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전주을 재보선 당선자 강성희가 말하는 ‘파란’

“못한 3년, 남은 1년에 쏟아붓겠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진보당이 국회에 입성했다. 지난 5일 실시된 2023년 상반기 재보궐선거에서 진보당 소속 강성희 의원이 무소속 임정엽 후보를 접전 끝에 꺾고 당선된 것이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민주당으로선 진보당이 피아식별이 제대로 되지 않는 데다, 국민의힘도 정치적 이념이 완전히 상극인 정당이 들어왔다는 것이 부담되는 탓이다. 무엇보다 정의당에겐 대형악재다. 여의도에서는 벌써 ‘진보당이 정의당을 대체할 것’이라는 정의당으로선 무서운 소문마저 돈다.

이번 4·5 재보궐선거의 주인공을 뽑으라면 단연 진보당 강성희 의원일 것이다. ‘전주을’ 지역구서 더불어민주당 출신이었던 무소속 임정엽 후보를 꺾고 당선됐기 때문이다. 진보당이 국회에 입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반 시민들은 이번 재보선 결과를 듣고 놀랍다는 반응을 내놨다. 일반 진보정당 지지자들은 “진보당이 아직도 이어지고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며 “이번 재보선에 진보당 후보가 당선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여의도 정치를 오래 지켜봐왔던 정계 관계자들은 이미 예상했었다는 분위기다. <일요시사>가 만난 많은 정계 관계자는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지난 지방선거서 이미 진보당의 파란이 예고됐다”고 전했다.

진보당은 지난해 6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서 178명의 후보를 등록시키며 원외정당 중에서 가장 많은 후보를 공천했다. 이는 시대전환, 기본소득당의 후보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수였다. 

당시 진보당은 기초자치단체장 1명, 광역의원 3명, 기초의원 17명을 배출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를 두고 선거 전문가들은 “지난 지방선거서 진정한 승자는 국민의힘이 아니라 진보당”이라고 분석했다.

정계 관계자들은 “진보당의 파란이 재보선까지 이어졌을 뿐”이라고 이번 선거를 평가했다. 그들의 주장대로 진보당은 지난해부터 정치적 역량을 빠르게 확장시켜왔고, 당원 수도 급격히 늘려왔다. 지난해 11월 기준 진보당의 당원 수는 9만명을 넘겼는데, 이는 민주당을 제외한 진보정당 중 가장 많은 당원 수다.

급격한 성장세에 발맞춰 진보당은 이번 재보선에 강성희라는 막강한 후보를 공천하며 원내 입성을 노렸다. 강 의원은 ‘경기동부연합’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용인 캠퍼스를 졸업한 학생운동권 출신 정치인이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서 일했으며 현대차 비정규직회 지회장을 역임했다. 이후 현대차와 택배 노조서 노동운동을 전개했으며 대규모 정규직을 이끈 공적도 남겼다.

<일요시사>는 국회에 처음 입성한 ‘초선’ 강 의원을 찾아 지난 선거운동 과정의 소회, 앞으로의 정책 비전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민주당 출신 무소속 임정엽 후보를 접전 끝에 꺾었다. 승리의 요인을 뭐라고 분석하나?

▲윤석열 검찰 독재를 심판하겠다는 메시지,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진보당의 진심이 전주시민들에게 전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진보당과 강성희는 작년부터 대출금리 인하 운동이나 가스 난방비 인하 운동을 전개해왔고 이 과정을 통해 서민의 대변자로 평가를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수개월 동안 진보당과 강성희가 주민과 호흡하고 소통한 주민밀착 활동이 주민들이 마음에 깊이 가닿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민주당과의 선거전서 가장 힘들었던 점 하나만 꼽는다면?

▲선거에 출마하면서 어느 정도 각오해서인지 특별히 가장 힘들었던 것은 없었습니다. 첫 TV 토론회에 긴장을 조금 많이 했던 것이 기억나고, 예비후보 4개월 동안 잠을 거의 못 잔 것이 조금 힘들었습니다. 

8년 만 정당 복귀…정계 “예상했다”
진보당이 그리는 내년 총선 플랜은?

-진보당은 호남 유권자들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나?

▲호남은 동학농민혁명과 5·18 광주민중항쟁서 확인되듯 불의에 항거해 나라를 구하고 정의, 민주주의를 세워온 자랑스러운 지역입니다. 이제는 민주화 성지서 정치개혁 1번지로 이어져 있음이 전주을 재선거로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진보당은 호남서부터 거대 양당 정치를 넘어 새로운 대안정치와 진보 집권의 희망을 만들어갈 것입니다.  

-내년 총선이 다가온다. 진보당의 총선 플랜을 들어볼 수 있을까?

▲특별한 묘책이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번 전주을 재보선서 진보당 강성희가 일관되게 “선명 야당으로 윤석열 검찰 독재에 맞서겠다” “무너진 민생을 살리는 민생정치를 하겠다”고 말씀드렸던 것을 실천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 더 이상 말이 아닌 실천으로, 주민과 호흡하고 동고동락한 활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감했습니다. 선명 야당답게 윤석열 검찰 독재에 맞서고, 주민 밀착 생활정치를 하는 것이 총선 플랜이라면 플랜이라고 생각합니다.

