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MS 2인자’ 정조은 검찰 수사 내막

‘정명석 오른팔’까지 잘리나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의 오른팔로 알려진 ‘2인자’ 정조은(가명)이 최근 경찰 조사를 받았다. ‘정명석 라인’으로 알려진 일부 JMS 간부들이 제기한 부동산 투기·횡령 의혹 때문이다. 대체로 혐의를 부인했지만 ‘성폭력 방조 혐의’로 검찰 수사선상에도 올랐다. 정명석의 유죄 가능성이 큰 만큼 정조은도 구속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MS 2인자’ 정조은(가명)이 받는 혐의는 크게 2가지다. JMS 내부서 제기된 부동한 투기·횡령과 성폭력 방조 혐의다. 그간 JMS 탈퇴자들은 정조은이 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의 성범죄를 알고도 묵인해왔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준강간 방조?
묵비권 행사

정조은은 정명석이 구속 기소된 이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가 지난달 12일 새벽에 진행한 예배서 “사실상 넷플릭스 다큐와 보도 내용 등을 인정하고 지난 과오가 있다면 기회는 바로 지금”이라고 밝힌 이후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정명석 라인’으로 분류되는 JMS 간부와 신도 대부분이 ‘배신자’라고 낙인을 찍은 데 이어 사정기관의 칼끝에까지 섰다.

앞서 정조은이 담임목사로 재직 중인 흰돌교회 교인들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꾸리고 “흰돌 교인 전체를 섭리 표상교회로서 명예를 실추시키고, 교인을 혼란에 빠뜨린 점, 영육으로 삶을 위태롭게 만든 하나님의 귀한 생명들을 잃게 만든 점 등의 책임을 물어 흰돌 교역자 정조은 목사, 주충익 목사(본명 오충익)를 직위해제하는 해임안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교역자단은 2년여간 하늘의 말씀 원본을 훼손해 전했고, 모두 정조은 목사와 뜻을 같이해온 바, 교인들은 그 누구의 설교도 들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주충익 목사가 지난달 21일 넷플릭스 시리즈 <나는 신이다:신이 배신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을 청년부 예배서 강제로 시청하게 했다. 정조은 목사는 슈스(슈퍼스타·중고등부) 예배 진행 시 2세(JMS 신도들의 자녀)들의 이성관을 혼란스럽게 만듦과 동시에 정명석의 말씀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정명석의 ‘옥중 편지’에는 이들 간 갈등을 수습하려는 시도가 보인다.

정명석은 편지를 통해 “절대 싸움과 분쟁과 다투면 안 된다. 거룩한 성전이 싸움터가 되면 너무나도 큰 죄를 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조은이 목사도 흰돌교회서 사임하지 말고 교인들과 대화하고 단합하고 풀어주고 잡아주고 여러 가지 육적으로 흐른 신앙을 잡아주고, 하나님 성령님 예수님 사명자 하나 되어 결심대로 잘 좀 해주자”고 덧붙였다.

정명석의 편지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비대위는 “해당 편지의 사인과 필적이 선생님(정명석)의 것이 아니다. 정조은이 선생님의 필적을 위조했다”며 “필적 대조 조사를 맡기고 정조은이 임의로 선생님을 사칭한 것이라면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폭력 혐의로 공동정범 피의자 신분 확인
부동산 투기·횡령 혐의도 경찰 소환 조사

소속된 집단마저 등을 돌린 이후 정조은은 지난달 말 분당경찰서 소환조사를 받았다. JMS 간부로부터 고발된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업무상배임, 횡령, 사기 등의 혐의였다. 대체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진 정조은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압수수색을 받았다.

대전지검과 경찰이 정명석의 성폭력 사건 공범으로 정조은을 겨눈 것이다.


대전지검 관계자는 “정명석의 추가 범행과 공범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면서도 “입건된 조력자 인원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과 경찰은 최근 20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JMS의 본거지로 꼽히는 충남 금산군 소재 월명동 수련원뿐 아니라 정조은 주거지와 담당 교회 등을 압수수색했다.

정조은은 성폭력 방조 혐의에 대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피해를 주장했던 인물 대부분과 친한 관계가 아니었고 잘 알지 못한다. (정명석의 범죄를)말리려 했지만 막을 수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그러나 2018년 7월부터 수차례 정명석에게 성폭행당한 호주 교인 에이미씨는 자신을 처음 정명석에게 데려간 사람이 정조은이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정말 혼란스러웠지만 그전에 있었던 세뇌 교육 때문에 결국은 아무 일도 아니라고 받아들이게 됐다”고 돌이켰다.

