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범죄 온상 ‘비대면 앱’ 뭐길래…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6.12 15:24:23
  • 호수 14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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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불을 켜고…나쁜 놈들 드글드글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비대면 앱은 한정적인 인간관계를 넘어 온라인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현재는 장점이 단점으로 변했다. 살인·성폭력 범죄자가 피해자를 물색하게 위한 방법으로 비대면 앱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또래 20대 여성을 살해한 후 시신을 유기한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 정유정은 지난달 26일 오후 5시40분 부산 금정구에 있는 피해자 집에서 흉기로 피해자를 살해했다. 지난 6일 부산경찰청과 금정경찰서에 따르면 가해자 정유정은 지난달 27일 새벽 긴급 체포된 이후 계속 범행을 부인했다. 

정유정
사건은?

이후 5일간 거짓 진술을 하다가 경찰의 증거 제시와 가족의 설득 등으로 5일 만에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정유정이 범행 대상을 찾으려고 사용한 것은 과외 앱이다. 과외 앱은 학생이나 학부모 거주지 근처에 살고 있는 과외 선생님을 찾아 연계해준다. 학생들은 특정 부분 학습 보충을 원할 때 과외 앱을 활용한다.

과외 앱은 과외 선생님의 전공과 자격증, 이전 경력 등을 고려해 학생에게 선생님을 제공한다. 학생은 출신 학교와 성별, 과외 가격 등 여러 사항을 고려해 과외 선생님을 선택할 수 있으며, 원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할 수도 있다.

또 학생은 과외 선생님의 수시 합격 사례, 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검색과 열람이 자유롭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과외 앱을 사용하는 과외 선생님은 모두 본인 인증 과정을 거치게 되지만, 학생이나 학부모는 신원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결국 선생님은 개인 정보가 노출돼 범죄에 노출된다. 

여기서 정유정은 피해자로 명문대생을 지목했다. 전문가들은 정유정이 2018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5년간 별다른 직업이 없었으며, 평소 사회적 유대관계가 없었던 것을 지목해, 그가 피해자의 신분과 정체성을 훔치려 했다고 분석했다. 

피해자는 혼자 사는 여자였고, 정유정은 피해자 물건인 휴대전화, 주민등록증을 챙겼다. 이런 점을 볼 때 정유정이 검거되지 않았으면 피해자 행세를 하며 살았을 것이란 추측도 있었다. 

이런 이유로 과외 앱을 삭제했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누리꾼들은 “과외는 집에서 하는 게 대부분인데, 신원도 알 수 없고, 거짓 신원으로 등록할 수 있지 않냐” “원래는 과외 앱을 편하게 사용했는데, 이제는 해당 앱으로 과외 못 시키겠다” “원한이 있어서 살인한 것도 아니고, 세상이 너무 흉흉하다” 등의 반응이 나온다.

살인·성폭행·사기…먹잇감 물색
‘무서워서’ 서둘러 지우는 사용자

비단 과외 앱만의 문제는 아니다. 모든 비대면 만남 앱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한다. 피해자는 나이·신분을 망라하고, 이는 가해자도 마찬가지다.

데이팅 앱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매매의 온상지다. 20대 남성은 2020년 7월 채팅 앱을 통해 10대 여성에게 접근했다. 20대 남성은 당시 자신의 나이를 19세라고 속였다.

이후 10대 여성에게 같이 게임 방송을 보자며 자신의 집으로 불러 여러 차례 성폭행했다. 이 남성은 다른 10대 피해자를 상대로도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아동·청소년 성폭행 피해자가 가해자를 알게 된 것은 주로 인터넷을 통해서다.

가해자들은 랜덤채팅 앱과 같은 ▲채팅 앱 44.7% ▲메신저 21.0% ▲SNS 18.9% ▲온라인 게임 8.2% 등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이는 2021년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러 유죄판결이 확정돼 신상정보 등록 처분을 받은 범죄자 2671명(피해자 3503명)의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가해자의 75.6%는 성인이었다. 범죄 유형별로는 강제추행(35.5%)이 가장 많았고, 강간(21.1%), 성착취물 범죄(제작·유포·판매·소지·시청 등 15.9%) 순이었다.

