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위태’ 위기의 국민의힘 중진들 속사정

큰일 앞두고…풀어야 산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의 중진들이 위기를 맞았다. 주변도 아닌 직접적인 본인 리스크 탓이다. 국민의힘에서는 논란을 가라앉히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오히려 점점 부각되는 양상이다. 과연 이대로 괜찮을까?

국민의힘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중진들이 연속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위기를 맞은 이들의 지역구는 충청권과 수도권이다. 현역 중진들의 위기 속에 국민의힘은 총선 채비를 하고 있지만 불안한 기류가 흐른다. 특히 충청권의 경우 대선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지지를 보내준 곳인데도 불구하고 최근 윤 대통령을 향한 부정 평가가 70%가 넘을 정도다. 

혼란스러운
지역 민심

최근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은 1심서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명예를 훼손했다는혐의를 받고 있다. 2017년 당시 정 의원이 자유한국당에 몸담았던 시절에 했던 발언이 문제가 됐다. 정 의원은 자신의 SNS에 뇌물 혐의로 조사를 받은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부부싸움 끝에 가출하고, 혼자 남은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글을 게재했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인 건호씨는 정 의원을 고발했고 무려 6년 만에 1심 결과가 나왔다. 법정 구속은 면했지만, 정 의원에게는 큰 타격으로 작용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회법과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국회의원이 어떤 형태의 범죄든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퇴직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정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지만, 정 의원은 1심 선고에 불복하고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9월, 검찰은 정 의원을 벌금 500만원에 약식 기소했지만, 법원은 해당 사건을 정식 재판에 넘겼다. 약식 기소는 비교적 범죄 혐의가 가벼운 경우 정식 재판을 열지 않은 상태서 서면 심리를 통해 벌금형을 법원에 청구하는 절차다.

그러나 사안의 중대성 등 필요성에 따라 담당 재판부가 직권으로 정식 재판에 회부가 가능하다. 

결국 정식 재판으로 넘어간 뒤, 5년 만에 정 의원은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게 됐다. 이번 선고가 그대로 확정될 경우, 정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국민의힘은 “정치적 판결과 성향에 문제가 있다”며 1심 선고 판사의 과거 행적을 문제삼았다. 판결을 내린 판사가 노사모(노무현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모임)라는 이유 때문이다. 판사의 성향 문제와는 별개로 정 의원에게는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 그는 국회부의장까지 지낸 5선 중진 의원이다. 

16·17·18·20·21대를 거쳐 오며 탄탄하게 입지를 쌓아왔다.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시절에는 어느 계파에 속하지 않아 중간선 역할을 톡톡히 해낸 인물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대표적인 친윤(친 윤석열)계 의원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았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지냈을 당시에는 이준석 전 대표와의 싸움서 승리를 쟁취하기도 했다. 

구원 등판했을 때만 해도 정 의원의 당내 평가는 긍정적인 편이었다. 6개월간 비대위원장을 맡으며 당의 혼란을 수습해나갔다. 중간중간 잡음도 들려왔지만, 전당대회까지 비대위원장직을 무사히 마쳤다. 


정, 1심 징역 6개월 총선 출마 불투명?
권, 윤리위 제소…이태원 참사 관련성

이후 정 의원은 지역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총선 대비 모드였으나 최근 문제가 불거지자 정 의원도 당혹스러운 모양새다. 그는 “(선고 결과를)받아들일 수가 없으며 다분히 감정이 섞인 판단”이라고 입장을 냈다. 

해당 지역구는 대선 기간 윤 대통령이 표심을 과반 차지했던 곳으로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득표율 차이도 6%p 넘게 차이가 난다. 

1년이 넘은 현재 충청지역 민심은 점차 싸늘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정 의원의 리스크까지 터지면서 충남 민심은 한층 더 악화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더해 충남도의회 의원 중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재판받고 있는 국민의힘 소속 도의원만 해도 3명이다. 이미 한 도의원은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또 충청권 시장·구청장까지 공직선거법 등 재판에 많은 이들이 연루돼있다.

상황이 이쯤되자 국민의힘 내부서도 악재라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차기 총선서 충청을 지휘한 인물로 평가받는 정 의원의 행보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는 탓이다. 또 이 같은 악재는 윤 대통령에게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악재가 터진 이가 정 의원뿐만 아니다. 또 다른 친윤계, 중진으로 평가받는 권영세 의원도 자신을 둘러싼 리스크가 여럿 산적해 있다.

권 의원은 윤 대통령의 신뢰를 듬뿍 받던 인사다. 4선 중진으로서 윤 대통령의 정계 입문을 이끌었고, 대선 기간에는 선거대책본부장, 인수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지냈다. 윤 대통령을 가까운 거리서 보좌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당내에서는 ‘전략가’로 꼽히는 그는 결국 차기 총선서도 중책을 맡게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선 19대 총선서도 공천 실무를 총괄해 과반 승리를 이끌었던 바 있기 때문이다. 

큰 존재감
부각된 논란

권 의원은 윤석열정부 초기 통일부 장관으로 임명됐다가 최근 여의도로 복귀했다. 국회 윤리특위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따르면 가상자산 보유 사실을 윤리자문위에 제출한 여야 의원 11명 가운데 한 명인 권 의원은 21대 국회 기간인 3년간 400회 이상의 코인 투자를 했다.

투자 금액은 3000만원가량으로 누적 10억원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보다 앞선 2021년에 권 의원은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 공동 발의에 참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가 직면한 위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권 의원의 지역구는 용산으로 대통령실이 위치하기도 하지만, 지난해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던 곳이었다. 