에이미씨는 1년 넘게 극도의 혼란을 겪으며 홀로 자책하다가 2019년 10월22일 정조은을 만났다. 에이미씨가 공개한 대화 녹취에 따르면 정조은은 에이미씨에게 정명석에게 더 잘하라는 조언을 건넸다.

당시 정조은은 “네(에이미)가 빨리 회복하고 이러는 것이 은혜를 갚는 거야. 네가 선생님(정명석)께 죄송하다면 그러면 더 잘해야 돼. 그리고 네 잘못을 정말 뉘우쳐야 돼. 더 열심히 하는 목소리 보여주는 게 선생님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일이야”라고 말했다.

이어 “(너를)딱 붙잡아줄 수 있는 게 여기 선생님이 계시니까. 어느 정도 상황이 괜찮아질 때까지는 한국에 있는 게 맞는 것 같다”면서 “선생님 가는 곳 좀 다 데리고 가달라고 그래. 최대한 갈만한 데 조금 붙어 있어. 어차피 혼자 있어봤자 이상한 생각만 할 거고”라고 덧붙였다.

몰락하는
정 라인

정명석의 성범죄를 막기보다는 여신도들을 회유해 그 옆에 계속 붙여둔 것으로 해석된다. 피해자에게 ‘네 잘못’을 운운한 대목은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을 시도한 것으로도 읽힌다.

에이미씨는 “정조은이 직접 제가 성폭력당하는 걸 보지는 못했지만 그녀는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저는 그녀가 닫힌 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매우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검찰과 경찰은 JMS 피해자와 탈퇴자들로부터 확보한 진술을 뒷받침하기 위한 논리를 다지고 있다. 정명석의 구속기간 만료를 앞두고 추가 기소를 통해 구속기간을 연장도 준비 중이다.

대전지검 관계자는 “동종 혐의인 만큼 경찰이 수사 중인 한국인 여신도 성범죄 사건과 관련, 우선 1명과 관련해 추가 기소하고 나머지 2명에 대해 분리해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구속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재판부는 증인을 집중 심리하는 한편 검찰도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1심 법원은 구속기간 내에 선고를 마치겠다는 방침이지만, 정명석 측 변호인이 신청한 증인이 너무 많고 그마저도 불출석해 재판이 공전하는 등 파행이 지속되고 있다.


이번 사건을 심리 중인 대전지법 제12형사부(나상훈 부장판사)는 정명석에 대한 지난 4·5차 공판서 “피고인의 ‘특수성’ 때문에 석방을 고려하기 어렵다”며 “넷플릭스 방영이나 사회 분위기 때문이 아니고, 피고인의 과거 행적과 조력자 등 내용에 비춰 도망할 염려가 있어, 보석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명석 측 변호인이 요청한 22명의 증인에 대해서도 모두 채택하기는 어렵다며 진술서로 대체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명석 측 변호인들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과 공판중심주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명석 측 변호인들은 지난달 21일 열린 5차 공판서 “재판부가 집중 심리를 해서라도 최소 10명에서 15명 이상은 증인 신청을 받아달라”고 요청하면서도 정작 출석 여부를 묻는 검찰의 질문에 “하루 안에 신문을 마쳐야 한다면 의미가 없어 증인들을 출석시키지 않았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변호인들은 3일 피해자 A씨에 대한 증인 신문이 끝난 뒤 변호인들이 신청한 증인을 추가로 채택하는 한편, 금산 수련원에서 현장검증을 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하고 있어 이달 안에 1심 선고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경 증거
확보 올인

정조은은 정명석이 해외로 도주했을 때 밀착 수행을 담당했다. 1999년부터 다수의 성폭행 혐의로 수사기관의 내사를 받던 중 대만으로 도주한 뒤 홍콩·중국을 전전하며 도피 행각을 벌였을 때다. 정명석은 2003년 한국 검찰의 요청으로 인터폴 적색수배 대상에 올랐다.


홍콩서 중국으로 도피한 그는 2007년 5월 중국 공안에 체포됐고, 이듬해 2월 한국으로 강제송환됐다.

당시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한 사건은 정명석이 한국서 저지른 성폭력이 아니다. 모두 그가 해외도피 중일 때 가했던 성폭력이었다. 판결문에 등장하는 피해자는 다섯 명으로 이들 중 법원이 최종적으로 피해를 인정한 사람은 4명이다. 그의 범죄 행위는 최근 공판이 진행되고 있는 사건과 크게 다르지 않다.

