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사수’ 국힘 비윤 3인방 맨파워

수도권 위기 존재감 쑥쑥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친윤, 비윤이 서로를 향한 견제가 다시 시작한 듯 보인다. 친윤은 위기가 아니라 말하고, 비윤은 현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 이 와중에 서울, 경기도, 인천 지역구에 소속된 비윤 인사들이 한마디씩 보태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중이다. 진짜 위기인 모양새다.

국민의힘서 수도권 위기론이 대두됐다. 애써 부정하고 있지만, 이 위기를 직접적으로 제기한 당사자가 수도권 중진 의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잖아 보인다. 비주류로 분류된 인사들도 수도권을 꺼내들며 지도부의 수도권 역량을 문제 삼고 있다. 당 지도부에선 ‘지도부 흔들기’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가운데, 당내서도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는 중이다. 

지도부 문제?
첨예한 대립

총선을 약 7개월 앞둔 현재 국민의힘 지지율은 다시 하락세다. 영남권에 몰린 지도부 탓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탓을 하락의 원인으로 제시한다. 대외적으로는 전혀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당 내부에서는 불안감이 감지된다. 

수도권 위기론을 먼저 띄운 인물은 신평 변호사다. 그는 국민의힘서 자체 여론조사를 진행했는데 수도권서 전멸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우선 당장의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타 정당보다 앞서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총선이라는 상황서 받아든 결과는 정반대다. 정부 견제론이 조금 더 우세한 편이다. 

최근 비윤(비 윤석열)계 인사로 분류되는 인물들은 이를 토대로 수도권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마디씩 보탰다. 특히 이준석 전 대표도 수도권이 어려운 만큼 위기라며 국민의힘을 에둘러 비판했다. 현역 의원들 중에서는 윤상·안철수 의원이 수도권 위기론에 동조했다. 특히 윤 의원은 지도부에 수도권 당 경쟁력이 없다며 묵직한 직구를 던졌다.


그는 “제3지대의 출현도 무시할 수 없다. 무당층이 40% 가까이 되는 상황서 제3지대의 탄생은 국민의힘에 위기가 될 수 있다”며 경고했다.

수도권 위기론에 동참한 안 의원도 “당에 인물이 없는 게 현실”이라며 “김기현 대표가 총선을 준비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김 대표를 저격했다. 급기야 공천 실무를 총괄하는 이철규 사무총장이 “배에 구멍을 내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함께 승선하지 못한다”고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기까지 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수도권서 연거푸 패배를 당했던 전력이 있다. 2004년부터 2020년까지 국민의힘이 수도권서 승리한 사례는 2008년 단 한 차례였다. 

당내 일각에서는 수도권 지역이 원래 국민의힘의 험지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댄다. 그러나 내년 총선은 윤석열정부의 중간 평가 격으로 치러지는 선거로 아무리 험지로 분류돼있다고 해도, 어떻게 해서든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한다.

결국 국민의힘도, 윤 대통령도 지지율을 끌어올릴 묘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의 인물난이 대두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지난 지방선거서 인재로 불리는 인물을 많이 끌어다 썼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당내에선 인재 공백으로 경쟁력을 가진 인물을 발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몸값 키우며 민심 향해 스킨십 
당내보다 지역서 이미지 좋아

양적인 측면서 총선에 출마하려는 인사들이 적지 않지만, 질적으로 과연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냐는 게 현재 국민의힘의 고민거리다.


이 같은 와중에 수도권 내 비윤계 인사들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본래 윤 대통령의 잠재적 우군으로 분류된 인물이었던 윤 의원의 경우, 전당대회를 거치며 상황이 달라졌다. 당내서 수도권 위기론을 계속 꺼내들고 있는 것이다.

앞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위기론이 발생하자, 이를 대체할 인물로 평가받던 인물이 바로 윤 의원이다. 친박(친 박근혜)계로 분류됐었지만 당내 비윤계, 친윤(친 윤석열)계를 가리지 않고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다. 특히 지난 20대 대선을 거치면서는 윤 대통령과 친분도 두터운 편이었다. 

그러나 연일 윤핵관을 저격하면서 관계가 불편해진 모양새다. 특히 지난해 연말부터는 윤핵관에게 수도권에 출마하라며 꾸준히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러나 전당대회 경선서 1차 컷오프되면서 존재감은 다소 줄어들었다. 

