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원내대표 자천타천 하마평

벌써부터 총성 없는 전쟁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 내 총성 없는 전쟁이 다시 시작된다. 지난해 당선된 박홍근 원내대표의 임기가 끝나가고 있는 것이다. 계파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는 민주당에 원내대표 선거의 의미는 사뭇 무겁게 다가온다. 각 계파는 각자 밀고 있는 후보의 당선을 위해 벌써부터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의 임기가 끝나간다. 정당의 원내대표 임기는 1년으로, 지난해 3월 선출된 박 원내대표는 오는 5월 초까지 임기를 채우고 물러날 예정이다. 원내대표란 국회 교섭단체를 대표하는 의원을 일컫는 말로, 기존에는 원내 총무라 불리기도 했으며 2000년대 중반부터 권한이 계속 강해지고 있는 당의 요직이다. 

3인3색 
본격 대결

원내대표는 중앙당의 조직과 기능을 축소시키고, 원내 중심으로 정당을 돌아가게 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한다. 지도부에도 당연직으로 참여하게 돼있어 여러 모로 중진 의원들이 탐내는 자리다. 보통은 3~4선의 중진 의원들이 당선되는 것이 관례며, 선출 당시 가장 힘 있는 계파에서 배출되곤 한다.

당초 민주당은 박 원내대표가 물러나는 시점인 5월에 원내대표 선거를 치러 공석을 메우려 했다. 그러나 최근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흥행으로 끝나고, 이들의 원내대표 선거가 내달로 정해지자 민주당도 선거를 앞당길 채비를 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원내대표 선거를)다음 달로 앞당기자는 주문이 있었고,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아직 정해진 바 없지만 다음 달에 선거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원내대표 선거는 당시 정당의 헤게모니가 어딨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데, 지난해 원내대표 선거에서는 친명(친 이재명)계가 압도적인 힘을 자랑하며 승리를 차지했다. 지난해 선거에서 당선된 박 원내대표는 당내에 친명계의 좌장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었다. 

박 원내대표의 정치적 뿌리는 동교동계를 기반으로 한 친문(친 문재인)계에 두고 있다. 그러나 친문이 계파 갈등을 겪으며 둘로 갈라졌을 당시 박 원내대표는 끝까지 중립을 지켜 친문계의 색을 잃었다.

이후 그는 박원순계로 오랫동안 인식돼왔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 후에는 어느 계파에도 확실한 색을 띠지 않았다. ‘외딴섬’이었던 그에게 손을 내민 건 같은 당 이재명 대표였다.

한 취재원에 따르면 여의도에 인맥이 없다시피했던 이 대표는 박 원내대표를 캠프에 영입하고 싶어 했고, 그는 이 대표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며 확실한 이 대표의 오른팔이 됐다. 

대선 캠프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비서실장직을 맡은 박 원내대표는 이후 이 대표에게 제기되는 여러 의혹을 정면에서 막아내며 그의 심복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비록 대선에서는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에게 패배하며 낙선했지만, 이 대표는 대선 운동에서 활약한 이들을 잊지 않았다.

전면으로 나서기 싫어하는 박 의원을 원내대표로 만든 것도 이 대표의 뜻이 컸다. 친명계에서는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마땅히 밀만한 후보가 없었다. 3선 이상의 중진이 맡는 자리에 어울리는 친명계 의원은 몇 없었고, 박 원내대표가 후보군으로 급부상했다.

이 대표는 여러 친명계 의원을 보내 원내대표가 되어달라고 설득했다. 선거 방식도 콘클라베 방식이어서 박 원내대표로서는 그들의 설득을 막아낼 도리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심 바로미터 평가, 주류 계파가 배출
범친명계 홍익표 내세워 “무난이 무기”

콘클라베 방식은 교황선거에서 차용한 것으로 선거 후보등록 없이 무기명·무차별 투표를 원칙으로 한다. 선거가 시작되면 의원들은 본인이 찍고 싶은 의원 누구에게나 투표할 수 있고, 여기서 특정 후보가 과반을 하지 못하면 1, 2등 후보를 두고 결선투표를 치른다.

박 원내대표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1등을 차지해 결선투표로 향했고, 친문계에서 내세운 박광온 의원과 마지막 승부를 치렀다. 

