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7000만원 ‘대리모’ 직접 구해보니…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7.03 11:24:57
  • 호수 14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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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걸리면 불법 아닙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대리모 구합니다.” 대리모는 자신을 닮은 아이를 낳아서 키우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사람들의 마지막 선택지다. 사정없는 사람이야 없겠지만, 국내서 대리모는 엄연한 불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감수해야 할 부담도 크다.

대리모는 문자 그대로 아이를 대신 낳아주는 여성을 말한다. 한국에서는 불임 부부라 하더라도 대리모를 통해서 아이를 낳는 것은 합법이 아닌 불법이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23조(배아의 생성에 관한 준수사항)에는 ‘누구든지 금전, 재산상의 이익 또는 그 밖의 반대급부를 조건으로 배아나 난자 또는 정자를 제공해서 이용하거나 이를 유인해 알선하면 안 된다’고 명시돼있다. 

불임 부부 
유혹 손길

이에 따라 ▲체세포복제배아 등을 자궁에 착상시키거나 착상된 상태를 유지 또는 출산하도록 유인하거나 알선한 사람 ▲임신 외의 목적으로 배아를 생성한 사람 ▲희소·난치병 치료를 위한 연구 목적 외의 용도로 체세포핵이식행위 또는 단성생식행위를 한 사람 등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대리모를 통해 출산한 자녀가 친생자로 등록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2018년 5월18일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재판장 이은애 수석부장판사)는 A씨(남성)가 서울 종로구청장을 상대로 낸 가족관계등록사무의 처분에 대한 불복신청 사건서 A씨의 항고를 기각하고 1심 판단을 유지했다.

2006년 8월 결혼한 A씨 부부는 자연적인 임신과 유지가 어렵자 국내 한 대학병원을 통해 대리모 출산 방식으로 아이를 갖기로 했다. 이후 2016년 7월, 해당 병원서 A씨 부부의 정자와 난자로 생성된 수정란을 착상한 대리모 B씨는 이듬해 3월 미국의 한 병원서 딸을 출산했다.


유전자 검사 결과 A씨 부부의 딸이 맞지만 당시 미국 병원이 발행한 출생증명서에는 대리모 B씨가 엄마로 기재됐다.

B씨로부터 딸을 인계받은 A씨는 같은 해 7월 종로구청에 딸의 출생신고를 하면서 출생신고서의 ‘모’란에 아내 C씨의 이름을 기재했다. 그러나 출생신고서에 기재된 모의 이름과 미국 병원이 발행한 출생증명서에 기재된 모의 이름이 일치하지 않은 것을 발견한 종로구청은 출생신고를 수리하지 않았다.

이에 반발한 A씨는 소송을 냈다. A씨는 “가족관계등록법이 정한 바에 따라 출생신고서에 출생증명서를 첨부했다. 생명윤리법이 금지하는 영리 목적의 대리모 계약도 아니고, 또 부부의 수정란을 착상하는 방법에 의한 대리모는 법률상 금지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카자흐스탄으로 이동
출산까지 모든 절차 현지서 진행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인공수정 등 과학기술 발전에 맞춰 법률상 부모를 ‘출산’이라는 자연적 사실이 아니라 유전적인 공통성 또는 수정체의 제공자와 출산모의 의사를 기준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모자 관계는 단순히 법률관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정 ▲약 40주의 임신 기간 ▲출산의 고통과 수유 등 오랜 시간을 거쳐 형성된 부분이 포함돼 있어 적서적인 유대관계 역시 ‘모성’으로서 법률상 보호받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우리 민법상 부모를 결정하는 기준은 ‘모의 출산’이라는 ‘자연적 사실’이다. 수정체의 제공자를 부모로 보는 경우 여성이 출산에만 봉사하게 되거나 형성된 모성을 억제해야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정자와 난자를 제공한 사람은 민법상 ‘입양’, 특히 친양자입양을 통해 출생자의 친생부모와 같은 지위를 가질 수 있다. 우리 민법상 부모를 결정하는 기준은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서 대리모는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대리모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 ▲부부의 정자와 난자가 건강해 수정은 되지만 자궁에 수정란 착상과 이후 과정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 ▲남편의 정자는 건강하나 아내의 난자가 수정되지 않는 경우 ▲지병 등으로 임식 혹은 출산이 산모의 건강에 심각한 위해가 될 경우 ▲비혼 혹은 미혼이나 아이를 원하는 경우 ▲게이 또는 트랜스젠더 부부가 아이를 갖고 싶은 경우다.


