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원내대표 자천타천 하마평

벌써부터 총성 없는 전쟁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 내 총성 없는 전쟁이 다시 시작된다. 지난해 당선된 박홍근 원내대표의 임기가 끝나가고 있는 것이다. 계파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는 민주당에 원내대표 선거의 의미는 사뭇 무겁게 다가온다. 각 계파는 각자 밀고 있는 후보의 당선을 위해 벌써부터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의 임기가 끝나간다. 정당의 원내대표 임기는 1년으로, 지난해 3월 선출된 박 원내대표는 오는 5월 초까지 임기를 채우고 물러날 예정이다. 원내대표란 국회 교섭단체를 대표하는 의원을 일컫는 말로, 기존에는 원내 총무라 불리기도 했으며 2000년대 중반부터 권한이 계속 강해지고 있는 당의 요직이다. 

3인3색 
본격 대결

원내대표는 중앙당의 조직과 기능을 축소시키고, 원내 중심으로 정당을 돌아가게 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한다. 지도부에도 당연직으로 참여하게 돼있어 여러 모로 중진 의원들이 탐내는 자리다. 보통은 3~4선의 중진 의원들이 당선되는 것이 관례며, 선출 당시 가장 힘 있는 계파에서 배출되곤 한다.

당초 민주당은 박 원내대표가 물러나는 시점인 5월에 원내대표 선거를 치러 공석을 메우려 했다. 그러나 최근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흥행으로 끝나고, 이들의 원내대표 선거가 내달로 정해지자 민주당도 선거를 앞당길 채비를 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원내대표 선거를)다음 달로 앞당기자는 주문이 있었고,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아직 정해진 바 없지만 다음 달에 선거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원내대표 선거는 당시 정당의 헤게모니가 어딨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데, 지난해 원내대표 선거에서는 친명(친 이재명)계가 압도적인 힘을 자랑하며 승리를 차지했다. 지난해 선거에서 당선된 박 원내대표는 당내에 친명계의 좌장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었다. 

박 원내대표의 정치적 뿌리는 동교동계를 기반으로 한 친문(친 문재인)계에 두고 있다. 그러나 친문이 계파 갈등을 겪으며 둘로 갈라졌을 당시 박 원내대표는 끝까지 중립을 지켜 친문계의 색을 잃었다.

이후 그는 박원순계로 오랫동안 인식돼왔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 후에는 어느 계파에도 확실한 색을 띠지 않았다. ‘외딴섬’이었던 그에게 손을 내민 건 같은 당 이재명 대표였다.

한 취재원에 따르면 여의도에 인맥이 없다시피했던 이 대표는 박 원내대표를 캠프에 영입하고 싶어 했고, 그는 이 대표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며 확실한 이 대표의 오른팔이 됐다. 

대선 캠프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비서실장직을 맡은 박 원내대표는 이후 이 대표에게 제기되는 여러 의혹을 정면에서 막아내며 그의 심복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비록 대선에서는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에게 패배하며 낙선했지만, 이 대표는 대선 운동에서 활약한 이들을 잊지 않았다.

전면으로 나서기 싫어하는 박 의원을 원내대표로 만든 것도 이 대표의 뜻이 컸다. 친명계에서는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마땅히 밀만한 후보가 없었다. 3선 이상의 중진이 맡는 자리에 어울리는 친명계 의원은 몇 없었고, 박 원내대표가 후보군으로 급부상했다.

이 대표는 여러 친명계 의원을 보내 원내대표가 되어달라고 설득했다. 선거 방식도 콘클라베 방식이어서 박 원내대표로서는 그들의 설득을 막아낼 도리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심 바로미터 평가, 주류 계파가 배출
범친명계 홍익표 내세워 “무난이 무기”

콘클라베 방식은 교황선거에서 차용한 것으로 선거 후보등록 없이 무기명·무차별 투표를 원칙으로 한다. 선거가 시작되면 의원들은 본인이 찍고 싶은 의원 누구에게나 투표할 수 있고, 여기서 특정 후보가 과반을 하지 못하면 1, 2등 후보를 두고 결선투표를 치른다.

박 원내대표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1등을 차지해 결선투표로 향했고, 친문계에서 내세운 박광온 의원과 마지막 승부를 치렀다. 

