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박광온 ‘불편한 동거’ 내막

웃고 있지만 어색한 기류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원내대표로 당선되면서 ‘비명(비 이재명)계 인사’가 지도부에 입성했다. 친명(친 이재명)계 일색인 지도부에 비명계 인사가 들어간 것은 친문(친 문재인)계 고민정 최고위원에 이어 두 번째다. 내년 총선서의 역할이 중요해진 당 지도부에 ‘성골 친문’ 박 원내대표가 들어간 점은 비명계 입장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비명계는 잔칫집인 반면, 친명계는 사뭇 긴장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원내대표 선거 때만 해도 ‘압도적인’ 표 차이로 박홍근 원내대표를 배출한 친명계는 이번에도 비슷한 양상을 기대했다. 김두관, 박범계, 홍익표 의원을 후보로 내세운 친명계는 결선투표를 기대했다.

잔칫집?

그러나 이 같은 친명계 의원들의 기대와는 달리 결과는 박 원내대표의 ‘과반 승리’로 끝났다. 지도부와 후보들 간의 협의로 공식 득표 수는 비공개에 부쳐졌지만, 몇몇 관계자는 박 원내대표가 90표 이상 받았다고 취재진에게 전했다. 이는 지난해 박 전 원내대표가 1차 투표서 받았던 득표 수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선거 직후 <일요시사>와 만난 민주당 관계자는 원내대표 선거에 의원들의 ‘집단지성’이 발현됐다고 봤다. 그는 “이게(원내대표 선거 결과) 계파 싸움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단순히 의원들의 집단지성이 투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일부 언론서 계파 갈등을 부추기기 위해 그런 말들을 하곤 하는데, 내년 총선에 대비해서 민주당의 다양성을 갖추자는 의원들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친문으로 도배된 정치 커리어에 비해 계파색은 옅은 편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이번 선거전에서도 그런 점이 의원들의 마음을 크게 움직였다. 친문계 표는 확실하게 가져오면서도 중도표마저 끌어들인 것이다.


한 비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박 원내대표가 평소 누구보다 동료 의원들과의 시간을 많이 보낸다고 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시간을 보내는 의원들은 모든 계파를 아우르는 것은 물론, 국민의힘 의원들과도 자주 교류를 갖고 있다. 

계파 갈등으로 뽑혔다고?
개인 기량보다 통합 기대

그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내가 만나본 국회의원 중에 친화력이 가장 강한 분이다. (박광온 원내대표는)넓고 깊은 관계를 잘 형성하는 사람이고, 당내에 적이 없는 사람”이라며 “이번 선거서도 평소 그런 인맥관리가 빛을 발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즉, 비명계라는 계파색에 힘입어 당선된 것이 아니라, 본인의 개인 역량과 의원들의 눈치싸움 끝에 당선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친명계 의원들은 그런 성품 및 성향을 고려해 이재명 대표와 불협화음을 내지는 않을 것이라고내다봤다.

그러나 최근 기류는 그렇지 않은 모양새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현재 내부 상황이 마치 ‘폭풍전야’ 같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내년 차기 총선을 위한 공천 룰을 결정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면서 비명과 친명의 양 계파 사이서 갈등 조짐이 보인다는 것인데, 벌써부터 사사건건 신경전이 시작됐다.

신호탄은 지난 2일, 박 원내대표의 ‘입’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이날 첫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서 이 대표의 지지자들을 겨냥한 듯한 다소 충격적인 발언을 내놨다.

박 원내대표는 “우리 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거나 지지를 유보하고 있는 온건 개혁 성향의 국민까지 모셔올 수 있는 확장적 통합의 비전을 준비하고 일상적으로 발표해나가겠다”며 “지지자들만으로 선거서 이길 수 없고 반사이익만으로도 이길 수 없다. 확장하고 통합해서 내년 총선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발언의 무게는 ‘민주당의 확장성’에 있었지만, 당 관계자들은 ‘지지자’라는 워딩(단어)에 집중했다. 그가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인 ‘개딸(개혁의 딸)’과 ‘양아들(양심의 아들)’을 저격한 것이 아니냐고 해석한 것이다.

한 친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박 원내대표 성향상 그런 취지(개딸에 대한 비판)는 아니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논란의 여지를 만든 것은 맞다”며 “굳이 오해할만한 말을 삼가는 것도 지도부에 입성한 정치인이 할 일”이라고 애둘러 비판했다.

박, ‘개딸들’ 겨냥 쓴소리?
윤 회동 제안…갈등의 씨앗?

윤석열 대통령의 ‘회동 제안’도 둘 사이를 어색하게 만들었다. 윤 대통령은 취임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제1야당 대표를 만나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꾸준히 대통령과의 면담을 제안해왔지만, 대통령실은 1년째 이 대표의 제안을 침묵으로 거절하고 있는 중이다. 

반면 박 원내대표에게는 당선되자마자 회동을 제안했다. 이진복 정무수석이 지난 1일 취임 인사 차 박 원내대표를 방문한 자리서 이 같은 제안을 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박 전 원내대표에게도 했던 제안으로, 민주당 관계자들은 윤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 측은 그런 윤 대통령을 이 대표보다 먼저 만난다면 계파 갈등의 씨앗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지난 2일 취재진과 만나 “어제(1일) 이진복 수석은 ‘대통령은 여야 원내대표와 만날 의향이 있다.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하면 만날 수 있고, 또 여야 원내대표가 따로 만나는 과정서 본인을 부르면 올 수 있다’고 전했다”며 “그러나 박 원내대표는 ‘당 대표를 먼저 만나는 게 순서’라고 명확하게 말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괘념치 않겠다. 만나시라”고 하자, 박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재차 “(이 대표가)국가적 위기 상황서 우리 정치가 하루빨리 정상화하길 바라는 충정서 한 말씀으로 이해한다”고 재차 거부 의사를 전했다.

상황을 지켜본 당 관계자들은 이 때문에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의 사이가 어긋날 가능성이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어긋나다

한 정치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서로를 배려하는 말로 들리지만 사실은 ‘이재명 패싱’을 수면 위로 드러낸 꼴”이라며 “상황이 어려운 이 대표를 박 원내대표가 도와준 꼴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박 원내대표가 비명계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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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