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초전도체’ 진실게임

전 세계 흔든 반지하 연구소

[일요시사 취재1팀] 옥지훈 기자 = “2주 만에 명성이 곤두박질쳤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지난 8일(현지시각) ‘상온 전도체의 짧고 화려한 삶’이라는 논평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상온·상압 초전도 현상을 구현했다는 한국의 LK-99에 대한 평가다. 미국 연구진이 LK-99와 관련 부정적인 연구 결과를 내자, 초전도체 관련 주가는 폭락했다.

지난달 22일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인 ‘아카이브’에 한국 연구진의 논문 하나가 올라왔다.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이하 퀀텀연구소) 대표와 김지훈·권영완 연구진이 상온·상압서 초전도성을 갖는 물질을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는 논문이었다. 이후 3일 만에 미국의 토론 사이트 ‘레딧’서 거론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무한동력
의문 투성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퀀텀연구소. 지난 9일, 기자가 찾아간 연구소는 굳게 닫혀 있었다. 연구소는 30평 남짓한 반지하였다. 문 앞에는 “지나치게 잦은 방문객으로 직원들이 업무에 불편을 겪고 있다”고 적혀 있었다. ‘한탕주의’에 관심이 시들해진 탓일까? 연구소 앞은 조용했다.

상온·상압 초전도체 LK-99가 국내외 연구 결과 초전도체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검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대 응집물질이론센터(CMTC)는 지난 8일(현지시각) 공식 SNS를 통해 “LK-99는 상온은 물론 저온서도 초전도성을 나타내지 않았다. 높은 저항을 지닌 저품질의 재료일 뿐”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LK-99가 지닌 반자성체 성질이 초전도체 성질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CMTC는 “흥미롭지 않다”며 잘라 말했다. LK-99에 담긴 구리, 납, 인 등이 이미 반자성을 지닌 물질이라 별도의 신물질일 가능성도 작다는 것이다.


CMTC는 직접 LK-99를 제조하거나 실험했다는 언급은 없었다. 싱가포르 난양공대(NTU), 인도 국립물리학연구소(NPL), 중국 베이징대 국제양자물질센터(ICQM) 3곳의 연구 데이터를 평가하면서 이같이 결론내렸다.

CMTC는 3곳의 보고서에서 초전도성이 확인되지 않았고, 오히려 극도로 높은 반도체와 절연체 저항성을 보여 그 수치가 상온서 구리보다 10억배나 높았다고 밝혔다. 금속 중에 은이 전도성이 높지만 가격이 비싸 전선은 구리로 만들어진다.

앞서 LK-99 논문의 공동 저자인 김현탁 미국 윌리엄앤드메리대 연구교수는 지난 5일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완벽하진 않지만 틀림없이 초전도 특징을 띠는 물질이라는 것을 실험서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저항이 ‘0’이라는 점, 임계온도 위에 금속처럼 옴의 법칙을 보인다는 점, 금속서 저항이 떨어지는 쪽으로 전류가 불연속 점프한다는 점 등 초전도체 특징을 다수 관측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실제 상용화까지 이어지려면 10여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퀀텀연구소는 최동식 명예교수의 초전도 이론을 기반으로 초전도체를 구현하고 실험을 통해 입증하는 기업이다. 최 교수는 이론적으로 초전도체의 한계를 극복하고 상온·상압서의 초전도체 연구를 처음으로 시작했다. 

퀀텀연구소의 핵심 연구자 대부분은 최 교수의 제자로 이석배 퀀텀연구소 대표는 고려대 비전임교수와 동국대 겸임교수를 지냈고, 김지훈 연구소장은 아이셀텍 연구소장을 거쳐 퀀텀에너지연구소에 합류했다. 외부 인사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출신의 김현탁 교수와 오근호 한양대 교수 등 연구자들이 추가로 합류하며 연구에 탄력이 붙었다.

LK-99는 이석배 대표와 김지훈 연구소장 이름의 첫 글자를 딴 것이다. 퀀텀연구소는 2008년에 설립됐으며, 최 교수의 사망 이후 2018년 전후로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됐다.