채팅 앱을 통해 알게 된 중학생을 자신의 차량으로 유인해 성폭행하려 한 남성이 전과 5범이었던 것으로 드러난 적도 있다. 경기 평택경찰서는 최근 강간미수 혐의로 40대 남성 A씨를 긴급 체포했다.

A씨는 지난 1월3일 오후 9시쯤 평택시 동삭동 한 노상에 주차된 자신의 차량서 중학생 B양을 성폭행하려 했다. B양이 채팅 앱에 “담배를 사달라”는 글을 올리자, A씨가 “담배를 대신 사주겠다”며 B양에게 접근한 것이다.

이후 A씨는 자신의 차량으로 B양을 유인해 목을 조르는 등 위협을 가해 성폭행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B양은 A씨에게 도망친 뒤 직접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인근 CCTV를 분석해 A씨 차량번호를 특정했고, 다음 날 오전 1시40분 서울 강동구 A씨의 집 인근서 그를 긴급 체포했다.

위험천만
랜덤채팅

체포 당시 A씨는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지 않았지만, 미성년자 의제강간 등 전과 5범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 육군 장교가 채팅 앱을 통해 청소년 100여명을 성착취한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12월1일 강원경찰청 군인범죄전담수사대에 따르면 강원지역 육군 모 사단 중위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미성년자의제강간 등 혐의로 구속됐다.

중위는 2019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채팅 앱을 통해 접근한 청소년 100여명을 상대로 신체 노출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했고, 이를 전송받는 방식으로 성 착취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 수법은 계획적이었다. 채팅 앱을 통해 만난 피해자들과 심리적 유대관계를 형성했고, 성적으로 착취하는 수법을 이용했다. 

또 피해자들이 사진을 보내주면 그 대가로 돈을 주고, 점점 노출 수위가 높은 사진과 영상을 요구해 협박했다. 심지어 일부 피해자와는 실제로 만남을 가졌고, 성폭행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사건은 피해자의 신고로 알려졌다. 이후 군사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군인범죄전담수사대는 수사 결과, 피해자가 100여명에 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점점 좁혀오는 수사망에 중위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개인용 클라우드 계정을 삭제한 것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압수된 중위의 휴대전화와 컴퓨터 외장하드 등에서 2시간 분량의 성 착취 동영상 1000여개를 발견했다.

비대면 앱으로 사기를 당하는 일도 허다하다. 이런 경우는 가짜 프로필을 내걸고 채팅 앱에서 사기를 친다. 

지난달 31일 경기 수원남부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C씨를 구속 송치했다. 채팅 앱에서 30대 여성을 속여 약 2억원을 뜯어낸 혐의다. C씨는 지난해 4월7일부터 18일까지 만남 채팅 앱을 통해 알게 된 30대 여성에게 53차례에 걸쳐 1억9900만원가량을 갈취한 혐의를 받는다. 

남의 사진을
가짜 프로필

당시 C씨는 인터넷에 떠도는 남의 사진을 가져와 자신인 것처럼 ‘가짜 프로필’을 등록해 여성에게 접근했다. 환심을 산 C씨는 “운영 중인 업체 직원이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해 돈을 탕진했다” “병원비가 필요한데 나중에 모두 갚겠다” 등의 핑계를 대며 돈을 요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힘든 상황에 처해 있던 여성은 자신의 사정에 공감해준 C씨에게 호감을 느꼈고 결국 12일간 대출을 받거나 주변에 돈을 빌려 C씨가 안내한 계좌로 돈을 보냈다. 

C씨의 범행은 여성의 가족이 경찰에 신고하며 드러났다. 돈이 부족해진 여성이 가족에게 돈을 빌리려 하자 범죄임을 의심해 경찰서에 신고한 것이다. 경찰은 C씨 신원을 지난해 특정했으나 소재 파악에 어려움을 겪던 중 올해 그의 병원 치료 내역을 확인하고 지난달 8일 인천 지역의 한 병원서 검거했다.

조사 결과 C씨는 앱 프로필과는 다르게 무직이었고 재산도 없었다. 또 과거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C씨는 여성에게 받은 돈 모두를 도박 자금으로 탕진했다고 진술했다. 

