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용산 다녀간 백재권 누구?

천공과 헷갈린 ‘관상가 양반’

[일요시사 취재1팀] 옥지훈 기자 = 정부를 향한 국정 농단 의혹은 정권을 흔들어 놓기 충분하다. 지난해 3월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할 당시 육군참모총장 공관과 국방부 영내를 답사하는 과정서 역술인 천공이 동석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야당은 ‘마스크 밑으로 흰 수염을 봤다는 제보가 있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나 천공과 같은 흰 수염을 지닌 풍수지리학자 백재권 교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관저를 용산으로 이전하는 과정서 역술인 ‘천공’이 아닌 풍수지리가 백재권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가 후보지를 둘러본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 4월 지난해 3월, 한 달 치 육군참모총장 공관 CCTV를 모두 분석하는 과정서 천공은 없었다고 결론내린 바 있다.

드디어 
입 열다

경찰은 당시 공관서 근무한 군 관계자 등 참고인 조사에서 공관을 방문한 인물이 백 교수라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백 교수가 대통령 관저 선정 당시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팀장인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부팀장인 김용현 경호처장과 함께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방문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백 교수가 대통령 관저 이전에 개입한 의혹에 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풍수는 국정운영의 방향을 정하는 잣대인가”라며 “사실을 은폐해놓고 이토록 뻔뻔할 수 있다니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천공이 아닌 백 교수가 방문한 것으로 인정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경찰 수사 결과를 두고 풍수지리학자가 국정에 개입했다며 연일 공세에 나섰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은 “대통령 관저 졸속 이전 과정서 풍수지리가의 개입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는데 지금까지 대통령실은 각종 의혹에 관해서 백모씨는 빼고 진실을 숨기는 데 급급했다”며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도 백 교수의 현장 방문과 자문 사실에 관해서 부정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백 교수를 ‘풍수지리학계 권위자’라며 민주당의 대통령 관저 관련 공세를 두고 ‘억지 프레임’이라고 맞받아쳤다.

국민의힘 김병민 최고위원은 S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천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천공이라고 얘기한 사람들에게 사과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백재권씨는 육군참모총장 공관에 가서 그냥 조언해줬을 뿐이고 외교부 장관 공관(현 대통령 사저)가 좋다는 조언은 하지도 않았다”며 “백 교수 조언을 듣고 육군참모총장 공관서 외교부 장관 공관을 옮겼다는 말도 사실이 아닌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강민국 수석대변인도 지난 22일 논평을 통해 “백 교수는 풍수지리학계 최고 권위자로 청와대 이전 TF는 백 교수의 풍수지리학적 견해를 참고차 들은 것”이라며 “그러나 최종 관저 선정은 경호·안보·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됐다. 심지어 백 교수의 의견과는 다른 결정이 내려졌다”고 밝힌 바 있다. 

“마스크 밑으로 흰 수염 봤다” 
알고 보니 비슷한 외모 백 교수

실제로 백 교수는 대통령 관저로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청와대 이전 TF로부터 보고를 듣고 현재의 외교부 장관 공관 자리를 직접 낙점한 것으로 전해진다.

군사기밀유출 혐의를 받고 있는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은 천공의 대통령 관저 사전 답사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한 인물이다. 부 전 대변인은 천공이 아닌 백 교수가 공관을 다녀갔다는 정황을 두고 군사시설보호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부 전 대변인은 책 <권력과 안보: 문재인 정부 국방비사와 천공의혹>을 펴내면서 논란이 일었다. 저서는 천공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고위직이 대통령 관저 후보지를 다녀갔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고법 민사25-3부(재판장 정종관)는 정부가 부 대변인 저서의 출판사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도서출판·판매금지 가처분 신청 항고에 일부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총 400쪽 중 6쪽 분량을 삭제하지 않으면 책을 출판·판매·배포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삭제하라고 명령한 6쪽 분량에 천공 의혹에 대한 내용은 포함돼있지 않았다.

정부는 “책 전체의 출판, 인쇄, 복제 등을 금지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군사기밀과 관련된 부분을 삭제한 채 출판을 허용하는 것으로 가처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대통령실은 부 전 대변인과 천공 의혹 및 관련 발언을 최초 보도한 언론 매체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당시 대통령실은 논란이 불거지는 와중에도 백 교수의 존재를 언급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실이 관련 의혹이 불거졌을 때 즉각 대응하지 않은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대통령 관저 이전을 추진할 당시 풍수지리 전문가인 백 교수를 불러 풍수상 문제는 없는지 전문가 소견을 듣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으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과?
영부인과?

