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용산 다녀간 백재권 누구?

천공과 헷갈린 ‘관상가 양반’

[일요시사 취재1팀] 옥지훈 기자 = 정부를 향한 국정 농단 의혹은 정권을 흔들어 놓기 충분하다. 지난해 3월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할 당시 육군참모총장 공관과 국방부 영내를 답사하는 과정서 역술인 천공이 동석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야당은 ‘마스크 밑으로 흰 수염을 봤다는 제보가 있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나 천공과 같은 흰 수염을 지닌 풍수지리학자 백재권 교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관저를 용산으로 이전하는 과정서 역술인 ‘천공’이 아닌 풍수지리가 백재권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가 후보지를 둘러본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 4월 지난해 3월, 한 달 치 육군참모총장 공관 CCTV를 모두 분석하는 과정서 천공은 없었다고 결론내린 바 있다.

드디어 
입 열다

경찰은 당시 공관서 근무한 군 관계자 등 참고인 조사에서 공관을 방문한 인물이 백 교수라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백 교수가 대통령 관저 선정 당시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팀장인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부팀장인 김용현 경호처장과 함께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방문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백 교수가 대통령 관저 이전에 개입한 의혹에 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풍수는 국정운영의 방향을 정하는 잣대인가”라며 “사실을 은폐해놓고 이토록 뻔뻔할 수 있다니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천공이 아닌 백 교수가 방문한 것으로 인정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경찰 수사 결과를 두고 풍수지리학자가 국정에 개입했다며 연일 공세에 나섰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은 “대통령 관저 졸속 이전 과정서 풍수지리가의 개입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는데 지금까지 대통령실은 각종 의혹에 관해서 백모씨는 빼고 진실을 숨기는 데 급급했다”며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도 백 교수의 현장 방문과 자문 사실에 관해서 부정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백 교수를 ‘풍수지리학계 권위자’라며 민주당의 대통령 관저 관련 공세를 두고 ‘억지 프레임’이라고 맞받아쳤다.

국민의힘 김병민 최고위원은 S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천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천공이라고 얘기한 사람들에게 사과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백재권씨는 육군참모총장 공관에 가서 그냥 조언해줬을 뿐이고 외교부 장관 공관(현 대통령 사저)가 좋다는 조언은 하지도 않았다”며 “백 교수 조언을 듣고 육군참모총장 공관서 외교부 장관 공관을 옮겼다는 말도 사실이 아닌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강민국 수석대변인도 지난 22일 논평을 통해 “백 교수는 풍수지리학계 최고 권위자로 청와대 이전 TF는 백 교수의 풍수지리학적 견해를 참고차 들은 것”이라며 “그러나 최종 관저 선정은 경호·안보·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됐다. 심지어 백 교수의 의견과는 다른 결정이 내려졌다”고 밝힌 바 있다. 

“마스크 밑으로 흰 수염 봤다” 
알고 보니 비슷한 외모 백 교수

실제로 백 교수는 대통령 관저로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청와대 이전 TF로부터 보고를 듣고 현재의 외교부 장관 공관 자리를 직접 낙점한 것으로 전해진다.

군사기밀유출 혐의를 받고 있는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은 천공의 대통령 관저 사전 답사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한 인물이다. 부 전 대변인은 천공이 아닌 백 교수가 공관을 다녀갔다는 정황을 두고 군사시설보호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부 전 대변인은 책 <권력과 안보: 문재인 정부 국방비사와 천공의혹>을 펴내면서 논란이 일었다. 저서는 천공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고위직이 대통령 관저 후보지를 다녀갔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고법 민사25-3부(재판장 정종관)는 정부가 부 대변인 저서의 출판사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도서출판·판매금지 가처분 신청 항고에 일부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총 400쪽 중 6쪽 분량을 삭제하지 않으면 책을 출판·판매·배포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삭제하라고 명령한 6쪽 분량에 천공 의혹에 대한 내용은 포함돼있지 않았다.

정부는 “책 전체의 출판, 인쇄, 복제 등을 금지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군사기밀과 관련된 부분을 삭제한 채 출판을 허용하는 것으로 가처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대통령실은 부 전 대변인과 천공 의혹 및 관련 발언을 최초 보도한 언론 매체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당시 대통령실은 논란이 불거지는 와중에도 백 교수의 존재를 언급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실이 관련 의혹이 불거졌을 때 즉각 대응하지 않은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대통령 관저 이전을 추진할 당시 풍수지리 전문가인 백 교수를 불러 풍수상 문제는 없는지 전문가 소견을 듣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으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과?
영부인과?

