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사수’ 국힘 비윤 3인방 맨파워

수도권 위기 존재감 쑥쑥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친윤, 비윤이 서로를 향한 견제가 다시 시작한 듯 보인다. 친윤은 위기가 아니라 말하고, 비윤은 현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 이 와중에 서울, 경기도, 인천 지역구에 소속된 비윤 인사들이 한마디씩 보태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중이다. 진짜 위기인 모양새다.

국민의힘서 수도권 위기론이 대두됐다. 애써 부정하고 있지만, 이 위기를 직접적으로 제기한 당사자가 수도권 중진 의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잖아 보인다. 비주류로 분류된 인사들도 수도권을 꺼내들며 지도부의 수도권 역량을 문제 삼고 있다. 당 지도부에선 ‘지도부 흔들기’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가운데, 당내서도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는 중이다. 

지도부 문제?
첨예한 대립

총선을 약 7개월 앞둔 현재 국민의힘 지지율은 다시 하락세다. 영남권에 몰린 지도부 탓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탓을 하락의 원인으로 제시한다. 대외적으로는 전혀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당 내부에서는 불안감이 감지된다. 

수도권 위기론을 먼저 띄운 인물은 신평 변호사다. 그는 국민의힘서 자체 여론조사를 진행했는데 수도권서 전멸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우선 당장의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타 정당보다 앞서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총선이라는 상황서 받아든 결과는 정반대다. 정부 견제론이 조금 더 우세한 편이다. 

최근 비윤(비 윤석열)계 인사로 분류되는 인물들은 이를 토대로 수도권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마디씩 보탰다. 특히 이준석 전 대표도 수도권이 어려운 만큼 위기라며 국민의힘을 에둘러 비판했다. 현역 의원들 중에서는 윤상·안철수 의원이 수도권 위기론에 동조했다. 특히 윤 의원은 지도부에 수도권 당 경쟁력이 없다며 묵직한 직구를 던졌다.


그는 “제3지대의 출현도 무시할 수 없다. 무당층이 40% 가까이 되는 상황서 제3지대의 탄생은 국민의힘에 위기가 될 수 있다”며 경고했다.

수도권 위기론에 동참한 안 의원도 “당에 인물이 없는 게 현실”이라며 “김기현 대표가 총선을 준비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김 대표를 저격했다. 급기야 공천 실무를 총괄하는 이철규 사무총장이 “배에 구멍을 내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함께 승선하지 못한다”고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기까지 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수도권서 연거푸 패배를 당했던 전력이 있다. 2004년부터 2020년까지 국민의힘이 수도권서 승리한 사례는 2008년 단 한 차례였다. 

당내 일각에서는 수도권 지역이 원래 국민의힘의 험지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댄다. 그러나 내년 총선은 윤석열정부의 중간 평가 격으로 치러지는 선거로 아무리 험지로 분류돼있다고 해도, 어떻게 해서든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한다.

결국 국민의힘도, 윤 대통령도 지지율을 끌어올릴 묘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의 인물난이 대두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지난 지방선거서 인재로 불리는 인물을 많이 끌어다 썼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당내에선 인재 공백으로 경쟁력을 가진 인물을 발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몸값 키우며 민심 향해 스킨십 
당내보다 지역서 이미지 좋아

양적인 측면서 총선에 출마하려는 인사들이 적지 않지만, 질적으로 과연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냐는 게 현재 국민의힘의 고민거리다.


이 같은 와중에 수도권 내 비윤계 인사들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본래 윤 대통령의 잠재적 우군으로 분류된 인물이었던 윤 의원의 경우, 전당대회를 거치며 상황이 달라졌다. 당내서 수도권 위기론을 계속 꺼내들고 있는 것이다.

앞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위기론이 발생하자, 이를 대체할 인물로 평가받던 인물이 바로 윤 의원이다. 친박(친 박근혜)계로 분류됐었지만 당내 비윤계, 친윤(친 윤석열)계를 가리지 않고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다. 특히 지난 20대 대선을 거치면서는 윤 대통령과 친분도 두터운 편이었다. 

