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여의도 장관들 막전막후

수도권 사수 점령군이 떴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최근 현직 장관들의 여의도 컴백설이 제기되면서 여러 하마평이 난무하고 있다. 이들이 내년 총선에 출마한다는 이야기가 자꾸 거론된다. 내년 총선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기 위해선 수도권 승리가 필수다. 이들을 얼굴로 앞세워 국민의힘은 수도권서 승기를 잡을 수 있을까?

여의도 출신 장관들이 슬슬 총선 채비에 나서는 모양새다. 조만간 이들이 여의도로 복귀한다는 이야기가 정치권서 자주 언급되고 있다. 가장 유력한 인물은 권영세 통일부 장관으로 이번 소폭 개각서 유일하게 교체됐다. 권 장관은 국회로 되돌아오는 1호 케이스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윤석열정부 출범과 동시에 인선된 인물 중 한 명이었다. 

9개월
앞두고…

그런 그가 예상보다 빠르게 국회로 되돌아오는 점을 미뤄봤을 때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행보로 읽힌다. 윤석열 대통령은 통일부의 역할 재정립에 강력 드라이브를 걸었다. 권 장관은 이 같은 기조에도 북한과 대화, 타협 이야기를 많이 해왔던 인물이다. 

즉, 윤 대통령의 국정 콘셉트와 잘 맞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결국 윤 대통령과 권 장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원포인트’ 개각으로 평가된다. 권 장관은 국민의힘 전략통으로 당내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연착륙하도록 진두지휘해왔다.

실제로 그는 대선 기간에는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특보단장을 맡았다가 당내 분란이 발생하자 선거대책본부장으로서 전략을 짰다. 당내서 권 장관에게 내리는 평가는 온건, 신중한 성격으로 보수 진영의 대표적 전략가로 통한다. 국회 컴백 후 당장 존재감을 발휘하기보다는 스페어 타이어로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릴 때 친윤(친 윤석열) 세력의 구심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으로도 권 장관은 김 대표 체제를 측면서 지원하며, 총선 전략을 짜는 등 대통령실과 당의 가교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국민의힘 내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인재 영입에도 활약할 예정이다. 앞서 권 장관은 중량감 있는 역할을 도맡아 해왔던 만큼 이번 총선서도 어떤 인물들을 발굴해낼지에 관심이 쏠린다. 

2021년 재보궐선거 당시에도 권 장관은 외부 인사 영입을 맡았던 바 있다. 그러나 그에게도 빨리 총선 준비에 몰두할 수밖에 없던 이유가 있다. 그의 지역구 민심이 심상치 않아서다. 권 장관의 현 지역구는 서울 용산으로 앞서 지난 총선서 그는 적은 표 차이로 신승했었던 만큼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현재 용산은 대통령실 이전 문제와 이태원 참사 문제로 한참 뒤숭숭한 상황인 데다 권 장관과 호흡을 맞췄던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직무수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책임론이 점차 박 구청장을 넘어 권 장관에게도 향하고 있는 만큼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구청장은 권 장관의 정책특보 출신으로 아주 밀접한 관계다. 이른 복귀를 타진할 수밖에 없던 이유다. 

줄줄이 복귀, 새로운 가교 역할?
험지 출마로 내년 총선 힘 보태기

특히 용산은 대통령실이 위치한 핵심 지역으로 윤정부를 상징하는 정치적 상징성도 갖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금부터 관리가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당 복귀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내년 총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서 권 장관 입장에선 하루라도 빨리 지역민심을 다져놔야 유리할 수밖에 없다. 권 장관을 필두로 여의도 출신 장관들도 하나둘 복귀 시점을 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 장관이 빠르게 국회로 되돌아오는 이유 중 하나도 여의도 출신 장관들의 복귀 물꼬를 트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가에선 권 장관에 이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오는 9월, 혹은 연말에 복귀한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온다. 이들이 내년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내년 1월11일 전에는 모두 돌아와야 한다. 선거 3개월 전이다. 

