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의혹’ 민주당 양 계파 해법 다섯

‘누가 받았나’ 머릿수 세고 총질?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에 ‘돈봉투 살포’ 의혹이라는 또 다른 위기가 찾아왔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허덕이는 민주당이 이번엔 완전히 쓰러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두 축인 ‘비명계’와 ‘친명계’는 이런 위기 속에서도 계파 갈등에만 몰두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결국 돌아왔다. 송 전 대표는 지난달 23일(현지시각) 오후 프랑스 샤를드골 공항서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앞선 현지 기자회견서 “모든 책임을 지고 탈당한 뒤 귀국해 수사에 대응해 나가겠다”며 ‘돈봉투 의혹’에 정면 돌파할 의지를 보였다.

본인 진영에 
유리한 방법만 

그가 인천국제공항에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달 24일 오후 3시쯤이었다. 입국장을 나오면서 그는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송구스럽다”며 “저 송영길은 어떤 일을 당하더라도 절대 회피하지 않고 도망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로써 그랑제콜(ESCP, 파리경영대학원) 방문연구교수 자격으로 파리에 약 5개월간 머물던 송 전 대표는 당초 계획보다 2개월 빨리 프랑스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했다.

그러나 처음 ‘돈봉투 의혹’이 터져나왔을 때만 해도, 많은 이들은 그의 귀국이 이처럼 빨리 이뤄질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송 전 대표가 당초 사안을 가볍게 보고 현지서 모든 문제를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 문제를 접하고 민주당 지도부에 “귀국할 뜻이 없다”고 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 강성 초선으로 분류되는 박주민 의원은 사태 직후인 지난달 19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서 “몇몇 의원께 혹시 소문이나 간접적으로 들은 것이 있느냐고 물어봤는데, 본인들이 전해 듣거나 소문으로 들었을 때는 태도가 동일한 것 같다. 그리고 당분간 귀국할 의사도 없는 것 같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들었다”고 알렸다.

해당 발언을 들은 민주당 의원들은 송 전 대표가 당장 귀국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문제를 오래 끌고 갈수록 민주당에 피해를 끼칠 것이라는 계산 아래서다.

만일 송 전 대표가 프랑스에 머물며 해당 문제를 나몰라라 한다면 민주당 전체와 이재명 대표의 부담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당장 산재해 있는 사법 리스크에도 휘청거리고 있는 민주당에 송 전 대표 문제까지 떠안을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즉각 의원총회를 열고 송 전 대표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20일,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의총서 민주당 의원들은 송 전 대표가 즉각 귀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총 직후 박홍근 원내대표는 취재진과 만나 “송영길 전 대표가 즉각 귀국해서 의혹을 낱낱이 분명히 실체를 밝혀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그것이 당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국민과 당에 대한 기본 도리라는 데 뜻을 모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의원총회에 모인 중진 의원들은 당 차원의 진상규명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이에 난색을 표했다. 당 차원서 진상규명을 한들 실질적인 처벌 권한이 없고, 당 관계자들이 상당수 엮여 있어 오히려 당에 해가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렇듯 당의 거센 압박을 견디지 못한 송 전 대표는 불과 일주일 만에 처음 밝혔던 입장을 철회하고 급거 귀국했다. 모든 문제를 본인이 짊어지고 가겠다고 밝힌 그는 측근들에게 당에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돈봉투 의혹’을 종결짓겠다고 했다.


송영길 자르기로 가닥 잡은 친명계 지도부
현 지도부 모두가 책임 져야한다는 비명계

그러나 돈봉투 의혹이 단순하게 송 전 대표 한명만의 책임으로 끝날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벌써부터 이 대표와 송 전 대표간의 연결고리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전당대회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심송심’이라 불렸던 둘의 관계가 그 근거다.

실제로 지난 대선 과정서 송 전 대표는 이 대표의 측근 역할을 도맡아 하며 그의 경선을 물밑서 적극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송 전 대표가 ‘대놓고’ 이 대표를 도와준 것은 아니었다. 원칙상 ‘중립’을 지켜야했던 송 전 대표는 시종일관 ‘이재명 유착설’을 일축해왔고, 대외적으로도 “모든 후보를 공평하게 지지한다”고 밝혀 세간의 의심을 벗어나려 애썼다.

그러나 이후 여러 행보를 통해 그는 이 대표의 편을 들어주는 모양새를 보였다. 대선 경선 당시, 이 대표에 관한 음주운전 논란이 불거지자 대선후보들은 100만원 이하의 전과 기록도 중앙당에 제출해야 하는 ‘클린검증단’ 설치를 당 지도부에 요구한 바 있다.

검증단 설치는 순전히 이 대표를 향한 타 후보들의 견제구였으며 여기에 이낙연·정세균·김두관 당시 후보 모두 적극적으로 나서며 힘을 실어줬다.

