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위태’ 위기의 국민의힘 중진들 속사정

큰일 앞두고…풀어야 산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의 중진들이 위기를 맞았다. 주변도 아닌 직접적인 본인 리스크 탓이다. 국민의힘에서는 논란을 가라앉히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오히려 점점 부각되는 양상이다. 과연 이대로 괜찮을까?

국민의힘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중진들이 연속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위기를 맞은 이들의 지역구는 충청권과 수도권이다. 현역 중진들의 위기 속에 국민의힘은 총선 채비를 하고 있지만 불안한 기류가 흐른다. 특히 충청권의 경우 대선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지지를 보내준 곳인데도 불구하고 최근 윤 대통령을 향한 부정 평가가 70%가 넘을 정도다. 

혼란스러운
지역 민심

최근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은 1심서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명예를 훼손했다는혐의를 받고 있다. 2017년 당시 정 의원이 자유한국당에 몸담았던 시절에 했던 발언이 문제가 됐다. 정 의원은 자신의 SNS에 뇌물 혐의로 조사를 받은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부부싸움 끝에 가출하고, 혼자 남은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글을 게재했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인 건호씨는 정 의원을 고발했고 무려 6년 만에 1심 결과가 나왔다. 법정 구속은 면했지만, 정 의원에게는 큰 타격으로 작용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회법과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국회의원이 어떤 형태의 범죄든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퇴직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정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지만, 정 의원은 1심 선고에 불복하고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9월, 검찰은 정 의원을 벌금 500만원에 약식 기소했지만, 법원은 해당 사건을 정식 재판에 넘겼다. 약식 기소는 비교적 범죄 혐의가 가벼운 경우 정식 재판을 열지 않은 상태서 서면 심리를 통해 벌금형을 법원에 청구하는 절차다.

그러나 사안의 중대성 등 필요성에 따라 담당 재판부가 직권으로 정식 재판에 회부가 가능하다. 

결국 정식 재판으로 넘어간 뒤, 5년 만에 정 의원은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게 됐다. 이번 선고가 그대로 확정될 경우, 정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국민의힘은 “정치적 판결과 성향에 문제가 있다”며 1심 선고 판사의 과거 행적을 문제삼았다. 판결을 내린 판사가 노사모(노무현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모임)라는 이유 때문이다. 판사의 성향 문제와는 별개로 정 의원에게는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 그는 국회부의장까지 지낸 5선 중진 의원이다. 

16·17·18·20·21대를 거쳐 오며 탄탄하게 입지를 쌓아왔다.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시절에는 어느 계파에 속하지 않아 중간선 역할을 톡톡히 해낸 인물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대표적인 친윤(친 윤석열)계 의원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았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지냈을 당시에는 이준석 전 대표와의 싸움서 승리를 쟁취하기도 했다. 

구원 등판했을 때만 해도 정 의원의 당내 평가는 긍정적인 편이었다. 6개월간 비대위원장을 맡으며 당의 혼란을 수습해나갔다. 중간중간 잡음도 들려왔지만, 전당대회까지 비대위원장직을 무사히 마쳤다. 


정, 1심 징역 6개월 총선 출마 불투명?
권, 윤리위 제소…이태원 참사 관련성

이후 정 의원은 지역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총선 대비 모드였으나 최근 문제가 불거지자 정 의원도 당혹스러운 모양새다. 그는 “(선고 결과를)받아들일 수가 없으며 다분히 감정이 섞인 판단”이라고 입장을 냈다. 

해당 지역구는 대선 기간 윤 대통령이 표심을 과반 차지했던 곳으로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득표율 차이도 6%p 넘게 차이가 난다. 

1년이 넘은 현재 충청지역 민심은 점차 싸늘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정 의원의 리스크까지 터지면서 충남 민심은 한층 더 악화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더해 충남도의회 의원 중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재판받고 있는 국민의힘 소속 도의원만 해도 3명이다. 이미 한 도의원은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또 충청권 시장·구청장까지 공직선거법 등 재판에 많은 이들이 연루돼있다.

상황이 이쯤되자 국민의힘 내부서도 악재라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차기 총선서 충청을 지휘한 인물로 평가받는 정 의원의 행보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는 탓이다. 또 이 같은 악재는 윤 대통령에게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악재가 터진 이가 정 의원뿐만 아니다. 또 다른 친윤계, 중진으로 평가받는 권영세 의원도 자신을 둘러싼 리스크가 여럿 산적해 있다.

권 의원은 윤 대통령의 신뢰를 듬뿍 받던 인사다. 4선 중진으로서 윤 대통령의 정계 입문을 이끌었고, 대선 기간에는 선거대책본부장, 인수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지냈다. 윤 대통령을 가까운 거리서 보좌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당내에서는 ‘전략가’로 꼽히는 그는 결국 차기 총선서도 중책을 맡게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선 19대 총선서도 공천 실무를 총괄해 과반 승리를 이끌었던 바 있기 때문이다. 

큰 존재감
부각된 논란

권 의원은 윤석열정부 초기 통일부 장관으로 임명됐다가 최근 여의도로 복귀했다. 국회 윤리특위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따르면 가상자산 보유 사실을 윤리자문위에 제출한 여야 의원 11명 가운데 한 명인 권 의원은 21대 국회 기간인 3년간 400회 이상의 코인 투자를 했다.

투자 금액은 3000만원가량으로 누적 10억원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보다 앞선 2021년에 권 의원은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 공동 발의에 참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가 직면한 위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권 의원의 지역구는 용산으로 대통령실이 위치하기도 하지만, 지난해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던 곳이었다. 

