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초전도체’ 진실게임

전 세계 흔든 반지하 연구소

[일요시사 취재1팀] 옥지훈 기자 = “2주 만에 명성이 곤두박질쳤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지난 8일(현지시각) ‘상온 전도체의 짧고 화려한 삶’이라는 논평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상온·상압 초전도 현상을 구현했다는 한국의 LK-99에 대한 평가다. 미국 연구진이 LK-99와 관련 부정적인 연구 결과를 내자, 초전도체 관련 주가는 폭락했다.

지난달 22일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인 ‘아카이브’에 한국 연구진의 논문 하나가 올라왔다.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이하 퀀텀연구소) 대표와 김지훈·권영완 연구진이 상온·상압서 초전도성을 갖는 물질을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는 논문이었다. 이후 3일 만에 미국의 토론 사이트 ‘레딧’서 거론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무한동력
의문 투성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퀀텀연구소. 지난 9일, 기자가 찾아간 연구소는 굳게 닫혀 있었다. 연구소는 30평 남짓한 반지하였다. 문 앞에는 “지나치게 잦은 방문객으로 직원들이 업무에 불편을 겪고 있다”고 적혀 있었다. ‘한탕주의’에 관심이 시들해진 탓일까? 연구소 앞은 조용했다.

상온·상압 초전도체 LK-99가 국내외 연구 결과 초전도체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검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대 응집물질이론센터(CMTC)는 지난 8일(현지시각) 공식 SNS를 통해 “LK-99는 상온은 물론 저온서도 초전도성을 나타내지 않았다. 높은 저항을 지닌 저품질의 재료일 뿐”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LK-99가 지닌 반자성체 성질이 초전도체 성질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CMTC는 “흥미롭지 않다”며 잘라 말했다. LK-99에 담긴 구리, 납, 인 등이 이미 반자성을 지닌 물질이라 별도의 신물질일 가능성도 작다는 것이다.


CMTC는 직접 LK-99를 제조하거나 실험했다는 언급은 없었다. 싱가포르 난양공대(NTU), 인도 국립물리학연구소(NPL), 중국 베이징대 국제양자물질센터(ICQM) 3곳의 연구 데이터를 평가하면서 이같이 결론내렸다.

CMTC는 3곳의 보고서에서 초전도성이 확인되지 않았고, 오히려 극도로 높은 반도체와 절연체 저항성을 보여 그 수치가 상온서 구리보다 10억배나 높았다고 밝혔다. 금속 중에 은이 전도성이 높지만 가격이 비싸 전선은 구리로 만들어진다.

앞서 LK-99 논문의 공동 저자인 김현탁 미국 윌리엄앤드메리대 연구교수는 지난 5일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완벽하진 않지만 틀림없이 초전도 특징을 띠는 물질이라는 것을 실험서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저항이 ‘0’이라는 점, 임계온도 위에 금속처럼 옴의 법칙을 보인다는 점, 금속서 저항이 떨어지는 쪽으로 전류가 불연속 점프한다는 점 등 초전도체 특징을 다수 관측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실제 상용화까지 이어지려면 10여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퀀텀연구소는 최동식 명예교수의 초전도 이론을 기반으로 초전도체를 구현하고 실험을 통해 입증하는 기업이다. 최 교수는 이론적으로 초전도체의 한계를 극복하고 상온·상압서의 초전도체 연구를 처음으로 시작했다. 

퀀텀연구소의 핵심 연구자 대부분은 최 교수의 제자로 이석배 퀀텀연구소 대표는 고려대 비전임교수와 동국대 겸임교수를 지냈고, 김지훈 연구소장은 아이셀텍 연구소장을 거쳐 퀀텀에너지연구소에 합류했다. 외부 인사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출신의 김현탁 교수와 오근호 한양대 교수 등 연구자들이 추가로 합류하며 연구에 탄력이 붙었다.

LK-99는 이석배 대표와 김지훈 연구소장 이름의 첫 글자를 딴 것이다. 퀀텀연구소는 2008년에 설립됐으며, 최 교수의 사망 이후 2018년 전후로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됐다.