이들은 최후의 수단으로 외국 대리모를 찾는다. 실제로 인터넷 창에 ‘대리모’만 검색하면 대리모를 연결해주는 업체들이 수두룩하다.

최후의 수단
외국서 구해

이들 업체는 “신장이나 심장에 문제가 있는 경우, 암 환자, 심각한 임신 중독증, 신경정신과 질환으로 투약 중인 환자, 각종 자가면역질환, 희소 질환자는 임신이 불가능하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원인 불명의 난임’”이라며 “고령으로 인한 시험관 실패도 여기에 속한다. 사회 전반적으로 혼인 연령이 높아져 보통 여성은 30대 후반서 40대 초반에 결혼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후 1~2년간 자연임신을 시도하다가 난임병원서 시험관 임신을 준비한다. 마지막으로 시험관서도 실패하면 연락을 주는 사람이 많다. 자연임신이 가능했다면 업체에 연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처음부터 대리모 출산을 원하는 부부는 단 한명도 없다”며 “대리모도 결국 난임치료의 한 가지 방법일 뿐이며 직업도 있다. 이들은 자궁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자궁을 제공하고 금전적 대가를 받는 것이다. 이런 상황인데 대리모가 필요한 사람이 이기적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해당 사이트에는 금액과 절차도 나와 있다. 총 7회 차로 진행되며 1회 차는 한국서 동의서를 작성한다. 이때 500만원을 지불해야 하고, 2회 차는 현지에 방문해 대리모를 계약하고 정자와 난자를 채취한다. 이때 1000만원을 지불한다.

3회 차에는 대리모와 계약 후 3일 이내 500만원을 내야 하고, 4회 차에는 임신이 확정된 것을 확인한 뒤 500만원을 내야 한다. 임신 12주 차 경과 시 5차로 500만원을, 임신 24주 차가 지나면 500만원을 더 내야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출산 때는 현지로 재방문해야 하며 4000만원을 또 지불해야 한다. 총 드는 금액은 대략 7500만원으로 환율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

넘치는
사기꾼

여기서 끝나는 건 아니다. 추가 금액은 ▲PGS 배아당 50만원 ▲동결보존 배아가 남아있을 경우 배아 이식 추가 시도 140만원 ▲동결보존 배아가 남아 있지 않아 이식을 못한 상태서 배아 생성 추가 시 700만원 ▲첫 방문 때 배아가 생성되지 않아 이식을 못한 상태서 배아 생성 추가 시도 시 560만원 ▲다태 임신·출산 시 500만원 ▲의학적 사유의 제왕절개 400만원 ▲자궁 외 임신 130만원 ▲임신·출산 과정 중 발생한 임신 합병증으로 수술이 필요하거나 대리모 장기의 영구적 소실 또는 기능 장애가 예상되는 경우 250만원 등이다.

돈이 없는 사람은 시도조차 하지 못할 금액이다. <일요시사>는 해당 업체와 상담을 시도해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업체는 상담 전 결혼과 질병을 확인했다. ‘혼인 상태인 사람만 대리모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다’고 쓰여 있지만, 별 다른 서류 확인 절차는 없었다. 즉, 미혼이거나 불임 판정을 받지 않아도 대리모를 쓸 수 있다는 의미다.