여야는 백 교수를 두고 ‘무속 공방’에 다시 불을 지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 배우자인 김혜경씨도 백 교수에게 관상을 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주장해온 무속인 국정 농단 프레임이 아닌 풍수지리에 관한 조언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백 교수는 풍수지리학 석사와 미래예측학 박사를 취득했다. 그는 관상학 전문가이기도 하다. 2017년 제19대 대통령선거서 유력 대선후보와 국내외 지도자의 관상을 동물에 빗댄 칼럼이 처음 화제를 모았다. 백 교수는 2018년에도 북미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주변 4강 정상 관상을 주제로 미국 언론 매체인 <워싱턴포스트(WP)>의 아시아지국장과 대담도 했다고 알려졌다.

백 교수는 2021년부터 <여성경제신문>에 칼럼을 연재 중이다. 그는 ‘백재권의 세상을 읽는 안목’이라는 칼럼서 여러 정·재계 인사의 관상을 언급했다.

지난해 3월에는 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대선후보의 관상을 분석하며 장단점을 꼽았다. 해당 매체는 “필자는 여야 유력 대선후보인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물론, 부인들의 관상을 직접 보고 조언을 했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당시 이 대표의 관상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살쾡이 관상이다. 살쾡이는 살벌한 야생에서도 살아남는다”며 “이재명이 거짓과 위선이 판치는 현대 정치판서 손해 볼 일은 없다. 홀로 자수성가해 여당의 대선후보가 된 인물이다. 그만큼 대단한 관상을 지녔다”고 말했다.

당시 또다른 대선후보였던 윤 대통령에 대해선 “윤석열 후보는 ‘악어 관상’이다. 악어는 파괴력과 생존력이 갑인 동물”이라며 “시대에 부름을 받은 관상”이라고 평가했다.


이후 윤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백 교수는 “악어 관상 자체가 100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할 만큼 극히 드문 관상이다. 희귀한 만큼 국가에 큰 공적을 남긴다”며 “우리나라가 국운이 좋아지려고 윤 대통령이 당선된 것”이라고 호평했다.

백 교수는 2017년 대선 결과를 예측했던 사례도 소개했다.

정치가와
풍수지리

그는 “누가 영부인이 될지를 주제로 <중앙일보>에 칼럼을 쓸 기회가 있어서 대선후보들의 배우자 관상을 보기 위해 먼저 김정숙 여사를 본 적이 있다”며 “보자마자 영부인이 되겠다는 것을 알겠더라”고 말했다. 이어 “김 여사가 영부인이 될 것이라고 판단해 다른 후보 배우자의 관상은 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백 교수는 <데일리안>과 한 인터뷰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이유를 두고 선영을 지목했다. 선영은 조상의 묘를 뜻한다. 백 교수는 “2016년 7월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와 가진 식사 자리서 10월이 되면 박근혜 대통령의 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돼 이듬해 3월까지 가는데, 그 사이에 박 대통령이 살기를 맞아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고까지 얘기했다”며 “(관계자가)엄청나게 놀라고 당황스러워 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원인은 두 가지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관상을 보고 ‘위기가 와서 살기를 맞겠구나’ 한 것이 있고, 박 대통령의 조상 선영 묘가 대통령은 나오는데 죽는 자리라 박정희 대통령처럼 죽는 위기까지 갈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각 대선후보의 선영을 찾아 풍수지리를 살폈다. 앞서 백 교수는 일부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서도 정치인의 선영 위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국정운영에 풍수지리가가 관여하는 것은 비정상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이에 대해 ‘억지 무속 프레임’이라고 되받아쳤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대통령의 관저를 선정하는 것은 개인이 부동산을 둘러보러 다니는 것이 아닌 중대한 국정 사안”이라며 “이를 풍수지리가의 조언을 들어 결정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은 지난해 대통령 관저 이전에 역술인이 개입했다고 의혹을 제기하다 가짜 뉴스로 드러나자 입장을 바꿨다”며 “민주당은 ‘풍수전문가가 조선시대 궁궐을 정하듯 관저를 정했다’며 비난했다”고 말했다. 

