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장모 수사·재판 풀스토리

서슬 퍼런 칼날이…여기만 비껴갔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윤석열정부의 매서운 칼날이 유독 특정 인물에게는 무뎌지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는 최근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하고 있던 경찰로부터 ‘불송치 결정’을 통보받았다. 이로써 최씨는 수사기관으로부터 세 번째 ‘수사 종결’을 통보를 받게 됐다.

검찰의 칼날을 정면으로 맞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항상 ‘억울하다’고 말한다. 당 대표와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수사는 눈에 불을 켜고 하는 수사기관이 유독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와 김건희 여사 수사에서만큼은 ‘바보’가 된다는 것이다. 

최은순
누구인가?

특히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개발 의혹 수사에 검찰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의심한다. 실제로 이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는 1년6개월 동안 이어졌으며 사상 최장 기간, 최다 인력 투입이라는 역사를 썼다.

이 대표는 지난 3월22일, 검찰로부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이해충돌방지법, 부패방지법,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법원에 넘겨진 이 대표 관련 사건만 12건에 달하며 그는 이달 초부터 매주 법원에 출석해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개발 사업구조를 승인하고 내부 정보를 민간업자들에게 알려준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그가 몰아준 특혜 때문에 성남도시개발공사가 4895억원가량의 손해를 봤고, 이 대표의 측근과 민간개발업자는 7886억원을 챙겼다고 의심하고 있다.

해당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밝혀내기 위해 검찰이 수집한 수사 자료는 공책 기준 500여권에 달하며, 수사 검사 인력만 8개 부서, 6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모두 부장검사 이상급으로, ‘윤석열 사단’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경찰은 최씨의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해선 최근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불송치란 말 그대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고소 및 고발사건에 대해 경찰이 ‘혐의 없음’으로 판단한 것과 동일하다. 불송치 처리가 내려질 경우, 곧 사건은 종료 수순을 밟게 된다.

민주당 안귀령 상근부대변인은 지난 13일 논평을 내고 “경찰이 대통령 장모에게 면죄부를 주려고 바보 행세를 하고 있다”며 “경찰이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윤 대통령의 장모 최씨를 불송치했다”고 지적했다.

안 부대변인은 “최씨는 시행사 설립자고 시행사는 가족회사인데도 개발사업이 시작된 뒤 대표직을 사임했기 때문에 관여한 정황이 없다는 경찰의 변명은 황당무계하다”고 일갈했다.

민주당이 말하는 시행사와 설립자, 개발사업은 무엇일까? 이는 김 여사와 최씨, 또 그의 가족들이 연루된 회사, ‘양평시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말한다. 최씨는 2011년부터 2016까지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서 800억원 상당의 부당 이익을 취득한 혐의를 받아왔다.

해당 사건은 2021년 시민단체 민생경제연구소가 ‘정체불명 인허가 담당자를 처벌해달라’며 최씨를 고발하면서 세간에 알려지게 됐다. 신고를 접수한 양평경찰서는 내사 중이던 사건과 동일 건임을 확인하고 정식 수사로 전환했다.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에서는 시행사인 이에스 아이앤디(ESI&D)가 깊게 관여돼있다.


개발 특혜 의혹 ‘불송치’ 결정
경검 세 번째 ‘수사 종결’ 통보

문제는 최씨 및 가족들이 이 회사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해당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ESI&D가 양평군서 부과하는 개발부담금을 감경받을 의도로 공사비 등과 관련한 증빙 서류에 위조 자료를 끼워 넣었다고 의심했다.

해당 시행사가 사실상 최씨 및 가족들 회사인 만큼, 최씨도 사법부의 칼날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지난 13일, 불송치 결정을 받았다. 지분도 없고, 사업이 추진되기 전 사임했던 부분이 크게 작용한 것이다.

사업 관련자 5명이 사문서 위조·행사 혐의를 적용받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점과 사뭇 대비되는 결정이었다.

특히 해당 사건에 정계 인사가 연루된 점은 많은 이들에게 공분을 샀다. 윤 대통령을 사위로 둔 최씨가 정계의 입김으로 돈을 ‘부당하게’ 벌었다는 의심 아래서다.

직접 연관자로 지목된 정계 인사는 국민의힘 김선교 전 의원이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07년 4월부터 2018년 6월까지 11여년간 양평군수를 지냈고, 2013년 4월부터 2014년 1월까지는 경기도 여주·양평·이천을 담당하던 여주지청장을 역임했다.