송 전 대표의 민주당 지도부는 검증단 설치에 난색을 표해 이 대표의 손을 들어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경선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각 후보에게 미치는 영향이 커 논의하기가 쉽지 않다. 별도의 검증단 논의는 없었다”고 잘라 말하며  사실상 검증단 설치할 뜻이 없음을 우회적으로 알렸다.

검증단 설치 얼마 후엔 송 전 대표가 ‘대깨문’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이심송심’ 의혹을 증폭시켰다. 대깨문이란 문재인 지지자들을 칭하는 말로, 그다지 좋지 못한 뜻을 내포하고 있어 민주당 내에선 해당 용어 사용을 암묵적으로 금기시해왔다. 그 금기를 당 대표가 직접 깬 것이다.

송 전 대표는 2021년 7월5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서 “소위 ‘대깨문’이라고 떠드는 사람들이 ‘누구는 안 된다’ ‘차라리 야당을 뽑겠다’는 안이한 생각을 하는 순간 문재인 대통령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심송심
송 자르나

여기서 송 전 대표가 말한 ‘누구는 안 된다’는 당시 이낙연 후보를 지지하고 있던 민주당원들이 이 대표를 저격할 때 주로 쓰던 문구로 민주당 관계자들은 해당 발언을 사실상 이 대표에 대한 지원사격으로 인식했다. 또 함께 사용한 ‘대깨문’이라는 용어를 당시 이낙연 캠프 관계자들은 무겁게 받아들였다.

이낙연 캠프에 있었던 김종민 의원은 이 발언을 두고 “당 대표는 비주류가 아니다. 지적한 다음에 다시 당이 단합할 수 있도록 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이른바 친문이라든가 우리 지지층을 부르는 용어가 있는데 ‘대깨문’이 뭔가”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때 불거졌던 송 전 대표와 이 대표의 관계를 비명(비 이재명)계는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일부 비명계 의원이 이번 돈봉투 사태에 있어 이 대표를 함께 문제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송 전 대표 한 명만의 책임으론 사태가 일단락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으며 모든 문제를 마무리하려면 이 대표도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일부 민주당 관계자가 문제가 터진 후, 당시 돌렸던 돈봉투 금액을 ‘떡값’ ‘거마비’ 정도로 낮춰 말하며 사태를 가볍게 취했던 것에 큰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 사태 초기 문제를 키우고 방관한 책임이 당 지도부에 있다는 것이다.

또, 돈봉투의 스폰서로 알려진 김모씨의 자녀가 이재명 대선 캠프서 일한 정황이 드러나 이 대표도 해당 의혹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도 함께 지적한다.

이 대표의 책임론을 주장한 한 비명계 의원은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돈봉투에 직접적인 관련은 없으나 송 전 대표가 당선된 후, 대선후보 경선을 겪으며 완벽히 ‘친명(친 이재명)계’로 자리잡았다. 이후 본인의 지역구를 그에게 물려주는 등 수상한 행보는 의심받기에 충분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스폰서 김씨의 자제가 이재명 캠프서 일한 정황이 드러나지 않았나? 이만큼 심각해진 돈봉투 사태를 잠재우려면 이 대표도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태를 시작한 것도, 사태를 키운 것도, 모두 친명계가 한 일이라며 민주당의 재도약을 위해선 이들의 책임지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현재 당 지도부를 장악하고 있는 친명계는 ‘돈봉투 의혹’을 어떻게 수습하려하고 있을까? <일요시사>와 만난 친명계 관계자들은 송 전 대표 개인이 모든 책임을 지면 끝나는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민주당 지도부는 송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추진했다. 이 대표가 직접 송 전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설득한 것으로 알고 있고 송 전 대표도 이를 받아들이고 지난달 들어온 것”이라며 “이 대표는 돈봉투 의혹에 대해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만큼,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터무니 없는 소리에는 대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새누리당
오버랩?

송 전 대표가 귀국한 것을 두고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송 전 대표의 즉시 귀국과 자진 탈당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송 전 대표의 귀국을 계기로 이번 사건의 실체가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신속하고 투명하게 규명되길 바란다. 지도부의 대응이 늦었다기보다는 신중한 것이었다”고 다소 거리를 두는 발언을 했다.

돈봉투 사건에 대해 친명계는 송 전 대표에 대한 조속한 진상규명, 비명계는 이 대표를 포함한 친명계의 책임을 해법으로 들고 나왔다. 양측의 입장은 좁혀지지 않고 있으며 수사가 진행되며 나올 새로운 사실들이 이들의 입장을 하나로 묶을 전망이다.

