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범죄 온상 ‘비대면 앱’ 뭐길래…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6.12 15:24:23
  • 호수 14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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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불을 켜고…나쁜 놈들 드글드글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비대면 앱은 한정적인 인간관계를 넘어 온라인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현재는 장점이 단점으로 변했다. 살인·성폭력 범죄자가 피해자를 물색하게 위한 방법으로 비대면 앱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또래 20대 여성을 살해한 후 시신을 유기한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 정유정은 지난달 26일 오후 5시40분 부산 금정구에 있는 피해자 집에서 흉기로 피해자를 살해했다. 지난 6일 부산경찰청과 금정경찰서에 따르면 가해자 정유정은 지난달 27일 새벽 긴급 체포된 이후 계속 범행을 부인했다. 

정유정
사건은?

이후 5일간 거짓 진술을 하다가 경찰의 증거 제시와 가족의 설득 등으로 5일 만에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정유정이 범행 대상을 찾으려고 사용한 것은 과외 앱이다. 과외 앱은 학생이나 학부모 거주지 근처에 살고 있는 과외 선생님을 찾아 연계해준다. 학생들은 특정 부분 학습 보충을 원할 때 과외 앱을 활용한다.

과외 앱은 과외 선생님의 전공과 자격증, 이전 경력 등을 고려해 학생에게 선생님을 제공한다. 학생은 출신 학교와 성별, 과외 가격 등 여러 사항을 고려해 과외 선생님을 선택할 수 있으며, 원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할 수도 있다.

또 학생은 과외 선생님의 수시 합격 사례, 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검색과 열람이 자유롭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과외 앱을 사용하는 과외 선생님은 모두 본인 인증 과정을 거치게 되지만, 학생이나 학부모는 신원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결국 선생님은 개인 정보가 노출돼 범죄에 노출된다. 


여기서 정유정은 피해자로 명문대생을 지목했다. 전문가들은 정유정이 2018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5년간 별다른 직업이 없었으며, 평소 사회적 유대관계가 없었던 것을 지목해, 그가 피해자의 신분과 정체성을 훔치려 했다고 분석했다. 

피해자는 혼자 사는 여자였고, 정유정은 피해자 물건인 휴대전화, 주민등록증을 챙겼다. 이런 점을 볼 때 정유정이 검거되지 않았으면 피해자 행세를 하며 살았을 것이란 추측도 있었다. 

이런 이유로 과외 앱을 삭제했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누리꾼들은 “과외는 집에서 하는 게 대부분인데, 신원도 알 수 없고, 거짓 신원으로 등록할 수 있지 않냐” “원래는 과외 앱을 편하게 사용했는데, 이제는 해당 앱으로 과외 못 시키겠다” “원한이 있어서 살인한 것도 아니고, 세상이 너무 흉흉하다” 등의 반응이 나온다.

살인·성폭행·사기…먹잇감 물색
‘무서워서’ 서둘러 지우는 사용자

비단 과외 앱만의 문제는 아니다. 모든 비대면 만남 앱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한다. 피해자는 나이·신분을 망라하고, 이는 가해자도 마찬가지다.

데이팅 앱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매매의 온상지다. 20대 남성은 2020년 7월 채팅 앱을 통해 10대 여성에게 접근했다. 20대 남성은 당시 자신의 나이를 19세라고 속였다.


이후 10대 여성에게 같이 게임 방송을 보자며 자신의 집으로 불러 여러 차례 성폭행했다. 이 남성은 다른 10대 피해자를 상대로도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아동·청소년 성폭행 피해자가 가해자를 알게 된 것은 주로 인터넷을 통해서다.

가해자들은 랜덤채팅 앱과 같은 ▲채팅 앱 44.7% ▲메신저 21.0% ▲SNS 18.9% ▲온라인 게임 8.2% 등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이는 2021년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러 유죄판결이 확정돼 신상정보 등록 처분을 받은 범죄자 2671명(피해자 3503명)의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가해자의 75.6%는 성인이었다. 범죄 유형별로는 강제추행(35.5%)이 가장 많았고, 강간(21.1%), 성착취물 범죄(제작·유포·판매·소지·시청 등 15.9%) 순이었다.