원 장관은 윤정부의 스타 장관 중 한 명으로 대선 기간 동안 ‘이재명 저격수’ ‘대장동 1타 강사’로 인지도를 끌어올렸으며 윤 대통령의 부름으로 국토부 장관에 임명됐다. 이후 현장을 자주 찾으면서 일하는 장관이라는 수식어도 함께 얻기도 했다. 

이번 개각에서는 유임됐지만, 차기 개각에선 원 장관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함께 내년 4월 총선서 판세를 뒤흔들 수 있을 인물로 거론된다. 이른바 ‘조커’ 역할을 하는 셈이다. 원 장관의 출마 지역을 두고서도 여러 하마평이 난무하는 가운데, 수도권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못 해도 출마설이 도는 지역구가 최소한 15군데에 이를 정도다. 대표적으로 서울 동작구와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있는 고양시다. 동작구는 재개발 이슈로 원 장관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지역이다. 

최근 해당 동작구 상도동 일대의 재개발 사업은 인가 처리까지 완료된 상태다. 고양시 공천도 재개발과 자객 공천을 통해 심 의원을 잡겠다는 의도서 나온 말이다. 자객 공천은 낙선시킬만한 핵심 인물과 지역을 골라 선수를 내세우는 전략이다.

자객 공천
조커 역할

이 같은 자객공천설이 제기되고 있는 배경에는 최근 대곡소사선 개통식 하루 전날, 국토부가 심 의원에게 참석하지 말라고 통보했던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심 의원은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서 원 장관에게 고양시에 출마하느냐고 질의했던 바 있다.

이 밖에 본래 국회의원직을 했던 양천구 지역에도 경쟁자로 이름을 올린다. 현재 조수진 최고위원이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지만, 최근 조 최고위원은 설화 등 다수의 의혹으로 곤욕을 치렀다. 자신 있게 출범했던 민생특위 역시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주소지를 일찌감치 양천구로 옮겼지만, 상황은 여전히 좋지 못하다.

이렇듯 원 장관이 여러 하마평에 오르는 이유는 국민의힘 출신 인물 중 험지에 출마해도 충분히 경쟁력을 펼칠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출마지로 거론되는 지역들에 대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당내에선 총선 전략 카드로 분류하고 있다. 

또 다른 카드로 내세울 인물은 이 장관이다. 이 장관은 윤심(윤 대통령의 마음)에 속한 대표적인 3인방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인물로 수도권 전략공천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이 장관은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바 있다.


데뷔전도 무난히 치렀다. 당시 정무위원회 첫 업무보고 당시 전체회의서 국무조정실장에게 문재인정부의 코로나 뉴딜에 대한 문제를 지적해 이목을 끌었다. 이후 윤정부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임명돼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굵직한 성과도 내놨다. 납품대금 연동제를 비롯해 ▲복수의결권 ▲챗GPT를 개발한 오픈 AI와 국내 스타트업 간 협업 정례화 등의 성과다. 이를 바탕으로 IT·벤처 사업가 출신임을 고려해 수도권·중원 벨트에 전략공천 가능성이 제기된다. 본인 역시 지역구 도전을 고심한다고 전해졌지만, 이 장관 측은 당분간은 장관직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새 창구

그는 최고위원 출마 당시 “청년 인재의 이력, 경력을 데이터·플랫폼화해서 맞춤형 인재를 필요한 곳에 활용하겠다”며 미래 싱크탱크 구축 구상을 내놓는 등 청년정책에 방점을 찍었던 바 있다. 그만큼 청년층의 인재 영입도 감안하고 있는 것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총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박 장관은 이르면 오는 9월, 늦어도 연말 무렵에 국민의힘에 복귀할 태세다. 박 장관이 노리는 지역구도 서울이나 수도권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정치 1번지로 거론되는 종로나 자신의 본래 지역구인 강남으로의 복귀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광진·중랑구 등 수도권 험지로 불리는 지역 중 탈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는 지역에도 공천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에 자리를 오래 비워왔던 만큼 당 복귀 후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박 장관은 윤 대통령이 지키려 했던 인물로 앞서 해외순방 기간 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비속어 논란 당시 책임론이 불거진 바 있다. 민주당 등 야당은 박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으나 윤 대통령이 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장관 역시 윤 대통령에게 신임이 두터운 인물로 여겨진다. 

