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7000만원 ‘대리모’ 직접 구해보니…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7.03 11:24:57
  • 호수 1434호
  • 댓글 0개

“안 걸리면 불법 아닙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대리모 구합니다.” 대리모는 자신을 닮은 아이를 낳아서 키우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사람들의 마지막 선택지다. 사정없는 사람이야 없겠지만, 국내서 대리모는 엄연한 불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감수해야 할 부담도 크다.

대리모는 문자 그대로 아이를 대신 낳아주는 여성을 말한다. 한국에서는 불임 부부라 하더라도 대리모를 통해서 아이를 낳는 것은 합법이 아닌 불법이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23조(배아의 생성에 관한 준수사항)에는 ‘누구든지 금전, 재산상의 이익 또는 그 밖의 반대급부를 조건으로 배아나 난자 또는 정자를 제공해서 이용하거나 이를 유인해 알선하면 안 된다’고 명시돼있다. 

불임 부부 
유혹 손길

이에 따라 ▲체세포복제배아 등을 자궁에 착상시키거나 착상된 상태를 유지 또는 출산하도록 유인하거나 알선한 사람 ▲임신 외의 목적으로 배아를 생성한 사람 ▲희소·난치병 치료를 위한 연구 목적 외의 용도로 체세포핵이식행위 또는 단성생식행위를 한 사람 등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대리모를 통해 출산한 자녀가 친생자로 등록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2018년 5월18일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재판장 이은애 수석부장판사)는 A씨(남성)가 서울 종로구청장을 상대로 낸 가족관계등록사무의 처분에 대한 불복신청 사건서 A씨의 항고를 기각하고 1심 판단을 유지했다.

2006년 8월 결혼한 A씨 부부는 자연적인 임신과 유지가 어렵자 국내 한 대학병원을 통해 대리모 출산 방식으로 아이를 갖기로 했다. 이후 2016년 7월, 해당 병원서 A씨 부부의 정자와 난자로 생성된 수정란을 착상한 대리모 B씨는 이듬해 3월 미국의 한 병원서 딸을 출산했다.


유전자 검사 결과 A씨 부부의 딸이 맞지만 당시 미국 병원이 발행한 출생증명서에는 대리모 B씨가 엄마로 기재됐다.

B씨로부터 딸을 인계받은 A씨는 같은 해 7월 종로구청에 딸의 출생신고를 하면서 출생신고서의 ‘모’란에 아내 C씨의 이름을 기재했다. 그러나 출생신고서에 기재된 모의 이름과 미국 병원이 발행한 출생증명서에 기재된 모의 이름이 일치하지 않은 것을 발견한 종로구청은 출생신고를 수리하지 않았다.

이에 반발한 A씨는 소송을 냈다. A씨는 “가족관계등록법이 정한 바에 따라 출생신고서에 출생증명서를 첨부했다. 생명윤리법이 금지하는 영리 목적의 대리모 계약도 아니고, 또 부부의 수정란을 착상하는 방법에 의한 대리모는 법률상 금지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카자흐스탄으로 이동
출산까지 모든 절차 현지서 진행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인공수정 등 과학기술 발전에 맞춰 법률상 부모를 ‘출산’이라는 자연적 사실이 아니라 유전적인 공통성 또는 수정체의 제공자와 출산모의 의사를 기준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모자 관계는 단순히 법률관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정 ▲약 40주의 임신 기간 ▲출산의 고통과 수유 등 오랜 시간을 거쳐 형성된 부분이 포함돼 있어 적서적인 유대관계 역시 ‘모성’으로서 법률상 보호받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우리 민법상 부모를 결정하는 기준은 ‘모의 출산’이라는 ‘자연적 사실’이다. 수정체의 제공자를 부모로 보는 경우 여성이 출산에만 봉사하게 되거나 형성된 모성을 억제해야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정자와 난자를 제공한 사람은 민법상 ‘입양’, 특히 친양자입양을 통해 출생자의 친생부모와 같은 지위를 가질 수 있다. 우리 민법상 부모를 결정하는 기준은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서 대리모는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대리모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 ▲부부의 정자와 난자가 건강해 수정은 되지만 자궁에 수정란 착상과 이후 과정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 ▲남편의 정자는 건강하나 아내의 난자가 수정되지 않는 경우 ▲지병 등으로 임식 혹은 출산이 산모의 건강에 심각한 위해가 될 경우 ▲비혼 혹은 미혼이나 아이를 원하는 경우 ▲게이 또는 트랜스젠더 부부가 아이를 갖고 싶은 경우다.