해당 기간은 최씨와 최씨 가족이 양평군의 도시개발구역 사업을 최종 승인받은 기간과 일치한다. 공흥지구 특혜 의혹이 불거진 2021년 당시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대선주자로 활동하던 기간이었으며 김 의원은 그의 캠프에 일찌감치 합류한 상태였다.

여러 정황들은 최씨를 범죄 용의자로 만들었고, 경찰은 해당 혐의점을 집중 수사하던 참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최종 수사 결과서 최씨가 아파트 착공 등 사업을 본격화하기 전 대표이사직서 물러났던 점, 김 여사는 과거 이 회사 사내이사로 재직한 적이 있으나 그 역시 사업 추진 전에 사임했던 점, 가진 지분이 없는 점 등을 들어 혐의점을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공책만
500권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은 자치단체가 민간 개발을 승인하고 개발 이익을 몰아가진 사건이다. 이 구조는 이 대표가 의심받고 있는 성남시 대장동 사건과 과정이 매우 비슷하다. 규모에 차이는 있지만 본질적으로 같은 사건에 대해 수사 인력과 수사 의지가 차이 나는 부분은 민주당 의원들이 계속해서 지적하는 부분이다.

안 부대변인은 이에 대해 “야당 인사는 아무 증거 없이 일방적 진술만으로 소환하고 구속하면서 대통령 가족에게는 조건 면죄부를 주는 불공정에 치가 떨린다”며 “공정의 탈을 쓰고 편파의 끝을 보여주는 윤석열정권의 행태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분개하는 이유는 공흥지구 사건뿐만이 아니다. 최씨는 오금동스포츠 투자약정 위증 논란 혐의도 받았는데 해당 혐의도 2021년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건은 2003년경 거액의 이익금을 놓고 최씨와 동업자 정대택씨 간의 법적 분쟁서 비롯된 문제였다. 


최씨와 정씨는 서울 송파구 소재의 스포츠 플라자 건물을 사고 팔아 이익금 53억원을 남겼다. 당시 정씨는 “최씨가 이익금이 발생할 경우 절반씩 나눠 갖기로 했다”고 주장했지만 최씨는 ‘동업 계약이 강압에 의한 것이므로 무효’라는 논리를 펼치며 이익금을 나누지 않았다. 

법적 다툼 과정서 법무사 백모씨는 사업 제안 및 정보제공자인 정씨와 돈을 댄 최씨 간 동업 논의를 지켜보고 법무사로서 이들 사이의 이익금 배분 약정서 작성에 관여한 주요 증인이었다. 그는 이익금을 절반씩 나누기로 한 구두 약정의 존재 여부를 알고 있고, 약정서 작성 당시에도 직접 입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이 계속되며 계약서 작성이 ‘자발적’이었는지, ‘강압에 의한’ 것이었는지가 주요 쟁점으로 불거졌다. 최씨는 결국 정씨를 사기미수 및 신용훼손, 강요죄 등으로 고소했고, 이익금 배분 약정서가 ‘강요’에 의한 것임을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재판에 넘겨진 정씨는 구속 기소 후 1심서 2년형을 선고받았는데 당시 결정적인 진술을 한 사람이 바로 법무사 백씨였다. 백씨는 최씨에게 유리한 자술서와 탄원서를 작성해 법원에 제출했고, 제출받은 증거가 불충분했던 법원은 그의 진술을 주요 판단 근거로 사용했다.

정씨는 곧장 백씨가 최씨로부터 ‘금전적인 대가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해 다시 법정 분쟁을 시작했으며 백씨가 3차례에 걸쳐 최씨에게 총 2억여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대장동
데자뷰?


백씨는 2005년 7월 정씨의 항소심 7차 공판서 뒤늦게 “약정서는 내 입회 아래 자발적 동의하에 작성됐다”며 “지금까지는 위증했다”고 진술을 번복했으나 법원은 백씨의 진술이 번복된 점을 들어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정씨는 최씨가 백씨에게 준 2억원이 위증의 대가라며 형량이 강한 모해위증(피의자나 피고인을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위증을 조장하는 죄)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그보다 형량이 작은 변호사법 위반죄로 징역 2년형을 확정했다.

