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용산 다녀간 백재권 누구?

천공과 헷갈린 ‘관상가 양반’

[일요시사 취재1팀] 옥지훈 기자 = 정부를 향한 국정 농단 의혹은 정권을 흔들어 놓기 충분하다. 지난해 3월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할 당시 육군참모총장 공관과 국방부 영내를 답사하는 과정서 역술인 천공이 동석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야당은 ‘마스크 밑으로 흰 수염을 봤다는 제보가 있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나 천공과 같은 흰 수염을 지닌 풍수지리학자 백재권 교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관저를 용산으로 이전하는 과정서 역술인 ‘천공’이 아닌 풍수지리가 백재권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가 후보지를 둘러본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 4월 지난해 3월, 한 달 치 육군참모총장 공관 CCTV를 모두 분석하는 과정서 천공은 없었다고 결론내린 바 있다.

드디어 
입 열다

경찰은 당시 공관서 근무한 군 관계자 등 참고인 조사에서 공관을 방문한 인물이 백 교수라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백 교수가 대통령 관저 선정 당시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팀장인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부팀장인 김용현 경호처장과 함께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방문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백 교수가 대통령 관저 이전에 개입한 의혹에 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풍수는 국정운영의 방향을 정하는 잣대인가”라며 “사실을 은폐해놓고 이토록 뻔뻔할 수 있다니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천공이 아닌 백 교수가 방문한 것으로 인정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경찰 수사 결과를 두고 풍수지리학자가 국정에 개입했다며 연일 공세에 나섰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은 “대통령 관저 졸속 이전 과정서 풍수지리가의 개입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는데 지금까지 대통령실은 각종 의혹에 관해서 백모씨는 빼고 진실을 숨기는 데 급급했다”며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도 백 교수의 현장 방문과 자문 사실에 관해서 부정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백 교수를 ‘풍수지리학계 권위자’라며 민주당의 대통령 관저 관련 공세를 두고 ‘억지 프레임’이라고 맞받아쳤다.

국민의힘 김병민 최고위원은 S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천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천공이라고 얘기한 사람들에게 사과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백재권씨는 육군참모총장 공관에 가서 그냥 조언해줬을 뿐이고 외교부 장관 공관(현 대통령 사저)가 좋다는 조언은 하지도 않았다”며 “백 교수 조언을 듣고 육군참모총장 공관서 외교부 장관 공관을 옮겼다는 말도 사실이 아닌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강민국 수석대변인도 지난 22일 논평을 통해 “백 교수는 풍수지리학계 최고 권위자로 청와대 이전 TF는 백 교수의 풍수지리학적 견해를 참고차 들은 것”이라며 “그러나 최종 관저 선정은 경호·안보·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됐다. 심지어 백 교수의 의견과는 다른 결정이 내려졌다”고 밝힌 바 있다. 

“마스크 밑으로 흰 수염 봤다” 
알고 보니 비슷한 외모 백 교수

실제로 백 교수는 대통령 관저로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청와대 이전 TF로부터 보고를 듣고 현재의 외교부 장관 공관 자리를 직접 낙점한 것으로 전해진다.

군사기밀유출 혐의를 받고 있는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은 천공의 대통령 관저 사전 답사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한 인물이다. 부 전 대변인은 천공이 아닌 백 교수가 공관을 다녀갔다는 정황을 두고 군사시설보호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부 전 대변인은 책 <권력과 안보: 문재인 정부 국방비사와 천공의혹>을 펴내면서 논란이 일었다. 저서는 천공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고위직이 대통령 관저 후보지를 다녀갔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고법 민사25-3부(재판장 정종관)는 정부가 부 대변인 저서의 출판사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도서출판·판매금지 가처분 신청 항고에 일부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총 400쪽 중 6쪽 분량을 삭제하지 않으면 책을 출판·판매·배포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삭제하라고 명령한 6쪽 분량에 천공 의혹에 대한 내용은 포함돼있지 않았다.

정부는 “책 전체의 출판, 인쇄, 복제 등을 금지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군사기밀과 관련된 부분을 삭제한 채 출판을 허용하는 것으로 가처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대통령실은 부 전 대변인과 천공 의혹 및 관련 발언을 최초 보도한 언론 매체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당시 대통령실은 논란이 불거지는 와중에도 백 교수의 존재를 언급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실이 관련 의혹이 불거졌을 때 즉각 대응하지 않은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대통령 관저 이전을 추진할 당시 풍수지리 전문가인 백 교수를 불러 풍수상 문제는 없는지 전문가 소견을 듣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으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과?
영부인과?