여야는 백 교수를 두고 ‘무속 공방’에 다시 불을 지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 배우자인 김혜경씨도 백 교수에게 관상을 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주장해온 무속인 국정 농단 프레임이 아닌 풍수지리에 관한 조언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백 교수는 풍수지리학 석사와 미래예측학 박사를 취득했다. 그는 관상학 전문가이기도 하다. 2017년 제19대 대통령선거서 유력 대선후보와 국내외 지도자의 관상을 동물에 빗댄 칼럼이 처음 화제를 모았다. 백 교수는 2018년에도 북미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주변 4강 정상 관상을 주제로 미국 언론 매체인 <워싱턴포스트(WP)>의 아시아지국장과 대담도 했다고 알려졌다.

백 교수는 2021년부터 <여성경제신문>에 칼럼을 연재 중이다. 그는 ‘백재권의 세상을 읽는 안목’이라는 칼럼서 여러 정·재계 인사의 관상을 언급했다.

지난해 3월에는 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대선후보의 관상을 분석하며 장단점을 꼽았다. 해당 매체는 “필자는 여야 유력 대선후보인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물론, 부인들의 관상을 직접 보고 조언을 했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당시 이 대표의 관상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살쾡이 관상이다. 살쾡이는 살벌한 야생에서도 살아남는다”며 “이재명이 거짓과 위선이 판치는 현대 정치판서 손해 볼 일은 없다. 홀로 자수성가해 여당의 대선후보가 된 인물이다. 그만큼 대단한 관상을 지녔다”고 말했다.

당시 또다른 대선후보였던 윤 대통령에 대해선 “윤석열 후보는 ‘악어 관상’이다. 악어는 파괴력과 생존력이 갑인 동물”이라며 “시대에 부름을 받은 관상”이라고 평가했다.


이후 윤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백 교수는 “악어 관상 자체가 100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할 만큼 극히 드문 관상이다. 희귀한 만큼 국가에 큰 공적을 남긴다”며 “우리나라가 국운이 좋아지려고 윤 대통령이 당선된 것”이라고 호평했다.

백 교수는 2017년 대선 결과를 예측했던 사례도 소개했다.

정치가와
풍수지리

그는 “누가 영부인이 될지를 주제로 <중앙일보>에 칼럼을 쓸 기회가 있어서 대선후보들의 배우자 관상을 보기 위해 먼저 김정숙 여사를 본 적이 있다”며 “보자마자 영부인이 되겠다는 것을 알겠더라”고 말했다. 이어 “김 여사가 영부인이 될 것이라고 판단해 다른 후보 배우자의 관상은 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백 교수는 <데일리안>과 한 인터뷰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이유를 두고 선영을 지목했다. 선영은 조상의 묘를 뜻한다. 백 교수는 “2016년 7월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와 가진 식사 자리서 10월이 되면 박근혜 대통령의 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돼 이듬해 3월까지 가는데, 그 사이에 박 대통령이 살기를 맞아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고까지 얘기했다”며 “(관계자가)엄청나게 놀라고 당황스러워 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원인은 두 가지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관상을 보고 ‘위기가 와서 살기를 맞겠구나’ 한 것이 있고, 박 대통령의 조상 선영 묘가 대통령은 나오는데 죽는 자리라 박정희 대통령처럼 죽는 위기까지 갈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각 대선후보의 선영을 찾아 풍수지리를 살폈다. 앞서 백 교수는 일부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서도 정치인의 선영 위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국정운영에 풍수지리가가 관여하는 것은 비정상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이에 대해 ‘억지 무속 프레임’이라고 되받아쳤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대통령의 관저를 선정하는 것은 개인이 부동산을 둘러보러 다니는 것이 아닌 중대한 국정 사안”이라며 “이를 풍수지리가의 조언을 들어 결정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은 지난해 대통령 관저 이전에 역술인이 개입했다고 의혹을 제기하다 가짜 뉴스로 드러나자 입장을 바꿨다”며 “민주당은 ‘풍수전문가가 조선시대 궁궐을 정하듯 관저를 정했다’며 비난했다”고 말했다. 