-국회 입성 후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일은 무엇인가?

▲3년 동안 지역구 국회의원 부재로 주민들이 상실감이 컸습니다. 회기가 없는 동안에는 지역에 상주하면서 주민들과 동고동락하고 소통하는 의정활동을 펼쳐 나가려고 합니다. 지역 현안은 저 혼자의 힘이 아니라 지역의 여야 국회의원님들, 전북도, 전주시와 힘을 합치는 원팀으로 지역발전에 혼신을 힘을 다해 일을 추진하겠습니다.

국회 진출 후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서울 이전에 종지부를 찍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 계획에 대응하고자 합니다. 지역 정치권, 전북도, 전주시와 협력해 농협중앙회, 금융공기업 유치를 통해 금융도시 전주를 만들고, 이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입니다.

-당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성장이 어떻게 가능했다고 보나?

▲여의도 정치가 여의도에 갇혀 국민의 삶과 유리되어 정쟁으로 날을 샐 때 진보당은 지역과 삶의 현장서 밀착해 당 활동을 전개해온 게 가장 크지 않았나 합니다. 이 과정서 무엇보다 당원들의 헌신과 열정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진보당의 국회 입성 후 민주당·국민의힘 모두가 긴장하고 있는데 이들 정당을 어떻게 바라보나?

▲기본적으로 야당(민주당)과는 윤석열 검찰 독재에 맞서는 단결과 연대의 대상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민생과 대안을 놓고 선의의 정책 경쟁의 측면도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정부의 총체적 국정 파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제라도 용산출장소가 아닌 집권여당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강 의원이 보는 민주당·국민의힘은?
“일 하려는 사람은 방법을 찾는다”

-민주당·정의당과 차별되는 진보당만의 강점이 무엇이냐?

▲진보당은 노동자, 농민, 도시 빈민, 자영업자 등이 당원의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말 그대로 서민의 정당이란 점이 타당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활동에서도 현장에 밀착한 풀뿌리 정치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작년 지방선거서 주민들과 동고동락하며 생활정치를 일궈온 후보가 상당수 당선돼 3당으로 도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취재 과정서 “내년 총선에서 진보당이 정의당을 대체할 것”이라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이에 대한 의견이 있나?

▲특정 정당을 염두에 두고 생각해보지는 않았습니다만, 정의당이 진보의 대표성을 가진 정당으로 인식돼온 것이 사실입니다. 심지어 저도 이번 전주을 재보선에 출마하기 전까지는 정의당 당원으로 생각했을 정도였습니다. 

지난해 지방선거서 진보당이 정의당과는 다른 진보정당이라는 존재감을 드러내고 기반을 마련했다면, 이번 전주을 선거를 통해 이제는 진보당이 진보 대표정당으로 발돋움했고, 내년 총선서 큰 도약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를 많이 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상임위를 어느 쪽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

▲민생의 어려움과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민생과 전주 발전 위한 상임위를 우선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국방위 배정 문제가 불거져 나왔습니다. 현재 국방위가 비어 있는데 진보당 의원은 안 된다는 논리입니다. 

특히 정우택 국회부의장과 국민의힘이 그런 주장을 하셨는데요. 이는 전주시민을 모독하고 헌법을 부정하는 반헌법적·반의회주의적 발상으로 절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정우택 국회부의장과 국민의힘은 주장을 철회하고 사과해야 합니다. 국회의장과의 면담을 통해 제 의사를 전하려고 합니다. 국회법과 순리대로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임기가 이제 1념 남았다. 뜻을 펼치기에 1년이라는 시간이 충분하다고 보는지?

▲제가 자주 쓰는 말이 있습니다. 일을 하려는 사람은 방법을 찾고 일을 안 하려는 사람은 핑계를 찾는다고요. 물론 1년은 짧은 시간이고 1석으로서 많은 것을 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민심의 열망에 부응하고 전주시민을 믿고 활동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진보당 이석기의 그늘

진보당의 뿌리를 타고 올라가면 이석기 전 의원의 정당이었던 통합진보당과의 관계가 나온다.

두 정당은 이념적 유대감을 공유하고 있으며 정당 구성원과 당원도 많은 부분이 겹친다.

이 때문에 대부분 정계 관계자들은 진보당이 통합진보당의 후신이 아니냐는 의심을 내놓고 있고, 보수정당에서는 이미 두 정당이 같다고 확신하고 있다.

실제로 진보당은 전신인 민중당 시절 “박근혜가 해산시킨 통합진보당이 다시 돌아왔습니다”라는 구호로 홍보 활동을 펼친 바 있다.

통합진보당은 2014년 ‘이석기 내란 선동 사건’에 휩싸여 없어진 정당이다.

헌재는 당시 판결문에서 통합진보당을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 정당”이라며 정당 해산을 명령했다. 

그러나 최근 진보당은 현재의 진보당과 통합진보당이 다르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이들은 해당 자료에서 “통합진보당의 후신이라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며 “진보당은 민중연합당과 새민중정당이 2017년 10월 합당해 민중당으로 출범했다. 이후 민중당서 진보당으로 당명을 개정한 새로운 정당”이라고 해명했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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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