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차 손님’ 신상 현찰 거래 추적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07.03 12:13:51
  • 호수 1434호
  • 댓글 3개

“남편 성매매 알려드립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성매매 업소가 손님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돈벌이로 사용하다 적발됐다. 업주들은 성매수자의 전화번호는 물론, 직업까지 메모했는데 이는 잠복 경찰인지 미리 파악하기 위함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손님이 경찰인 것으로 의심될 경우 ‘○○○ 경찰’ 등으로 저장했다. 동종업자들끼리 공유해 단속을 피하려는 이유다. 특히, ‘진상 손님’을 걸러내기 위한 메모도 잊지 않았다. 이렇게 수집된 개인정보가 현찰로 거래되는 실태를 <일요시사>가 직접 확인했다. 

대부분의 성매매 업소는 ‘안마시술소’ 등 은유적 간판을 사용한다. 단속 때문에 ‘OO 안마’라는 간판을 걸어두지만, 실체는 성매매 업소인 셈이다. 업주들은 성매수자를 더욱 끌어들이기 위해 솔직한 광고 수단이 필요했다. ‘성매매 광고 사이트’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추천 업소
없인 불가

업주들은 사이트를 보고 연락한 성매수자가 경찰이나, 진상일까 걱정이 앞선다. 성매수자의 신상정보를 공유하는 ‘제로나인’ 앱을 설치한 이유다. 앱은 사이트에 가입된 업주만 설치할 수 있다. 까다로운 인증절차를 통과해야 하며, 월 이용료는 12만원이다.

2021년부터 지난 2월까지 전국 6400여개 성매매 업주를 회원으로 둔 제로나인의 전신 ‘더봄’의 운영진이 최근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달 22일, 경기남부경찰청은 운영진 3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성매매 업주 스마트폰에 저장된 성매수자의 정보를 불법으로 수집, 공유하면서 성매매처벌법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이용료 명목으로 18억4000만원의 수익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더봄 운영진이 벌어들인 수익도 몰수 조치했다. 운영진은 약 2년간 총 5100만건 이상의 개인정보를 수집했다. 중복 정보를 제외하면 약 460만건의 전화번호가 확인됐다. 이는 모두 성매매 업주들의 휴대폰서 수집된 정보로 방법은 간단하다. 업주가 휴대폰에 앱을 설치하면 자동으로 손님의 전화번호, 메모 등이 특정 서버에 저장된다.


이렇게 취합된 정보는 제로나인 이용자라면 누구나 찾아볼 수 있다. 다른 업주가 저장한 손님 정보도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앱에는 전화번호 조회 기능도 있어 특정인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검색하면 성매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하루 15건의 무료 검색이 가능하며, 이후 3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문제는 검색 대상자가 남성에 국한되는 것만이 아니다. 업소에 취업을 문의한 여성들의 번호도 공유된다는 점이다. 호기심에 연락한 무고한 사람까지 포함된다.

가입비 받고 개인정보 ‘실시간 공유’
제3자가 특정인 출입 여부 확인 가능

업계 관계자는 “장난삼아 사촌형 번호를 조회했는데, 수원까지 가서 그 짓(성매매)을 하고 왔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애인, 배우자 등의 성매매 이력을 확인해준다고 홍보해 부당이득을 취한 ‘유흥탐정’도 이 앱을 사용했다. 이들은 텔레그램, 카카오톡 오픈채팅 등 SNS로 의뢰받았다. 한 보이스피싱범은 성매수자에게 전화해 성매매 이력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요구한 사례도 있다.

<일요시사>는 앱을 어떻게 설치하는지 파악했다. 우선, 까다로운 성매매 업주 인증을 거쳐야 한다. 텔레그램 등을 통해 만난 운영자는 업소의 실체를 요구한다. 이 때문에 성매매 광고 사이트에 등록된 업소 정보가 담긴 이미지를 전송해야 한다. 이때 광고 제휴 기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보이도록 한다. 광고 기간이 만료된 업주는 받지 않는다. 