이번에도 민주당은 이때의 방식으로 원내대표를 뽑을 모양새다. 민주당은 이 방식을 도입한 이유로 ‘선거운동 과열 방지’를 들었다. 도입 당시 또한 민주당이 계파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던 탓이다. 후보 등록 후 후보들 간 비방전을 치르기보다 후보군 없이 선거하자는 게 도입 취지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사그라들지 않는 계파 갈등 속에서 미리 입후보를 받는 데 지도부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에 체포동의안 표결로 촉발된 ‘비명계의 반란’이 심상치 않았는데, 원내대표 선거는 그런 당내 분위기를 반영하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가온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내부에선 이미 후보군이 정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몇몇 의원은 본인이 원내대표가 되고 싶다는 의견을 동료 의원들에게 피력하고 있고, 당 외부서도 이런저런 해석들을 곁들이며 원내대표 하마평을 내놓고 있다. 

지금까지 공공연하게 나온 원내대표 후보군은 6명가량이다. 직접 본인이 뜻을 밝힌 의원은 3선의 박광온 의원, 친정세균계의 좌장인 3선 이원욱 의원, 그리고 친명계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3선의 홍익표 의원 등이다.

그 외에도 4선의 안규백 의원, 3선의 윤관석 의원, 재선의 김두관 의원 등이 후보군에 올라와 있으며 이들은 모두 원내대표 선거를 염두해 두고 물밑에서 치열하게 선거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정해진 
후보군

우선 친명계가 홍 의원을 밀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당초 친문계로 정치권에 입성했던 홍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신망이 매우 두터운 의원으로 알려져 있다. 2012년 19대 총선서 절친으로 알려진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지역구에 출마했다.

결국 홍 의원의 여의도 입성 첫 도전은 임 전 실장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도전했던 꼴이 된 것이다.

이렇듯 홍 의원은 다소 ‘쉬운(?) 방법’으로 국회에 들어왔지만, 당내서 ‘정책통’으로 통할 만큼 누구보다 일을 많이한 인물로 알려졌다. 실제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자마자 원내대변인을 역임한 뒤, 국정감사 우수의원에 연이어 선정됐다. 


초선 시절에 발의한 ‘국민 휴일에 관한 법률’은 아직도 회자되는 우수 법률로 인정받고 있고, 그 외에도 굵직한 노동과 유통법 등 대표발의 법률안만 40건이 넘었다. 홍 의원이 공동발의 법률을 모두 합치면 200건이 훌쩍 넘는다.

같은 지역구에서 내리 3선에 성공한 홍 의원은 이후 민주당 수석대변인과 정책위의장, 민주연구원장 등 민주당의 ‘엘리트 코스’를 착실히 밟아왔다.

그의 평판이 더욱 좋아진 계기는 지난해 초에 있었다. 홍 의원은 그동안 친구에게 물려받은 지역구인 서울 중·성동갑 지역구 대신 국민의힘 텃밭으로 알려진 서울 서초을로 옮기겠다고 선언했다. 해당 지역은 현재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이 자리 잡고 있는 곳으로, 역대 어떤 민주당 의원도 깃발을 꼽지 못했던 지역이다.

험지 출마 배경을 두고 홍 의원 측은 “대선과 지방선거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당의 모든 구성원이 책임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당 안팎에서는 변화를 요구하는데, 그에 물고가 됐으면 한다. 지난해 재보궐선거부터 서울 지역에서 내리 졌는데, 그 배경을 살피면 강남과 서초 지역에서 너무 일방적으로 뒤졌다”고 설명했다.

즉, 민주당이 변화해야 한다는 요구를 본인이 몸소 실천하겠다는 것이었다. 홍 의원은 임 전 실장의 소개로 정치권에 입성한 것에 비해 계파색을 많이 띠지 않는 인물로 알려졌다. 친문도, 친명계도 아닌 중도로 인식돼온 그를 이번에 친명계는 원내대표 자리에 앉히려 하는 모양새다.

친명계의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한 비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그쪽(친명계)이 이번에 많이 충격을 받았다고 들었다. 강한 친명색을 띠는 후보를 밀면 어차피 되지도 않을 거고 당 상황만 악화시킬 것이라 판단했을 것”이라며 “홍 의원은 당내에 ‘적’이 없는 인물로 유명하다. 친명계가 밀 수 있는 카드로선 최선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골이냐
진골이냐

그는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투표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 친명계가 비교적 적이 없고, 계파색이 옅은 후보를 찾아낸 것으로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친명계가 그분(홍 의원)을 좌지우지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홍 의원이 막무가내로 친명계에 반기를 들 인물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즉, 상대적으로 ‘문제 될만한’ 가능성이 적은 인물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친명계가 걱정하는 것은 강한 계파색을 띠고 자신들에게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계파 인물의 당선이다. 현재 후보군 중 유력시되고 있는 이원욱 의원 같은 인물이다.

이 의원은 오랜 시간 동안 친명계를 견제해온 비명계의 대표주자다. 본래 정세균계에 정치적 뿌리를 두고 있는 그는 지난 대선서부터 이 대표를 맹렬히 비판하기 시작했다.