판결문을 보면, 피해자들은 정명석을 ‘메시아로 믿고 그의 절대적인 권위에 복종’했다. 재판 과정에서 정명석은 법정 진술, 자필 진술문 등을 통해 자신이 메시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형량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을 뿐, 실제로 신도들은 그를 이 땅의 재림주 메시아로 믿고 있었다.

피해자 A씨와 B씨는 자매다. 정명석은 도피 생활 초기였던 2003년경, 두 사람을 홍콩으로 불러들였다. 정명석이 누구에게도 홍콩에 간다고 말하지 말라고 하자, 자매는 부모를 속이고 출국했다. 정명석은 그의 절대 권위에 복종하던 자매를 자기 성욕을 해소하는 데 이용했다.

정명석은 두 사람을 차례로 성폭행했다. 정명석은 검찰 조사에서, 두 사람을 홍콩으로 불러 방에서 안마를 받고 양옆에서 팔베개하고 눕도록 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강간 사실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정명석과 변호인의 주장이 합리적이지 않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두 사람이 ‘항거불능 상태’였다는 점을 적시했다. 판결문에는 ‘피해자들이 메시아로 여기며 그 권위를 절대적으로 신봉해오던 피고인과의 관계나, 피해가 일어난 아파트에는 정명석을 신봉하는 소수의 신도밖에 없었던 사정 등에 비춰 심리적으로 반항하기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정황 확실 유죄 가능성” 구속 기로
JMS 간부들 ‘배신자’ 낙인도 한몫

법원은 정명석의 준강간 사실을 인정했다. 인터폴에 적색수배 중이던 정명석은 2003년 7월 홍콩 이민국에 구속됐다. 이후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정명석은 배를 타고 중국으로 밀항했다. 피해자 C씨는 중국서 2006년 4월경 정명석을 만났다.

정명석은 이때 C씨와 단둘이 목욕탕으로 가, C씨에게 속옷을 벗으라고 강요하고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다.

1심에서는 피해자 3명에게 가한 성폭력만 인정돼 징역 6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또 다른 고소인 D씨의 피해 역시 인정해, 정명석에게 4년을 얹어 10형을 선고했다.

D씨는 2001년 말레이시아에 머무르던 중 추행을 당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정명석은 “의학박사 자격증도 있고 하나님을 통해 검사해주니 너희들에게도 (부인과)검사를 해주겠다”며 D씨를 추행했다. 1심 재판부는 “정명석이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협박을 가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 발생 당시, 주위에 있는 사람들 때문에 피해자가 정신적 혼란이 가중돼 반항이 곤란한 상황이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정명석이 특수 지위에 있는 종교 지도자라고 믿는 회원을 상대로 성 접촉을 한 점, 피해자들이 비교적 어린 나이였던 점 등을 볼 때 정명석이 고령(당시 63세)이라 하더라도 1심보다 중한 형을 내려야 한다”며 10년형을 선고했다.

정명석은 10년형을 선고받은 것 외에도, JMS 탈퇴 여성 2명에게 성폭력을 가한 사실이 인정돼 손해배상한 사실이 있으며 한국에 있을 때도 여신도 성폭행이 법원서 인정된 바 있다.

JMS 탈퇴 여성 7명은 2000년, 정명석에게 피해를 봤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소송은 무려 8년간 지속된 끝에 정명석과 합의한 4명, 공소시효가 만료된 1명을 제외한 2명에게 각각 1000만원과 5000만원 손해배상 판결이 나왔다.

수년 전부터
방조 정황

JMS 탈퇴자와 피해자들은 정조은이 정명석을 밀착 수행했던 만큼 지금까지 그의 성범죄를 훤하게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JMS 탈퇴자는 “정조은이 밀착 수행을 하면서부터 정명석의 신뢰를 얻었고 신뢰관계 유지를 위해 여성을 공급한 것”이라며 “정명석의 성폭력을 간접적으로 인정했어도 방조 혐의로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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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이재명호 눈앞 암초들

