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맞아?’ 잔혹한 영아살해 백태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7.17 12:57:01
  • 호수 14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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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통 출산·냉장고 유기·야산 매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태어나자 마자 죽는 아이들이 있다. 방법도 각양각색. 친모가 변기통서 아이를 낳고 그대로 두거나, 살해한 뒤 냉장고에 유기되는 등 잔혹한 방법이다. 죽은 영아는 태어나서 울어보지도 못했건만, 이들을 살해한 부모들의 사연은 구구절절하다.

형법 제251조(영아살해)에는 ‘직계존속이 치욕을 은폐하기 위해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하거나 특히 참작할만한 동기로 인해 분만 중 또는 분만 직후의 영아를 살해한 때 10년 이하의 징역을 처한다’고 적시돼있다. 영아살해는 말 그대로 영아를 살해한 행위며, 아동학대 중 하나다. 

10대에서
20대까지

지난 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이 경찰청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2021년 영아살해 피의자 86명 중 20대가 38명(44.2%)으로 가장 많았고 20세 이하(14∼20세)는 29명(33.7%)으로 집계됐다. 두 연령대를 합하면 77.9%로 영아살해 피의자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어 30대 16명(19%), 40대 3명(3%)이었다. 성별로는 여성이 78명, 남성이 8명이었다.

같은 기간 영아유기 피의자 361명의 연령대는 20세 이하 73명(20%), 20대가 140명(39%)으로 두 연령대가 전체의 절반이 훌쩍 넘는 59%를 차지했다. 30대는 118명(33%), 40대가 16명(4%)이었으며 50대 이상도 12명(3%)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여성 291명, 남성 70명이었다.


10?20대가 영아살해·유기 범행서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보인 건 경제·사회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서 예상치 못하게 출산하게 되는 경우가 다른 연령대보다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기간 영아살해 범죄를 지역별로 보면 경기도(19건)가 가장 많았고 다음은 서울(12건)이었다.

과거에는 영아살해가 남아선호 사상 때문에 발생했다. 선별적 영아살해였는데, 이 경우는 출생 이후 여자 아이를 선별적으로 죽이거나, 태어났지만 돌보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했다. 

한국의 출생성비가 정상으로 돌아온 것은 2000년대부터다. 하지만 이때부터는 초음파검사가 시작돼 낙태를 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영아살해는 태어난 뒤 부모가 영아를 살해한 경우다. 영아살해 부모는 대부분 원치 않는 임신을 한 경우가 많아, 구구절절한 사연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 수법은 엽기적인 경우가 많다.

전주지법 형사5단독 노미정 부장판사는 지난달 22일 영아살해 혐의로 기소된 A(27·여)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1월8일 오후 6시45분 전북 전주시 덕진구 자택 안방 화장실서 자신이 낳은 아들을 남편 B씨(43)와 공모해 변기 안에 30분가량 방치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같은 혐의로 기소된 남편 B씨도 비슷한 형량이 선고됐다. 전주지법 형사1단독 김승곤 부장판사는 지난달 17일 B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120시간의 사회봉사와 5년간 아동 관련 기관 운영 및 취업 금지도 명령했다.

대부분 ‘원하지 않은 임신’ 이유로…
친모 몰래 짜고 살해 후 유기하기도


A씨와 B씨는 왜 영아를 살해한 것일까? 지난달 26일 전주지법 등에 따르면 A씨 부부는 같은 병원서 근무하던 동료였다. 교제를 시작한 4년 전부터 동거했다. A씨는 초혼, B씨는 재혼이었다. A씨는 지난해 10월부터 B씨 전처가 낳은 아들도 함께 키우며 살았다.

경찰 조사 결과 둘 사이엔 최소 세 차례 임신이 이뤄졌다. 하지만 2019년 4월에 낳은 아이는 출산 직후 보육원에 보냈고, 두 번은 임신중절을 택했다. 모두 남편이 아이를 원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이후 A씨는 또다시 아이를 가졌고 임신 8개월 차인 지난해 12월 말까지 이 사실을 숨겼다. 남편이 임신 사실을 알면 임신중절을 종용할 것을 걱정해서다. 예상은 적중했다. 남편은 아내의 임신 사실을 안 뒤 경제적 사정, 아버지의 병환, 전처 아들 양육 문제 등을 들었다.

A씨는 남편의 의견에 따랐다. 남편 도움이 없으면 아이를 낳거나 키울 수 없다고 판단했다. 부부가 처음부터 영아살해를 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산부인과를 알아봤지만 “임신 후기여서 중절수술을 할 수 없다”는 답만 들었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국내서 사용하지 못하는 낙태약을 구매했다. 낙태약 가격은 180만원이었고 송금한 뒤 약을 받았다. 낙태약 복용 후 진통이 왔다. 출산을 준비해야 하는 느낌이었다. A씨는 지난 1월8일 오후 6시45분쯤 안방 화장실 변기에 앉은 상태서 분만했다. 약 31주 된 남자아이였다.

A씨는 곧바로 남편에게 연락했다. 아이를 낳았으니 화장실로 오라고. 이에 B씨는 A씨의 상태를 재차 물어봤다. A씨는 “아파서 못 움직이겠다. 직접 와서 확인해달라. 혹시 살아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변기 물에 
잠긴 아들

B씨는 “나도 확인을 못하겠다.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아들(전처)을 데려다 주고 오겠다”며 집을 나갔다. A씨는 남편이 올 때까지 변기에 앉은 채 기다렸다. 휴대전화로 ‘탯줄 처리’ 등을 검색했다.