이런 사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광주 모텔 청테이프 살인 사건’ 뒤엔 일면식 없는 불특정 다수와 만남을 알선하는 SNS 채팅 앱이 발단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은 2018년 12월4일 광주의 한 모텔서 50대 여성이 청테이프로 양손이 결박당한 채 숨진 것이 발견되면서 드러났다.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10분 광주 북구 유동의 한 모텔서 5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50대 여성의 시신은 손과 얼굴 등이 청테이프로 감싸져 있었고, 옷가지가 벗겨진 상태였다. 50대 여성의 가족은 여성과 연락이 닿지 않자 실종 신고를 했고 경찰이 수색 끝에 발견했다.

심리적 유대관계 형성
착한 척 접근해 범행

50대 여성은 앞서 동생에게 일을 하고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광주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전날 오전 6시50분에 해당 모텔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50대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 객실을 빌린 남성을 유력 용의자로 봤다.

해당 사건의 이면에는 SNS 채팅 앱이 있었다. 당시 50대 여성이 묵을 모텔 객실을 빌린 남성은 SNS 채팅으로 만난 사이였다. 가해자는 지난 3일 오전 6시 SNS 채팅을 통해 출장 마사지사인 피해자 50대 여성과 연락이 닿았다. 가해자는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던 중, 전남 장성에 있던 피해자에게 “15만원을 줄 테니 마사지를 해달라”며 광주로 올 것을 종용했다.

하지만 가해자의 목적은 마사지가 아니었다. 자신의 성 욕구를 풀어줄 대상을 찾고 있었던 것. 이 같은 사실을 몰랐던 50대 여성은 가해자를 만나기 위해 그가 묵고 있었던 모텔을 찾아갔다.

가해자의 범행 진술은 귀를 의심할 만큼 황당했다. ‘나를 무시한다’는 이유로 50대 여성을 죽였다는 것이었다. 수법도 잔인했다. 가해자는 50대 여성의 목을 졸라 질식시킨 뒤 얼굴과 손을 청테이프로 감아 2차로 질식시켰다. 모습은 흡사 미라를 떠올리게 했다.

이들은 모텔서 만나기 전 서로의 이름과 나이를 전혀 알지 못했다. 채팅 앱 특성상 자신의 인적사항을 기록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결국 생전 본적도 없는 사람끼리 만나서 살인이란 결과를 남긴 것이다.

비대면 앱의 익명성을 빌어서 학교폭력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해당 비대면 앱은 회원 혹은 익명의 사용자로부터 질문을 받고 답변을 공유하는 Q&A 중심의 SNS다. 이용자 절반 정도는 18세 미만 청소년으로, 학교폭력 등 다양한 청소년 문제가 사이트상에서 벌어지고 있다.

해당 앱의 피해자인 중학교 학생 D는 “지난해 3월 중학교에 입학했고, 이틀 만에 왕따를 당했다. 온갖 폭언과 욕설, 그리고 어깨빵을 당했다. 학교서 말려도 계속됐다. 그리고 비대면 앱에 익명으로 욕을 했다. 내가 너무 화가 나서 화를 내면, 선생님이 그걸 읽고 화내지 말라며 소리를 질렀다”고 말했다.

왕따도
앱으로

이어 “당시 선생님은 나한테도 잘못이 있다고 말을 했다. 결국 학폭위원회가 열렸고, 학폭은 끝났다. 그러나 아직도 비대면 앱으로 욕을 보낸다. 의사 선생님은 이 정도 학폭이면 죽을 수도 있다고, 살아 있는 게 대단하다고 했다. 심리검사 결과도 심각하게 나왔다. 비대면 앱으로는 익명으로 ‘죽어라’는 연락이 온다. 결국 내가 죽어야 끝이 나는 것일까. 그게 답일까”라고 푸념했다.

경찰 관계자는 “개인 대 개인의 선의에 입각한 솔직한 정보교환은 필요하다. 그러나 중간서 중재하는 업체들이 양쪽의 정보가 옳은지 아닌지를 검증하고 확인해주는 단계가 있다면 보다 안전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또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범죄 사범에 대해 무관용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해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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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