한편 전혀 다른 해결책을 내놓은 민주당 관계자들도 있다. 이들은 당명을 교체하고 제2 창당까지 각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지난달 27일 라디오와의 인터뷰서 “민주당에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는 등 최대 위기”라며 “우리 당은 젊고 깨끗한 이미지였는데 젊은 이미지는 이준석 등장 이후에 국민의힘이 가져갔고 남아 있던 깨끗한 이미지마저도 돈봉투 사건으로 부패한 이미지로 돼 버렸다”고 일갈했다.

안 의원은 “쓰나미 이후에 제2의 창당이 불가피하다”며 민주당의 당명 교체를 주장하기도 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2008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과 지속적으로 비교돼왔다. 당시 한나라당 고승덕 전 의원의 “돈봉투를 받았다” 폭로로 시작된 돈봉투 사건은 당시 돈을 뿌렸다고 지목된 박희태 전 대표가 사퇴하고 한나라당은 해체 수순을 밟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위기에 빠진 한나라당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교체하는 등 초강수를 두며 한동안 ‘천막 당사’에서 집무를 보는 등 당 쇄신에 앞장섰다.

박 전 대통령의 이 같은 파격 행보에 지지자들은 응원을 보냈고, 새누리당은 이후 열린 총선과 대선서 승리하는 기염을 토했다. 현재 일부 중진 의원들은 천막 당사 때의 한나라당처럼 민주당이 전면 쇄신해야 당이 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이 사안이 여기까지 온 데는 당 지도부가 사태를 안일하게 바라본 점이 컸다”며 “전면적인 당 쇄신을 보여주지 않는 이상 이 사태를 전화위복으로 만들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영간 서로 “물러나야” 주장 
같은 문제에 답은 ‘동상이몽’

친명계 관계자들은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다. 송 전 대표에 대한 수사로 일단락될 문제를 왜 당 지도부까지 나서서 쇄신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이에 친명계는 ‘86 용퇴론’과 ‘대의원제 개편’ 등을 위기 탈출법으로 들고 나왔다. 이들은 돈봉투 문제의 원인을 당 차원이 아니라 개인과 일부 그룹, 또 현행 중인 전당대회 제도로 보고 있다.

이들은 이참에 민주당의 주축으로 자리 잡고 있는 86그룹이 각성하고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86그룹은 60년대생,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이끈 세대를 지칭하는 말로 한동안 386세대라 불리며 민주당에 지속적으로 적잖은 영향을 끼쳐왔다.

돈봉투 의혹의 당사자인 송 전 대표도 86그룹의 맏형 격으로,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 ‘민주주의 4.0’ ‘사의재’ 등 멤버들 대부분이 86그룹에 속한다.

86그룹의 용퇴를 주장하는 이들은 “이들이 염원하던 민주주의는 이미 이뤄졌으니 이제 다음 세대에 다음 소임을 넘겨주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86 용퇴론’은 차기 총선을 앞두고 지속적으로 나온 목소리였으며 돈봉투 사태 이후로 당내서 재조명되고 있는 중이다.

대의원제 개편은 현재 친명계가 강하게 시동을 걸고 있는 해법이다. 민주당 대의원들은 전당대회서 막강한 권한을 누린다. 이번 돈봉투 살포 의혹 역시 대의원들의 표를 얻기 위한 것이었으며 민주당 지도부는 대의원들의 막강 권한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전당대회서 약 1만명의 대의원 투표는 45%가 반영된다. 100만명이 넘는 권리당원 투표가 40% 반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대의원 한 명의 표는 권리당원 60명 정도의 표와 비슷한 영향력을 갖게 되는 셈이다. 여기서 더 큰 문제점은 권리당원들은 투표를 비교적 자유롭게 하는 반면, 대의원들은 지역구 국회의원의 큰 영향력 아래 놓인다는 사실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런 비정상적인 구조 아래 전당대회가 ‘현역 의원 몇 명을 포섭하느냐’ 싸움으로 변질됐고, 변질의 끝에 돈봉투 사태가 터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홍익표 의원은 지난달 25일 원내대표 후보 토론회서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대한 대책으로 “대의원 수를 늘리는 등 제도적 개선을 모색하겠다”고 말했고, 박범계 의원도 “권리당원과 대의원 표의 비등가성을 혁파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다 같이 
죽을래?

비명계서 주장하는 ‘당명 교체’와 ‘친명 지도부 책임론’은 친명계서 주장하는 ‘송영길 책임론’ ‘86그릅 용퇴론’ ‘대의원제 개편론’과 사뭇 대비된다. 같은 문제에 대한 해법이 이렇게 다른 데는 민주당이 아직도 계파 갈등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당에 큰 논란이 터졌음에도 당내 계파 싸움에만 몰두하고 있는 민주당을 유권자들이 차기 총선서 어떤 식으로 심판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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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