전선에 사용하면 전기 손실 ‘제로’ 
꿈의 물질 실존해도 상용화까지 10년

초전도체는 에너지 손실이 없어 ‘꿈의 물질’로 불린다. 초전도란 전기저항이 0이 되는 것을 말한다. 전기저항은 온도가 낮아지면 점차 감소하다가 사라진다. 전기저항이 사라지는 것은 곧 에너지 손실 없이 전기를 보낼 수 있음을 뜻한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전기 저항으로 인한 연간 전력 손실액이 1조6990억원으로 알려진다.

초전도체는 임계온도 이하서 전기저항이 0이 된다. 그리고 초전도체는 자석 위에서 공중 부양하는 현상을 보여준다. 이를 마이스너 효과라고 부른다. 임계온도 이하서 초전도체는 내부 자기장을 밖으로 밀어낸다. 마이스너 효과가 생기는 이유는 외부 자기장이 초전도체 표면에 생성한 전류가 외부 자기장을 상쇄하는 자기장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을 이용해 자성체를 공중에 뜨게 해 자기부상열차나 진공 열차 등 다양한 분야에 이용할 수 있다. 자기부상열차는 공중에 뜨게 되면서 마찰이 없어 속도에 대한 제약이 줄어든다.

LK-99가 세계 과학계의 주목받은 이유는 상온·상압 초전도체라는 주장 때문이다. 극저온이나 초고압 상태서 초전도 현상이 발생하는 실험 결과는 있지만, 상온·상압서 초전도체는 없었다.

LK-99 개발이 성공한다면 인류 문명을 바꿔놓을 수 있다. 하지만상온 초전도체와 관련 국내외 연구 결과에 따른 회의적인 시각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상온 초전도체 논문이 아카이브에 등재된 지 3주밖에 지나지 않아 검증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 LK-99 검증위원회(이하 검증위)는 지난 4일 브리핑서 “현재까지 보고된 해외의 LK-99 관련 이론 및 실험 발표 중 아직 초전도성을 확인한 검증 결과가 없다”며 관련 전문가 30명으로 검증위를 꾸려 교차 검증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검증위는 “지금까지 연구진이 공개한 논문과 동영상을 근거로 할 때 LK-99가 상온 대기압서 초전도성을 유지하는 물질이라고 확정할 수 없지만, LK-99의 초전도체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놓지 않은
희망의 끈

검증위는 “시료에 대해서는 원재료(황산납 등) 수급이 어려워 최소 2주 이상이 걸리고, 최초 검증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일이 걸린다”고 전했다.

퀀텀연구소는 연구 결과에 대해 설명회를 열거나 학술지 논문 게재를 통해 연구 결과를 검증할 것으로 보인다. 퀀텀연구소 관계자는 “조만간 연구 성과를 설명할 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상온 초전도체 연구 성과가 나오기도 전에 LK-99 관련 논문을 둘러싸고 저자들 간에 분쟁이 이어졌다. 지난 10일 고려대학교에 따르면 고려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권영완 연구교수가 LK-99 관련 논문을 다른 저자 동의 없이 올렸다는 의혹과 관련한 제보를 접수해 이르면 내주 예비조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제보 접수 30일 내로 검증 절차에 따라 예비조사를 완료하고 6개월 내 본조사를 마무리해 연구 부정행위를 판단한다.

권 교수는 LK-99 관련 논문을 아카이브에 올렸다. 이후 2시간 뒤 이석배 대표와 김지훈 연구소장을 비롯해 김현탁 교수, 오근호 교수 등 6명이 참여한 논문이 뒤이어 올라왔다.

이에 대해 퀀텀연구소와 김현탁 교수 측은 권 교수가 다른 저자 동의 없이 무단으로 논문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김현탁 교수는 윌리엄앤드메리대 학보신문을 통해 “권 교수가 올린 논문은 국내 학술지에 게재된 내용과 동일하다”며 “이 학술지를 인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중 출판이자 자기표절”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달 말
검증 주목

김현탁 교수에 따르면 그는 지난 7월 17일 이석배 대표에게 6인의 저자로 이뤄진 논문을 국제학술지 <APL 머티리얼스>와 아카이브에 제출하자고 요청했다. 김현탁 교수는 권 교수의 기여도가 제한적이라 생각했지만, 이석배 대표는 권 교수를 저자 목록에 포함하고 싶어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 교수의 논문 발표 행위가 부정행위로 인정되면 징계 절차에 들어가지만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김현탁 교수는 미국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와 인터뷰서 두 논문에 대해 “본인 허락 없이 게재됐다”고 주장했다. 