이 밖에 현직 국무위원 중 총선 출마가 가시화된 인물엔 추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있다. 그는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으로 대구 달성군에 출마해 당선됐다. 21대 국회 들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로 활동했고 지난해 3월 원내 수석부대표까지 지냈다. 

정통 관료 출신인 그는 야당과 예산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적임자로 선택돼 지난해 4월 경제부총리로 임명됐다. 보수 핵심 지역인 대구 달성구가 지역구다. 현재 TK(대구·경북)는 과거 친박(친 박근혜) 세력부터 보수 정치인들이 호시탐탐 재기를 노리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내부 공천 경쟁이 심한 지역 중 한 곳으로 추 장관은 내년도 예산안 처리 후 지역구에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 나온다. 일각에선 현 정권의 경제기조를 상징하는 인물인데 교체에 명분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지적도 있다. 

공천 파동 겪었던 인사들 결과 안다?
몇 명 나간다고 민심 바뀌지 않는다?

추 장관 역시 “출마는 대통령의 뜻”이라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TK 역시 민심이 심상치 않은 만큼 일정 부분 역할이 필요하다는 말들이 오간다. 

이들이 여의도로 복귀하면 곧바로 국민의힘도 총선 모드로 전환된다. 윤 대통령도 차기 총선서 스타 장관이 필요하다고 밝힌 만큼 총선서 다양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총선 결과는 공천과 맞물린다. 현역 장관들이 어떻게 총선을 이끄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며 “거론되는 장관들이 아무래도 정치를 오래 하던 인물들이다. 박근혜정권 때부터 공천이 어떤 결과를 이끌어냈는지 잘 아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국민의힘도 공천 과정서 보다 더 섬세하고 세련되도록 진행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들이 여의도로 컴백한다고 하더라도 당내 분란을 의식해 당장 존재감을 드러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현재 당내서 신구 윤핵관의 불안한 기류도 흐르는 만큼 이들 역시 윤 대통령의 측근으로서 당내 구도가 변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내년 총선은 윤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승리를 거머쥐어야 하는 만큼 이들에게 험지 출마를 요구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선 이들이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려고 하겠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상당하다. 수도권 민심이 심상치 않은 데다, 수도권임에도 강남 등 전통적으로 보수당에게 유리한 지역구에 출마할 수도 있는 탓이다. 

반면 이들이 나선다고 해도 큰 반향은 일으키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몇 명 출마한다고 수도권 민심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솔직히 본인들이 다른 지역구 하나를 빨리 잡아서 지금부터 관리하는 게 맞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구 윤핵관
불안한 기류도

이들은 윤정부서 일했던 윤 대통령의 사람들로 원하는 지역에 공천할 경우, 오히려 당내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이 공천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을 수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장관까지 지냈던 인물들에게 좋은 지역구를 줄 리가 없다”며 “대통령실 혹은 측근들을 심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장관들이 힘을 발휘하기에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한 달 만에 총선 행보?

최근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의 총선 출마설이 제기된 가운데, 당사자인 박 장관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국민 뜻에 따르는 게 운명”이라며 다소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그는 “보훈부 수장으로서 대한민국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언급한 후의 발언이었던 만큼 총선 출마론에 더욱 힘이 실린다.

박 장관은 “내 의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며 “니즈라는 게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박 장관이 차기 총선에 출마할 경우, 6개월짜리 단명 장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윤석열정부는 국가보훈처를 국가보훈부로 승격시킨 뒤 박 전 의원을 초대 장관으로 임명했던 바 있다.

정치권에선 정치자금 수수 의혹, 사생활 논란으로 탈당한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의 지역구로 출마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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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