이들은 최후의 수단으로 외국 대리모를 찾는다. 실제로 인터넷 창에 ‘대리모’만 검색하면 대리모를 연결해주는 업체들이 수두룩하다.

최후의 수단
외국서 구해

이들 업체는 “신장이나 심장에 문제가 있는 경우, 암 환자, 심각한 임신 중독증, 신경정신과 질환으로 투약 중인 환자, 각종 자가면역질환, 희소 질환자는 임신이 불가능하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원인 불명의 난임’”이라며 “고령으로 인한 시험관 실패도 여기에 속한다. 사회 전반적으로 혼인 연령이 높아져 보통 여성은 30대 후반서 40대 초반에 결혼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후 1~2년간 자연임신을 시도하다가 난임병원서 시험관 임신을 준비한다. 마지막으로 시험관서도 실패하면 연락을 주는 사람이 많다. 자연임신이 가능했다면 업체에 연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처음부터 대리모 출산을 원하는 부부는 단 한명도 없다”며 “대리모도 결국 난임치료의 한 가지 방법일 뿐이며 직업도 있다. 이들은 자궁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자궁을 제공하고 금전적 대가를 받는 것이다. 이런 상황인데 대리모가 필요한 사람이 이기적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해당 사이트에는 금액과 절차도 나와 있다. 총 7회 차로 진행되며 1회 차는 한국서 동의서를 작성한다. 이때 500만원을 지불해야 하고, 2회 차는 현지에 방문해 대리모를 계약하고 정자와 난자를 채취한다. 이때 1000만원을 지불한다.

3회 차에는 대리모와 계약 후 3일 이내 500만원을 내야 하고, 4회 차에는 임신이 확정된 것을 확인한 뒤 500만원을 내야 한다. 임신 12주 차 경과 시 5차로 500만원을, 임신 24주 차가 지나면 500만원을 더 내야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출산 때는 현지로 재방문해야 하며 4000만원을 또 지불해야 한다. 총 드는 금액은 대략 7500만원으로 환율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

넘치는
사기꾼

여기서 끝나는 건 아니다. 추가 금액은 ▲PGS 배아당 50만원 ▲동결보존 배아가 남아있을 경우 배아 이식 추가 시도 140만원 ▲동결보존 배아가 남아 있지 않아 이식을 못한 상태서 배아 생성 추가 시 700만원 ▲첫 방문 때 배아가 생성되지 않아 이식을 못한 상태서 배아 생성 추가 시도 시 560만원 ▲다태 임신·출산 시 500만원 ▲의학적 사유의 제왕절개 400만원 ▲자궁 외 임신 130만원 ▲임신·출산 과정 중 발생한 임신 합병증으로 수술이 필요하거나 대리모 장기의 영구적 소실 또는 기능 장애가 예상되는 경우 250만원 등이다.

돈이 없는 사람은 시도조차 하지 못할 금액이다. <일요시사>는 해당 업체와 상담을 시도해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업체는 상담 전 결혼과 질병을 확인했다. ‘혼인 상태인 사람만 대리모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다’고 쓰여 있지만, 별 다른 서류 확인 절차는 없었다. 즉, 미혼이거나 불임 판정을 받지 않아도 대리모를 쓸 수 있다는 의미다.