전선에 사용하면 전기 손실 ‘제로’ 
꿈의 물질 실존해도 상용화까지 10년

초전도체는 에너지 손실이 없어 ‘꿈의 물질’로 불린다. 초전도란 전기저항이 0이 되는 것을 말한다. 전기저항은 온도가 낮아지면 점차 감소하다가 사라진다. 전기저항이 사라지는 것은 곧 에너지 손실 없이 전기를 보낼 수 있음을 뜻한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전기 저항으로 인한 연간 전력 손실액이 1조6990억원으로 알려진다.

초전도체는 임계온도 이하서 전기저항이 0이 된다. 그리고 초전도체는 자석 위에서 공중 부양하는 현상을 보여준다. 이를 마이스너 효과라고 부른다. 임계온도 이하서 초전도체는 내부 자기장을 밖으로 밀어낸다. 마이스너 효과가 생기는 이유는 외부 자기장이 초전도체 표면에 생성한 전류가 외부 자기장을 상쇄하는 자기장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을 이용해 자성체를 공중에 뜨게 해 자기부상열차나 진공 열차 등 다양한 분야에 이용할 수 있다. 자기부상열차는 공중에 뜨게 되면서 마찰이 없어 속도에 대한 제약이 줄어든다.

LK-99가 세계 과학계의 주목받은 이유는 상온·상압 초전도체라는 주장 때문이다. 극저온이나 초고압 상태서 초전도 현상이 발생하는 실험 결과는 있지만, 상온·상압서 초전도체는 없었다.

LK-99 개발이 성공한다면 인류 문명을 바꿔놓을 수 있다. 하지만상온 초전도체와 관련 국내외 연구 결과에 따른 회의적인 시각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상온 초전도체 논문이 아카이브에 등재된 지 3주밖에 지나지 않아 검증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 LK-99 검증위원회(이하 검증위)는 지난 4일 브리핑서 “현재까지 보고된 해외의 LK-99 관련 이론 및 실험 발표 중 아직 초전도성을 확인한 검증 결과가 없다”며 관련 전문가 30명으로 검증위를 꾸려 교차 검증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검증위는 “지금까지 연구진이 공개한 논문과 동영상을 근거로 할 때 LK-99가 상온 대기압서 초전도성을 유지하는 물질이라고 확정할 수 없지만, LK-99의 초전도체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놓지 않은
희망의 끈

검증위는 “시료에 대해서는 원재료(황산납 등) 수급이 어려워 최소 2주 이상이 걸리고, 최초 검증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일이 걸린다”고 전했다.

퀀텀연구소는 연구 결과에 대해 설명회를 열거나 학술지 논문 게재를 통해 연구 결과를 검증할 것으로 보인다. 퀀텀연구소 관계자는 “조만간 연구 성과를 설명할 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상온 초전도체 연구 성과가 나오기도 전에 LK-99 관련 논문을 둘러싸고 저자들 간에 분쟁이 이어졌다. 지난 10일 고려대학교에 따르면 고려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권영완 연구교수가 LK-99 관련 논문을 다른 저자 동의 없이 올렸다는 의혹과 관련한 제보를 접수해 이르면 내주 예비조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제보 접수 30일 내로 검증 절차에 따라 예비조사를 완료하고 6개월 내 본조사를 마무리해 연구 부정행위를 판단한다.

권 교수는 LK-99 관련 논문을 아카이브에 올렸다. 이후 2시간 뒤 이석배 대표와 김지훈 연구소장을 비롯해 김현탁 교수, 오근호 교수 등 6명이 참여한 논문이 뒤이어 올라왔다.

이에 대해 퀀텀연구소와 김현탁 교수 측은 권 교수가 다른 저자 동의 없이 무단으로 논문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김현탁 교수는 윌리엄앤드메리대 학보신문을 통해 “권 교수가 올린 논문은 국내 학술지에 게재된 내용과 동일하다”며 “이 학술지를 인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중 출판이자 자기표절”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달 말
검증 주목

김현탁 교수에 따르면 그는 지난 7월 17일 이석배 대표에게 6인의 저자로 이뤄진 논문을 국제학술지 <APL 머티리얼스>와 아카이브에 제출하자고 요청했다. 김현탁 교수는 권 교수의 기여도가 제한적이라 생각했지만, 이석배 대표는 권 교수를 저자 목록에 포함하고 싶어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 교수의 논문 발표 행위가 부정행위로 인정되면 징계 절차에 들어가지만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김현탁 교수는 미국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와 인터뷰서 두 논문에 대해 “본인 허락 없이 게재됐다”고 주장했다. 