다만 당시 지도부 구성이 끝났음에도 “아쉽다”고 평가하면서 김기현 지도부를 향한 저격은 빼놓지 않고 꾸준하게 이어왔다. 윤 의원이 자신있게 ‘수도권 위기론’을 제기할 수 있는 배경은 자신이 몇 안 되는 수도권(인천 동구미추홀구을)의 4선 중진 의원이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만큼 인천 지역서 윤 의원의 입지는 상당히 견고하다고 볼 수 있다. 당내 현역 의원들 중 초선 배준영 의원과 윤 의원을 제외하면 인천은 모두 민주당 성향이나 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지역구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탈당한 이성만·윤관석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자리 잡고 있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을 제외하고 인천지역 의원들 중 선수도 가장 높은 만큼 해당 지역구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는 셈이다. 

위태위태
불안불안

윤 의원은 인천 민심도 심상치 않다면서 위기론에 불을 붙이고 있다. 앞서 이 사무총장의 경고에도 윤 의원은 “당을 향한 우려를 오히려 침몰로 받아들인다”며 오히려 강하게 맞받아쳤다. 그는 “좌초된다면 영남, 강원권이 아닌 수도권 의원이 가장 큰 타격”이라며 “공천을 연상시키는 발언”이라고 우려했다. 

윤 의원의 꾸준한 수도권 위기론 제기는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는 동시에 중도층을 겨냥한 행보로 풀이된다. 실제로 인천은 현재 무당층이 4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민주당 텃밭으로 불리는 지역으로 지난 해 6월1일,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서 국민의힘은 윤형선 후보를 냈지만 당시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패했던 바 있다.

윤 의원 입장에서는 내년 총선서 이겨 5선 의원이 되기 위해선 이 대표와 견줄 만한 파괴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당선되기 위해선 윤 의원의 입장서 큰 메리트가 필요한 셈이다. 

수도권 내 몇 안 되는 현역인 안 의원도 최근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등 존재감 키우기에 나섰다. 그는 열흘간 미국 방문으로 다양한 인사들을 만났다. 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에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 전 보좌관 등이 대표적이다. 

외교 분야의 전문가적인 면모를 강조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경제, 과학 등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안 의원의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대선 기간 동안에는 늘 “또철수” “언제 철수하느냐” 등의 조롱을 받아왔다. 대선후보로 나섰을 때도 지지율이 높지 않은 편이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결국 단일화를 이루면서 윤석열정부를 탄생시키는 데 주역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후 꾸려졌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서 인수위원장도 맡았다. 

당심이냐
민심이냐

다만 인수위원장 직을 수행하는 과정서 당시 윤 당선인과의 마찰 및 전당대회서의 고배 등으로 인해 일각에선 안 의원의 정치 행보가 사실상 끝난 게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기도 했다. 

전국구였던 그는 민심은 높았지만, 당심서 밀려 김기현 후보에게 패했다. 또 윤 대통령과는 사실상 불편한 관계가 되면서 자연스레 당내 존재감도 사라졌다. 그러자 안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를 찾아나서는 등 조용히 민심을 다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도 성남 분당을 자주 방문하며 민심과 스킨십을 늘렸다. 더구나 원래 주인이었던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출마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더욱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 결과 여전히 민심 측면에서는 안 의원의 지지세가 두드러진다. 

안 의원도 윤 의원과 마찬가지로 수도권 위기론을 줄곧 주장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경기도 역시 인천처럼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밀리는 지역이다. 실제로 경기도 내 국민의힘 현역 의원은 6명인 반면, 민주당은 최근 탈당한 김남국 의원, 당적이 사라진 김진표 국회의장을 제외하고 48명이나 된다. 경기도지사 역시 민주당 소속이다. 


게다가 최근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소속 도의원들의 내분도 여전히 지속 중이다. 이대로라면 내년 총선서 국민의힘이 불리한 형국을 맞는 건 자명해 보인다. 

문제는 경기도 역시 위기로 인식돼있는 지역 중 한 곳이라 안심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경기도 안성의 터줏대감으로 불렸던 김학용 의원이 재보궐선거를 통해 컴백에 성공했지만, 지난 총선에선 고배를 마셨던 바 있다. 지난 대선서 사실상 ‘민주당 텃밭’이라는 지역임에도 윤 대통령이 승리를 가져갔었던 것과는 대비되는 상황이다. 

내부서도 파열음 들리기 직전
중도층 끌어올 방법 찾아내야

여기에 더해 서울양평고속도로 논란으로 국민의힘은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 또 경기도서 의원을 지냈던 인물들까지 더해지면서 경기도의 공천 싸움은 한층 더 가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안 의원은 말 그대로 독자 행보를 선보이고 있다. 지속적인 민심과의 스킨십으로 자신의 몸값을 올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여야의 정쟁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기보단 대선주자로서 몸을 풀고 있는 액션을 지속적으로 취한다.

