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맞아?’ 잔혹한 영아살해 백태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7.17 12:57:01
  • 호수 14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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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통 출산·냉장고 유기·야산 매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태어나자 마자 죽는 아이들이 있다. 방법도 각양각색. 친모가 변기통서 아이를 낳고 그대로 두거나, 살해한 뒤 냉장고에 유기되는 등 잔혹한 방법이다. 죽은 영아는 태어나서 울어보지도 못했건만, 이들을 살해한 부모들의 사연은 구구절절하다.

형법 제251조(영아살해)에는 ‘직계존속이 치욕을 은폐하기 위해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하거나 특히 참작할만한 동기로 인해 분만 중 또는 분만 직후의 영아를 살해한 때 10년 이하의 징역을 처한다’고 적시돼있다. 영아살해는 말 그대로 영아를 살해한 행위며, 아동학대 중 하나다. 

10대에서
20대까지

지난 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이 경찰청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2021년 영아살해 피의자 86명 중 20대가 38명(44.2%)으로 가장 많았고 20세 이하(14∼20세)는 29명(33.7%)으로 집계됐다. 두 연령대를 합하면 77.9%로 영아살해 피의자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어 30대 16명(19%), 40대 3명(3%)이었다. 성별로는 여성이 78명, 남성이 8명이었다.

같은 기간 영아유기 피의자 361명의 연령대는 20세 이하 73명(20%), 20대가 140명(39%)으로 두 연령대가 전체의 절반이 훌쩍 넘는 59%를 차지했다. 30대는 118명(33%), 40대가 16명(4%)이었으며 50대 이상도 12명(3%)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여성 291명, 남성 70명이었다.

10?20대가 영아살해·유기 범행서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보인 건 경제·사회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서 예상치 못하게 출산하게 되는 경우가 다른 연령대보다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기간 영아살해 범죄를 지역별로 보면 경기도(19건)가 가장 많았고 다음은 서울(12건)이었다.

과거에는 영아살해가 남아선호 사상 때문에 발생했다. 선별적 영아살해였는데, 이 경우는 출생 이후 여자 아이를 선별적으로 죽이거나, 태어났지만 돌보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했다. 

한국의 출생성비가 정상으로 돌아온 것은 2000년대부터다. 하지만 이때부터는 초음파검사가 시작돼 낙태를 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영아살해는 태어난 뒤 부모가 영아를 살해한 경우다. 영아살해 부모는 대부분 원치 않는 임신을 한 경우가 많아, 구구절절한 사연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 수법은 엽기적인 경우가 많다.

전주지법 형사5단독 노미정 부장판사는 지난달 22일 영아살해 혐의로 기소된 A(27·여)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1월8일 오후 6시45분 전북 전주시 덕진구 자택 안방 화장실서 자신이 낳은 아들을 남편 B씨(43)와 공모해 변기 안에 30분가량 방치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같은 혐의로 기소된 남편 B씨도 비슷한 형량이 선고됐다. 전주지법 형사1단독 김승곤 부장판사는 지난달 17일 B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120시간의 사회봉사와 5년간 아동 관련 기관 운영 및 취업 금지도 명령했다.

대부분 ‘원하지 않은 임신’ 이유로…
친모 몰래 짜고 살해 후 유기하기도

A씨와 B씨는 왜 영아를 살해한 것일까? 지난달 26일 전주지법 등에 따르면 A씨 부부는 같은 병원서 근무하던 동료였다. 교제를 시작한 4년 전부터 동거했다. A씨는 초혼, B씨는 재혼이었다. A씨는 지난해 10월부터 B씨 전처가 낳은 아들도 함께 키우며 살았다.

경찰 조사 결과 둘 사이엔 최소 세 차례 임신이 이뤄졌다. 하지만 2019년 4월에 낳은 아이는 출산 직후 보육원에 보냈고, 두 번은 임신중절을 택했다. 모두 남편이 아이를 원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이후 A씨는 또다시 아이를 가졌고 임신 8개월 차인 지난해 12월 말까지 이 사실을 숨겼다. 남편이 임신 사실을 알면 임신중절을 종용할 것을 걱정해서다. 예상은 적중했다. 남편은 아내의 임신 사실을 안 뒤 경제적 사정, 아버지의 병환, 전처 아들 양육 문제 등을 들었다.

A씨는 남편의 의견에 따랐다. 남편 도움이 없으면 아이를 낳거나 키울 수 없다고 판단했다. 부부가 처음부터 영아살해를 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산부인과를 알아봤지만 “임신 후기여서 중절수술을 할 수 없다”는 답만 들었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국내서 사용하지 못하는 낙태약을 구매했다. 낙태약 가격은 180만원이었고 송금한 뒤 약을 받았다. 낙태약 복용 후 진통이 왔다. 출산을 준비해야 하는 느낌이었다. A씨는 지난 1월8일 오후 6시45분쯤 안방 화장실 변기에 앉은 상태서 분만했다. 약 31주 된 남자아이였다.

A씨는 곧바로 남편에게 연락했다. 아이를 낳았으니 화장실로 오라고. 이에 B씨는 A씨의 상태를 재차 물어봤다. A씨는 “아파서 못 움직이겠다. 직접 와서 확인해달라. 혹시 살아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변기 물에 
잠긴 아들

B씨는 “나도 확인을 못하겠다.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아들(전처)을 데려다 주고 오겠다”며 집을 나갔다. A씨는 남편이 올 때까지 변기에 앉은 채 기다렸다. 휴대전화로 ‘탯줄 처리’ 등을 검색했다.