채팅 앱을 통해 알게 된 중학생을 자신의 차량으로 유인해 성폭행하려 한 남성이 전과 5범이었던 것으로 드러난 적도 있다. 경기 평택경찰서는 최근 강간미수 혐의로 40대 남성 A씨를 긴급 체포했다.

A씨는 지난 1월3일 오후 9시쯤 평택시 동삭동 한 노상에 주차된 자신의 차량서 중학생 B양을 성폭행하려 했다. B양이 채팅 앱에 “담배를 사달라”는 글을 올리자, A씨가 “담배를 대신 사주겠다”며 B양에게 접근한 것이다.

이후 A씨는 자신의 차량으로 B양을 유인해 목을 조르는 등 위협을 가해 성폭행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B양은 A씨에게 도망친 뒤 직접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인근 CCTV를 분석해 A씨 차량번호를 특정했고, 다음 날 오전 1시40분 서울 강동구 A씨의 집 인근서 그를 긴급 체포했다.

위험천만
랜덤채팅

체포 당시 A씨는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지 않았지만, 미성년자 의제강간 등 전과 5범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 육군 장교가 채팅 앱을 통해 청소년 100여명을 성착취한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12월1일 강원경찰청 군인범죄전담수사대에 따르면 강원지역 육군 모 사단 중위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미성년자의제강간 등 혐의로 구속됐다.

중위는 2019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채팅 앱을 통해 접근한 청소년 100여명을 상대로 신체 노출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했고, 이를 전송받는 방식으로 성 착취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 수법은 계획적이었다. 채팅 앱을 통해 만난 피해자들과 심리적 유대관계를 형성했고, 성적으로 착취하는 수법을 이용했다. 

또 피해자들이 사진을 보내주면 그 대가로 돈을 주고, 점점 노출 수위가 높은 사진과 영상을 요구해 협박했다. 심지어 일부 피해자와는 실제로 만남을 가졌고, 성폭행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사건은 피해자의 신고로 알려졌다. 이후 군사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군인범죄전담수사대는 수사 결과, 피해자가 100여명에 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점점 좁혀오는 수사망에 중위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개인용 클라우드 계정을 삭제한 것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압수된 중위의 휴대전화와 컴퓨터 외장하드 등에서 2시간 분량의 성 착취 동영상 1000여개를 발견했다.

비대면 앱으로 사기를 당하는 일도 허다하다. 이런 경우는 가짜 프로필을 내걸고 채팅 앱에서 사기를 친다. 

지난달 31일 경기 수원남부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C씨를 구속 송치했다. 채팅 앱에서 30대 여성을 속여 약 2억원을 뜯어낸 혐의다. C씨는 지난해 4월7일부터 18일까지 만남 채팅 앱을 통해 알게 된 30대 여성에게 53차례에 걸쳐 1억9900만원가량을 갈취한 혐의를 받는다. 

남의 사진을
가짜 프로필

당시 C씨는 인터넷에 떠도는 남의 사진을 가져와 자신인 것처럼 ‘가짜 프로필’을 등록해 여성에게 접근했다. 환심을 산 C씨는 “운영 중인 업체 직원이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해 돈을 탕진했다” “병원비가 필요한데 나중에 모두 갚겠다” 등의 핑계를 대며 돈을 요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힘든 상황에 처해 있던 여성은 자신의 사정에 공감해준 C씨에게 호감을 느꼈고 결국 12일간 대출을 받거나 주변에 돈을 빌려 C씨가 안내한 계좌로 돈을 보냈다. 


C씨의 범행은 여성의 가족이 경찰에 신고하며 드러났다. 돈이 부족해진 여성이 가족에게 돈을 빌리려 하자 범죄임을 의심해 경찰서에 신고한 것이다. 경찰은 C씨 신원을 지난해 특정했으나 소재 파악에 어려움을 겪던 중 올해 그의 병원 치료 내역을 확인하고 지난달 8일 인천 지역의 한 병원서 검거했다.

조사 결과 C씨는 앱 프로필과는 다르게 무직이었고 재산도 없었다. 또 과거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C씨는 여성에게 받은 돈 모두를 도박 자금으로 탕진했다고 진술했다. 