최근 잼버리 사태를 두고 “정부의 최고 책임자가 책임을 지고 사과해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현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내 윤 대통령과의 불편한 관계는 윤·안 의원뿐만이 아니다. 입당에 앞서, 윤 대통령과 비슷하게 문재인정부의 월성원전 감사를 두고 반기를 들었던 최재형 의원(전 감사원장)도 있다. 최 의원은 미담 등으로 완벽하다는 평가와 함께 단숨에 대권주자로 급부상했지만, 컷오프서 탈락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이후 재보선서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에 출마해 깃발을 꼽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이준석 전 대표 시절 혁신위를 맡았으나 당에서는 상당히 불편한 존재로 인식했다. 이후 이 전 대표가 대표직서 쫓겨나 혁신위도 자연스레 힘을 잃으면서 그의 존재감도 사라졌다. 

그러다가 최근 잼버리 사태를 두고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 다시 부각됐다. 그는 국회가 국정조사로 여야가 책임 소재를 밝혀내고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의 요구는 민주당이 감사원 감사를 불신하면서 국조를 요구하는 것과 궤를 함께한다.

이런 탓에 현재 정권서도 불편한 인물로 인식될 수 있다. 

문제는 서울 역시 국민의힘 입장에선 험지라는 점이다. 국민의힘에는 박진 외교부 장관을 제외하면 현재 서울 내 현역 의원 수가 8명에 그치는 반면, 민주당에는 40명이 포진하고 있다. 더군다나 최 의원의 지역구는 굵직한 대권 잠룡들이 출마를 선언했던 곳이다.

또 여야가 번갈아가며 당선됐던 지역인 만큼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우회적으로
정부 비판

비록 민주당이 지난 재보선서 패배했지만, 내년 총선만큼은 상징적 의미가 큰 지역구인 만큼 중량감을 가진 인물을 공천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수도권 내 핵심지역인 서울 종로, 경기도, 인천 지역구 인사들의 본격적인 체급 키우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장 지지율이 앞선다고 총선을 이기는 게 아니다. 총선까지는 아직 7개월이 남았다”며 “국민의힘은 위기가 아니라는 말 대신 수도권의 지지율을 끌어올릴 방안을 고민할 시기”라고 평가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도 수도권 위기?

국민의힘과 마찬가지로 민주당 역시 수도권 위기론에 휩싸여 있다.

무당층 응답의 비율이 더 높아지면서다. 민주당도 수도권 지지율 확보를 위해 고심하는 분위기다.

21대 총선 당시 크게 승리를 가져갔지만, 다수의 현역 의원이 있음에도 지지율이 국민의힘을 크게 앞서지 못해서다.