상온 초전도체 관련 논문을 둘러싼 연구진의 갈등까지 겹친 가운데, 상온 초전도체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세계적인 연구그룹들이 검증에 힘을 쏟고 있다. 이에 글로벌 빅테크 기업도 합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외 연구 결과에 따르면 LK-99는 아직 상온 초전도체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미국 프린스턴대도 LK-99가 자석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상온 초전도체에 대한 회의적인 연구 결과가 늘면서 ‘제 2의 황우석 사태’라고 지적하고 있다. 

2004년 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인간배아복제는 <사이언스>가 선정한 ‘올해의 획기적 10대 연구 성과’로 선정된 바 있다. 한국인의 연구성과가 사이언스의 10대 연구 성과에 선정되기는 처음이었다. 당시 ‘저항 없는 초전도체 개발’도 같이 등재될 정도로 초전도체에 관한 과학계의 관심이 컸다.

그러나 과학계는 이들의 논문 데이터가 다소 부실해 보여도 데이터 조작 흔적은 없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이번 LK-99 진위 여부는 논문을 고의로 조작한 황우석 사태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번 LK-99 논문이 등재된 아카이브는 동료 평가를 거치지 않은 논문을 빠르게 공개하기 위한 것으로 누구나 쉽게 게재할 수 있어 정확성·전문성서 아직은 의심의 여지가 있다.

제2의 황우석 사태?…논문 조작과 달라
데이터 다소 부실하나 조작 흔적 없어

이에 이석배 대표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서 “2020년 처음 연구 결과를 <네이처>에 제출했지만 랑가 다이어스 로체스터대 교수 사태 때문에 <네이처>가 논문 게재를 부담스러워했고 다른 전문 학술지에 먼저 게재할 것을 요구했다”며 “한국 학술지에 먼저 올려 한국 전문가의 검증을 받고 사전 공개 사이트인 아카이브에 올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 세계서 나온 자료를 취합해서 한 달 후쯤 발표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며 “LK-99 레시피와 관련해 전 세계적으로 실증 연구와 데이터가 나오고 있고 이에 대한 리포팅이 오고 있는데 적은 인원으로 대응하느라 정신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석배 대표는 초전도체 진위에 대해서는 “실험은 계속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원료도 만들어야 하고, 외부 연구소의 데이터도 체크해야 하는 등 일이 쏟아지고 있어 자세한 내용은 후일 발표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논란은 이뿐만 아니다. 퀀텀연구소는 홈페이지에 파트너사로 여러 기업과 연구기관, 대학 등을 소개해놨지만, 이들이 모두 협력한 적이 없다고 밝히며 논란이 일었다. LG이노텍과 삼성전기는 연구소 측에 파트너사로 자사 이름을 올린 이유를 문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SDI와 포스코, SK엔펄스 등도 모두 “현재까지 우리와 협력한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퀀텀연구소는 공식 홈페이지를 폐쇄했다. 연구소와 공식 협력 관계인 유일한 기관은 한국에너지공대 한 곳이 유일했다.

협약을 주도한 박진호 에너지공대 부총장은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서 LK-99 샘플을 제공받아 전 세계에 3대밖에 없는 고성능 전자현미경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부총장은 이번 LK-99 연구에 참여한 오근호 한양대 명예교수의 소개로 2017년 퀀텀연구소로부터 협력 요청을 처음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엔 물질 자체 특성은 괜찮은데 재현성이 떨어지고 샘플 자체의 순도 문제도 있었다”며 “그러나 이후 재현성 문제나 샘플 자체 순도가 많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2주 신화’
막 내릴까

그는 “전력 반도체, 전선 등 우리 연구 분야는 초전도 특성이 나오면 좋다”며 “전문 분야에 한 번 응용해보기 위해 기본적인 측정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성 원소들이 구하기 어렵지 않고 간단한 물질”이라며 “세라믹 기반이라 박막 구현은 어려워해서 저희 반도체 공정을 활용해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초기 단계로 데이터 분석에는 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ojh34522@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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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