이어 “노무현정부 당시 추진했던 신 행정수도 이전 과정서도 풍수지리 전문가들이 참석했던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며 “2004년 발간된 신 행정수도 백서에 있는 85명 자문위원단 중 풍수지리가 전문가인 이대우 서문풍수조경연구소 대표와 김두규 우석대 교수가 포함돼있다”고 꼬집었다.

야 “국정운영에 풍수지리가 관여 비정상”
여 “이 대표도 만났다…억지 무속 프레임”

정치와 풍수지리는 역사적으로 사이가 깊다. 2002년 12월 16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서 앞다퉈 풍수지리가 좋은 지역으로 선영을 옮기거나 이사를 가기도 했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일대는 한때 ‘정치인 주거 1번지’로 불렸다. 그러나 평창동에 거주하던 정치인이 잇따른 불운을 겪었다. 문민정부를 탄생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최형후 전 내무부 장관과 김영삼정부 시절 총무처 장관을 지낸 서석재 전 의원이 와병 등 뜻하지 않는 불운을 겪었다. 이들은 당시 평창동에 거주하던 정치인이다.

두 전 의원은 거주 지역이 풍수지리가 나빠 떠나는 게 좋겠다는 승려의 조언을 듣고 평창동을 떠났다. 당시 이사를 검토 중이던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도 평창동에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했지만 풍수지리 때문에 사실상 이사를 포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각 정당의 유력한 대선후보들은 청와대 집무실을 옮기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청와대 자리가 풍수지리상 기가 강해서 역대 대통령들이 불행을 겪었다는 소문이 나기도 했다.

백 교수가 관저 풍수를 봐준 것에 대해 신평 변호사는 민주당을 향해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했다. 신 변호사는 지난 25일 자신의 SNS를 통해 “노무현정부 때 세종시 선정 과정서 자문위원으로 풍수지리가 몇 명을 버젓이 공식적으로 임명한 적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멘토’로 불린다.

신 변호사는 백 교수와 만났을 때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 당선인 신분으로 있을 때였다. 내 친구에게 어떤 관상가가 급히 찾아왔다”며 “그의 말은 ‘당선인은 범의 상이다. 그는 앞만 보지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임기 중 변을 당할 가능성이 아주 높은데 당신은 오랑우탄의 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랑우탄은 항상 앞뒤를 번갈아보며 살핀다. 당신이 박근혜정부의 국무총리가 되면 그 변을 미리 멈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신통방통
미래예측?

그러면서 “(내 친구는)박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말이 있었다가 다른 사람으로 결정됐고, 그 후 다 아는 대로 탄핵의 불상사가 생기게 된다”며 “김무성이라는 다른 호랑이가 박근혜 호랑이의 뒤에 갑자기 다가가 목덜미를 물어서 죽인 것으로 탄핵을 풀이했다고 한다. 그 관상가가 백재권 선생”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용산으로의 대통령실 이전 과정서 백재권 선생이 자문한 일로 몹시 시끄럽다”며 “민주당이 이를 정쟁의 불쏘시개로 삼고 있으나, 민주당이 저지르는 내로남불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ojh34522@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무속인 국정 농단, 민주당 주장하는 이유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 직전까지 비선 실세로 불린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와 관련해 ‘무속 의존’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민주당은 정권을 되찾았다.

민주당은 정권이 바뀌자 ‘무속인 국정 농단’을 앞세워 질타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경선 후보 시절 TV 토론서 자신의 손바닥에 적힌 ‘왕’자가 세 차례 보여 논란이 됐다.

이에 민주당은 “최순실이 떠오른다”며 주술 논란을 앞세워 비판했다.

윤 대통령정권 출범 이후에도 무속 논란은 끊이질 않았다.

“난 도사와 이야기 좋아해”
논란 불 지핀 김건희 녹취록

‘건진 법사’로 불리는 무속인 전모씨는 과거 윤 대통령의 대선캠프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선대본부를 방문한 당시 후보였던 윤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는 등 스스럼없는 모습을 보여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김건희 여사의 녹취록을 통해서도 무속 논란이 불거졌다.

해당 녹취록에 따르면 김 여사는 “나는 영적인 사람이라 도사들과 삶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한 바 있다. <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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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모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정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이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을 점을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 현안 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1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1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 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안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1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별검사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