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차 손님’ 신상 현찰 거래 추적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07.03 12:13:51
  • 호수 1434호
  • 댓글 3개

“남편 성매매 알려드립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성매매 업소가 손님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돈벌이로 사용하다 적발됐다. 업주들은 성매수자의 전화번호는 물론, 직업까지 메모했는데 이는 잠복 경찰인지 미리 파악하기 위함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손님이 경찰인 것으로 의심될 경우 ‘○○○ 경찰’ 등으로 저장했다. 동종업자들끼리 공유해 단속을 피하려는 이유다. 특히, ‘진상 손님’을 걸러내기 위한 메모도 잊지 않았다. 이렇게 수집된 개인정보가 현찰로 거래되는 실태를 <일요시사>가 직접 확인했다. 

대부분의 성매매 업소는 ‘안마시술소’ 등 은유적 간판을 사용한다. 단속 때문에 ‘OO 안마’라는 간판을 걸어두지만, 실체는 성매매 업소인 셈이다. 업주들은 성매수자를 더욱 끌어들이기 위해 솔직한 광고 수단이 필요했다. ‘성매매 광고 사이트’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추천 업소
없인 불가

업주들은 사이트를 보고 연락한 성매수자가 경찰이나, 진상일까 걱정이 앞선다. 성매수자의 신상정보를 공유하는 ‘제로나인’ 앱을 설치한 이유다. 앱은 사이트에 가입된 업주만 설치할 수 있다. 까다로운 인증절차를 통과해야 하며, 월 이용료는 12만원이다.

2021년부터 지난 2월까지 전국 6400여개 성매매 업주를 회원으로 둔 제로나인의 전신 ‘더봄’의 운영진이 최근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달 22일, 경기남부경찰청은 운영진 3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성매매 업주 스마트폰에 저장된 성매수자의 정보를 불법으로 수집, 공유하면서 성매매처벌법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이용료 명목으로 18억4000만원의 수익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더봄 운영진이 벌어들인 수익도 몰수 조치했다. 운영진은 약 2년간 총 5100만건 이상의 개인정보를 수집했다. 중복 정보를 제외하면 약 460만건의 전화번호가 확인됐다. 이는 모두 성매매 업주들의 휴대폰서 수집된 정보로 방법은 간단하다. 업주가 휴대폰에 앱을 설치하면 자동으로 손님의 전화번호, 메모 등이 특정 서버에 저장된다.


이렇게 취합된 정보는 제로나인 이용자라면 누구나 찾아볼 수 있다. 다른 업주가 저장한 손님 정보도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앱에는 전화번호 조회 기능도 있어 특정인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검색하면 성매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하루 15건의 무료 검색이 가능하며, 이후 3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문제는 검색 대상자가 남성에 국한되는 것만이 아니다. 업소에 취업을 문의한 여성들의 번호도 공유된다는 점이다. 호기심에 연락한 무고한 사람까지 포함된다.

가입비 받고 개인정보 ‘실시간 공유’
제3자가 특정인 출입 여부 확인 가능

업계 관계자는 “장난삼아 사촌형 번호를 조회했는데, 수원까지 가서 그 짓(성매매)을 하고 왔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애인, 배우자 등의 성매매 이력을 확인해준다고 홍보해 부당이득을 취한 ‘유흥탐정’도 이 앱을 사용했다. 이들은 텔레그램, 카카오톡 오픈채팅 등 SNS로 의뢰받았다. 한 보이스피싱범은 성매수자에게 전화해 성매매 이력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요구한 사례도 있다.

<일요시사>는 앱을 어떻게 설치하는지 파악했다. 우선, 까다로운 성매매 업주 인증을 거쳐야 한다. 텔레그램 등을 통해 만난 운영자는 업소의 실체를 요구한다. 이 때문에 성매매 광고 사이트에 등록된 업소 정보가 담긴 이미지를 전송해야 한다. 이때 광고 제휴 기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보이도록 한다. 광고 기간이 만료된 업주는 받지 않는다. 