업체는 “상담, 계약, 배란을 위한 출국, 배아 생성 후 대리모 계약을 위한 출국, 임신‧출산 예정일을 맞춘 출국으로 과정이 진행된다. 만약 배아가 생성되지 않았거나 이식했는데 착상이 안 되면 이전 단계를 반복한다”며 “이 모든 과정이 한 번에 성공해 빨리 진행될 경우 1년이 걸린다. 대리모는 카자흐스탄서 만난다. 원래는 우크라이나서 했는데 너무 많이 알려져 문제가 됐다. 국가는 계속 옮기고 숨기는데, 인터넷 후기나 정보가 없는 건 우리가 통제하기 때문이다. 국가가 개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리모는 불법이 아니지만, 국가가 좋아하진 않는다. 정확하게 말하면 합법도 아니고 불법도 아니다. 관련 규정이 없다. 만약 불법이었으면 이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대리모 지원자는 많은데 좋은 조건을 가진 대리모는 드물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준을 가지고 있다. 좋은 조건을 가진 대리모 후보자를 선택해서 권한다”고 부연했다.

“최상 조건 여성들 준비”
1년 걸려 최소 7500만원


업체에 따르면 대리모 후보자는 나이, 체형, 인종, 출산 경험, 과거 프로그램 참여 경험 등으로 체형은 BMI 정상, 나이는 20대 중반서 후반을 가장 선호하며 가급적 러시아계 사람으로 한다. 비용이 맞지 않아 한국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들은 모든 과정이 끝나고 대리모가 출산해도 ‘대리모 기록’은 남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업체 관계자는 “현지 병원 발행 출생기록을 갖고 현지 관공서에 출생신고 시 현지 출생증명서가 나온다. 이 증명서를 한국에 보내 구청이나 주민센터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며 “출생신고가 완료되면 아이 여권이 발급되고 그 여권으로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들어올 수 있다. 그렇다면 외국서 출산한 자녀로 등록되는 것이다. 입양이나 대리모 사실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리모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선 부부가 카자흐스탄에 직접 가야 하기 때문에 직장을 다니면서 진행하는 데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업체는 대리모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전 대면 상담부터 받아보라고 권했으며 그 외 다른 정보는 받을 수 없었다.

불법 외에도 문제는 존재했다. 법적인 보호장치가 전혀 없어 사기를 당해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난자 매매와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낳아주겠다고 속여 1억7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30대 브로커가 항소심서 실형을 선고받은 적도 있다.

D씨는 2014년 10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난자를 매매하고 대리모를 알선해 아이를 낳아주겠다고 속여 피해자 6명으로부터 1억74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챘다. 그는 “아파트에 대리모들이 살고 있다. 동남아 계열 대리모 4000만원, 한국인 대리모 6000만원의 비용이 든다”고 피해자를 속여 난자 공여 값이나 계약금을 챙겼다. 


D씨는 또 2016년 7월 한 여성에게 미국인 불임 부부에게 난자를 제공해 대리모 역할을 해 아이를 낳아주면 5000만원을 주겠다고 제안한 뒤 계약금 300만원을 주고 난자를 불법 채취했다.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난자를 매매하거나 대리모를 소개해주겠다고 광고하기도 했다. D씨는 자신의 아이를 낳아 키우고 싶다는 소망을 이용해 사기를 친 것이다.

모호한 규정
싹 손질해야

한 대리모 관련 연구 전문가는 “한국은 대리모에 관한 법정 규정이 애매하다. ‘하면 안 된다’ ‘된다’ ‘뭔가 문제가 있으면 처벌한다’ 이런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 정자나 난자 생식세포 공여에 대해서는 있지만, 대리모에 대해서는 없는 것”이라며 “그렇다고 해도 되는 건 아니다. 매혈이나 장기매매를 금지하고 있는 것처럼 아무리 환자의 목적이 급해도 다른 사람의 몸을 거래하는 대리모 시술은 불법이다. 그러나 가족 간이라든지, 소위 말하는 이타적 목적과 불임 부부를 돕기 위한 시술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는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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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