일각에서는 수도권서 이길 전략이 없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리스크를 시작으로 돈봉투 사태 등에 휘말린 의원 일부가 수도권 소속 의원이기 때문이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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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12·3 계엄 당일 내란 주동자들은 정치인과 판사 등 자신들이 반국가 세력으로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위해 서둘렀다. 하지만 준비가 된 것은 각 군의 사령관들뿐이었다. 계엄사령부와 합동수사본부의 설치는 훈련 상황서도 24시간가량 걸리는데 이를 간과한 것이다. 미리 계엄을 준비했다는 증거가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에 실무진에게 준비시키지 않은 점이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주도자들이 정치인과 판사 등 ‘좌파세력’이라고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그 내막에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본)의 미설치가 있다. 진술 나오자 다른 전략 <일요시사>가 검찰 진술 조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계엄이 시작된 계기와 14명의 체포 미수 및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불법 점거의 실패 이유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를 꼽았다.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국회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립은 심각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당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법안을 통과시켰고 윤 전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사용했다. 또 야당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한 검찰들에 대한 탄핵을 시도하고 김건희씨와 관련한 특검법을 계속 발의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7일경, 윤 전 대통령이 관저 식사 자리서 “수사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검사를 탄핵하고, 재판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판사를 탄핵하고, 헌법재판소가 마음에 안 들면 정족수를 자르고, 이게 나라냐.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국가 세력의 준동에 관해 청주간첩단 및 창원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수사 과정서 잡은 인원들을 판사 기피 신청이 들어오면 단기간에 결정하는 것이 상식인데 6개월이나 결정을 하지 않아 간첩들의 구속 기간이 끝나 다 풀려나 돌아다니는데도 이런 것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니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미래 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비상계엄)이 필요하겠다”고 강조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야당의 패악질로 나라의 미래가 없다. 국가 비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들은 비상계엄 관련 논의를 했다. 이때 체포 명단인 이른바 ‘좌파 세력’ 14명의 명단과 군대를 어떻게 투입할지 등을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들은 체포 명단의 사람들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게다가 내란 주동자들은 검찰 진술과 형사 법정 등에서도 체포하려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합수부 미설치로 체포 불가” “합수부 없어 시작부터 위법” 김 전 장관은 검찰에 “주요 정치인 등에 대한 검거를 시도한 바 없다. 혐의가 있어야 검거를 시도하지 않겠냐”며 “언론에 나오는 위치 추적 등은 포고령에 따라 정치활동이 금지되고 있는 상황이니 주요 정치인 몇 분과 부정선거 등과 관련해 사회서 의혹이 제기되는 사람들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라고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의 진술로 체포 명단이 실제로 존재했으며 체포를 지시하고 시도했다는 것마저 모두 드러났다. 체포 시도가 있었다는 진술이 계속해서 나오자 내란 주동자들은 다른 전략을 세우게 된다. 바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진술서 합수본이 미설치돼 체포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사령부와 합수본이 설치되는 과정이라 검거가 불가능하다”며 “합수본이 설치되려면 검찰과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데 아무런 대비도 없이 체포부터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은 계엄 직후 선관위에 국군 정보사령부 부대원들을 보내 선거인 명부 관리 서버를 장악하고 선관위 당직자들에 대한 통신 제한(휴대전화 압수)과 감금이 위법한 수사 활동임을 나타내고 있다. 계엄이 터지면 통상적으로 합수본 역할을 맡는 국군 방첩사령부 관계자도 검찰 진술 당시 선관위 투입은 잘못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영희 방첩사 비서실 1과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방첩사 소속 군인들로 하여금 중앙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도록 지시하거나 계엄 해제 이후 관련 증거를 제거하도록 시킨 것은 자신들의 정당한 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성 미리 알고? 박성하 방첩사 기획조정실장은 “현장에 나가 있던 소위 체포조에 대해서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전시에도 방첩사가 일부 범죄에만 수사권이 있기 때문에 전시나 계엄 상황이라도 관할권이 없는 선관위나 정치인 등 체포나 점거는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합수본(방첩사)은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역 합수단서 해야 할 일을 방첩사 인원으로 진행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 군검찰 출신 변호사는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임명하는 군사경찰 관리, 경찰공무원, 국가정보원 직원 중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 그 밖에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구성된다”며 “또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지정한 사건의 수사와 정보기관 및 수사기관의 조정·통제업무를 관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선관위로 투입된 인원들은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지도, 임무를 하달받지도 않았다”며 “게다가 합수본까지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시작부터 위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보사와 방첩사 모두 계엄사령군(군사경찰)이 아니기에 정당한 절차가 없었다면 반란군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은 계엄 업무를 해본 김 전 장관이 왜 무리수를 뒀는지다. 김 전 장관은 대한민국 합동참모부서 작전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합참 작전본부에는 계엄과가 편제돼있기 때문에 김 전 장관이 계엄군과 합수본 지정 및 운용 등을 몰랐다고 보기 힘들다. 합참 계엄과서 편찬하는 계엄실무편람에도 잘 나와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논란을 줄이기 위해 계엄이 선포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하면서 박안수 전 육국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일부 사령관 등에게만 공유됐던 12·3 계엄 작전은 계엄사령부가 설치되기도 전에, 합수본이 설치되기도 전에 끝났다. 