앱 설치를 원하는 업주를 신뢰할만한 다른 업소의 추천이 필요해 까다롭다. 추천업소는 ‘이 업주를 안심하고 추천한다’는 식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운영자에게 보내야 한다. 다른 업소의 추천이 확인되면, 신규 등록 양식을 받을 수 있다. 양식에는 ‘전화번호’ ‘업종’ ‘업체명’ ‘지역’ 등을 적어야 한다.

업종은 영업 형태를 의미한다. 오피, 안마방, 룸싸롱 등 다양한 형태가 포함된다. 업체명은 성매매 광고 제휴 사이트에 등록된 업소명이다.


등록 양식을 완성하면 앱을 설치할 수 있는 링크와 함께 계좌번호가 전송된다. 결제가 완료되면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생성되며, 앱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용비는 30일에 12만원, 60일에 20만원이다. 업주가 앱 설치를 위해 성매매 광고 사이트에 가입한 비용 12만원을 포함하면 최소 24만원을 지출한 셈이다.

성매매 광고 사이트는 지역·업종별로 특화돼있다. 먼저 수도권에 특화된 ‘오ⅩⅩⅩ니’ ‘오ⅩⅩⅩ걸’ 사이트가 있다. 이외에 지역별 사이트로는 부산 업소를 모아둔 ‘부산ⅩⅩⅩ’, 대구지역 ‘오피Ⅹ’, 충청권은 ‘오파Ⅹ’ 등이 존재한다.

제로나인 외 다양
앱 기술도 발전

업종별로도 주력하는 사이트가 따로 있다. ‘오피ⅩⅩ니’라는 사이트는 건전 마사지를 찾는 수요가 많고, 단순 성매매는 ‘OPⅩⅩ’에 몰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성매수자 정보를 공유하는 앱은 제로나인 외에도 다양하다. 최근 구속된 더봄은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했기에 긴 꼬리를 잡혔다. 일부 운영진이 체포됐지만, 해외에 서버를 둔 이상 뿌리 뽑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제로나인과 같은 아류가 여전히 판을 치는 이유다. 최근엔 ‘페이커’라는 동종 앱도 활개를 펴고 있다.

앱의 구동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기존에는 앱을 켜고 팝업창을 띄워 정보를 검색했으나 최근에는 기본 통화앱 형태로 진화했다. 스피커폰으로 통화도 가능해졌다. 다이얼을 눌러 발신과 수신이 모두 가능해졌다. 더봄 운영진이 검거됐지만, 동종업계 기술자들은 음지서 활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성매매 업계에도 카르텔은 존재한다. 여성·청소년 성매매 근절단(여청단)의 반전이 드러나면서 더욱 뚜렷해졌다. 여청단 전 대표인 신모씨 등은 ‘보도방(여성 접객원 소개업체)’ 업주들에게 ‘여청단에 가입하지 않으면 신고하겠다’고 협박한 혐의 등으로 2018년 기소됐다. 

여청단의 설립 목적과 실상은 달랐다. 2016년 신모씨 등이 성매매 근절을 명목으로 세운 여청단은 경기도 일대에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는 조직폭력배와 결탁했다. 2018년에는 경기도 비영리 민간단체로 등록하는 등 합법적인 시민단체로 위장했다.

자신들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업체에는 자동발신시스템을 이용한 이른바, ‘콜폭탄’을 행사했다. 성매매 업주의 휴대폰에 계속 전화를 걸어 영업을 방해한 것이다. 또 가입하지 않은 업소에 ‘탕치기’를 가해 영업을 방해했다. 탕치기는 손님으로 위장해 접대부를 폭행하고, 금품을 갈취하는 것을 말한다.

업소 카르텔
갈수록 늘어

2021년 법원은 여청단 간부 등 사건 관계자 4명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당시 수원지법 형사4단독 김두홍 판사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여청단 간부 A씨에게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 사건 현장서 범행에 가담한 폭력배 B씨에게도 똑같이 선고했다. 