민주당에는 당 계파와는 상관없이 대권 후보를 전폭적으로 밀어주는 전통이 존재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그전에 어떤 갈등관계가 있던지 신경쓰지 않고, 대선후보의 당선을 위해 발벗고 나서왔다.

그런 오랜 민주당의 전통을 깬 인물이 바로 이 의원이다. 이 의원은 이 대표가 대선후보로 정해지자 우선 선대위 조직본부장에 이름을 올렸으나 몇 주 후에 개편된 선대위에는 합류하지 않고 방관했다.

그는 이 대표가 대선 패배 후 보궐선거에 출마하자 강하게 반대했으며, 지방선거 후 “이재명 친구. 상처뿐인 영광! 축하합니다!”라는 글을 개인 SNS에 올려 비꼬았다. 지방선거서 민주당이 대패했지만, 이 대표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상황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이후에도 사사건건 이 대표를 비판해온 이 의원은 현재까지도 친명계서 주시하고 있는 비명계의 주요 스피커다. 그런 이 의원이 원내대표에 출마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당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부터 나왔다. 그의 도전을 지도부 내에서는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선전포고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명계 이원욱 도전 눈에 띄어…그대로 분당?
친문계 박광온 재수 선언…불편한 동행 갈까?

민주당 소식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결국 분당(分黨)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며 “이원욱 의원은 사실 이 대표와 함께 갈 수 없는 인물인데 그런 인물이 원내대표에 당선돼 지도부 회의에 들어간다면 날이면 날마다 총성 소리가 들릴 것이고 이 의원도 그런 역할을 하러 가는 줄 알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의원의 당선은 당의 주도권이 친명계에서 비명계로 넘어가는 것을 뜻한다. 이 의원 본인의 뜻만이 아니라 비명계와 중도에 있는 민주당 의원들이 반으로 갈라질 채비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이대로 가면 분당”이라는 주장이 수차례 나온 민주당으로선 이 의원의 당선이 매우 부담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그의 당선으로 친명계 일색인 민주당 지도부에 견제 장치가 들어간다는 의미는 좋게 평가받고 있다.

친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민주당은 본래 여러 목소리를 듣는 일에 익숙한 정당이다. (이 의원이 당선된다면)최근 친명계 일색인 지도부에 대한 비판을 일거에 잘라낼 수 있을 것”이라며 다소 희망섞인 관측을 내놨다.

한편 당내 일각에선 친문계 박광온 의원에 대한 기대도 존재한다. 비명계에선 이미 박 의원과 이 의원, 투톱체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지난 원내대표 선거에서 득표력을 입증받은 그가 결선투표에 갈지도 모른다고 해석한다.

박 의원은 홍영표 전 원내대표와 김종민 의원과 함께 대표적인 이낙연계 의원으로 손꼽힌다. 2014년 재보궐선거 당시 경기 수원정에 출마해 국회로 입성했으며 문재인 전 대통령 당 대표 시절엔 비서실장을 지내 그를 지근거리서 도왔다.

또 이낙연 전 총리의 당 대표 재임 시절엔 당 사무총장으로 임명돼 국회상임위원장과 사무총장직을 동시에 수행하기도 했다.

친문계 의원들은 아직도 ‘성골 친문계’인 그가 원내대표에 당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교적 분당 가능성이 적고 계파색을 확실하게 낼 수 있으며, 이 대표와의 전략적 연대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친문계 의원은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박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이)이 전 대표의 귀국이 약 3개월가량 남은 시점에서 친문계의 세력 규합을 도모할 수 있지 않느냐”며 “민주당은 유사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계속해서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이 전 대표의 귀국은 우리에게 좋은 카드인 것은 분명하다”고 해석했다. 

그가 말하는 유사시는 이 대표의 낙마를 뜻하는 것으로 친문계 의원들은 총선 전에 이 대표의 낙마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매우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잇따른 최측근들의 극단적 선택과 검찰의 강한 기소 의지, 또 비명계 의원들의 반란 등은 현재 친문계에게 나쁘지 않은 조짐으로 읽힌다.

유사시
대비도

박 의원이 당선돼 지도부에 들어간면 그들이 말하는 ‘유사시’를 위한 대비도 치밀하게 설정할 수 있다. 

이외에도 안규백·윤관석·김두관 의원은 각자의 색깔을 자신하며 본인이 원내대표의 적임자라고 믿고 있다. 친명계의 파란이 비명계의 반란으로 다시 잠잠해질지, 혹은 내년 총선까지 친명계 일색의 지도부가 이어질지 내달 중순쯤 정해질 전망이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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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