이번에도 민주당은 이때의 방식으로 원내대표를 뽑을 모양새다. 민주당은 이 방식을 도입한 이유로 ‘선거운동 과열 방지’를 들었다. 도입 당시 또한 민주당이 계파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던 탓이다. 후보 등록 후 후보들 간 비방전을 치르기보다 후보군 없이 선거하자는 게 도입 취지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사그라들지 않는 계파 갈등 속에서 미리 입후보를 받는 데 지도부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에 체포동의안 표결로 촉발된 ‘비명계의 반란’이 심상치 않았는데, 원내대표 선거는 그런 당내 분위기를 반영하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가온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내부에선 이미 후보군이 정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몇몇 의원은 본인이 원내대표가 되고 싶다는 의견을 동료 의원들에게 피력하고 있고, 당 외부서도 이런저런 해석들을 곁들이며 원내대표 하마평을 내놓고 있다. 

지금까지 공공연하게 나온 원내대표 후보군은 6명가량이다. 직접 본인이 뜻을 밝힌 의원은 3선의 박광온 의원, 친정세균계의 좌장인 3선 이원욱 의원, 그리고 친명계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3선의 홍익표 의원 등이다.

그 외에도 4선의 안규백 의원, 3선의 윤관석 의원, 재선의 김두관 의원 등이 후보군에 올라와 있으며 이들은 모두 원내대표 선거를 염두해 두고 물밑에서 치열하게 선거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정해진 
후보군

우선 친명계가 홍 의원을 밀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당초 친문계로 정치권에 입성했던 홍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신망이 매우 두터운 의원으로 알려져 있다. 2012년 19대 총선서 절친으로 알려진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지역구에 출마했다.

결국 홍 의원의 여의도 입성 첫 도전은 임 전 실장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도전했던 꼴이 된 것이다.

이렇듯 홍 의원은 다소 ‘쉬운(?) 방법’으로 국회에 들어왔지만, 당내서 ‘정책통’으로 통할 만큼 누구보다 일을 많이한 인물로 알려졌다. 실제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자마자 원내대변인을 역임한 뒤, 국정감사 우수의원에 연이어 선정됐다. 

초선 시절에 발의한 ‘국민 휴일에 관한 법률’은 아직도 회자되는 우수 법률로 인정받고 있고, 그 외에도 굵직한 노동과 유통법 등 대표발의 법률안만 40건이 넘었다. 홍 의원이 공동발의 법률을 모두 합치면 200건이 훌쩍 넘는다.

같은 지역구에서 내리 3선에 성공한 홍 의원은 이후 민주당 수석대변인과 정책위의장, 민주연구원장 등 민주당의 ‘엘리트 코스’를 착실히 밟아왔다.

그의 평판이 더욱 좋아진 계기는 지난해 초에 있었다. 홍 의원은 그동안 친구에게 물려받은 지역구인 서울 중·성동갑 지역구 대신 국민의힘 텃밭으로 알려진 서울 서초을로 옮기겠다고 선언했다. 해당 지역은 현재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이 자리 잡고 있는 곳으로, 역대 어떤 민주당 의원도 깃발을 꼽지 못했던 지역이다.

험지 출마 배경을 두고 홍 의원 측은 “대선과 지방선거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당의 모든 구성원이 책임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당 안팎에서는 변화를 요구하는데, 그에 물고가 됐으면 한다. 지난해 재보궐선거부터 서울 지역에서 내리 졌는데, 그 배경을 살피면 강남과 서초 지역에서 너무 일방적으로 뒤졌다”고 설명했다.

즉, 민주당이 변화해야 한다는 요구를 본인이 몸소 실천하겠다는 것이었다. 홍 의원은 임 전 실장의 소개로 정치권에 입성한 것에 비해 계파색을 많이 띠지 않는 인물로 알려졌다. 친문도, 친명계도 아닌 중도로 인식돼온 그를 이번에 친명계는 원내대표 자리에 앉히려 하는 모양새다.

친명계의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한 비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그쪽(친명계)이 이번에 많이 충격을 받았다고 들었다. 강한 친명색을 띠는 후보를 밀면 어차피 되지도 않을 거고 당 상황만 악화시킬 것이라 판단했을 것”이라며 “홍 의원은 당내에 ‘적’이 없는 인물로 유명하다. 친명계가 밀 수 있는 카드로선 최선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골이냐
진골이냐

그는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투표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 친명계가 비교적 적이 없고, 계파색이 옅은 후보를 찾아낸 것으로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친명계가 그분(홍 의원)을 좌지우지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홍 의원이 막무가내로 친명계에 반기를 들 인물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즉, 상대적으로 ‘문제 될만한’ 가능성이 적은 인물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친명계가 걱정하는 것은 강한 계파색을 띠고 자신들에게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계파 인물의 당선이다. 현재 후보군 중 유력시되고 있는 이원욱 의원 같은 인물이다.

이 의원은 오랜 시간 동안 친명계를 견제해온 비명계의 대표주자다. 본래 정세균계에 정치적 뿌리를 두고 있는 그는 지난 대선서부터 이 대표를 맹렬히 비판하기 시작했다.