A씨는 오후 7시11분 119에 전화해 “집에서 아이를 낳았다”고 신고했다. B씨가 전화로 “지금 엘리베이터 타니까 이제 119에 신고해”라고 말한 직후였다.

A씨 부부는 오후 7시15분에 변기 물에 잠긴 아들을 꺼냈다. 영상 통화를 하는 과정서 갓난아이가 변기 속에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119 종합상황실 직원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아이는 119가 도착한 후 곧바로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오후 11시경 사망했다.

재판부는 “A씨 부부가 영아가 살아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는데도 분만 직후 약 30분간 아무 조치 없이 변기 안에 방치해 살해해 죄질이 나쁘다. 갓 태어난 아기의 생사가 보호자의 양육 의지나 환경에 따라 결정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아이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서 유기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친부모가 영아살해를 한 것은 아니다.


다운증후군을 갖고 태어난 영아를 친모 몰래 데려가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체포된 친부와 외할머니가 지난 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이날 오후 1시50분,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를 나선 40대 친부 C씨는 “살인 혐의를 인정하느냐” “아이가 아파서 범행한 것이 맞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60대 외할머니는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정말 미안하다”고 답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들은 2015년 3월 아내이자 딸인 친모가 병원에서 남자아이를 낳자 출산 당일 집으로 데려가 하루 동안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 및 이튿날 아이가 숨진 것을 확인한 뒤에는 시신을 인근 야산에 매장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아이 낳고 
그대로 방치

경찰은 이들이 아이를 살해하기 위해 하루 동안 방치한 것으로 보고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친부와 외할머니는 출산 전부터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아이가 다운증후군을 갖고 태어날 것을 미리 알고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파악됐다.

친모는 출산 후 병원에 입원해 있어 이 같은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잠정 조사됐다. 친부는 친모에게 “아이가 아픈 상태로 태어나 이내 사망했다”고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아살해죄서 살인죄로 혐의가 바뀐 경우도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영아살해죄로 구속한 피의자 친모에 대해 살인죄로 혐의를 변경했다. 해당 사건의 친모는 2018년 11월과 2019년 11월 각각 병원서 딸과 아들을 출산하고, 수시간이 지나 목졸라 살해한 뒤 자신이 살고 있는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소재 아파트 세대 내 냉장고에 시신을 보관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미 남편과의 사이에 12세 딸, 10세 아들, 8세 딸이 있었던 친모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또다시 임신하자 이 같은 범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친모의 범행은 보건당국 감사 결과 출산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는 되지 않은 ‘출생 미신고’ 사례가 드러나면서 현장 조사가 이뤄지던 중 밝혀졌다.

경찰은 친모로부터 범행 일체를 자백받아 지난달 23일 구속했다. 당시 구속영장에 적시된 혐의는 영아살해였다. 경찰은 친모가 분만 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상태서 제3의 장소로 이동해 범행한 점, 2년 연속으로 자신이 낳은 생후 1일짜리 아기를 살해하는 동일한 범죄를 저지른 점 등을 반영했다.

영아살해죄서 살인죄로 변경
“위기 임산부 지원 우선돼야”

경찰은 친모가 범행 당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에 관해서도 면밀히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친모를 체포한 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해온 친부를 살인 방조 혐의로 입건, 피의자로 전환했다.

친부는 경찰 조사 결과 현재까지 살인의 공모 혹은 방조와 관련한 혐의점은 드러난 바 없으나 면밀한 조사를 위해 신분을 참고인서 피의자로 전환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이같이 조처했다.

수사권 조정 이후 시행된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참고인을 상대로는 사건 혐의와 관련한 질문 등을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살해 피해자인 아기들의 친부이자, 범행 일체를 자백한 피의자인 친모를 단순 참고인으로 조사해서는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경찰이 일단 살인 방조 혐의로 친부를 형사 입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사당국의 한 관계자는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피조사자의 인권강화가 상당히 많이 이뤄졌다. 참고인을 상대로 피의자를 조사하듯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사건에 관해 집중적인 추궁을 하기 위해서는 피의자로 신분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친모에 대한 혐의를 살인죄로 변경하면서 신상정보 공개 가능성도 열렸다. 당초 친모에게 적용됐던 혐의인 영아살해죄는 특강법이 정한 범죄서 제외되지만, 변경 혐의인 살인죄의 경우 해당하기 때문에 향후 친모의 신상정보 공개를 위한 심의위원회 개최가 가능하다.

다만 친모가 친부와의 사이에 나이 어린 세 자녀를 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친모의 신상이 공개될 경우 남은 가족들에게 2차 피해의 우려도 존재한다. 이 때문에 신상공개 여부는 매우 신중한 검토를 거쳐 결정해야 할 문제다.

경찰 관계자는 “친모의 혐의를 영아살해죄서 살인죄로 변경하고, 친부를 방조 혐의로 입건했다. 그 이상의 내용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 말해줄 수 없다”고 전했다.

알든 모르든
친부 책임은?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 원장은 “영아살해·유기 사건의 재발을 막으려면 위기 임산부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 위기 임산부들이 관련 기관 어느 곳에 전화하더라도 정확한 정보를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또 출생 미등록 아동의 안전을 확인한 후 법률 지원 등 다양한 지원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출생 미등록 아동’ 전수조사 결과를 토대로 유형별로 접근·지원 방법을 달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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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