정씨 측은 백씨가 번복한 증언을 토대로 2005년 말 백씨와 최씨를 모해위증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위증했다”는 백씨 자백에도 불구하고 전부 불기소 처분했다.

정씨 측이 반발하자 검찰은 경찰의 수사보고서를 보고 1년 뒤 최씨를 약식기소했고, 최씨는 벌금 100만원을 처분받았다. 정씨 측은 “백씨의 양심고백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려 사건이 부당하게 종결됐다”고 주장했다.

사건 당사자인 정씨는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한 반면, 최씨는 100만원 벌금형이라는 다소 약한 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최씨의 ‘혐의 없음’ 퍼레이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씨는 요양병원을 불법 개설해 국민건강보험공단서 요양급여 22억9000여만원을 부정하게 타낸 혐의로 수년간 재판을 받아왔다.

이번에 그에게 ‘혐의 없음’을 판결한 곳은 다름 아닌 대법원이었다. 최씨는 동업자들이 모두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지 5년9개월 만에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일각에선 유죄 의심이 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검사가 이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최씨는 2013년 2월 경기 파주시 소재에 요양병원을 개설한 후 운영에 관여하면서 같은 해 5월부터 2015년 5월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22억9420만원을 부당 수급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비의료인이 불법으로 개설한 병원은 간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를 받을 수 없으며 최씨와 함께한 동업자들은 2017년 3월까지 모두 유죄가 확정됐다. 특히 주범으로 지목된 주모씨는 징역 4년형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공범으로 지목된 사람이 4년형을 선고받는 와중에도 최씨는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

수사는 그렇게 공들이더니…
1심과 정반대로 해석한 2심

해당 사건에 문제 의식을 갖고 있던 민주당 최강욱 의원은 2020년 최씨를 고발하기에 이른다. 경찰의 첫 수사가 시작된 지 5년이 훌쩍 지난 시점에 재수사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2020년 11월 최씨를 기소했다.

민주당은 주씨가 주범이 아니라 오히려 최씨가 주범이라고 의심했다. 최씨가 2013년 당시 요양병원 사용 목적으로 건물을 매매한 직접 계약인 중 한 사람으로 이 과정서 2억원의 계약금을 사비로 지급했고, 각종 서류에 본인의 이름을 날인했으며, 그의 큰사위를 병원 행정원장으로 앉혔다는 것이다.

병원 운영비를 일부 보조한 것도 최씨며 병원이 건물 확장을 위한 대출이 필요할 때 최씨의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기도 했다.

병원 설립과 운영, 사세 확장에 깊게 관여했던 최씨가 어떻게 입건조차 되지 않았을까? 비밀은 ‘책임면제 각서’에 있었다. 최씨는 문제가 불거지기 전인 2014년 이사장직서 물러나면서 병원 운영에 관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책임면제 각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재인정부였던 2021년, 1심 재판부는 “요양급여 편취로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초래하고 성실한 가입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 혐의가 없었다면 그런 각서를 받을 필요가 없었다”며 징역 3년 형과 함께 법정 구속시켰다. 

곧바로 항소한 최씨는 석방되기까지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 21대 대선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해 1월, 2심 재판부는 최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사실과 같은 증거를 두고 정반대 판단을 내린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책임면제 각서’의 성격을 1심 재판부와 달리 해석했다. 2심 재판부는 “동업자의 자금 편취 행각을 보고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며 ‘주범’이었던 최씨를 ‘목격자’로 해석했다.

엇갈렸던 1·2심 판결은 대법원으로 넘어갔고 결국 지난해 2심 재판부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판결문서 “공모관계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돼야 하고, 그와 같은 증명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무죄 판결의 배경을 수사 부실로 들었으며 시간이 많이 지나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무죄 선고의 이유를 사실상 당시 수사기관이었던 검찰로 넘긴 셈이다. 최씨는 무죄가 확정돼 해당 혐의에서는 현재 완전히 자유로워진 상태다.

당선 후…
혐의 없음

양평시 개발 특혜 혐의에서는 경찰이, 모해위증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이, 불법 요양급여 편취 혐의에서는 법원과 검찰이 함께 최씨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다. 현직 대통령의 장모가 여기저기 송사에 다수 연루된 점도 놀랍지만, 그때마다 처벌받지 않은 것도 놀랍다. 민주당은 사법부가 언제까지 최씨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을지, 이 대표의 재판을 준비하며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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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