이어 “노무현정부 당시 추진했던 신 행정수도 이전 과정서도 풍수지리 전문가들이 참석했던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며 “2004년 발간된 신 행정수도 백서에 있는 85명 자문위원단 중 풍수지리가 전문가인 이대우 서문풍수조경연구소 대표와 김두규 우석대 교수가 포함돼있다”고 꼬집었다.

야 “국정운영에 풍수지리가 관여 비정상”
여 “이 대표도 만났다…억지 무속 프레임”

정치와 풍수지리는 역사적으로 사이가 깊다. 2002년 12월 16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서 앞다퉈 풍수지리가 좋은 지역으로 선영을 옮기거나 이사를 가기도 했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일대는 한때 ‘정치인 주거 1번지’로 불렸다. 그러나 평창동에 거주하던 정치인이 잇따른 불운을 겪었다. 문민정부를 탄생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최형후 전 내무부 장관과 김영삼정부 시절 총무처 장관을 지낸 서석재 전 의원이 와병 등 뜻하지 않는 불운을 겪었다. 이들은 당시 평창동에 거주하던 정치인이다.

두 전 의원은 거주 지역이 풍수지리가 나빠 떠나는 게 좋겠다는 승려의 조언을 듣고 평창동을 떠났다. 당시 이사를 검토 중이던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도 평창동에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했지만 풍수지리 때문에 사실상 이사를 포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각 정당의 유력한 대선후보들은 청와대 집무실을 옮기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청와대 자리가 풍수지리상 기가 강해서 역대 대통령들이 불행을 겪었다는 소문이 나기도 했다.

백 교수가 관저 풍수를 봐준 것에 대해 신평 변호사는 민주당을 향해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했다. 신 변호사는 지난 25일 자신의 SNS를 통해 “노무현정부 때 세종시 선정 과정서 자문위원으로 풍수지리가 몇 명을 버젓이 공식적으로 임명한 적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멘토’로 불린다.

신 변호사는 백 교수와 만났을 때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 당선인 신분으로 있을 때였다. 내 친구에게 어떤 관상가가 급히 찾아왔다”며 “그의 말은 ‘당선인은 범의 상이다. 그는 앞만 보지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임기 중 변을 당할 가능성이 아주 높은데 당신은 오랑우탄의 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랑우탄은 항상 앞뒤를 번갈아보며 살핀다. 당신이 박근혜정부의 국무총리가 되면 그 변을 미리 멈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신통방통
미래예측?

그러면서 “(내 친구는)박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말이 있었다가 다른 사람으로 결정됐고, 그 후 다 아는 대로 탄핵의 불상사가 생기게 된다”며 “김무성이라는 다른 호랑이가 박근혜 호랑이의 뒤에 갑자기 다가가 목덜미를 물어서 죽인 것으로 탄핵을 풀이했다고 한다. 그 관상가가 백재권 선생”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용산으로의 대통령실 이전 과정서 백재권 선생이 자문한 일로 몹시 시끄럽다”며 “민주당이 이를 정쟁의 불쏘시개로 삼고 있으나, 민주당이 저지르는 내로남불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ojh34522@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무속인 국정 농단, 민주당 주장하는 이유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 직전까지 비선 실세로 불린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와 관련해 ‘무속 의존’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민주당은 정권을 되찾았다.

민주당은 정권이 바뀌자 ‘무속인 국정 농단’을 앞세워 질타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경선 후보 시절 TV 토론서 자신의 손바닥에 적힌 ‘왕’자가 세 차례 보여 논란이 됐다.

이에 민주당은 “최순실이 떠오른다”며 주술 논란을 앞세워 비판했다.

윤 대통령정권 출범 이후에도 무속 논란은 끊이질 않았다.

“난 도사와 이야기 좋아해”
논란 불 지핀 김건희 녹취록

‘건진 법사’로 불리는 무속인 전모씨는 과거 윤 대통령의 대선캠프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선대본부를 방문한 당시 후보였던 윤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는 등 스스럼없는 모습을 보여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김건희 여사의 녹취록을 통해서도 무속 논란이 불거졌다.

해당 녹취록에 따르면 김 여사는 “나는 영적인 사람이라 도사들과 삶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한 바 있다. <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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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