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는 ‘명낙회동’ 딜레마

차라리 안 만나는 게 낫다?

[일요시사 정치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만남이 좀처럼 쉽지 않은 모양새다. 이런저런 이유로 벌써 두 차례 미뤄진 ‘명낙회동’이 이제는 기약 없는 약속으로 바뀌었다. 회동을 바라는 이들의 속은 바싹 타들어 가는데 계파 싸움은 하루가 멀도록 발생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두 사람의 골만 깊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달 24일 귀국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곧장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날 것이란 예측은 단박에 빗나갔다. 이 전 총리는 같은 달 28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참배에 이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았다. 이후에는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나 막걸리를 마시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이 대표와의 만남은 한 달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극명한 희비

그 사이 민주당 안팎에서는 둘의 만남을 간절히 원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친명(친 이재명)계는 “윤석열정부가 이 모양 이 꼴인데 두 사람은 만날 기미조차 없다”며 연일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 전 총리가 밖으로만 나돌지 말고 이른 시일 내 이 대표를 만나 민주당이 화합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유독 친명계가 두 사람의 만남을 전전긍긍하는 이유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손쓸 수 없이 커져 버렸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게다가 지난 14일 불체포특권 포기를 두고 31명의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이 선수를 치면서 ‘민주당 분당설’이 수면으로 떠올랐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이 대표와 이 전 총리가 손잡는 모습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 전 총리가 귀국한 다음 날 이 대표는 “백지장도 맞들어야 할 시국이어서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협력의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이 대표와 이 전 총리의 만남에 윤곽이 잡히기까지는 꼬박 2주가 걸렸다. 민주당은 언론 공지를 통해 지난 11일, 두 사람의 저녁 만찬이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알렸다. 친명계에서는 ‘명낙회동’이 갈라진 당심을 봉합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둘의 만남은 호우로 성사되지 못했다. 호우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서 만찬을 진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결국 둘의 만남은 차주인 19일로 미뤄지면서 정치권은 다시 한번 긴장 태세에 들어갔다.

회동이 한 차례 불발된 것을 두고 이 대표와 측근들의 애가 끓는다는 말이 나왔다. 당초 이번 회동은 이 대표가 먼저 제안한 것으로 기울어가는 민주당에 도움을 요청하려 했던 게 아니냐는 뜻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 대표가 이 전 총리를 만나서 손도 잡고 그래야 총선까지 갈 그림이 그려진다”며 “이 대표는 이 전 총리를 만나는 것을 내심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먼저 손 내민 이재명
아쉬울 게 없는 이낙연

이때까지만 해도 친명계는 이 대표와 이 전 총리의 만남에 희망을 품고 있었다. 다소 어색한 만남일 수 있지만 양측이 회동을 수락한 것 자체가 분열의 조짐보다는 화합의 조짐이라는 중론이었다. 당의 균열이 주목받는 현 상황서 총선을 주제로 하나의 목소리가 나온다면 극적인 화합을 연출하는 동시에 윤정부를 겨냥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번 회동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자리가 될 예정이었다. 대선도 아닌 총선인 만큼 같은 당끼리 경쟁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양측이 ‘윤정부 심판’ 프레임을 강화하기 위해 서로 손을 잡고 단일대오 형성을 꾸릴지도 이목이 쏠렸다.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이하 혁신위) 역시 다가오는 회동에 기대를 걸었다. 만찬을 끝내고 나오면서 깨복쟁이 친구처럼 어깨동무를 한다면 지지자들이 나서서 ‘스크럼’을 짜줄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하지만 열흘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민주당에서는 또다시 마찰이 일어났다. 혁신위의 김은경 위원장이 당의 단합을 강조하면서 교묘하게 이 대표 체제에 힘을 싣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면서다.

김 위원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기 계파를 살리려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친낙(친 이낙연)계는 “이 전 총리를 향한 마녀사냥”이라며 반발했다. 당을 통합으로 이끌어야 할 위원장이 되려 계파 갈등을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이후 김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 특성상 앞뒤가 잘려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며 해명에 나섰지만 사건은 일파만파 커진 후였다.

잡음이 사그라지지 않자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이 전 총리의 만남이 ‘도원결의’가 아닌 ‘동상이몽’으로 끝날 것이란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당의 혁신 방향과 내년 총선을 두고 두 사람이 미묘한 온도 차이를 보이면서다. 오히려 회동은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란 말이 나왔다.

또 미뤄져 투아웃
기약 없는 기다림

우선 이 대표는 당의 화합을 통해 검찰개혁과 총선 승리 시나리오를 내다보는 듯한 모양새다. 현 지도부 체제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단합을 강조하는 것이다.

반면 이 전 총리는 강성 지지층보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과감한 혁신과 쇄신을 노리는 모양이다. 그는 지난 2일 광주 5·18 묘역을 참배했을 당시 민주당이 국민의 기대에 미흡하다는 평을 남겼다. 무능한 정부가 폭주하고 있는데 민주당이 제 역할을 못 하니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윤정부를 비판하는 동시에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는 민주당, 그중에서도 주류인 친명계를 겨냥한 발언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다.

상황에 따라서 이 대표 체제를 포기해야 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다만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만일 이 전 총리가 이 대표를 향해 칼을 겨누더라도 지금은 시기상조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의 만남이 성사된다면 당장은 그럴싸해 보이겠지만 어디까지나 미봉책이라는 것이다. 단단히 손을 잡아도 공천 등 변수가 끼어들면 언제든지 다시 갈라질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미묘한 기류가 흐르는 가운데 19일 예정이었던 회동이 계속되는 수해로 인해 또다시 취소됐다. 두 번째 불발이었다. 민주당은 회동 하루 전날 언론 공지를 통해 “두 사람의 만찬 회동은 집중호우 대비와 수해 복구에 집중하기 위해 순연됐다”고 밝혔다. 수해가 일단락될 때까지 당분간 두 사람의 만남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가뜩이나 껄끄러운 상황에 강성 지지자까지 말을 얹으면서 두 사람의 갈등은 깊어질 전망이다. 이 대표의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서는 두 사람의 만남이 연기됐다는 소식에 “하늘이 도왔다”는 말과 함께 이 전 대표를 ‘낙지’로 비하하는 글이 오르내렸다.

강성 지지자들의 시선을 의식해 만남이 쉽지 않을 것이란 설에 연기가 오르고 있지만 당은 정치적 해석에 선을 그었다. 수해 때문에 나라가 비통한 상황서 훈훈하고 기쁜 모습이 연출되는 것이 우려될 뿐, 다른 이유는 없다는 설명이다.


애끓는 친명

지난번과 달리 추후 일정은 공지되지 않았는데, 아직 양측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명낙회동은 기약 없는 기다림이 됐다. 만남이 거듭 연기되면서 수해 복구를 빌미로 한 ‘명낙 갈등론’도 설설 끓고 있다. 명낙회동은 ‘총선 승리’를 의제로 한 만남이다. 민주당의 승리가 불투명한 상황서 두 사람의 손발이 어디를 향할지 여전히 미지수다. 세 번째 명낙회동이 확정되기 전까지 계속해서 파열음이 흘러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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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