강제퇴원 미조치’ 국립병원 입길

병원 측 “격리 조치 후 안전요원 배치” 반박
“치료 종료되지 않았고 가족들도 원치 않아”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국가가 운영 중인 서울 소재의 A 병원서 지난 4일, 방화를 저지른 환자를 퇴원 조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입길에 올랐다.

자칫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화재는 이날 오후 1시10분경, 53병동 11호실서 발생했다. 해당 병원서 화재를 목격했다는 시민 B씨는 “병원 내 식당서 식사를 하고 병실로 올라왔는데 탄 냄새가 나고 경찰분들, 소방공무원들, 형사로 보이는 분들까지 병실에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알고 보니 입원 환자 C씨가 병실에 불을 질렀다. 암병동 환자분들은 대부분 연로하시고 거동조차 안 되시는 중환자 분들이 많다”며 “너무 놀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B씨에 따르면 당시 근무 중인 간호사가 소화기로 진압에 성공하면서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이날 병실 바닥은 소화기서 나온 소화액으로 하얗게 변해 있었고 병실의 모든 커튼은 걷혔으며 거동이 힘든 환자들은 침대 째 밖으로 대피한 상황이었다.

B씨는 “경찰분들이 C씨를 체포해가는 줄 알고 안심하고 있었는데(경찰 등 공무원 인력들이 다 갔는데) C씨 이름이 병실에 그대로 있었다”며 “당연히 퇴원시키고 조치를 취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의아해했다.

B씨 주장에 따르면 해당 병원 측은 ‘C씨가 퇴원한 것이냐’는 질문에 개인정보라서 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 또 다시 방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그는 병원 민원실에 항의했지만, 병원은 ‘출혈이 있는 환자라서 퇴원은 어렵고 다른 병실로 옮겼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지난 5일,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B씨는 “C씨의 방화 이유가 ‘퇴원시켜 주지 않아서’라고 들었다. 끔찍하고 무서운 건 불 지른 사람이 같은 병동의 1인실로 옮겨진 것”이라며 “의료진에게 확인해보니 C씨를 1인실로 격리 조치했는데 ‘인력의 여유가 없다’며 오후 7시 이후엔 보안 인력도 철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신 환자 가족과 의료진이 상의해 해당 병실을 잠그기로 했는데도 밤에 불안하고 무서웠다”고 말했다.

이어 “(들은 얘기라 정확하진 않지만)더구나 C씨와 가족들은 외국인(조선족)인 것 같다고 추측된다는데, 내국인은 아니라고 한다”며 “현재 입원해 있는 A 병원은 국가서 운영하는 병원이다. 불 지른 환자와 함께 있는 병동 의료진과 환자들은 무슨 죄냐? 누가 보호해주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퇴원시켜 달라’며 불 지른 환자를 무슨 이유로 퇴원시키지 않고 원래 진료과로 옮겨주지도 않고 이렇게 여러 사람에게 불안감을 주는 것이냐?”며 “한국은 불 지른 사람이 환자라는 이유로 처벌을 못하는 거냐? 안 하는 거냐? 너무 무섭다”고 토로했다.

B씨는 “병실에 남아 있지만 병원 측이나 경찰 측에서 환자나 의료진을 보호할만한 어떠한 장치도 없어 불안해 결국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며 “해당 환자의 퇴원 처리와 함께 법의 심판을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C씨는 십이지장 출혈로 내과 병동에 입원했으나 해당 병동에 입원실이 없어 잠시 암병동으로 와있던 환자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병원은 특성상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나 고령 환자들이 많아 화재 시 대피하는 데 시간이 더 소요될뿐더러 매연 등에도 쉽게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대형 인명피해 위험에 노출돼있다.


현행 의료법 15조에 따르면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돼있다. 즉, 진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에 대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퇴원시키지 못한다. 하지만, 재범 위험이 있는 방화 환자를 강제퇴원 조치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남는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자칫 ‘방화 환자를 방치하는 병원’이라는 이미지로 각인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해당 병원 소재의 관할 소방서는 전날 오전 8시에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당시 출동했던 소방서 관계자는 “이날 신고 접수 후 5분 만인 8시5분에 현장에 도착했으며 4분 후인 8시9분에 현장을 이탈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초동대처가 끝난 상황이라 현장을 파악한 후 철수했다”고 부연했다.

진화가 4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불이 크게 번지기 전에 진압된 것으로 보인다.

A 병원은 신속하고 적절하게 초기 대응했으며 C씨에 대한 조치도 신속하게 이뤄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이날 의료진의 빠른 대처로 병동에 있던 환자 1명의 손등 화상 외 다른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6일, A 병원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통화에서 “C씨는 출혈이 심한 환자로 퇴원 시 환자가 잘못될 수 있어 손 호보대 착용 후 격리 조치했다”며 “보안 요원 배치 후 30분씩 라운딩도 실시했으며 C씨의 병실 문을 잠그는 등 안전조치를 취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C씨는 8시경, 자신이 갖고 있던 라이터로 병상 침대보에 불을 붙였다. 이를 라운딩 중이던 간호사가 이를 발견한 후 병실 내 비치돼있던 소화기로 화재를 초기에 진압했다. 직후 C씨를 1인실로 격리 조치한 후 보안 강화 및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진료거부, 난동, 파손 등 불미스러운 행위 시 강제퇴원 조치 대상 아니냐’는 질문에는 “(제보자 및 입원 환자들의)불안한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C씨는 내장출혈이 심해 치료 종료 환자가 아닌 데다 도덕적 의무 등 ‘의료진 판단’ 및 법적 책임도 감안했으며 환자 가족들도 퇴원을 원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공공병원은 (일반병원에 비해)약자의 느낌이 강하다. 사실 진료거부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C씨는 예정대로 지난 5일 오후 1시에 내과 병동으로 이동 조치를 완료했으며 금명간 퇴원 조치를 밟을 예정이라고 했다.

또 현장 체포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출동했던 경찰이 C씨에게 임의동행을 요구했으나 환자 상태 등을 감안해 상태가 호전되면 그에 따른 적절한 (법적)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C씨의 방화는 사람이 주거로 사용하거나 현존하는 건조물, 기차, 전차, 자동차 혹은 선박이나 항공기 등에 불을 지르는 범죄 행위로 현주건조물방화죄에 해당될 수 있다. 사람이 주거로 사용하는 장소인 데다 이미 불이 붙었고, 소화기로 화재를 진압했기 때문에 방화미수죄가 적용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게다가 방화죄가 성립되려면 고의성이 인정돼야 하는데, 확정적 고의가 아닌 현존 건조물에 불을 지른다고 인식했다면 고의성은 인정된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한 재경 소재 변호사는 “적극적으로 불을 지르는 행위 외에도 부작위에 의한 방화도 죄에 해당된다”며 “예를 들어 불을 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을 끄지 않고 방관했다면 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단순 현주건조물방화죄의 경우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을 시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피해자가 사망했을 경우는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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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