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법’ 윤석열정부 반대하는 내막

“나라에 도움 안 된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가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반대하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사실상 생존자와 유가족들을 돕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는 평가다. 정부 부처가 제출한 ‘반대’ 의견은 법 통과 논의 과정서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특별법 통과가 무산된다면 검찰이 윗선을 제대로 겨누지 못했던 것처럼 추가 조사는 어려울 전망이다.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이태원 특별법)은 지난 4월20일에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야당 국회의원 183명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으나 국민의힘의 반대가 극심하다. 정부도 여당의 행보에 힘을 보태고 있다. 특별법 반대 의견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법 통과 무산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억지 주장
전부 한통속

행안부는 지난달 1일부터 12일까지 이태원 특별법과 관련이 있는 정부 부처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국회에 발의된 특별법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 것이었다. 5개 부처(행안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인사혁신처, 감사원)가 의견을 냈다. 모두 이태원 특별법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행안부가 취합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제출한 이 의견들은 이태원 특별법 관련 논의에 반영될 수 있다.

행안부는 이태원 특별법 발의안의 핵심 내용인 특조위 설치, 피해구제심의위원회와 희생자추모위원회 설치에 모두 반대했다. 국회에 낸 의견 자료서 행안부는 “특조위의 진상규명 기능은 현행 경찰 특별수사본부, 검찰,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등과 기능이 중복된다. 별도 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은 기능의 중복과 비효율 등을 고려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피해구제심의위원회와 추모위원회 설치에 대해서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행안부 소속 ‘이태원 참사 피해자 지원단’ 등을 통해 이미 역할을 수행 중이다. 기능의 중복과 비효율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노동부는 발의안 내용 중 ‘피해자 치유 휴직 관련 정부 지원’ 조항에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치유 휴직의 실시 여부는 ‘노사가 알아서 정할 일’이기 때문에 정부가 관여하거나 지원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발의안 66조와 67조에는 ‘참사 피해자는 신체적·정신적 후유증 치료를 위한 치유 휴직을 신청할 수 있고, 사업주는 이를 허용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 사업주의 고용유지 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국가가 지원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노동부는 국회에 낸 자료서 “치유 휴직은 노사간 원만한 협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이로 인한 노사간 고용불안에 대한 (국가 차원의)지원 실익이나 지원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치유 휴직 시 고용유지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감사원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며 ‘감사원 감사 요구’ 조항을 없애야 한다고 봤다. 특별법 발의안 34조에는 ‘이태원 참사 특조위가 조사 과정서 공무원의 비위 등을 적발했을 때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할 수 있고, 감사원은 3개월 내 감사 결과를 특조위에 통보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행안·복지·노동·인사혁신처·감사원
5개 부처 공통 의견…통과 무산 계획도?

감사원은 국회에 낸 의견 자료서 “감사원의 감사 권한은 헌법이 부여한 고유 권한이다. 감사원에는 일체의 감사 운영을 독자적·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돼야 한다. 해당 조항은 감사원의 직무상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이미 국회법에 따라 국회가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감사원 감사가 필요하면 특조위가 국회에 보고하면 된다. 별도의 감사 요구 조항은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사혁신처는 ‘특조위에 대한 국가기관의 공무원 파견 의무’ 조항에 반대 의견을 냈다. 특별법 발의안 24조 ‘특조위 위원장은 업무 수행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국가기관 등에 소속 공무원이나 직원의 파견근무 및 이에 필요한 지원을 요청할 수 있고, 파견 요청을 받은 국가기관 등의 장은 업무 수행에 중대한 장애가 있음을 소명하지 않는 한 30일 이내에 협조해야 한다’는 내용에 태클을 걸었다.

인사혁신처는 “파견은 기관 간 상호 동의를 전제로 운영돼야 한다. 일방의 파견 요청에 따라야 한다는 것은 기관 고유의 인사 권한 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 ‘특조위의 파견 요청에 국가기관 등이 협조해야 한다’는 의무 내용을 삭제해야 한다고 했다.

특별법 발의 과정에 참여했던 변호사들은 이 같은 정부 부처의 반대 의견에 동의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관계자는 “이미 국정조사 결과 책임 규명을 위해 독립적인 조사기구 설치가 필요하다고 결론 났다. 행안부가 재난통신망 기록을 없애면서 진상규명에 필요한 일부 과정이 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해당 시민단체 소속 다른 변호사도 “감사원 요구 중 ‘국회가 감사를 요청할 수 있고 특조위가 국회에 보고하면 된다’며 반대했는데 국회가 감사를 요청하기 전, 정치적 여야 대립으로 불가능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감사원 독립성 침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더 수월하게 감사를 진행할 수 있는 길을 정부가 틀어막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대 근거가…
“황당·무책임”

특별법 외에도 비슷한 양상의 참사 재발방지대책으로 발의된 법안 중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한 법안은 단 한 건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직후부터 비슷한 사고를 막고 각종 재난 관리 체계 및 교육 등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은 약 50건이 발의됐다.