민주당에는 당 계파와는 상관없이 대권 후보를 전폭적으로 밀어주는 전통이 존재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그전에 어떤 갈등관계가 있던지 신경쓰지 않고, 대선후보의 당선을 위해 발벗고 나서왔다.

그런 오랜 민주당의 전통을 깬 인물이 바로 이 의원이다. 이 의원은 이 대표가 대선후보로 정해지자 우선 선대위 조직본부장에 이름을 올렸으나 몇 주 후에 개편된 선대위에는 합류하지 않고 방관했다.

그는 이 대표가 대선 패배 후 보궐선거에 출마하자 강하게 반대했으며, 지방선거 후 “이재명 친구. 상처뿐인 영광! 축하합니다!”라는 글을 개인 SNS에 올려 비꼬았다. 지방선거서 민주당이 대패했지만, 이 대표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상황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이후에도 사사건건 이 대표를 비판해온 이 의원은 현재까지도 친명계서 주시하고 있는 비명계의 주요 스피커다. 그런 이 의원이 원내대표에 출마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당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부터 나왔다. 그의 도전을 지도부 내에서는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선전포고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명계 이원욱 도전 눈에 띄어…그대로 분당?
친문계 박광온 재수 선언…불편한 동행 갈까?

민주당 소식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결국 분당(分黨)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며 “이원욱 의원은 사실 이 대표와 함께 갈 수 없는 인물인데 그런 인물이 원내대표에 당선돼 지도부 회의에 들어간다면 날이면 날마다 총성 소리가 들릴 것이고 이 의원도 그런 역할을 하러 가는 줄 알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의원의 당선은 당의 주도권이 친명계에서 비명계로 넘어가는 것을 뜻한다. 이 의원 본인의 뜻만이 아니라 비명계와 중도에 있는 민주당 의원들이 반으로 갈라질 채비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이대로 가면 분당”이라는 주장이 수차례 나온 민주당으로선 이 의원의 당선이 매우 부담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그의 당선으로 친명계 일색인 민주당 지도부에 견제 장치가 들어간다는 의미는 좋게 평가받고 있다.

친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민주당은 본래 여러 목소리를 듣는 일에 익숙한 정당이다. (이 의원이 당선된다면)최근 친명계 일색인 지도부에 대한 비판을 일거에 잘라낼 수 있을 것”이라며 다소 희망섞인 관측을 내놨다.

한편 당내 일각에선 친문계 박광온 의원에 대한 기대도 존재한다. 비명계에선 이미 박 의원과 이 의원, 투톱체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지난 원내대표 선거에서 득표력을 입증받은 그가 결선투표에 갈지도 모른다고 해석한다.

박 의원은 홍영표 전 원내대표와 김종민 의원과 함께 대표적인 이낙연계 의원으로 손꼽힌다. 2014년 재보궐선거 당시 경기 수원정에 출마해 국회로 입성했으며 문재인 전 대통령 당 대표 시절엔 비서실장을 지내 그를 지근거리서 도왔다.

또 이낙연 전 총리의 당 대표 재임 시절엔 당 사무총장으로 임명돼 국회상임위원장과 사무총장직을 동시에 수행하기도 했다.

친문계 의원들은 아직도 ‘성골 친문계’인 그가 원내대표에 당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교적 분당 가능성이 적고 계파색을 확실하게 낼 수 있으며, 이 대표와의 전략적 연대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친문계 의원은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박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이)이 전 대표의 귀국이 약 3개월가량 남은 시점에서 친문계의 세력 규합을 도모할 수 있지 않느냐”며 “민주당은 유사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계속해서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이 전 대표의 귀국은 우리에게 좋은 카드인 것은 분명하다”고 해석했다. 

그가 말하는 유사시는 이 대표의 낙마를 뜻하는 것으로 친문계 의원들은 총선 전에 이 대표의 낙마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매우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잇따른 최측근들의 극단적 선택과 검찰의 강한 기소 의지, 또 비명계 의원들의 반란 등은 현재 친문계에게 나쁘지 않은 조짐으로 읽힌다.

유사시
대비도

박 의원이 당선돼 지도부에 들어간면 그들이 말하는 ‘유사시’를 위한 대비도 치밀하게 설정할 수 있다. 

이외에도 안규백·윤관석·김두관 의원은 각자의 색깔을 자신하며 본인이 원내대표의 적임자라고 믿고 있다. 친명계의 파란이 비명계의 반란으로 다시 잠잠해질지, 혹은 내년 총선까지 친명계 일색의 지도부가 이어질지 내달 중순쯤 정해질 전망이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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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