닻 올린 이재명호 눈앞 암초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서 국민은 정권교체를 선택했다. 3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냈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앞길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지난 3일 치러진 6·3 조기 대선서 이재명 신임 대통령은 득표율 49.42%로 역대 대통령 중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8.34%,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0.98%를 각각 기록했다. 넘지 못한 과반의 벽 잠정 집계된 이번 대선 투표율은 지난 20대 대선보다 2.3%p 높은 79.4%였다. 이는 지난 1997년 투표율 80.7%를 기록한 15대 대선 이후 28년 만에 가장 높은 대선 투표율이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심판하기 위한 국민의 뜨거운 의지”라고 입 모아 말했다. 지난 20대 대선서 양 후보 간의 득표율 차이는 0.7%p이었던 만큼 이번 역시 두 후보 간의 격차가 관전 포인트로 제시됐다. 지난 3일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가 한국방송협회와 함께 실시한 대선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51.7%, 김문수 후보는 39.3%로 두 후보간의 격차는 두 자릿수로 크게 벌어졌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이 대통령의 과반이 예상됐지만, 실제 투표함을 열자 김 후보가 40%대로 진입한 반면 이 대통령은 50%를 넘지 못했다. 두 사람 간의 격차는 289만표인 8.27%p였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 역시 출구조사 발표 직후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4%만 더 얻어서 55%로 안정 궤도를 유지하면 좋았을 것”이라며 내심 아쉬움을 비쳤다. 민주당은 선거 기간 동안 공을 들인 TK(대구·경북)서도 약세를 보였다. 선거관리위원회 개표 마감 결과 대구서 김 후보가 67.62% 득표한 반면, 이 대통령은 23.22%에 그쳤다. 경북서도 김 후보는 66.87%, 이 대통령은 25.52%로 지난 20대 대선과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초유의 사태인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임에도 격차가 크지 않고 보수 지역서 30% 벽을 넘지 못했다는 한계점이 제시된다. 40% 지지율을 등에 업은 국민의힘과 거대 여당인 민주당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전까지는 민주당이 과반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키면 대통령 혹은 국무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되돌리는 방식이었지만, ‘찐명’으로 꼽히는 김민석 전 최고위원이 국무총리로 내정된 마당에 더는 국민의힘이 손쓸 방법이 없다. 빗나간 출구조사…TK도 20%대 ‘뚝’ 여대야소 정국 ‘동물 국회’ 재연? 이번 하반기 국회가 역대급 ‘혐오 정치’로 얼룩질까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 대통령은 거듭 통합을 강조했다. 지난 4일 국회서 열린 취임 선서식서 “분열의 정치를 끝낸 대통령이 되겠다”며 “국민 통합을 동력으로 삼아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선서 누구를 지지했든 크게 통합하라는 대통령의 또 다른 의미에 따라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도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민 대통합을 위해 대통령 취임 후 첫 오찬 메뉴를 비빔밥으로 준비했다. 우 의장은 “지역과 세대, 계층, 다양한 의견이 모두 대한민국이고, 서로 조화를 이루고 화합하도록 이끄는 통합력이 도약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머뭇거릴 새도 없이 이 대통령은 곧바로 업무를 시작했다. 함께 국정을 운영할 내각 구성도 시급하다. 당분간은 윤석열 전 정부 출신인 각료들과 한 지붕 밑에서 일을 해야 한다. 조기 대선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 또한 정부 출범 76일 만에 전원 ‘문재인의 사람들’로 불리는 국무위원과 국무회의를 진행했다. 이날에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진행했는데, 이때 통일·외교·안보 기조가 다른 박근혜정부 인사가 함께였던 만큼 제대로 된 국정 운영이 어려웠다는 푸념도 들려왔다. 이 대통령도 마찬가지로 새 내각 구성 전까지는 ‘윤석열의 사람들’과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 국무총리를 시작으로 각 부처 장관 등 주요 인사들을 검증하기 위한 인사청문회 등 절차가 남아 있어 내각 전부를 임명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어수선한 여의도 안팎 국무위원 선출을 위한 인사청문회 과정도 험난할 전망이다. 지난 3년간 이동관·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 박장범 KBS 사장 후보까지 피 튀기는 청문회가 밤낮으로 이어졌다. 공수교대가 이뤄진 이번 청문회서 국민의힘이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을 전망이다. 이 대통령을 둘러싼 다섯 건의 재판도 주목된다. 김혜경 여사의 법인카드 유용 논란과 대선 정국서 불거진 아들 도박 의혹도 논란이지만, 아직 털어내지 못한 본인의 재판들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파기환송심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의혹 1심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혐의 1심 ▲불법 대북송금 혐의 1심 ▲위증교사 혐의 항소심 등 총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투표 하루 전날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꼬집으며 “설사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재판이 예정대로 열리고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결정에 따라 벌금형 100만원 이상의 판결을 받을 경우, 두 달 안에 대선을 또다시 치러야 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가장 먼저 예정된 재판은 오는 18일에 열리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다. 