김 판사는 “B씨가 직접적으로 피해자를 협박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당시 신씨 바로 옆에 앉아서 자신들의 세를 과시했다”며 “신씨와 공모해 피해자를 강요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앞서 여청단은 성매매 근절단체를 표방, 성매매업소의 불법영업을 신고하는 방식으로 업주들을 수하에 두고 상납금을 받았다. 자신들을 따르지 않는 업체는 지속적으로 신고하거나 콜폭탄을 걸며 영업을 방해하다가 수사망에 올랐다.

성매매 업계는 여청단 조직원이 성매매 광고 사이트에 오래전부터 개입한 것으로 봤다. 이들은 성매매 알선 사이트인 ‘밤의 전쟁’과 ‘아찔한 달리기’를 개설해 막대한 수익을 벌었다. 실제로 다수의 성매매 업소 광고를 했고, 업주들에게 가입을 강요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성매매 광고의 1세대로 불린다. 여청단 조직원은 필리핀서 생활하며 해당 사이트를 운영해왔으나, 경찰은 국제공조수사를 통해 붙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논란이 된 제로나인 등 성매수자 정보 앱도 여청단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해석했다. 성매매 광고 사이트에 등록된 업주만 가입할 수 있는 부분도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 관계자는 “다른 성매매 업소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는 건, 아는 사람끼리만 받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커지는 성매매 시장
강화되는 처벌 수위

성매매 업계가 온라인상에 보따리를 풀게 된 계기는 대략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2년 서울시는 청량리 집창촌이 지역발전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철거했다. 당시 용산, 영등포 등에 즐비한 집창촌들도 사라져갔다. 최근엔 수원역과 평택 쌈리 집창촌에 이어 파주 용주골도 70년 만에 폐쇄됐다. 그렇다고 성매수자의 욕구가 사라지진 않는다. 


공급이 줄어드니, 수요를 맞추기 위해 업주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단속을 피해 음지로 숨어든 곳이 온라인이다. 접대부의 사진, 서비스 시간, 가격까지 나와 있으니 청소년도 손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실제로 불법 온라인 성매매 광고는 전년 대비 증가했다. ‘서울시 인터넷 시민감시단’은 지난해 총 14만1313건의 불법 온라인 성매매 알선·광고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11년 출범 이래 역대 최대 실적으로, 전년 대비 1.3배 증가한 수준이다.

적발 현황을 플랫폼별로 보면 SNS를 활용한 광고가 12만735건(88.6%)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성매매 알선 사이트 1만5061건(11.0%), 메신저 518건(0.4%) 등이 뒤를 이었다. 내용별로는 출장 안마, 보도방 등 출장형 성매매 알선·광고가 7만2814건(53.4%)으로 가장 많았다. 성매매 알선 사이트 및 의심업소 구인광고는 1만5346건(11.3%)로 나타났다.

성매매도 성범죄의 일종이다. 성매매특별법에 따르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과료에 처하고 있다. 과거에는 기소유예나 벌금형 등 비교적 처벌이 비교적 가벼운 편이었으나, 최근에는 정식 기소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경찰청이 조사한 성매매 사범 단속 현황에 따르면 2018년 검거 건수는 약 7000여 건이며, 검거 인원은 1만6000여명이며 시장 규모는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온라인 활개
30조원 육박

국내 성매매 시장 규모는 30조원서 37조원에 이른다고 분석됐다. 시장 규모가 점차 커짐에 따라 성범죄에 대한 수사망도 촘촘해질 전망이다.

앞서 ‘더봄’ 운영자는 검거 전 수배 중인 상태서도 앱 명칭만 변경한 채 대포폰, 대포통장, 텔레그램으로 운영했다. 수익금 인출책에게는 전기자전거를 이용해 전국을 돌며 출금하도록 지시했다. 약 6개월간에 걸친 경찰의 추적 수사 끝에 운영자를 포함한 관련자 15명이 전원 검거됐다. 경기남부경찰청은 동종 범죄자 등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할 방침이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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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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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