A씨는 오후 7시11분 119에 전화해 “집에서 아이를 낳았다”고 신고했다. B씨가 전화로 “지금 엘리베이터 타니까 이제 119에 신고해”라고 말한 직후였다.

A씨 부부는 오후 7시15분에 변기 물에 잠긴 아들을 꺼냈다. 영상 통화를 하는 과정서 갓난아이가 변기 속에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119 종합상황실 직원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아이는 119가 도착한 후 곧바로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오후 11시경 사망했다.

재판부는 “A씨 부부가 영아가 살아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는데도 분만 직후 약 30분간 아무 조치 없이 변기 안에 방치해 살해해 죄질이 나쁘다. 갓 태어난 아기의 생사가 보호자의 양육 의지나 환경에 따라 결정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아이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서 유기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친부모가 영아살해를 한 것은 아니다.

다운증후군을 갖고 태어난 영아를 친모 몰래 데려가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체포된 친부와 외할머니가 지난 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이날 오후 1시50분,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를 나선 40대 친부 C씨는 “살인 혐의를 인정하느냐” “아이가 아파서 범행한 것이 맞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60대 외할머니는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정말 미안하다”고 답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들은 2015년 3월 아내이자 딸인 친모가 병원에서 남자아이를 낳자 출산 당일 집으로 데려가 하루 동안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 및 이튿날 아이가 숨진 것을 확인한 뒤에는 시신을 인근 야산에 매장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아이 낳고 
그대로 방치

경찰은 이들이 아이를 살해하기 위해 하루 동안 방치한 것으로 보고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친부와 외할머니는 출산 전부터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아이가 다운증후군을 갖고 태어날 것을 미리 알고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파악됐다.

친모는 출산 후 병원에 입원해 있어 이 같은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잠정 조사됐다. 친부는 친모에게 “아이가 아픈 상태로 태어나 이내 사망했다”고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아살해죄서 살인죄로 혐의가 바뀐 경우도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영아살해죄로 구속한 피의자 친모에 대해 살인죄로 혐의를 변경했다. 해당 사건의 친모는 2018년 11월과 2019년 11월 각각 병원서 딸과 아들을 출산하고, 수시간이 지나 목졸라 살해한 뒤 자신이 살고 있는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소재 아파트 세대 내 냉장고에 시신을 보관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미 남편과의 사이에 12세 딸, 10세 아들, 8세 딸이 있었던 친모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또다시 임신하자 이 같은 범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친모의 범행은 보건당국 감사 결과 출산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는 되지 않은 ‘출생 미신고’ 사례가 드러나면서 현장 조사가 이뤄지던 중 밝혀졌다.

경찰은 친모로부터 범행 일체를 자백받아 지난달 23일 구속했다. 당시 구속영장에 적시된 혐의는 영아살해였다. 경찰은 친모가 분만 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상태서 제3의 장소로 이동해 범행한 점, 2년 연속으로 자신이 낳은 생후 1일짜리 아기를 살해하는 동일한 범죄를 저지른 점 등을 반영했다.

영아살해죄서 살인죄로 변경
“위기 임산부 지원 우선돼야”

경찰은 친모가 범행 당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에 관해서도 면밀히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친모를 체포한 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해온 친부를 살인 방조 혐의로 입건, 피의자로 전환했다.

친부는 경찰 조사 결과 현재까지 살인의 공모 혹은 방조와 관련한 혐의점은 드러난 바 없으나 면밀한 조사를 위해 신분을 참고인서 피의자로 전환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이같이 조처했다.

수사권 조정 이후 시행된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참고인을 상대로는 사건 혐의와 관련한 질문 등을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살해 피해자인 아기들의 친부이자, 범행 일체를 자백한 피의자인 친모를 단순 참고인으로 조사해서는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경찰이 일단 살인 방조 혐의로 친부를 형사 입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사당국의 한 관계자는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피조사자의 인권강화가 상당히 많이 이뤄졌다. 참고인을 상대로 피의자를 조사하듯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사건에 관해 집중적인 추궁을 하기 위해서는 피의자로 신분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친모에 대한 혐의를 살인죄로 변경하면서 신상정보 공개 가능성도 열렸다. 당초 친모에게 적용됐던 혐의인 영아살해죄는 특강법이 정한 범죄서 제외되지만, 변경 혐의인 살인죄의 경우 해당하기 때문에 향후 친모의 신상정보 공개를 위한 심의위원회 개최가 가능하다.

다만 친모가 친부와의 사이에 나이 어린 세 자녀를 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친모의 신상이 공개될 경우 남은 가족들에게 2차 피해의 우려도 존재한다. 이 때문에 신상공개 여부는 매우 신중한 검토를 거쳐 결정해야 할 문제다.

경찰 관계자는 “친모의 혐의를 영아살해죄서 살인죄로 변경하고, 친부를 방조 혐의로 입건했다. 그 이상의 내용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 말해줄 수 없다”고 전했다.

알든 모르든
친부 책임은?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 원장은 “영아살해·유기 사건의 재발을 막으려면 위기 임산부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 위기 임산부들이 관련 기관 어느 곳에 전화하더라도 정확한 정보를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또 출생 미등록 아동의 안전을 확인한 후 법률 지원 등 다양한 지원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출생 미등록 아동’ 전수조사 결과를 토대로 유형별로 접근·지원 방법을 달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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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