이는 지난달 1일 대법원이 1심의 무죄 판결을 엎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사안이다. 만일 재판부가 예정대로 사건을 처리한다면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에 따라 유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박탈되는데, 이때 대통령직 유지가 가능한지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아울러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다루는 헌법 제84조의 해석 논란도 다시 불붙을 예정이다. 막 내리는 용산 시대 민주당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뒀다. 대선 전부터 민주당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의 구성 요건서 ‘행위’를 삭제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지만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입법 독재’ 프레임을 우려해 속도 조절에 나섰다. 윤 전 대통령이 개방한 청와대도 풀어야 할 숙제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2년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며 영빈관과 녹지원, 상춘재 등을 일반인에게 공개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업무를 시작하는 만큼 우선은 청와대 수리를 기다리며 용산 대통령실을 사용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면 용산으로 가는 게 맞다. 대통령실 이전은 큰 비용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고생도 심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빨리 청와대를 수리해서 그 (수리) 기간만 (용산에) 있다가 청와대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예비 후보이던 시절에도 대통령 집무실에 대한 질문에 “상당히 고민이다. (용산 대통령실이) 보안 문제가 매우 심각해 대책이 있어야 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지금 당장 어디 딴 데로 가기가 마땅치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혈세를 들여 미리 준비할 수도 없다. 그래서 보안 문제가 있긴 하지만 일단 용산을 쓰면서 다음 단계로 청와대를 신속하게 보수해 그 길로 들어가는 것이 제일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윤 전 대통령이 사용하던 용산 집무실 환경에 “황당무계하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서 가진 첫 기자회견서 “꼭 무덤 같다. 아무도 없다”며 “필기도구를 제공해 줄 직원도 없다. 컴퓨터도 없고 프린터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업 공무원 전원을 복귀시켜버린 모양”이라며 “곧바로 다시 원대복귀 명령을 해서 제자리로 복귀시켜야 할 듯싶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보수가 끝나는 대로 이 대통령이 집무실을 옮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파기환송 선거법, 재판부 의지에 달려 청와대 복구, 극우 반격…험난한 여정 대통령 집무실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만큼 보안과 경호 등이 늘 지적 대상이 됐다. 관련해 한 민주당 관계자는 “청와대가 100% 개방된 건 아니기 때문에 빠르게 보안 작업을 거친다면 올해 안에는 (청와대를) 집무실로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정부종합청사 등 제3의 장소에 임시로 집무실을 마련하는 방안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JTBC와의 인터뷰서 “국정 책임자의 불편함 또는 찝찝함 때문에 수백억, 수천억을 날리는 게 말이 되느냐”며 “잠깐 (용산서) 조심해서 쓰든지 하고 청와대를 최대한 빨리 보수해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끝나지 않은 극우와의 싸움과 테러 위협도 현재 진행형이다. 계엄 옹호, 탄핵 반대 그리고 부정선거를 주장해 온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자유통일당 중심의 극우 성향 단체는 이번 대선 결과에 불복해 선동을 이어갔다. 광화문서 지지자들과 개표를 기다리던 전 목사는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되자 “선거관리위원회에 쳐들어가자” “불법 선거, 부정 투표”라고 소리쳤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역시 부정선거론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어 대선이 끝난 후에도 잡음은 이어지고 있다. 황 전 총리는 용인의 한 사전투표소의 관외 회송용 봉투서 이미 기표된 용지가 나온 사례를 언급하며 “지난 대선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했고 문자 그대로 부정선거의 스모킹 건”이라며 “그럼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자의 자작극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관위 시스템이 얼마든지 조작 가능해서 투표 안 한 사람을 한 사람으로 만들고 한 사람을 안 한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 국가정보원 조사 결과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런 선관위를 도저히 믿을 수 있겠나”라며 “선거가 아니라 사기”라고 말했다. 현실 부정 테러 위협 이와 관련해 여권 관계자는 “망상에 불과하다. 갈라치기 정치의 원인”이라고 일축하며 “정치 성향이 맞지 않는 분들께선 지금 시국이 어수선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이번 대선은 내란 세력을 심판한 국민의 선택이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