여야는 백 교수를 두고 ‘무속 공방’에 다시 불을 지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 배우자인 김혜경씨도 백 교수에게 관상을 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주장해온 무속인 국정 농단 프레임이 아닌 풍수지리에 관한 조언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백 교수는 풍수지리학 석사와 미래예측학 박사를 취득했다. 그는 관상학 전문가이기도 하다. 2017년 제19대 대통령선거서 유력 대선후보와 국내외 지도자의 관상을 동물에 빗댄 칼럼이 처음 화제를 모았다. 백 교수는 2018년에도 북미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주변 4강 정상 관상을 주제로 미국 언론 매체인 <워싱턴포스트(WP)>의 아시아지국장과 대담도 했다고 알려졌다.

백 교수는 2021년부터 <여성경제신문>에 칼럼을 연재 중이다. 그는 ‘백재권의 세상을 읽는 안목’이라는 칼럼서 여러 정·재계 인사의 관상을 언급했다.

지난해 3월에는 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대선후보의 관상을 분석하며 장단점을 꼽았다. 해당 매체는 “필자는 여야 유력 대선후보인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물론, 부인들의 관상을 직접 보고 조언을 했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당시 이 대표의 관상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살쾡이 관상이다. 살쾡이는 살벌한 야생에서도 살아남는다”며 “이재명이 거짓과 위선이 판치는 현대 정치판서 손해 볼 일은 없다. 홀로 자수성가해 여당의 대선후보가 된 인물이다. 그만큼 대단한 관상을 지녔다”고 말했다.

당시 또다른 대선후보였던 윤 대통령에 대해선 “윤석열 후보는 ‘악어 관상’이다. 악어는 파괴력과 생존력이 갑인 동물”이라며 “시대에 부름을 받은 관상”이라고 평가했다.


이후 윤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백 교수는 “악어 관상 자체가 100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할 만큼 극히 드문 관상이다. 희귀한 만큼 국가에 큰 공적을 남긴다”며 “우리나라가 국운이 좋아지려고 윤 대통령이 당선된 것”이라고 호평했다.

백 교수는 2017년 대선 결과를 예측했던 사례도 소개했다.

정치가와
풍수지리

그는 “누가 영부인이 될지를 주제로 <중앙일보>에 칼럼을 쓸 기회가 있어서 대선후보들의 배우자 관상을 보기 위해 먼저 김정숙 여사를 본 적이 있다”며 “보자마자 영부인이 되겠다는 것을 알겠더라”고 말했다. 이어 “김 여사가 영부인이 될 것이라고 판단해 다른 후보 배우자의 관상은 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백 교수는 <데일리안>과 한 인터뷰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이유를 두고 선영을 지목했다. 선영은 조상의 묘를 뜻한다. 백 교수는 “2016년 7월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와 가진 식사 자리서 10월이 되면 박근혜 대통령의 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돼 이듬해 3월까지 가는데, 그 사이에 박 대통령이 살기를 맞아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고까지 얘기했다”며 “(관계자가)엄청나게 놀라고 당황스러워 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원인은 두 가지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관상을 보고 ‘위기가 와서 살기를 맞겠구나’ 한 것이 있고, 박 대통령의 조상 선영 묘가 대통령은 나오는데 죽는 자리라 박정희 대통령처럼 죽는 위기까지 갈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각 대선후보의 선영을 찾아 풍수지리를 살폈다. 앞서 백 교수는 일부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서도 정치인의 선영 위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국정운영에 풍수지리가가 관여하는 것은 비정상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이에 대해 ‘억지 무속 프레임’이라고 되받아쳤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대통령의 관저를 선정하는 것은 개인이 부동산을 둘러보러 다니는 것이 아닌 중대한 국정 사안”이라며 “이를 풍수지리가의 조언을 들어 결정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은 지난해 대통령 관저 이전에 역술인이 개입했다고 의혹을 제기하다 가짜 뉴스로 드러나자 입장을 바꿨다”며 “민주당은 ‘풍수전문가가 조선시대 궁궐을 정하듯 관저를 정했다’며 비난했다”고 말했다. 