앱 설치를 원하는 업주를 신뢰할만한 다른 업소의 추천이 필요해 까다롭다. 추천업소는 ‘이 업주를 안심하고 추천한다’는 식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운영자에게 보내야 한다. 다른 업소의 추천이 확인되면, 신규 등록 양식을 받을 수 있다. 양식에는 ‘전화번호’ ‘업종’ ‘업체명’ ‘지역’ 등을 적어야 한다.

업종은 영업 형태를 의미한다. 오피, 안마방, 룸싸롱 등 다양한 형태가 포함된다. 업체명은 성매매 광고 제휴 사이트에 등록된 업소명이다.


등록 양식을 완성하면 앱을 설치할 수 있는 링크와 함께 계좌번호가 전송된다. 결제가 완료되면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생성되며, 앱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용비는 30일에 12만원, 60일에 20만원이다. 업주가 앱 설치를 위해 성매매 광고 사이트에 가입한 비용 12만원을 포함하면 최소 24만원을 지출한 셈이다.

성매매 광고 사이트는 지역·업종별로 특화돼있다. 먼저 수도권에 특화된 ‘오ⅩⅩⅩ니’ ‘오ⅩⅩⅩ걸’ 사이트가 있다. 이외에 지역별 사이트로는 부산 업소를 모아둔 ‘부산ⅩⅩⅩ’, 대구지역 ‘오피Ⅹ’, 충청권은 ‘오파Ⅹ’ 등이 존재한다.

제로나인 외 다양
앱 기술도 발전

업종별로도 주력하는 사이트가 따로 있다. ‘오피ⅩⅩ니’라는 사이트는 건전 마사지를 찾는 수요가 많고, 단순 성매매는 ‘OPⅩⅩ’에 몰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성매수자 정보를 공유하는 앱은 제로나인 외에도 다양하다. 최근 구속된 더봄은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했기에 긴 꼬리를 잡혔다. 일부 운영진이 체포됐지만, 해외에 서버를 둔 이상 뿌리 뽑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제로나인과 같은 아류가 여전히 판을 치는 이유다. 최근엔 ‘페이커’라는 동종 앱도 활개를 펴고 있다.

앱의 구동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기존에는 앱을 켜고 팝업창을 띄워 정보를 검색했으나 최근에는 기본 통화앱 형태로 진화했다. 스피커폰으로 통화도 가능해졌다. 다이얼을 눌러 발신과 수신이 모두 가능해졌다. 더봄 운영진이 검거됐지만, 동종업계 기술자들은 음지서 활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성매매 업계에도 카르텔은 존재한다. 여성·청소년 성매매 근절단(여청단)의 반전이 드러나면서 더욱 뚜렷해졌다. 여청단 전 대표인 신모씨 등은 ‘보도방(여성 접객원 소개업체)’ 업주들에게 ‘여청단에 가입하지 않으면 신고하겠다’고 협박한 혐의 등으로 2018년 기소됐다. 

여청단의 설립 목적과 실상은 달랐다. 2016년 신모씨 등이 성매매 근절을 명목으로 세운 여청단은 경기도 일대에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는 조직폭력배와 결탁했다. 2018년에는 경기도 비영리 민간단체로 등록하는 등 합법적인 시민단체로 위장했다.

자신들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업체에는 자동발신시스템을 이용한 이른바, ‘콜폭탄’을 행사했다. 성매매 업주의 휴대폰에 계속 전화를 걸어 영업을 방해한 것이다. 또 가입하지 않은 업소에 ‘탕치기’를 가해 영업을 방해했다. 탕치기는 손님으로 위장해 접대부를 폭행하고, 금품을 갈취하는 것을 말한다.

업소 카르텔
갈수록 늘어

2021년 법원은 여청단 간부 등 사건 관계자 4명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당시 수원지법 형사4단독 김두홍 판사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여청단 간부 A씨에게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 사건 현장서 범행에 가담한 폭력배 B씨에게도 똑같이 선고했다. 