사령부만 알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 조서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사령관에게 국회와 선관위 출동을 하면서 방첩사에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서 임무 수행을 하라고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이 방첩사에 지시한 임무는 경찰과 국방부 조사본부에 100명씩 인원을 요청하고 선관위로 먼저 투입된 국군 정보사령부가 접수한 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라는 지시였다. 국방부 조사본부와 경찰에 인원 요청을 한 것은 정치인, 판사, 등 민간인 체포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조사본부는 방첩사가 요청한 수사관 지원 요청을 4차례 거절했다. 조사본부 한 관계자는 검찰 조사 당시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이후 방첩사로부터 수사관 100명 지원을 네 차례 요청받았지만,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았다”며 “이후 합수본 실무자 요청에 따라 시행 계획상 편성돼있는 수사관 10명을 지난해 12월4일 오전1시8분 출발시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의 수사관 파견 요청에는 불응했고, 계엄 시행 이후 방첩사를 중심으로 꾸려지는 합수본 요청에는 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관이 파견된 시간은 이미 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진 뒤였다. 합수본이 계엄 해제와 비슷한 시기에 모양새라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 전 장관이 계엄 직후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여 전 사령관에게 합수본 설치를 지시했지만 설치가 늦어진 이유가 있다. 방첩사에 내려진 지시는 좌파세력 체포와 합수본 설치, 검찰과 경찰 및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협조 요청 등으로 내란 주동자들에게는 어느 것 하나 미룰 수 없는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기획조정실장은 “부대에 도착해보니 OOO회의실에 여 전 사령관이 이경민 참모장, 이창엽 비서실장과 같이 있었다”며 “합수본 설치 지시를 받으려 사령관에 물어봤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여 전 사령관이 다른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합수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우리 대원들은 다 나가 있다’고 말하며 통화에만 집중했을 뿐 합수본 설치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계엄 6개월 전부터 준비 실무진만 ‘닭 쫓던 개’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이 될 텐데 방첩사는 계엄 선포 예정 사실을 알고 준비하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계엄이 선포되면 합수본을 설치해야 하는 사람이 나다. 하지만 나는 해당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체포조를 운영한 수사단장도 해당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그는 “방첩사 비상소집이 완료된 시간이 지난해 12월4일 오전 1시4분”이라며 “합수본은 기본 시설도 갖추지 못한 상태서 계엄이 해제됐다”고 말했다. 방첩사 인원들이 전원 소집되는 시간에 이미 계엄은 해제된 것이다. 방첩사의 작전 계획상에는 상황실 설치에 8시간, 합수본 설치에 24시간을 예정하고 있는데 비상계엄이 3시간 만에 해제됐다. 본부 설치에만 24시간이 걸리며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아 합수본을 완전히 구성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 군사학과 교수는 “계엄 선포에 대해 사령관과 참모진 외에 실무자에게도 공유가 됐다면 미리 합수본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가 계엄이 선포된 후 바로 체포를 진행했을 것”이라며 “이번 계엄의 패착은 이전 계엄과 달리 빠르게 대처한 국회를 막지 못한 것과 계엄사령부부터 합수본까지의 실무자들이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방첩사 사령부에서는 미리 계엄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방첩사 소속 간부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방첩사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체결한 MOU에 언급된 ‘합동수사본부’는 계엄 시 설치되는 합수부가 맞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와 국수본은 지난해 6월28일 ‘안보범죄 수사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합동수사본부 설치 시 편성에 부합하는 수사관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방첩사가 계엄을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지휘부에서 최초에는 지난해 5월 초순경 3주안에 체결하라는 지시를 했다”며 “보통 미국 국방정보국(DIA) 등 해외정보수사기관과 이런 MOU를 맺고, 국내 기관은 관련 법령이 있어 MOU를 맺지는 않는다. 국내 기관과 MOU를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고, 굳이 이런 MOU를 맺는 게 의아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다만 조지호 경찰청장은 해당 MOU에도 불구하고 계엄 당일 수사관 지원 요청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조 청장은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나와 “방첩사 주관으로 수사본부가 꾸려질 수 있으니 경찰서 필요한 인력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준비하겠다고 했다”고 밝혔으며 계엄 당일 수사관 81명이 방첩사 요청으로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과 구상 흡사 내란 주동자들은 경찰력을 대거 방첩사로 파견해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고 정치인 체포 작전을 벌일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79년 비상계엄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만든 합수본과 흡사한 구상이다. 당시 합수본은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인에 대한 정보 기능을 도맡아 12·12 군사 반란의 수괴인 전두환씨가 권력을 장악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다. <kcj512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계엄 사령부 구성도 완전 실패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계엄사령부는 구성조차 못했다. 권영환 전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은 계엄이 선포된 후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계엄사령부 설치를 도와라’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그는 육군 본부 참모진들이 올라올 때까지 계엄사 상황실 구성 준비를 했다.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사에는 2실(비서실, 기획조정실) 8처(정보처, 작전처, 치안처, 법무처, 보도처, 동원처, 구호처, 행정처)를 구성하도록 돼있으나. 권 전 과장이 계엄사 상황실을 구성하고 있을 당시 국회에서는 ‘비상계엄해제 요구결의안’이 가결됐다. 당시 권 전 과장이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에게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됐으니) 법률상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도록 돼있다”고 말하자 박 전 총장은 “그런 것을 조언할 것이 아니라 일이 되게끔 만들어야지 일머리가 없다”며 “올해 연습을 두 번이나 했다고 하면서 구성을 왜 빨리 못하냐”고 꾸짖었다고 한다. 이는 내란 주동자들이 2차 계엄을 생각하고 있었으며 계엄사 구성의 역할이 합참에 있었다는 것을 내포하는 대목이다.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