이런 사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광주 모텔 청테이프 살인 사건’ 뒤엔 일면식 없는 불특정 다수와 만남을 알선하는 SNS 채팅 앱이 발단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은 2018년 12월4일 광주의 한 모텔서 50대 여성이 청테이프로 양손이 결박당한 채 숨진 것이 발견되면서 드러났다.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10분 광주 북구 유동의 한 모텔서 5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50대 여성의 시신은 손과 얼굴 등이 청테이프로 감싸져 있었고, 옷가지가 벗겨진 상태였다. 50대 여성의 가족은 여성과 연락이 닿지 않자 실종 신고를 했고 경찰이 수색 끝에 발견했다.

심리적 유대관계 형성
착한 척 접근해 범행

50대 여성은 앞서 동생에게 일을 하고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광주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전날 오전 6시50분에 해당 모텔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50대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 객실을 빌린 남성을 유력 용의자로 봤다.

해당 사건의 이면에는 SNS 채팅 앱이 있었다. 당시 50대 여성이 묵을 모텔 객실을 빌린 남성은 SNS 채팅으로 만난 사이였다. 가해자는 지난 3일 오전 6시 SNS 채팅을 통해 출장 마사지사인 피해자 50대 여성과 연락이 닿았다. 가해자는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던 중, 전남 장성에 있던 피해자에게 “15만원을 줄 테니 마사지를 해달라”며 광주로 올 것을 종용했다.

하지만 가해자의 목적은 마사지가 아니었다. 자신의 성 욕구를 풀어줄 대상을 찾고 있었던 것. 이 같은 사실을 몰랐던 50대 여성은 가해자를 만나기 위해 그가 묵고 있었던 모텔을 찾아갔다.

가해자의 범행 진술은 귀를 의심할 만큼 황당했다. ‘나를 무시한다’는 이유로 50대 여성을 죽였다는 것이었다. 수법도 잔인했다. 가해자는 50대 여성의 목을 졸라 질식시킨 뒤 얼굴과 손을 청테이프로 감아 2차로 질식시켰다. 모습은 흡사 미라를 떠올리게 했다.

이들은 모텔서 만나기 전 서로의 이름과 나이를 전혀 알지 못했다. 채팅 앱 특성상 자신의 인적사항을 기록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결국 생전 본적도 없는 사람끼리 만나서 살인이란 결과를 남긴 것이다.

비대면 앱의 익명성을 빌어서 학교폭력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해당 비대면 앱은 회원 혹은 익명의 사용자로부터 질문을 받고 답변을 공유하는 Q&A 중심의 SNS다. 이용자 절반 정도는 18세 미만 청소년으로, 학교폭력 등 다양한 청소년 문제가 사이트상에서 벌어지고 있다.

해당 앱의 피해자인 중학교 학생 D는 “지난해 3월 중학교에 입학했고, 이틀 만에 왕따를 당했다. 온갖 폭언과 욕설, 그리고 어깨빵을 당했다. 학교서 말려도 계속됐다. 그리고 비대면 앱에 익명으로 욕을 했다. 내가 너무 화가 나서 화를 내면, 선생님이 그걸 읽고 화내지 말라며 소리를 질렀다”고 말했다.

왕따도
앱으로

이어 “당시 선생님은 나한테도 잘못이 있다고 말을 했다. 결국 학폭위원회가 열렸고, 학폭은 끝났다. 그러나 아직도 비대면 앱으로 욕을 보낸다. 의사 선생님은 이 정도 학폭이면 죽을 수도 있다고, 살아 있는 게 대단하다고 했다. 심리검사 결과도 심각하게 나왔다. 비대면 앱으로는 익명으로 ‘죽어라’는 연락이 온다. 결국 내가 죽어야 끝이 나는 것일까. 그게 답일까”라고 푸념했다.

경찰 관계자는 “개인 대 개인의 선의에 입각한 솔직한 정보교환은 필요하다. 그러나 중간서 중재하는 업체들이 양쪽의 정보가 옳은지 아닌지를 검증하고 확인해주는 단계가 있다면 보다 안전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또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범죄 사범에 대해 무관용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해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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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