특히 재난 관리의 근간이 되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을 강화하는 개정안은 33건이 발의됐다. 핼러윈 축제처럼 명확한 주최·주관자가 없다면 개최지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이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게 법안의 핵심 내용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민주당 임오경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재난안전법 개정안에는 대규모 인원 밀집이 예상될 때 지자체장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사전에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행안부 장관이 안전관리계획의 이행 실태를 지도·점검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재난안전법 개정안에는 심리상담 지원 대상으로 재난 피해 당사자뿐만 아니라 긴급구조활동과 응급대책 등에 참여한 자원봉사자 등도 포함되는 내용이 담겼다.

다중운집 시 정부가 이동통신사 데이터 등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은 지난 4월27일 본회의 문턱을 겨우 넘었다. 여야는 이 법안이 통과한 날과 참사 6개월을 맞은 날, 관련 논평조차 내지 않았다. 참사 초기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해 나서겠다고 하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나머지 법안들은 여전히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이를 두고 그동안 여야가 이태원 참사 책임 공방과 이상민 행안부 장관 해임건의안 및 탄핵소추, 특별법 제정 등을 놓고 공방만 벌이면서 법안 통과가 늦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에 대한 법적 책임이 확정됐을 때 통과가 이뤄져야 한다는 언급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전에 법이 통과돼 박 청장이 무죄를 받으면 솜방망이 처벌도 하지 못할 우려가 나왔었다”고 말했다.

진상 규명,
재난 정쟁화?

특별법에 대해서는 여전히 정쟁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재난의 정쟁화’라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 특별법과 관련해 “특조위원 추천의 구성이 지나치게 편파적”이라며 “추천위원 9명 중 유가족과 야당이 6명을 추천하게 돼있어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내년 총선 때까지 쟁점화해 정치적 이득을 얻어보겠다는 총선 전략 특별법”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민주당은 이달 중으로 법안 통과를 밀어붙일 계획이다. 지난달 19일, 박광온 원내대표는 국회서 열린 유가족 간담회서 “특별법 논의가 시급하게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독립적 조사기구를 설치해 명명백백하게 그날의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특별법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민주당 간사 김교흥 의원은 비공개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여야 합의로 통과돼야 특별법이 제대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6월 내에 법안이 통과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송진영 유가족협의회 대표직무대행은 “양곡관리법이나 간호법처럼 정쟁의 대상이라는 이유로 (특별법에)거부권이 행사될 수 있어 여야 합의로 통과되기를 원한다”며 “여당 설득을 통해 정쟁이 아닌 합의에 의한 법안 처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대표직무대행도 “국민의힘도 법안에 동참할 수 있도록 계속 호소할 생각”이라고 했다. 다만, 민주당은 상임위 논의가 지지부진해 처리가 늦어질 경우 단독 강행 처리도 고민하고 있다. 오는 29일이 지나면 행안위원장 자리를 민주당이 가져올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상황서 상임위원장을 민주당 의원이 맡게 되면 야당 단독 상임위 통과, 본회의 직회부로 법안을 넘기는 게 가능해진다.

발의 한 달 넘었는데 제자리
야 “6월 처리” 여 “반대”

특별법 통과에 먹구름이 끼면서 윗선에 대한 책임론도 사그라들고 있다. 이 장관과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 외에도 윤희근 경찰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이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은 참사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을 거부하면서 대부분 사법 절차를 밟고 있다.

이 장관은 야권의 사퇴 요구를 거부하다 지난 2월 국회 본회의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됐다. 직무가 정지된 상태서 현직을 유지하며 탄핵심판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윤 청장은 지난 1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수사서 무혐의 처분을 받고, 법적 책임이 없다는 명분으로 현직을 유지하고 있다. 김 청장은 특수본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송치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박 구청장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태지만 사직하지 않고 있다. 법원서 법적 책임이 있는지 끝까지 다퉈보겠다는 것이다. 박 구청장이 지난 2월 말까지 사직하지 않으면서 지방자치단체장의 재보궐선거서 새 구청장을 뽑을 수도 없었다.

한편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앞 농성에 돌입했다.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지난 7일 오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별법이) 숙려기간을 한참 지난 오늘까지도 관련 소관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에 안건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며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농성 돌입을 밝혔다.

이날 유족들은 “특별조사기구의 조사를 통해 참사의 진실을 마주하게 해달라는 유가족들의 요구를 왜 정쟁으로 간주하는지 묻고 싶다”며 “진상규명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할 정부의 책무고, 희생자 유가족과 생존피해자의 정당한 요구이자 권리”라고 호소했다.

책임지지
않는 윗선

특히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미 국정조사가 진행됐고, 책임자들에 대한 공판이 진행 중이니 특별법이 필요하지 않다고도 말한다. 그러나 참사의 책임자들은 국정조사에서도, 공판서도 책임을 부인하고 기록을 자의적으로 삭제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독립적인 진상조사기구를 통해서만 진실을 규명할 수 있고, 진실이 규명돼야만 제대로 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특별법 제정 촉구의 취지를 밝혔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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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