정치권에서는 권 의원이 일찍이 장관직을 내려놓고 복귀한 이유도 자신의 지역구 관리를 위해서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여의도 복귀 의사를 애초부터 강력히 희망했다고 전해진다. 그도 그럴 것이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권 의원은 박 구청장이 구치소에 있을 때 면회를 갔을 정도로 가까우며 박 구청장은 권 의원의 정책특보 출신이기도 하다. 박 구청장과 권 의원의 정치적 인연은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가깝다. 용산구의원으로서 박 구청장을 공천한 정치적 연대가 공고하다고 볼 수 있다.

현재까지 권 의원은 이태원 참사에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며, 박 구청장은 보석으로 석방된 이후업무를 재개했다. 

추후 차기 총선서 권 의원이 용산서 출마할 경우 이태원 참사 책임론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 구청장 책임론이 강해질수록 권 의원에게도 영향이 가는 구조다. 


터지는
리스크

용산은 국민의힘에 차기 총선서도 꼭 사수해야 하는 지역 중 한 곳이다. 서울서 보수세가 두드러지는 지역을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국민의힘이 차지하고 있는 지역구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실까지 자리 잡고 있는 용산 수성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다.

권 의원은 현재 침묵을 유지 중이다. 괜스레 전면에 나섰다가 자신의 논란이 확전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심각하게 겪고 있는 만큼 권 의원이 다시 전면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총선의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고, 필승을 위해선 경험을 가진 전략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연말 국회 복귀가 유력해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난감한 상황이다. 서울양평고속도로 문제가 터지면서다. 원 장관은 즉시 해명에 나섰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현재는 서울양평고속도로 전면 백지화를 선언한 뒤, 현재까지 재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역민들도 원 장관을 향한 성토를 이어가고 있다. 

운 장관은 국회 국토위 현안 질의에 출석해 질의 문답 과정서 “자료가 없다”고 말했다가 결국 거짓임이 드러나 입길에 올랐다.

민주당은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고 원 장관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이른바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에 관해 명명백백 밝히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조사 대상은 ▲서울과 양평 고속도로 종점이 윤 대통령의 처가 토지가 위치한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으로 변경된 경위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이후 신규 노선으로 변경하는 과정서 제기된 절차에 관한 의혹 등 6가지 사안이다. 

이미 국정조사 요구서는 국회에 제출했다. 존재감이 커진 원 장관에 대한 압박과 동시에 윤정부도 함께 압박하겠다는 취지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국정조사에 돌입한다면 원 장관 역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원 장관은 대선 기간에 정치적 존재감을 키워온 인물이다. 선대위가 해체된 이후 선대본부서 당시 윤석열 후보, 이준석 전 대표와 함께 선대위 얼굴 역할을 도맡아 당선에 일조했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공격하던 인물서 이제는 더 나아가 윤정부의 대표적 스타 장관 중 한 명으로 불린다.

원, 양평 고속도로로 차기 입지 흔들?
논란 탓 메시지 약해져…의혹 해소해야 

국토부 장관 취임 이후에는 국민에게는 ‘일하는 장관’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실제로 서울양평고속도로 문제가 터지기 전까지 원 장관은 여당의 차기 대선주자로 불렸다. 

이전까지 소장파로 불렸으나 윤정부의 공격수로 모습을 바꿔 보수층 지지율도 꽤 높은 편이다. 차기 총선서도 권 의원과 함께 여당의 얼굴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험지에 출마하더라도 원 장관의 존재감을 감안할 때 충분히 당선 가능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연말 국회 복귀가 다가온 만큼 원 장관은 서울양평고속도로 문제를 원만하게 마무리지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만약 해결하지 못할 경우 앞으로의 원 장관의 정치 행보에 하나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어 보인다. 

현재 원 장관의 출마설이 나오는 대표적인 지역은 정의당 심상정 의원의 지역구인 고양시갑, 서울에서는 동작구다. 권 의원과 마찬가지로 원 장관은 수도권 탈환을 위해 필요한 인물이다. 당내 인지도를 봤을 때 원 장관은 험지로 나가야 한다는 분위기다. 

다만 일각에선 양평 사태에 휘말려 있는 만큼, 수도권 험지에 나가더라도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국민의힘은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능력 있는 인물을 다수 소비했다. 현실적으로 차기 총선서 새 인물을 수혈해온다고 해도 승리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젊은 기업 대표 등 영입 움직임이 감지되지만, 문제는 이들의 인지도가 현역 중진들만큼 커질 수 있느냐의 여부다. 

국민의힘 중진들의 논란이 하나둘 터져 나오면서 국민의힘도 다소 불안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초선 의원의 경우, 상대적으로 쉽게 진화가 가능하지만 중진은 다르다. 논란 자체로도 큰 리스크인 데다 차기 총선을 앞두고선 더 난감해질 수밖에 없다. 

공격 빌미
융단 폭격

한 정계 인사는 “국민의힘 중진 의원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은 물론, 국회 내에서도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기 때문”이라며 “이들이 하루빨리 자신들의 리스크를 털어내야 당장 여당의 메시지가 강력해진다. 그래야만 차기 총선서 자신은 물론 당의 존재감도 더욱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힘 수도권도 위기?

국민의힘의 수도권 위기론이 지속적으로 거론된다.

인천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제가 붕괴하면 우리 당 지도 체제에 대한 변화의 요구가 거세진다”며 수도권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알렸다. 

경기도 분당을 지역구로 둔 안철수 의원 역시 “심각한 위기”라며 “여러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내년에 야당을 뽑겠다는 의견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현재 수도권에 소속된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에 한참 밀린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역시 30%로 답보 상태다. 이대로라면 수도권의 승리를 예측하기는 힘들다. 

다가올 총선은 윤 대통령의 중간 평가 격으로 총선서 패배하게 되면 정국을 주도할 동력을 상실하게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차>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