김 판사는 “B씨가 직접적으로 피해자를 협박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당시 신씨 바로 옆에 앉아서 자신들의 세를 과시했다”며 “신씨와 공모해 피해자를 강요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앞서 여청단은 성매매 근절단체를 표방, 성매매업소의 불법영업을 신고하는 방식으로 업주들을 수하에 두고 상납금을 받았다. 자신들을 따르지 않는 업체는 지속적으로 신고하거나 콜폭탄을 걸며 영업을 방해하다가 수사망에 올랐다.

성매매 업계는 여청단 조직원이 성매매 광고 사이트에 오래전부터 개입한 것으로 봤다. 이들은 성매매 알선 사이트인 ‘밤의 전쟁’과 ‘아찔한 달리기’를 개설해 막대한 수익을 벌었다. 실제로 다수의 성매매 업소 광고를 했고, 업주들에게 가입을 강요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성매매 광고의 1세대로 불린다. 여청단 조직원은 필리핀서 생활하며 해당 사이트를 운영해왔으나, 경찰은 국제공조수사를 통해 붙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논란이 된 제로나인 등 성매수자 정보 앱도 여청단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해석했다. 성매매 광고 사이트에 등록된 업주만 가입할 수 있는 부분도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 관계자는 “다른 성매매 업소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는 건, 아는 사람끼리만 받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커지는 성매매 시장
강화되는 처벌 수위

성매매 업계가 온라인상에 보따리를 풀게 된 계기는 대략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2년 서울시는 청량리 집창촌이 지역발전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철거했다. 당시 용산, 영등포 등에 즐비한 집창촌들도 사라져갔다. 최근엔 수원역과 평택 쌈리 집창촌에 이어 파주 용주골도 70년 만에 폐쇄됐다. 그렇다고 성매수자의 욕구가 사라지진 않는다. 


공급이 줄어드니, 수요를 맞추기 위해 업주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단속을 피해 음지로 숨어든 곳이 온라인이다. 접대부의 사진, 서비스 시간, 가격까지 나와 있으니 청소년도 손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실제로 불법 온라인 성매매 광고는 전년 대비 증가했다. ‘서울시 인터넷 시민감시단’은 지난해 총 14만1313건의 불법 온라인 성매매 알선·광고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11년 출범 이래 역대 최대 실적으로, 전년 대비 1.3배 증가한 수준이다.

적발 현황을 플랫폼별로 보면 SNS를 활용한 광고가 12만735건(88.6%)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성매매 알선 사이트 1만5061건(11.0%), 메신저 518건(0.4%) 등이 뒤를 이었다. 내용별로는 출장 안마, 보도방 등 출장형 성매매 알선·광고가 7만2814건(53.4%)으로 가장 많았다. 성매매 알선 사이트 및 의심업소 구인광고는 1만5346건(11.3%)로 나타났다.

성매매도 성범죄의 일종이다. 성매매특별법에 따르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과료에 처하고 있다. 과거에는 기소유예나 벌금형 등 비교적 처벌이 비교적 가벼운 편이었으나, 최근에는 정식 기소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경찰청이 조사한 성매매 사범 단속 현황에 따르면 2018년 검거 건수는 약 7000여 건이며, 검거 인원은 1만6000여명이며 시장 규모는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온라인 활개
30조원 육박

국내 성매매 시장 규모는 30조원서 37조원에 이른다고 분석됐다. 시장 규모가 점차 커짐에 따라 성범죄에 대한 수사망도 촘촘해질 전망이다.

앞서 ‘더봄’ 운영자는 검거 전 수배 중인 상태서도 앱 명칭만 변경한 채 대포폰, 대포통장, 텔레그램으로 운영했다. 수익금 인출책에게는 전기자전거를 이용해 전국을 돌며 출금하도록 지시했다. 약 6개월간에 걸친 경찰의 추적 수사 끝에 운영자를 포함한 관련자 15명이 전원 검거됐다. 경기남부경찰청은 동종 범죄자 등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할 방침이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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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