상온 초전도체 관련 논문을 둘러싼 연구진의 갈등까지 겹친 가운데, 상온 초전도체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세계적인 연구그룹들이 검증에 힘을 쏟고 있다. 이에 글로벌 빅테크 기업도 합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외 연구 결과에 따르면 LK-99는 아직 상온 초전도체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미국 프린스턴대도 LK-99가 자석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상온 초전도체에 대한 회의적인 연구 결과가 늘면서 ‘제 2의 황우석 사태’라고 지적하고 있다. 

2004년 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인간배아복제는 <사이언스>가 선정한 ‘올해의 획기적 10대 연구 성과’로 선정된 바 있다. 한국인의 연구성과가 사이언스의 10대 연구 성과에 선정되기는 처음이었다. 당시 ‘저항 없는 초전도체 개발’도 같이 등재될 정도로 초전도체에 관한 과학계의 관심이 컸다.

그러나 과학계는 이들의 논문 데이터가 다소 부실해 보여도 데이터 조작 흔적은 없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이번 LK-99 진위 여부는 논문을 고의로 조작한 황우석 사태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번 LK-99 논문이 등재된 아카이브는 동료 평가를 거치지 않은 논문을 빠르게 공개하기 위한 것으로 누구나 쉽게 게재할 수 있어 정확성·전문성서 아직은 의심의 여지가 있다.

제2의 황우석 사태?…논문 조작과 달라
데이터 다소 부실하나 조작 흔적 없어

이에 이석배 대표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서 “2020년 처음 연구 결과를 <네이처>에 제출했지만 랑가 다이어스 로체스터대 교수 사태 때문에 <네이처>가 논문 게재를 부담스러워했고 다른 전문 학술지에 먼저 게재할 것을 요구했다”며 “한국 학술지에 먼저 올려 한국 전문가의 검증을 받고 사전 공개 사이트인 아카이브에 올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 세계서 나온 자료를 취합해서 한 달 후쯤 발표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며 “LK-99 레시피와 관련해 전 세계적으로 실증 연구와 데이터가 나오고 있고 이에 대한 리포팅이 오고 있는데 적은 인원으로 대응하느라 정신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석배 대표는 초전도체 진위에 대해서는 “실험은 계속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원료도 만들어야 하고, 외부 연구소의 데이터도 체크해야 하는 등 일이 쏟아지고 있어 자세한 내용은 후일 발표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논란은 이뿐만 아니다. 퀀텀연구소는 홈페이지에 파트너사로 여러 기업과 연구기관, 대학 등을 소개해놨지만, 이들이 모두 협력한 적이 없다고 밝히며 논란이 일었다. LG이노텍과 삼성전기는 연구소 측에 파트너사로 자사 이름을 올린 이유를 문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SDI와 포스코, SK엔펄스 등도 모두 “현재까지 우리와 협력한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퀀텀연구소는 공식 홈페이지를 폐쇄했다. 연구소와 공식 협력 관계인 유일한 기관은 한국에너지공대 한 곳이 유일했다.

협약을 주도한 박진호 에너지공대 부총장은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서 LK-99 샘플을 제공받아 전 세계에 3대밖에 없는 고성능 전자현미경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부총장은 이번 LK-99 연구에 참여한 오근호 한양대 명예교수의 소개로 2017년 퀀텀연구소로부터 협력 요청을 처음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엔 물질 자체 특성은 괜찮은데 재현성이 떨어지고 샘플 자체의 순도 문제도 있었다”며 “그러나 이후 재현성 문제나 샘플 자체 순도가 많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2주 신화’
막 내릴까

그는 “전력 반도체, 전선 등 우리 연구 분야는 초전도 특성이 나오면 좋다”며 “전문 분야에 한 번 응용해보기 위해 기본적인 측정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성 원소들이 구하기 어렵지 않고 간단한 물질”이라며 “세라믹 기반이라 박막 구현은 어려워해서 저희 반도체 공정을 활용해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초기 단계로 데이터 분석에는 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ojh34522@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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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