그러나 연일 윤핵관을 저격하면서 관계가 불편해진 모양새다. 특히 지난해 연말부터는 윤핵관에게 수도권에 출마하라며 꾸준히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러나 전당대회 경선서 1차 컷오프되면서 존재감은 다소 줄어들었다. 

다만 당시 지도부 구성이 끝났음에도 “아쉽다”고 평가하면서 김기현 지도부를 향한 저격은 빼놓지 않고 꾸준하게 이어왔다. 윤 의원이 자신있게 ‘수도권 위기론’을 제기할 수 있는 배경은 자신이 몇 안 되는 수도권(인천 동구미추홀구을)의 4선 중진 의원이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만큼 인천 지역서 윤 의원의 입지는 상당히 견고하다고 볼 수 있다. 당내 현역 의원들 중 초선 배준영 의원과 윤 의원을 제외하면 인천은 모두 민주당 성향이나 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지역구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탈당한 이성만·윤관석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자리 잡고 있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을 제외하고 인천지역 의원들 중 선수도 가장 높은 만큼 해당 지역구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는 셈이다. 

위태위태
불안불안

윤 의원은 인천 민심도 심상치 않다면서 위기론에 불을 붙이고 있다. 앞서 이 사무총장의 경고에도 윤 의원은 “당을 향한 우려를 오히려 침몰로 받아들인다”며 오히려 강하게 맞받아쳤다. 그는 “좌초된다면 영남, 강원권이 아닌 수도권 의원이 가장 큰 타격”이라며 “공천을 연상시키는 발언”이라고 우려했다. 

윤 의원의 꾸준한 수도권 위기론 제기는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는 동시에 중도층을 겨냥한 행보로 풀이된다. 실제로 인천은 현재 무당층이 4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민주당 텃밭으로 불리는 지역으로 지난 해 6월1일,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서 국민의힘은 윤형선 후보를 냈지만 당시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패했던 바 있다.

윤 의원 입장에서는 내년 총선서 이겨 5선 의원이 되기 위해선 이 대표와 견줄 만한 파괴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당선되기 위해선 윤 의원의 입장서 큰 메리트가 필요한 셈이다. 

수도권 내 몇 안 되는 현역인 안 의원도 최근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등 존재감 키우기에 나섰다. 그는 열흘간 미국 방문으로 다양한 인사들을 만났다. 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에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 전 보좌관 등이 대표적이다. 

외교 분야의 전문가적인 면모를 강조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경제, 과학 등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안 의원의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대선 기간 동안에는 늘 “또철수” “언제 철수하느냐” 등의 조롱을 받아왔다. 대선후보로 나섰을 때도 지지율이 높지 않은 편이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결국 단일화를 이루면서 윤석열정부를 탄생시키는 데 주역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후 꾸려졌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서 인수위원장도 맡았다. 

당심이냐
민심이냐

다만 인수위원장 직을 수행하는 과정서 당시 윤 당선인과의 마찰 및 전당대회서의 고배 등으로 인해 일각에선 안 의원의 정치 행보가 사실상 끝난 게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기도 했다. 

전국구였던 그는 민심은 높았지만, 당심서 밀려 김기현 후보에게 패했다. 또 윤 대통령과는 사실상 불편한 관계가 되면서 자연스레 당내 존재감도 사라졌다. 그러자 안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를 찾아나서는 등 조용히 민심을 다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도 성남 분당을 자주 방문하며 민심과 스킨십을 늘렸다. 더구나 원래 주인이었던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출마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더욱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 결과 여전히 민심 측면에서는 안 의원의 지지세가 두드러진다. 

안 의원도 윤 의원과 마찬가지로 수도권 위기론을 줄곧 주장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경기도 역시 인천처럼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밀리는 지역이다. 실제로 경기도 내 국민의힘 현역 의원은 6명인 반면, 민주당은 최근 탈당한 김남국 의원, 당적이 사라진 김진표 국회의장을 제외하고 48명이나 된다. 경기도지사 역시 민주당 소속이다. 