이어 “노무현정부 당시 추진했던 신 행정수도 이전 과정서도 풍수지리 전문가들이 참석했던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며 “2004년 발간된 신 행정수도 백서에 있는 85명 자문위원단 중 풍수지리가 전문가인 이대우 서문풍수조경연구소 대표와 김두규 우석대 교수가 포함돼있다”고 꼬집었다.

야 “국정운영에 풍수지리가 관여 비정상”
여 “이 대표도 만났다…억지 무속 프레임”

정치와 풍수지리는 역사적으로 사이가 깊다. 2002년 12월 16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서 앞다퉈 풍수지리가 좋은 지역으로 선영을 옮기거나 이사를 가기도 했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일대는 한때 ‘정치인 주거 1번지’로 불렸다. 그러나 평창동에 거주하던 정치인이 잇따른 불운을 겪었다. 문민정부를 탄생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최형후 전 내무부 장관과 김영삼정부 시절 총무처 장관을 지낸 서석재 전 의원이 와병 등 뜻하지 않는 불운을 겪었다. 이들은 당시 평창동에 거주하던 정치인이다.

두 전 의원은 거주 지역이 풍수지리가 나빠 떠나는 게 좋겠다는 승려의 조언을 듣고 평창동을 떠났다. 당시 이사를 검토 중이던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도 평창동에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했지만 풍수지리 때문에 사실상 이사를 포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각 정당의 유력한 대선후보들은 청와대 집무실을 옮기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청와대 자리가 풍수지리상 기가 강해서 역대 대통령들이 불행을 겪었다는 소문이 나기도 했다.

백 교수가 관저 풍수를 봐준 것에 대해 신평 변호사는 민주당을 향해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했다. 신 변호사는 지난 25일 자신의 SNS를 통해 “노무현정부 때 세종시 선정 과정서 자문위원으로 풍수지리가 몇 명을 버젓이 공식적으로 임명한 적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멘토’로 불린다.

신 변호사는 백 교수와 만났을 때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 당선인 신분으로 있을 때였다. 내 친구에게 어떤 관상가가 급히 찾아왔다”며 “그의 말은 ‘당선인은 범의 상이다. 그는 앞만 보지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임기 중 변을 당할 가능성이 아주 높은데 당신은 오랑우탄의 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랑우탄은 항상 앞뒤를 번갈아보며 살핀다. 당신이 박근혜정부의 국무총리가 되면 그 변을 미리 멈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신통방통
미래예측?

그러면서 “(내 친구는)박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말이 있었다가 다른 사람으로 결정됐고, 그 후 다 아는 대로 탄핵의 불상사가 생기게 된다”며 “김무성이라는 다른 호랑이가 박근혜 호랑이의 뒤에 갑자기 다가가 목덜미를 물어서 죽인 것으로 탄핵을 풀이했다고 한다. 그 관상가가 백재권 선생”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용산으로의 대통령실 이전 과정서 백재권 선생이 자문한 일로 몹시 시끄럽다”며 “민주당이 이를 정쟁의 불쏘시개로 삼고 있으나, 민주당이 저지르는 내로남불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ojh34522@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무속인 국정 농단, 민주당 주장하는 이유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 직전까지 비선 실세로 불린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와 관련해 ‘무속 의존’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민주당은 정권을 되찾았다.

민주당은 정권이 바뀌자 ‘무속인 국정 농단’을 앞세워 질타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경선 후보 시절 TV 토론서 자신의 손바닥에 적힌 ‘왕’자가 세 차례 보여 논란이 됐다.

이에 민주당은 “최순실이 떠오른다”며 주술 논란을 앞세워 비판했다.

윤 대통령정권 출범 이후에도 무속 논란은 끊이질 않았다.

“난 도사와 이야기 좋아해”
논란 불 지핀 김건희 녹취록

‘건진 법사’로 불리는 무속인 전모씨는 과거 윤 대통령의 대선캠프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선대본부를 방문한 당시 후보였던 윤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는 등 스스럼없는 모습을 보여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김건희 여사의 녹취록을 통해서도 무속 논란이 불거졌다.

해당 녹취록에 따르면 김 여사는 “나는 영적인 사람이라 도사들과 삶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한 바 있다. <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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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