업체는 “상담, 계약, 배란을 위한 출국, 배아 생성 후 대리모 계약을 위한 출국, 임신‧출산 예정일을 맞춘 출국으로 과정이 진행된다. 만약 배아가 생성되지 않았거나 이식했는데 착상이 안 되면 이전 단계를 반복한다”며 “이 모든 과정이 한 번에 성공해 빨리 진행될 경우 1년이 걸린다. 대리모는 카자흐스탄서 만난다. 원래는 우크라이나서 했는데 너무 많이 알려져 문제가 됐다. 국가는 계속 옮기고 숨기는데, 인터넷 후기나 정보가 없는 건 우리가 통제하기 때문이다. 국가가 개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리모는 불법이 아니지만, 국가가 좋아하진 않는다. 정확하게 말하면 합법도 아니고 불법도 아니다. 관련 규정이 없다. 만약 불법이었으면 이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대리모 지원자는 많은데 좋은 조건을 가진 대리모는 드물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준을 가지고 있다. 좋은 조건을 가진 대리모 후보자를 선택해서 권한다”고 부연했다.

“최상 조건 여성들 준비”
1년 걸려 최소 7500만원


업체에 따르면 대리모 후보자는 나이, 체형, 인종, 출산 경험, 과거 프로그램 참여 경험 등으로 체형은 BMI 정상, 나이는 20대 중반서 후반을 가장 선호하며 가급적 러시아계 사람으로 한다. 비용이 맞지 않아 한국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들은 모든 과정이 끝나고 대리모가 출산해도 ‘대리모 기록’은 남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업체 관계자는 “현지 병원 발행 출생기록을 갖고 현지 관공서에 출생신고 시 현지 출생증명서가 나온다. 이 증명서를 한국에 보내 구청이나 주민센터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며 “출생신고가 완료되면 아이 여권이 발급되고 그 여권으로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들어올 수 있다. 그렇다면 외국서 출산한 자녀로 등록되는 것이다. 입양이나 대리모 사실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리모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선 부부가 카자흐스탄에 직접 가야 하기 때문에 직장을 다니면서 진행하는 데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업체는 대리모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전 대면 상담부터 받아보라고 권했으며 그 외 다른 정보는 받을 수 없었다.

불법 외에도 문제는 존재했다. 법적인 보호장치가 전혀 없어 사기를 당해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난자 매매와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낳아주겠다고 속여 1억7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30대 브로커가 항소심서 실형을 선고받은 적도 있다.

D씨는 2014년 10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난자를 매매하고 대리모를 알선해 아이를 낳아주겠다고 속여 피해자 6명으로부터 1억74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챘다. 그는 “아파트에 대리모들이 살고 있다. 동남아 계열 대리모 4000만원, 한국인 대리모 6000만원의 비용이 든다”고 피해자를 속여 난자 공여 값이나 계약금을 챙겼다. 


D씨는 또 2016년 7월 한 여성에게 미국인 불임 부부에게 난자를 제공해 대리모 역할을 해 아이를 낳아주면 5000만원을 주겠다고 제안한 뒤 계약금 300만원을 주고 난자를 불법 채취했다.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난자를 매매하거나 대리모를 소개해주겠다고 광고하기도 했다. D씨는 자신의 아이를 낳아 키우고 싶다는 소망을 이용해 사기를 친 것이다.

모호한 규정
싹 손질해야

한 대리모 관련 연구 전문가는 “한국은 대리모에 관한 법정 규정이 애매하다. ‘하면 안 된다’ ‘된다’ ‘뭔가 문제가 있으면 처벌한다’ 이런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 정자나 난자 생식세포 공여에 대해서는 있지만, 대리모에 대해서는 없는 것”이라며 “그렇다고 해도 되는 건 아니다. 매혈이나 장기매매를 금지하고 있는 것처럼 아무리 환자의 목적이 급해도 다른 사람의 몸을 거래하는 대리모 시술은 불법이다. 그러나 가족 간이라든지, 소위 말하는 이타적 목적과 불임 부부를 돕기 위한 시술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는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alswn@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