게다가 최근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소속 도의원들의 내분도 여전히 지속 중이다. 이대로라면 내년 총선서 국민의힘이 불리한 형국을 맞는 건 자명해 보인다. 

문제는 경기도 역시 위기로 인식돼있는 지역 중 한 곳이라 안심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경기도 안성의 터줏대감으로 불렸던 김학용 의원이 재보궐선거를 통해 컴백에 성공했지만, 지난 총선에선 고배를 마셨던 바 있다. 지난 대선서 사실상 ‘민주당 텃밭’이라는 지역임에도 윤 대통령이 승리를 가져갔었던 것과는 대비되는 상황이다. 

내부서도 파열음 들리기 직전
중도층 끌어올 방법 찾아내야

여기에 더해 서울양평고속도로 논란으로 국민의힘은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 또 경기도서 의원을 지냈던 인물들까지 더해지면서 경기도의 공천 싸움은 한층 더 가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안 의원은 말 그대로 독자 행보를 선보이고 있다. 지속적인 민심과의 스킨십으로 자신의 몸값을 올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여야의 정쟁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기보단 대선주자로서 몸을 풀고 있는 액션을 지속적으로 취한다.

최근 잼버리 사태를 두고 “정부의 최고 책임자가 책임을 지고 사과해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현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내 윤 대통령과의 불편한 관계는 윤·안 의원뿐만이 아니다. 입당에 앞서, 윤 대통령과 비슷하게 문재인정부의 월성원전 감사를 두고 반기를 들었던 최재형 의원(전 감사원장)도 있다. 최 의원은 미담 등으로 완벽하다는 평가와 함께 단숨에 대권주자로 급부상했지만, 컷오프서 탈락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이후 재보선서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에 출마해 깃발을 꼽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이준석 전 대표 시절 혁신위를 맡았으나 당에서는 상당히 불편한 존재로 인식했다. 이후 이 전 대표가 대표직서 쫓겨나 혁신위도 자연스레 힘을 잃으면서 그의 존재감도 사라졌다. 

그러다가 최근 잼버리 사태를 두고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 다시 부각됐다. 그는 국회가 국정조사로 여야가 책임 소재를 밝혀내고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의 요구는 민주당이 감사원 감사를 불신하면서 국조를 요구하는 것과 궤를 함께한다.

이런 탓에 현재 정권서도 불편한 인물로 인식될 수 있다. 

문제는 서울 역시 국민의힘 입장에선 험지라는 점이다. 국민의힘에는 박진 외교부 장관을 제외하면 현재 서울 내 현역 의원 수가 8명에 그치는 반면, 민주당에는 40명이 포진하고 있다. 더군다나 최 의원의 지역구는 굵직한 대권 잠룡들이 출마를 선언했던 곳이다.

또 여야가 번갈아가며 당선됐던 지역인 만큼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우회적으로
정부 비판

비록 민주당이 지난 재보선서 패배했지만, 내년 총선만큼은 상징적 의미가 큰 지역구인 만큼 중량감을 가진 인물을 공천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수도권 내 핵심지역인 서울 종로, 경기도, 인천 지역구 인사들의 본격적인 체급 키우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장 지지율이 앞선다고 총선을 이기는 게 아니다. 총선까지는 아직 7개월이 남았다”며 “국민의힘은 위기가 아니라는 말 대신 수도권의 지지율을 끌어올릴 방안을 고민할 시기”라고 평가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도 수도권 위기?

국민의힘과 마찬가지로 민주당 역시 수도권 위기론에 휩싸여 있다.

무당층 응답의 비율이 더 높아지면서다. 민주당도 수도권 지지율 확보를 위해 고심하는 분위기다.

21대 총선 당시 크게 승리를 가져갔지만, 다수의 현역 의원이 있음에도 지지율이 국민의힘을 크게 앞서지 못해서다.

일각에서는 수도권서 이길 전략이 없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리스크를 시작으로 돈봉투 사태 등에 휘말린 의원 일부가 수도권 소속 의원이기 때문이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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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