정치권에서는 권 의원이 일찍이 장관직을 내려놓고 복귀한 이유도 자신의 지역구 관리를 위해서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여의도 복귀 의사를 애초부터 강력히 희망했다고 전해진다. 그도 그럴 것이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권 의원은 박 구청장이 구치소에 있을 때 면회를 갔을 정도로 가까우며 박 구청장은 권 의원의 정책특보 출신이기도 하다. 박 구청장과 권 의원의 정치적 인연은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가깝다. 용산구의원으로서 박 구청장을 공천한 정치적 연대가 공고하다고 볼 수 있다.

현재까지 권 의원은 이태원 참사에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며, 박 구청장은 보석으로 석방된 이후업무를 재개했다. 

추후 차기 총선서 권 의원이 용산서 출마할 경우 이태원 참사 책임론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 구청장 책임론이 강해질수록 권 의원에게도 영향이 가는 구조다. 


터지는
리스크

용산은 국민의힘에 차기 총선서도 꼭 사수해야 하는 지역 중 한 곳이다. 서울서 보수세가 두드러지는 지역을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국민의힘이 차지하고 있는 지역구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실까지 자리 잡고 있는 용산 수성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다.

권 의원은 현재 침묵을 유지 중이다. 괜스레 전면에 나섰다가 자신의 논란이 확전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심각하게 겪고 있는 만큼 권 의원이 다시 전면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총선의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고, 필승을 위해선 경험을 가진 전략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연말 국회 복귀가 유력해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난감한 상황이다. 서울양평고속도로 문제가 터지면서다. 원 장관은 즉시 해명에 나섰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현재는 서울양평고속도로 전면 백지화를 선언한 뒤, 현재까지 재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역민들도 원 장관을 향한 성토를 이어가고 있다. 

운 장관은 국회 국토위 현안 질의에 출석해 질의 문답 과정서 “자료가 없다”고 말했다가 결국 거짓임이 드러나 입길에 올랐다.

민주당은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고 원 장관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이른바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에 관해 명명백백 밝히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조사 대상은 ▲서울과 양평 고속도로 종점이 윤 대통령의 처가 토지가 위치한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으로 변경된 경위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이후 신규 노선으로 변경하는 과정서 제기된 절차에 관한 의혹 등 6가지 사안이다. 

이미 국정조사 요구서는 국회에 제출했다. 존재감이 커진 원 장관에 대한 압박과 동시에 윤정부도 함께 압박하겠다는 취지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국정조사에 돌입한다면 원 장관 역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원 장관은 대선 기간에 정치적 존재감을 키워온 인물이다. 선대위가 해체된 이후 선대본부서 당시 윤석열 후보, 이준석 전 대표와 함께 선대위 얼굴 역할을 도맡아 당선에 일조했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공격하던 인물서 이제는 더 나아가 윤정부의 대표적 스타 장관 중 한 명으로 불린다.

원, 양평 고속도로로 차기 입지 흔들?
논란 탓 메시지 약해져…의혹 해소해야 

국토부 장관 취임 이후에는 국민에게는 ‘일하는 장관’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실제로 서울양평고속도로 문제가 터지기 전까지 원 장관은 여당의 차기 대선주자로 불렸다. 

이전까지 소장파로 불렸으나 윤정부의 공격수로 모습을 바꿔 보수층 지지율도 꽤 높은 편이다. 차기 총선서도 권 의원과 함께 여당의 얼굴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험지에 출마하더라도 원 장관의 존재감을 감안할 때 충분히 당선 가능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연말 국회 복귀가 다가온 만큼 원 장관은 서울양평고속도로 문제를 원만하게 마무리지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만약 해결하지 못할 경우 앞으로의 원 장관의 정치 행보에 하나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어 보인다. 

현재 원 장관의 출마설이 나오는 대표적인 지역은 정의당 심상정 의원의 지역구인 고양시갑, 서울에서는 동작구다. 권 의원과 마찬가지로 원 장관은 수도권 탈환을 위해 필요한 인물이다. 당내 인지도를 봤을 때 원 장관은 험지로 나가야 한다는 분위기다. 

다만 일각에선 양평 사태에 휘말려 있는 만큼, 수도권 험지에 나가더라도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국민의힘은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능력 있는 인물을 다수 소비했다. 현실적으로 차기 총선서 새 인물을 수혈해온다고 해도 승리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젊은 기업 대표 등 영입 움직임이 감지되지만, 문제는 이들의 인지도가 현역 중진들만큼 커질 수 있느냐의 여부다. 

국민의힘 중진들의 논란이 하나둘 터져 나오면서 국민의힘도 다소 불안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초선 의원의 경우, 상대적으로 쉽게 진화가 가능하지만 중진은 다르다. 논란 자체로도 큰 리스크인 데다 차기 총선을 앞두고선 더 난감해질 수밖에 없다. 

공격 빌미
융단 폭격

한 정계 인사는 “국민의힘 중진 의원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은 물론, 국회 내에서도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기 때문”이라며 “이들이 하루빨리 자신들의 리스크를 털어내야 당장 여당의 메시지가 강력해진다. 그래야만 차기 총선서 자신은 물론 당의 존재감도 더욱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힘 수도권도 위기?

국민의힘의 수도권 위기론이 지속적으로 거론된다.

인천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제가 붕괴하면 우리 당 지도 체제에 대한 변화의 요구가 거세진다”며 수도권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알렸다. 

경기도 분당을 지역구로 둔 안철수 의원 역시 “심각한 위기”라며 “여러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내년에 야당을 뽑겠다는 의견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현재 수도권에 소속된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에 한참 밀린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역시 30%로 답보 상태다. 이대로라면 수도권의 승리를 예측하기는 힘들다. 

다가올 총선은 윤 대통령의 중간 평가 격으로 총선서 패배하게 되면 정국을 주도할 동력을 상실하게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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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